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조직 문화는 무엇이 다를까? <더 라스트 컴퍼니>를 읽고 최근 엔비디아만큼 언급이 많이 되는 기업도 없을 겁니다. AI 시대가 되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기업이고, 시가총액으로 애플, 아마존, MS, 구글 등과 함께 세계 1조 클럽에 가입한 만큼 크기와 영향력 모두 큰 기업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직원 수는 약 3만 명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어 1인당 생산성이 20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단한 기업이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조직문화는 창업가의 선택의 합이다. "젠슨 황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식이 엔비디아만의 특별한 조직문화를 형성했습니다. 엔비디아의 독특한 문화를 이루는 데 ‘젠슨 황’이라는 창업자의 존재가 절대적이었습니다.” 앤드루 응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 AI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앤드루 응의 말처럼 엔비디아의 조직문화는 CEO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젠슨 황은 조직문화에 대한 소신을 한 강연에서 내비친 적이 있습니다. "조직문화의 핵심은 창업자가 내린 선택들의 총합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창업자' 그리고 '선택들의 총합'입니다. 조직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창업자가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직원들도 이를 중시하게 됩니다. 창업자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직원들이 이를 지켜나갑니다. 창업자는 조직문화 밖에 있지 않고, 안에서 같이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또한 조직문화는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실제 '선택(행동)'이 쌓여 이뤄집니다. 한두 번 추구하는 조직문화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보통은 기업 만의 조직문화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일종의 투표 같은 것으로 인식해도 됩니다. 그 사람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듯, 그 기업(혹은 직원이)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알려줍니다. 엔비디아 조직 문화의 핵심: '원 아키텍처(One Architecture)' 엔비디아는 젠슨 황의 철학에 따라 하나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 기업을 '목적 달성'을 위해 '인적 요소'와 '시스템적 요소'가 결합된 형태로 본다면, 엔비디아는 젠슨 황의 '제1원리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에서 시작해, 하드웨어적으로 '원 팀(One Team)' 구조와,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지적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을 추구합니다. 가장 적은 인원으로 최적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두 동일한 이해도를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엔비디아는 가장 중요한 것(미션과 비전)을 중심으로 '하나의 팀'이 되어 '정직한 소통'을 나눌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갑니다. 제1원리 사고 (First Principles Thinking) "제1원리 사고란 일체의 추정을 배제하고, 가장 근본적인 사실이나 물리 법칙에 입각해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전제를 새롭게 세우는 사고 방식을 말한다." 젠슨 황이 직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기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예측을 통해 주목받지 못했던 시간에도 끊임없이 가설을 검증하고 실행했던 데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겁니다. 이런 사고를 중심으로 엔비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빠르게 내놓는 것'을 사업의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빛의 속도(Speed Of Light)처럼 빠르게 제품을 내놓는 회사가 되는 것이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조직 구조'와 '조직문화' 역시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실행을 통한 가설 검증이 가능하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원 팀 (One Team) “그 누구도 보스가 아닙니다. ‘미션’이 보스입니다.” 엔비디아는 조직 전체가 젠슨 황의 비전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물(원 팀)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젠슨 황이 직접 조직 구조를 묘사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구축한 조직은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인 ‘컴퓨팅 스택(Stack)’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컴퓨팅 스택과 비교하면 가장 아랫단에는 설계도(비전)가 있고, 그다음에는 엔비디아의 칩(젠슨 황)이 있습니다. 그 위에 소프트웨어(지적 정직함)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각 모듈(프로젝트 중심의 팀둘)이 있는데, 이 모듈들이 모여 하나(원 팀)를 이루는 것입니다. 여기서 각 프로젝트 팀에는 주 책임자(Pilot In Command, PIC)가 있는데, '원 팀'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각 모듈의 기능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데 가장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가장 적합한 사람이 ‘PIC(주 책임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PIC들을 허브로 삼아 모든 부서와 역할이 연결되어 협업하는 신경망처럼 작동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조직은 구조적으로 장벽 없이 소통하고 연결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젠슨 황과도 직접 소통이 가능합니다. 젠슨 황은 회사의 60여 명의 직원들과 직접 소통한다고 합니다. 보통 CEO가 10명에서 많으면 30명 정도와 소통하는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많은 양입니다. 젠슨 황이 유연한 조직문화를 지향하고 수십 명에게 직접 보고받는 번거로운 일을 자처하는 이유는 단 하나, 불필요한 보고 단계, 즉 위계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철학 덕분에 엔비디아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보다 효율적인 규모를 유지하며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도 한계 없이 소통하고 속도를 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지적 정직함 (intellectual Honesty) “우리에게 지적 정직함이란 ‘자기비판’적인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기업의 리더로서 직원들이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자신이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지적 정직함'은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이자,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원 팀 구조를 갖추고 있어도 진실한 정보가 막힘없이 흐르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조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성공 방정식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지금 시대에는 기존의 생각을 고집하거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다간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생각과 가설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며 검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패나 실수는 자연스러운 상수여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CEO는 항상 옳고, CEO가 한 번 결정하면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제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제1원리에 위배된다면 예외는 없습니다. 매번 우리가 세운 가정이 옳은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합니다. 만약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생각을 바꿉니다." 엔비디아 조직 문화의 위험성 다만, 이런 엔비디아의 조직 문화는 젠슨 황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점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됩니다. 젠슨 황이 직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기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예측을 통해 주목받지 못했던 시간에도 끊임없이 가설을 검증하고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많은 매니저급 실무 회의에 직접 참여해 기술의 세세한 부분까지 함께 토론하기 때문에 날카롭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젠슨 황이 없다면 이런 구조와 문화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줄 수 없다면 엔비디아의 강점인 좋은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인 *'더 라스트 컴퍼니'는 이직이 많은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를 마지막 회사로 삼고 싶다는 직원의 말에 의해 지어졌습니다. 위험이 있기도 하지만, 많은 직원이 만족하는 조직을 만들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조직 문화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①이 문화가 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②이 문화가 직원들의 사기에 도움이 되는지 말입니다. 엔비디아는 조직 문화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측면에서도, 직원의 커리어적 측면에서도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직원들은 PIC가 되어 CEO와 소통하면서 스스로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 분위기가 직원들이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로 남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엔비디아의 조직 문화는 따라 하기 어렵겠지만,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많은 인사이트로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