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미의 소소한 갓생(?) 프로젝트 📌 2단계.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계획 실천 요즘의 이야기 형태는 기승전결이 아닌, 결기승전(?)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유행에 뒤쳐질 수 없는 철부지 30대 후반 여성으로서, 나 또한 이야기에 도치법을 적용해 본다. ▼ 금일 수행 목록과 해당 목록마다 달성률을 보여주는 지표 어떠한가, 내 소소하고 원대한 계획의 2일 차 수행이. 고작 2일 밖에 안 됐지만 이틀이나 해냈다. 열심히 한 당신, 떠나라. 침대로. (+ 아무도 궁금해 하진 않겠지만, 참고로 내 별명은 오리다.) 부록 에이미의 일기 여러가지 기억의 형태가 있다. 누군가 피우는 담배 연기의 형태가 할머니 댁 굴뚝 연기와 닮아 기억에 스친다든가, 어릴 적 내 전부와 다름 없었던 애착 인형의 촉감이 누군가의 살결과 비슷해 기억에 스친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공감할테지만 나에게는 냄새로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다. 단 10분도 안 걸리는 헬스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냄새들이 존재한다. 오늘은 그 중에 누군가가 내가 유달리 잘 기억하고 있는 향수인 데메테르 퍼지네이블을 뿌린 것 같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나에게서 나는 인간적인 향취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이에게선 좋은 냄새만 가득한데 나에게선 유달리 땀냄새, 정수리냄새, 피지냄새 등 좋지 않은 냄새만 가득한 거 같아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향기에 집착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자기혐오와 연민에 빠져있다 찾아낸 것이 데메테르 퍼지네이블 향수였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용량도 크지 않아 소지도 쉽다. 나는 그것을 사서 어디다 뿌렸냐면, 당시 사귀고 있던 남친들이 나를 안으면 항상 내 신체 부위 중 동일한 어딘가에 턱을 괴고 있었음을 기억해내고 그 위치에 향수를 칙칙 뿌리기 시작했다. 그 위치는 오후 세시에 가장 위력이 심하다는 정수리였다. 나름의 축적해온 데이터 속 분석이므로 효과는 대단했다. 그 이후로 사귀던 남친들이 내 정수리에 지들의 코를 파묻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달면서 좋은 냄새가 나냐며 내게 물었지만, 그 시절의 나는 "글쎄? 잘 모르겠는데?" 라며 모른 척 굉장한 내숭을 피워댔다. 아,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랬던 내 자신이 졸라 재수없어서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아무튼,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그 일이 상당히 피곤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때 당시 남자친구들과 새벽을 지새고 나면 향이 사라질텐데 정수리 냄새가 자연스럽게 묻히도록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방금 뿌린 향취라는 걸 숨기기 위해 수많은 방법들을 동원했던 것 같다. 휴지에 향수를 뿌린 채 5초 뒤 정수리에 덮었다가 1분 뒤에 뗀다던가, 정수리에 뿌린 뒤에 머리카락을 막 솎았다가 다시 빗는다던가의 생쇼들을 화장실에서 하고 있자니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그들을 그만큼 사랑하고 있는지, 그에 비해 인간적인 향취가 나는 내 자신을 그렇게나 사랑해줬는지 아주 기본적인 의문들이 머리를 쾅하고 내리쳤다. 그 이후, 정수리에 향수를 여러번 뿌리는 일은 그만 두기 시작했다. 20대부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뿌려댔으면 나는 아마 대머리 독수리가 되어 탈모인들의 대변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 한, 좋은 향기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다. 향기가 좋으면 저절로 몸이 그 쪽으로 향하고, 향에 대한 집착을 전부 다 내려놓지는 못 했다. 내 화장대에는 데메테르 퍼지네이블부터 끌로에, 바이제이로 등의 향수가 화장품 대신 즐비하게 가득 차있단 것이 향기에 대한 집착을 방증하는 바다. 그래도 그 전처럼 내 신체나 내 일상에 위해를 심하게 가하며 향기를 입히진 않는다. 그런 것들보다 향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내 자신을 좀 더 사랑해주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향취가 나더라도 뭐 어때, 사람이면 그럴 수 있지 생각하기로 했다. 위 긴 이야기들은 재택 근무라는 핑계로, 운동 가기 전까지 씻지도 않고 꾀죄죄하게 있었던 오늘의 나를 합리화하고자 쓴 50줄 이상의 문장들이다. 같이 사는 후각이 예민한 고양이들에게 미안하다. 아침은 꼭 먹어야겠는데 공들여 씻으면 아침 먹을 시간이 없어서... 단백질 채우려고 고기 데우려면 시간 걸리니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