일이 안 풀릴 땐, 사람을 보자
2025년 상반기, 인살롱에 쏟아진 수많은 글을 따라가다 보면, HR이 어떤 고민을 품고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흐릿하게나마 윤곽이 보입니다. 그 중심에는 ‘사람’, 그리고 ‘문화’가 있었습니다. AI, 하이브리드 워크, 밀레니얼과 Z세대, 조직개편과 전환의 흐름 속에서도 결국 HR의 시선은 ‘사람이 잘 일하는 조직’을 향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이전에 정리한 <25년 상반기, 인살롱 데이터로 본 HR의 진짜 고민>에서 제시한 HR담당자가 가진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 글에서는 HR이 처한 복잡한 현실과 조직 내 다양한 키워드를 발견했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러한 고민이 실제로 어떤 주제 아래 응집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실천과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복잡한 고민의 조각들이 어떻게 실천의 언어로, 전략의 틀로 번역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내 일만 하면 끝"이라는 말 뒤에 숨은 진심
조직 몰입과 태도 이슈는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벽 같은 직원', '도련님', '직장 내 빌런', '고립된 구성원'... 단순히 성과의 문제가 아닌, 관계와 태도, 연결의 부재가 주된 고민이었습니다.
"내 일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 뒤에는 종종 ‘몰입할 이유 없음’, ‘연결되지 않음’, ‘신뢰받지 못함’ 같은 감정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HR 게시판에는 이런 ‘벽 같은 직원’을 마주한 관리자들의 고민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특정한 누군가의 태도 문제라기보다는, 관계와 문화의 설계 미비가 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hut up and learn'이라는 게시글은 전통적인 온보딩 방식의 한계를 꼬집습니다. 온보딩은 여전히 ‘숙련의 시간’보다는 ‘압박의 통과의례’로 여겨지고 있고, ‘도련님’, ‘직장 내 빌런’이라는 단어에 드러나는 감정적 피로는 관리자의 공정성 고민과도 맞닿아 보입니다.
이 문제는 HR이 제도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온보딩을 경험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일, 리더의 개입, 조직문화의 설계, 피드백 시스템의 정착 등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2. 조직문화와 리더십, 심장을 뛰게 하는 두 축
조직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건 결국 ‘어떻게 일하느냐’보다 ‘함께 어떻게 일하느냐’ 아닐까요? 피드백 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 단적인 예입니다. ‘성과를 넘어 문화를 바꾼다’는 말처럼, 피드백은 이제 단순한 코칭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언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1) 리더십, 말보다 행동으로 남는다
특히 리더십 관련 고민은 유독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끄는 리더,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리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에 대한 고민과 탐색이 활발했습니다. 변화 저항과 혼란 속에서도, 구성원들이 따라가고 싶은 리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곳곳에서 읽혔습니다.
2) 피드백과 신뢰가 만드는 문화
'피드백 문화가 성과를 넘어 문화를 바꾼다'는 말처럼, 이제 피드백은 평가 도구가 아니라 심리적 안전과 학습 문화를 만드는 핵심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렵습니다. '팀원에게 피드백이 어려운 이유'는 곧 우리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진단서가 됩니다.
3) 다양성과 포용, HR의 태도
'이문화의 수용', '세대 갈등', '팔로워십의 중요성' 등은 다양한 배경과 가치가 공존하는 조직에서 HR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수용은 관용이 아니라 통합의 전략이며, 포용은 문화를 바꾸는 힘이라 보여집니다.
3. 퇴사는 끝이 아닌 경험의 일부
‘아름다운 Offboarding’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Offboarding, 아름다운 마무리', '퇴사하는 직원,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글은 퇴사조차 경험의 일부임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의 퇴사가 더 나은 시작이 되도록 돕는 일, 그것이 HR의 진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성원이 회사를 떠날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가 곧 기업 문화의 종합 성적표 아닐까요? 우리가 마지막 인사까지 정중할 수 있다면, HR은 브랜드를 설계하는 부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4.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의 HR
한편, HR 담당자 자신을 돌보는 목소리도 많아졌습니다. ‘14가지 고민’, ‘감정 기복’, ‘커피 한 잔의 여유’… 업무 특성상 늘 조직과 사람 사이를 조율하는 입장에서,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한 노력은 그 자체로 중요한 과제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HR 커뮤니티, 네트워킹, 자기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더 이상 부차적인 일이 아니라 ‘HR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맺음말 : 우리는 다시, 사람과 문화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2025년 상반기 인살롱에 쌓인 수많은 HR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며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구조가 아무리 바뀌어도, 결국 조직은 '사람'이 모여 만드는 '문화' 위에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HR의 고민은 수많은 표현으로 변형되어 있었지만, 본질은 사람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 함께 일하지 않는 문화,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
그 모든 질문은 ‘사람이 잘 일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되었죠.
그 마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이제 HR은 그 마음을 데이터로 말하고, 전략으로 연결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그 마음이 ‘실행’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번역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사람’을 향한 질문에서 ‘전략’을 향한 실행으로.
HR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인살롱에 올라 온 아티클을 참조하였습니다.
올라와 있는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링크는 생략했습니다.
1. "내 일만 하면 끝"이라는 말 뒤에 숨은 진심
"내 일만 하면 끝인 직원, 정말 손쓸 방법이 없을까요?"
"매번 마주치는 벽 같은 직원 이야기"
"도련님에 대한 인사관리!"
"Shut up and Learn - 신규 입사자의 딜레마"
"나는 고립인인가?"
"부서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 조직문화와 리더십, 심장을 뛰게 하는 두 축
"말보다 발로 이끄는 리더: 조용한 모방, 우리 조직은 누구의 발걸음을 따라 걷고 있나요?"
"진짜 리더로의 성장!", "나는 어떤 리더일까? Gallup 강점 4가지 리더십 유형"
"소통의 중요성", "실패해도 괜찮은 이유"
"ESG 경영 그리고 HR의 역할에 대하여"
"기업문화의 모방-오피스"
"요즘 유행하는 '가미나 리더십'이 뭘까?"
"[리더십 1] 리더, 같은 연기로 팀을 이끌어라"
"새해 계획, 질문의 순서가 변화를 만든다"
"현대 자동차에서 배우는 일하는 방식"
"시네마 人Sight 1편) '말'말고 '발'로 일하는 HR"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팔로워십이 더욱 중요한 이유?"
"Hormesis와 리더십", "중요한 건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
"낯선 상황, 회피할 것인가? 감수할 것인가?"
"리더의 일반적인 과정 실수와 이를 피하는 법"
"그 말을 꼭 그렇게 해야 했을까?"
"팀원들에게 피드백이 어려운 이유"
"인사몽: 소꿉친구를 만든는 조건"
"착한 리더 vs. 나쁜 리더, 피드백에 정답이 있을까?"
"[리더십4] 리더의 언어 습관이 팀원들의 성과를 극대화하라"
"신입사원 입문교육(2) 세대갈등? 갈등은 DO에서 생겨난다"
"조직 내 불평을 이끄는 리더의 마음가짐"
"조직문화는 말보다 행동이다"
"리더십 다면 피드백 디브리핑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팀이 진짜 팀이 되는 순간='팀 코칭'"
"인생 대화, 왜 엉뚱한 길로 빠질까?"
"일만 묻는 리더, 마음을 여는 리더"
"제도는 60%, 문화는 40%" 실현 가능한 말일까?"
"리더십 교육 이후, 진짜 변화는 어디서 시작될까?"
"하기 싫은 일과 할 수 없는 일 사이에서 - 리더와 관리자" 등
"너무 말을 잘하고 있는 당신! 혹시 당신이 '변화의 적'?!"
"장벽을 넘는 조직, 성장하는 문화"
"이문화의 수용"
3. 퇴사는 끝이 아닌 경험의 일부
"Offboarding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
4.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의 HR
"인사담당자가 겪는 감정 기복"
"14가지 고민"
"시간적 여유의 힘!"
"저는 OO할 때 커피합니다"
"나는 가장 따뜻한 콜드브루를 추천한다"
"직장인, 방사적으로 여행 가는 이유"
"원티드 프렌즈(리더스8기) 활동 소감"
"앞으로는 네트워킹이 중요해요"
"HR리더스 8기를 소개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링크드인 활용해보기. 1편"
"START"
"이나모리 가즈오의 철학과 박사모를 쓴 인생 선배의 선택"
"EX(직원경험) 경험은 흘러가지만 기억은 남는다"
"칭찬하면 하지 않았던 일품 예쁜것, 랜덤 단어 글쓰기"
"MBTI 워크숍 후기"
"이제는 균형점을 찾을 때 - <커리어 그리고 가정>"
"일터에서의 위로와 애정, 왜 중요할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전문가가 되는 법 : 서둘러도 시작하기"
"성장이라 말만 부담스러웠다면"
김모건 in 인살롱 ・ 2025.06.22 ‘내 일만 하면 끝’인 직원, 정말 손쓸 방법이 없을까요?
🏢 매번 마주치는 ‘벽 같은 직원’ 이야기
HR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분 꼭 한 분쯤은 만납니다.
정해진 업무는 딱 잘라서 해내지만, 그 외엔 철벽.
워크숍? 체육대회? 자유로운 아이디어 회의?
“저는 괜찮습니다” 하고 손사래치며 빠집니다.
한 번은 팀 프로젝트를 제안했더니, “제 담당 업무는 아닙니다” 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구성원이 있었어요.
차라리 못하는 직원이면 코칭이라도 할 텐데, 맡은 일은 딱 부러지게 해내니 뭐라 하기도 애매합니다.
결국 이런 직원 한 명이 팀 분위기를 살짝 어색하게 만들고, 활발히 참여하던 동료들마저 괜히 눈치 보게 됩니다.
🤔 정말 ‘성격 문제’일까요?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원래 저런 성격이니까 바꾸기 힘들지…”
혹은 “월급만 꼬박꼬박 주면 되지, 굳이 바꿀 필요 있어?”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조직행동을 공부하고, 다양한 기업들을 보면서 확신하게 됐습니다.
‘사람은 안 바뀐다’는 게 아니라, 환경과 접근법이 잘못된 거였구나!
심리학이 알려준 힌트: 사람은 왜 참여할까
심리학에는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이라는 유명한 이론이 있습니다.
핵심은 사람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이 세 가지 욕구가 채워지면 스스로 움직인다는 거죠.
예를 들어,
일할 때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면(자율성)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유능감)
동료들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있으면(관계성)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참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데이터로도 증명됐습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할게요.
✔ 자율성이 강한 조직 vs 그렇지 않은 조직
코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자율성을 보장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성장 속도가 4배 빠르고, 직원 이직률은 1/3로 낮았습니다.
✔ 관계성이 높은 조직의 힘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있는 직원은 업무 몰입도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회사에 친구 만들 시간 없다’는 생각이 오히려 회사에 손해라는 이야기죠.
✔ 내재적 동기를 꺼트리는 외재적 보상
에드워드 데시의 실험에서는 퍼즐 푸는 학생들에게 돈을 주자 오히려 흥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사람은 돈만 보고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는 증거죠.
그럼 현장에서 어떻게 써먹을까요?
제가 직접 써보고 효과 봤던 방법 몇 가지 공유합니다.
1️⃣ ‘어떻게 할지’는 맡겨두세요
목표만 정하고, 방법은 각자 정하도록 맡기면 자율성을 느낍니다.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간섭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은 참여 의욕을 한 방에 날립니다.
2️⃣ 성장 기회를 주세요
직원들이 ‘일이 늘긴 하는데, 배우는 게 없다’고 느끼면 열정이 식습니다.
새로운 업무나 교육 기회를 꾸준히 연결해 주세요.
그리고 피드백은 ‘비난’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팁’으로만!
3️⃣ 자연스럽게 연결될 공간 만들기
억지 단합대회 말고, 공통 관심사로 엮인 소모임이 훨씬 낫습니다.
같이 게임하기, 맛집 공유하기, 사내 블로그 쓰기 같은 작은 시도가 관계성을 만들어줍니다.
4️⃣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우기
관심 있는 작은 프로젝트부터 참여하게 해보세요.
한 번 재미와 성취를 느끼면, 스스로 더 큰 활동에도 손을 듭니다.
결국 핵심은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는 것’
제 경험상 ‘참여하지 않는 직원’은 스스로 못 바뀝니다.
그 대신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조건을 만들어주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정리하자면,
자율성: 시키는 게 아니라 맡긴다
유능감: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준다
관계성: 자연스러운 연결의 장치를 만든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참여도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끝으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 대신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HR을 하며 얻은 교훈인데요.
사람의 성격 자체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일하는 태도’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결국 조직 문화, 평가 제도, 그리고 일상 속 소통 방식에서 나옵니다.
‘내 일만 하면 끝’이라며 벽을 치는 직원이 고민이라면,
개인을 억지로 바꾸려 애쓰기보다 자연스럽게 태도가 달라질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보는게 어떨까요.
분명히 예상보다 큰 변화가 따라올 거라 믿습니다.
강지혜 in 인살롱 ・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