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 해를 기억하는 몇 가지 방식
이맘때쯤 가장 자주 쓰이는 표현이 있다면 아마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나온 시절을 생각하면 언제나 신산했던 것처럼 느끼는 게 인지상정 같기도 하고요.
코로나 상황만 보더라도 희망과 암울한 전망이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내년엔 정말 종식되길..바라는 또 한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12월 31일에 해넘이국수(토시코소바)라고 해서 메밀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메밀면의 잘 끊어지는 속성에 빗대 한 해의 액운을 끊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 가늘고 긴 면발에 빗대 장수와 건강을 염원하는 마음을 함께 담아 가족들과 나누어 먹는다고 합니다. 새해엔 코로나도 메밀면 끊기듯 '뚝'하고 잠잠해지면 좋겠습니다.
사실 고백하건대 해넘이국수 이야기는 사실...새해의 전망과 계획을 세워보기 전에 한 해를 먼저 되돌아 보다가 꺼내게 되었습니다.
인살롱백반이라고 타이틀을 내걸고 12편의 글을 쓰는 동안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적절히 담아 녹여낸 글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끼적이는 잡문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끼워 넣어 보았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제 글쓰기 실력을 미처 가늠하지 못하고 시작부터 오바 한 것 같아 제 글을 읽는 분들께 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어정쩡한 메밀면 끊고 년에는 좀 더 나은 글을 써 보겠다고 다짐 해봅니다.
메밀면 끊고 새로운 한 해의 기원을 말하기 전에, 그러나 아직 2021년이 다 지나가지 않았으므로...이번 연재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방식에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올해의 모먼트
먼저 이야기 드리고 싶은 방식은 사실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저희 회사 상사분이 매년 팀원들과 한 해를 기억하던 방식에 관한 소개입니다. 매년 이 활동을 할 때는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이제 더는 같은 팀에서 일하는 관계도 아니고 제 위치와 소속도 바뀌고 보니) 그만큼 의미있는 연말 이벤트도 없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먼저 팀원의 숫자에 따라서 적절히 월별 혹은 분기별로 팀을 나눕니다. 그리고 난 후 팀원들에게 일정한 시간을 주고 해당 시점에 일어난 사건들을 나열하도록 합니다. 이때 팀원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된 사진들을 참고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의 업무 혹은 개인 캘린더를 되돌아 보며 팀원들과 함께 나누고 추억할만한 일들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팀원의 생일이어도 좋고, 특별한 사건(?)도 좋고요. 신기하게도 특별히 제약을 두지 않았는데,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혹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일들을 열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난'보다는 '다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난 후에 시간순서에 따라 팀별 발표/공유를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때 다른 참가자들은 특별히 보태거나 뺄 이야기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올해의 베스트
다음으로 이야기 드리고 싶은 방식은 지인으로부터 우연한 계기에 추천을 받아 시작한 개인적인 방식에 관한 소개입니다.
벌써 올해로 십주년을 맞아 이제는 나름의 권위를 갖추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제 자신만의 '올해의 베스트 어워드'입니다.
각 방송국이 앞다퉈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상식과 비슷한데요, 룰은 '베스트'를 선택하면서 가능한 좋았던 기억을 상기하는 목적이 크고 다른 하나는 전년도와 동일한 시상 내역도 있지만 '창의력'을 발휘해도 좋다는 것 정도입니다. 이를테면, 올 한해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던 때라고 해도 '베스트 의술인'상을 만들어 치료와 병구완에 도움을 준 의료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이 가능한 긍정기제를 발동시키는 것입니다. 올해의 여행지, 올해의 데이트, 올해의 친구/인물, 올해의 술자리, 올해의 식당....그저 마음 가는대로 만들기 나름입니다.
이렇게 한 해의 베스트들을 떠올리느라 몇 시간 혹은 한나절쯤 보내고 나면, 그야말로 지나간 한 해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도 들고...무엇보다 떠올리고 챙겨야 할 사람 혹은 관계들에 대해서 돌이켜 보고 또 그 돌이켜봄이 어떤때는 앞으로 나아갈 힘과 의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퍼포먼스 리뷰
지난 5월을 맞아 May I ask you to review your resume? 연재때 말씀 드린 내용을 재차 언급합니다. 연말연시가 분위기나 상황 혹은 기분에 둥둥 떠 다니기 좋은 시기인 것은 맞습니다만, 이럴때 하룻저녁쯤 혼자 시간 내서 나의 퍼포먼스를 되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도 제안 해봅니다. 뭐 사실 되돌아 보다 보면 내년도 계획이 좀 나오기도 하고요.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고, 일이 주는 의미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얼마나 어떤 일을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정도는 다를지언정 누구나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러다 보니 FIRE (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 Early)를 표방하면서 재테크에 관심 갖는 분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경력을 스스로 가꾸는 것만큼 확실한 재테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Retire Early 를 하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커리어에 궤적을 보고 궤도를 수정하든 보완하든 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어디서 주워 듣기론, 새하얀 국물과 새하얀 떡을 먹으며 깨끗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떡국 드시기 전에 남은 2021년의 하루가 모쪼록 의미있게 쓰여지기를, 그리고 여러분들의 2022년에는 삶의 의미와 재미가 가득한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인살롱백반 열 두번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 동안 이 허섭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함께 전합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30 로봇 스타트업, 클로봇 HR의 First Step, 채용
처음 클로봇에 입사할 때, 30명 남짓했던 회사는 어느새 70명의 구성원으로 가득 찼으며 곧 1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HR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단계에서 First Step으로 시작하게 된 채용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첫 HR 담당자로서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온 이슈들과 그리고 그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씩, 그러나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Robot makes better life클로봇은 ‘로봇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슬로건 아래, 누구나 빠르고 편리하게 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로봇과 솔루션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는 로보틱스 스타트업 입니다.제조 물류 로봇, 의료 분야 서비스 로봇, F&B 배송 로봇, 자율주행 솔루션 등, 다양한 사업의 확장만큼 조직도 그리고 함께하는 인력에 대한 중요성도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클로봇의 채용 프로세스를 소개시켜드리자면 크게 7단계로 이야기할수 있습니다.먼저, 클로봇에서는 연초 사업계획과 함께 팀별 인력 계획 스케줄이 나옵니다. 이 스케쥴에 따라 상세 JD를 바탕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됩니다. 채용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여러 지원자분들과 다양한 전형과 과정을 통과해 나가길 기대하지만, 새로운 4차산업인 로봇 그리고 스타트업의 관심만큼 실제 지원하는 지원자분들은 매우 적습니다.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인재 Pool 부족을 해결하고 인재 Pool을 확보를 위해서 원티드, 노션 등의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 채용 공고를 포스트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사내 포털 사이트, 협업 툴에 관련 내용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HR과 해당 채용 팀이 인재를 직접 검색하고 헤드헌팅사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가장 믿을 만한 추천자인 사내 직원들이 직접 추천하는 직원추천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인 서류 전형에서는 확보된 지원자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등을 바탕으로 면접 대상자분들은 검토합니다. 서류 검토 후에는 1차 면접인 실무진 면접이 진행됩니다. 1차 실무진 면접에서는 팀장을 비롯해서 소속 팀 동료과 타팀 동료들이 참여하며 최소 4명에서 최대 6명의 면접관이 참여합니다.종종 많은 면접관 인원에 놀라는 지원자분들도 계시곤 하지만, 업무를 함께 할 동료, 새로운 구성원을 만나는 단계인 만큼, 직원들의 다양한 질문과 열띤 관심으로 지원자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자 합니다.1차 면접 후에 2차 임원 면접을 진행하며 2차 면접에서는 부문장 및 대표 이사님께서 참여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HR담당자인 저는 모든 면접에는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면접에 참여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내야하는데요. 그러나 면접에 직접 참여하면서 처음 생소했던 로봇 개발자, 로봇 서비스 기획자 등을 회사 전체 직무에 대해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특히 각 팀장님들이 채용하는 직무 담당자 그리고 신규 입사자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역량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직무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해당 직원의 역할과 기대수준, 그리고 역량 개발의 방향을 이해하는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또 면접을 직접 참여함으로서 최종 입사를 결정하는 과정의 합의를 이루어 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과정과 의견을 듣고 전달하기보다 함께 참여하여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가끔 채용을 진행할 때는 해당 팀의 신입사원 또는 인턴 같이 주니어분들도 함께 참여하여 팀장님이나 다른 선배 직원분들이 질문하는 내용을 듣고 그 과정에서 기대하고 요구되는 역량을 배우며 유익한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이렇게 각 면접이 진행될 때마다 모든 면접관 분들은 면접 결과서를 작성하게 됩니다.면접결과서는 면접관 개개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작성할수 있게 하며, 동시에 공통된 평가기준을 설정하여 공통된 기준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활용되고 있습니다.5가지 평가기준은 Intelligence, Expertise, Potential/Growth Mind-set, Leadership, Cultural Fit 으로 채용하는 직원의 기대수준과 Level에 따라 각 항목별로 추구하는 지표를 다르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내부적으로 동일한 가치와 기준으로 채용을 진행하기 위하여 핵심가치를 바탕으로한 클로봇 채용 가이드를 작성하여 면접관분들 및 전사에 공지하고 있습니다.동시에 해당 내용을 사내 프로세스로 규정하여, 단계별 운영안과 역할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클로봇 채용 가이드와 프로세스는 참여하는 직원과 지원자 그리고 신규입사자의 의견을 받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채용을 진행하며 지원자 및 신규입사자의 의견을 많이 듣게 됩니다.이러한 과정에서 채용에는 단지 내부 프로세스 뿐만 아니라 외부 브랜딩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듣고 깨달았습니다.좋은 채용 프로세스와 멋진 클로봇이라는 회사가 있더라도 지원자들이 알지 못하면 프로세스를 진행하기도 클로봇이 성장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해 채용 브랜딩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다양한 회사의 활동과 기업문화를 Notion과 Youtube,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페이스북, 링크드인에서도 공유하고 있습니다.특히 클로봇 Notion을 제작하여 클로봇의 역사와 비즈니스 활동을 비롯하여 채용 공고, 상세 JD와 진행한 상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짧은 글이나 사진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클로봇 기업문화를 인턴들이 직접 매달 작성하는 인턴일기와 각 직무별 담당자들의 직무 소개 영상으로 제작하여 회사의 문화를 비롯하여 가장 큰 자랑인 구성원들을 소개하고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용은 클로봇 HR의 시작점입니다.채용을 진행하고 프로세스를 만들면서 단순히 평가 기준, 양식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기준을 만들기 위해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가이드와 기준을 세우게 되었습니다.또한 브랜딩을 위해 회사의 기업문화와 Character 대해 생각하며, 동시에 온보딩과 리텐션, 더욱이 직원의 Development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클로봇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가장 심플하고 공통된 기준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프로세스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습니다.향후, 더 전략적인 프로세스 확립을 위해 프로세스 Data확보와 관리를 바탕으로채용과 연계하여 보상, 평가, 교육 등 HR전반에 대한 프로세스를 운영,확대할 예정입니다. 이제 첫 발을 디딘 First Step으로 올라가야 할 단계가 아직 많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그 과정에서 함께하게 되는 클로봇의 가치와 인재, 그리고 HR이 더 단단히 자리잡을 거라 기대합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27 초기 스타트업의 고난 극복기 [레드브릭형 인재를 채용하기 위하여]
레드브릭의 (재)탄생
‘사명까지 바꿨다구요?’
맞습니다. 채용을 고민하다 사명을 바꿨습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우리다움이 뭘까’ 고민하다보니 사명까지 바꾸게 되었습니다.
2021년 초 시리즈A를 달성하며 성장을 위해 대규모 인재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일손이 급하니 빨리 채용하는 데 집중했죠.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채용 과정은 결국 리텐션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아마 초기 스타트업 동료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아요. ‘성장하기에도 급하고 일손도 부족한데 우리 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건 사치 아닐까?’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채용과 리텐션 실패를 경험하며 깨달았습니다.
‘우리다움이 먼저구나!’
그래서 조직의 정체성 재정의부터 시작했습니다. 채용과 리텐션이 성공하려면 ‘우리가 어떤 조직인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정체성부터 제대로 정리가 되어야한다는 걸 뼈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초기 조직의 채용 브랜딩과 조직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누틸드와 함께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했습니다. 3개월 간 치열한 고민 끝에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우리만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레드브릭’이라는 새로운 사명이 탄생했습니다.
레드브릭의 고난 극복기
여러분이 레드브릭의 인사 담당자 A씨라면
어느날 조직의 사명이 바뀌고 미션과 핵심가치가 생겼다면
이제 뭐부터 해야할까요?
저희는 다시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채용 관련 서베이 결과 ‘정보가 부족해요’라는 답변이, 조직에 대한 인터뷰 결과 ‘소통이 부족해요’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목소리들을 통해 저희 조직이 얼마나 지원자에게 불친절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내부적으로 우리 조직의 미션과 핵심가치, 행동원칙을 공유한 경험이 없었기에 구성원들이 소통의 단절과 답답함을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목소리를 해소하고자 아래와 같은 목표를 세웠습니다.
레드브릭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첫째, 지원자가 채용부터 온보딩까지 일관되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들자
둘째, 내재화 및 전파하여 레드브릭 Maker로 거듭나자
2.1 레드브릭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지원자가 채용부터 온보딩까지 일관되게 경험할 수 있게 만들자
이 목표를 위해 우리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지원자 친화적인 채용 블로그와 공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요?
저희는 아래의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하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공고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포지션 마다 명확한 답이 나올 때까지 묻고 또 묻습니다.
‘레드브릭의 지원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지원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가?’
‘레드브릭만 줄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은 무엇일까?’
우리 고객인 지원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레드브릭다운 채용’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고민하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채용 블로그 버전 2.0을 제작해 배포했고, 레드브릭만의 차별화된 채용 경험을 지원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누틸드와 두번째 프로젝트를 하며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2.2 레드브릭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내재화 및 전파하여 레드브릭 Maker로 거듭나자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레드브릭의 핵심 인재인 Maker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기대하고 일부 경험했던 Maker 정신을 입사 후에도 동일하게 경험하려면, 우리 구성원부터 Maker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미션과 핵심가치를 내재화화 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조직 내부 단절 또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주 ‘칭찬합시다 이벤트’를 통해 레드브릭의 핵심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동료의 사연을 공유하며 내재화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에 진행한 온라인 연말행사 ‘2021 Maker’s Day’에서는 레드브릭 3D 스튜디오를 활용해 자신만의 월드를 만드는 ‘Maker Challenge’를 진행하며 Maker 정신을 공유했습니다. 또 10년 뒤 레드브릭의 모습 상상하기, 핵심가치 기반 자기자랑하기 등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레드브릭 문화를 함께 나눴습니다.
레드브릭의 다음 목표
저희 조직의 고군분투를 좋은 사례로 봐주시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드브릭은 앞으로도 우리 조직의 미션과 핵심가치에 적합한 채용인지, 적합한 행동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개선해나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5년, 10년 후 레드브릭이 더욱 성장하여 성공적인 조직의 대표 사례로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Maker 정신을 잃지 않고 성장해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27 HR의 새로운 패러다임 : 조직의 성과는 구성원 운명의 합-찾아온 손님대접을 잘 해야 한다
HR을 20여년간 해 오면서 저는 사람들을 모아서 사업을 만들어 내는 특수한 영역의 HR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투자회사의 Value Creator로 HR과 전략의 중간 영역에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신사업 영역으로 진출할 때 어떤 회사를 M&A 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저는 좋은 인재를 모아서 진출해 성공하는 경험을 여러 번 해 보았습니다. 그 사업을 이끌 수 있는 분들을 채용하여 조직화시키는 것을 돕고, 그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사업 성공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많은 분들은 전략계획 같은 것을 먼저 세우고 사람을 뽑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인재가 와서 사업계획을 세우고 신사업영역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실제 사례를 소개해 드리면, 한 사업분야의 전문가들을 소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분야 인력은 많이 귀해서 확보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후배가 찾아 왔습니다. 자신의 회사가 얼굴인식, 환경인식 AI분야에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사업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구요. 그래서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알려 주었는데, 그 회사 대표님께서 좋아하셔서 같이 만나 여러가지 조언도 드리고, 논의도 드리면서 친분을 맺게 되었습니다.그러다가 그 대표님이 제가 구하던 사업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전문가 추천을 부탁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전문가 한 분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바로 그 전문가 분이 일하는 곳 근처로 찾아가서 티미팅을 진행했습니다. 대화를 나누어 보니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자신은 어떤 사업을 해 보고 싶다면서 취업과 창업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사업 내용을 잘 들어 보니 정말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때 항상 고민이 됩니다. 전문가를 뽑는 주어진 틀에서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신사업주제를 회사에 소개하여 신사업을 하도록 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지요.여러분은 어떻게 판단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음... 이 분이 최고의 전문가이자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 나와 이렇게 만나는 인연이 된 것은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작은 견해로 재단하지 말고, 이 분의 아이템을 경영진께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있는데 이 분은 아직 그 기회를 얻지 못한 것 같다. 그 기회를 우리 회사에서 얻게 하여 회사와 개인 모두 Win-Win하게 하자.'결국 이 분의 사업구상을 경영진께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드렸고, 경영진도 공감하셔서 신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플랫폼 서비스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습니다.그런데 신기한 것은 회사가 추구하는 빅데이터/AI 분야의 사업을 이 전문가분을 소개한 회사 대표님과 함께 해 나가게 되었고, 결국 해당 회사에 대한 투자까지 이루어져 함께 공동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전혀 연관성이 없는 하나의 계기가 2개의 사업을 만들게 된 것이지요. HR을 하다 보니 자꾸만 운명이라는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실제 여러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데 기여하다 느끼게 된 점은, 전략계획서를 써서 성공한다기 보다는 작은 만남, 우연한 기회 등에서 성공의 계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 입니다.그래서 저는 후배 분들께 HR의 역할 중에 하나가 회사로 찾아온 손님대접을 잘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회사로 찾아온 손님을 잘 대접하면 정말 좋은 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있는 열린 마음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자신의 작은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면 손님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예기획사에서 문전박대 했던 사람이 최고이 연예인이 되는 경우와 같은 것이지요.이런 경험 들을 하다 보니 열심히 한 사람들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인생의 원리가 맞다는 확신이 좀 더 생겼습니다. 보통 인재를 확보할 때, 그 분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를 보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는지를 확인해 봅니다. 저는 보상을 받은 분들은 좀 더 세심히 살펴 보고, 보상을 받지 못했던 분들을 우선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보상을 받은 분들은 이미 그 노력의 결실을 가져간 상황이라 연타석 홈런을 때리는 것이 가능한지를 냉정히 살펴 보는 것이 필요하고, 반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분들은 제가 기여하고 있는 조직에서 그 기회를 얻도록 도우면 일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조직에서는 이와 반대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깨달음이 왔습니다.조직의 성과는 구성원 운명의 합구성원의 운명이 합의 시너지가 나도록 돕는 것이 HR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 ) 작용을 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한 사업을 리딩하시는 분을 모셨습니다. 회사가 하지 않던 사업분야였는데 열정과 확신이 있는 분이었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모습을 보고, 회사 경영진에게 소개하여 그 리더 분이 회사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준비했던 일이 자꾸만 어긋나고 틀어지는 것입니다. 그 사업을 지켜 보던 다른 조직의 구성원들의 냉소와 비판도 많았습니다. 일의 성사가 오랫동안 안 되자 믿어 주던 경영진도 걱정을 하던 상황이었습니다.그 리더분은 회사를 떠날 고민까지 하며 저에게 답답함을 호소하여, 티미팅, 식사 등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 때 리더 분에게 드린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그 동안 열심히 살아 오셨고, 회사에 오셔서도 열심히 하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물을 파다가 보면 언제 물이 나올지 모르잖아요. 조금만 더 버티면서 기다리시면 반드시 물이 나올 것이니 힘내세요. 저는 투입에는 결과가 있다는 인과법칙을 믿습니다.'그 뒤에도 계속 힘들어 하였는데, 버티도록 계속 도와주며 필요한 코칭을 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1조원이 넘는 대형프로젝트의 한 영역을 담당하게 되어, 수백억원의 수주가 성사되었습니다. 그리고 1개월도 되지 않아 백억대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수주하고, 연말에는 수십억 대의 프로젝트를 한번 더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리더 분에 대한 회사와 주변의 평가는 180도 바뀌게 되었지요.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투입을 하고 있다면, 그 성과가 나올 때까지 버티게 도와주는 것도 HR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마케팅, 영업, 투자유치, HR을 동시에 하며 스타트업을 성공시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래의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데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저나 주변에 『맹자』에 나오는 고통극복에 대한 문구를 자주 공유 드립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 그 힘줄과 뼈를괴롭게 하며,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궁핍하게 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어긋나게 하며 마음을 동하게 하여 성격을 참게 함으로써 그가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함이다.
주변에서 저에게 HR에서 어떻게 신사업을 발굴하고 성공시킬 수 있느냐고 자주 묻습니다. 비즈니스나 전략적인 공부를 많이 했냐고 묻기도 합니다. 이럴 때 다음과 같이 말씀을 드립니다."조직에는 항상 좋은 손님이 찾아 옵니다. 그 손님을 잘 대접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소견으로 재단하여 내 쫓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HR은 손님 접대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이 글을 읽으시는 HR 동료 분들께서도 손님접대를 잘 하고 계신지요?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29 영원에 새겨진 겨울 바다 - 삶의 도약을 선언하는 의식
중요한 날이 밝았다. 준비는 전날 밤에 마쳤다. 우리는 정시에 만났고 예정한 시각에 출발했다. 날씨를 제외하면 차질은 없었다. 새벽하늘에서 작은 우박이 떨어지더니 날이 밝으면서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흩날리는 물방울 알갱이가 차장에 붙여 시야를 가렸다. 와이퍼로 닦았더니 워셔액마저 얼어붙어 시야가 더욱 고약해졌다.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었다. 앞을 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야는 조금 흐려졌지만, 마음이 맑고 밝았다.출발할 때 온도는 영하 4도였다. 태백산맥을 넘어 영동 지방에 들어서니, 마법처럼 날씨가 맑아졌다. 잿빛 세상은 사라졌다.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어느새 태양마저 나타나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양양 나들목에 접어들 무렵엔 기온도 영상으로 올라 있었다. 양양에는 수려하고 깨끗한 해안들이 많다. 파도가 드세어 서핑으로도 유명하다.두 시간 반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진 한적한 해변이다. 식사와 커피를 마시고 오는 사이, 태양은 어느새 드높은 중천까지 솟아 있었다. 우리는 파도가 치는 해안가에 섰다. 내가 미리 선택했던 곳이다. 기준은 두 가지였다. 무엇보다 한적할 것 그리고 의미 있는 지역일 것! 물론 의미 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지만, 의미가 없으면 아쉽고 허전하다. 때론 화가 난다. 생각해 보라. 무의미한 시간, 무의미한 공간을!여행 전, 나는 해수욕장 별로 여름철 피서객 숫자를 비교했다. 지도를 보면서 주변 상가도 검색했다. 선택은 주효했다. 적막했고 아름다운 해안이었다. 여름철엔 해수욕장으로 변신해 피서객을 제법 불렀을 테지만, 한겨울 바닷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드문드문 두어 명이 오긴 했지만, 겨울 바닷바람에 이내 돌아갔다. 우리와 풍광만 남았다. 청랭한 바람을 타고 해안을 덮쳐대는 파도, 점점이 떠돌며 푸른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 뭍 가엔 눈으로 해안가엔 모래로 뒤덮인 길고 긴 백사장!이제 실행만이 남았다. 우리는 한 사람씩 바다에 뛰어들었다. 어떤 이는 발만, 어떤 이는 무릎까지 담궜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였다. 나는 외투를 벗었다. 셔츠와 바지마저 벗자마자 바다로 뛰어들어갔다. 집에서부터 입고 왔던 짧고 검은 핫팬츠를 입고서 머리까지 완전히 바닷속으로 입수했다. 바다 밖에서 볼 때는 거친 파도가 조금 두렵기도 했는데, 파도 속으로 뛰어든 바다의 내부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잠깐이나마 잠영을 하려 했지만, 이내 물 밖으로 나왔다.숨을 참고 있기가 힘들었다. 잠시 얼굴을 내어 호흡을 가다듬다가 다시 입수했다.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해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열까지 헤아리며 숨과 추위를 참아내고 싶었지만, 이내 바다 밖으로 머리를 내었다. 역시나 숨이 문제였다.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온몸이 차가워서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던 게 원인이었다. 나도 모르게 바닷물에서 빠져나와 해변을 달렸다. 차오르는 숨도 문제지만, 더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겠더라.몸을 담그는 의식, 침례(浸禮)는 그렇게 순식간에 끝났다. 침례는 기독교에서 행하는 의식이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이 특별한 의식에 깃든 함의는 종교의 본질뿐만 아니라 삶과 변화의 정수를 일깨운다. 그 일깨움에 다가서기 위해 잠시 침례의 형식과 의미를 들여다본다.침례(浸禮)를 한자어 뜻대로 풀이하면, 물속에 잠기는 의식이다. 영어의 baptism을 세례 또는 침례로 옮겼다. (baptism은 그리스어에서 왔는데, 원어도 물에 잠긴다는 뜻이다.) 세례는 씻을 세(洗), 침례는 잠길 침(寖) 자를 쓴다. 세례는 머리에 물을 세 번 끼얹음으로 진행되고, 침례는 몸을 전부 담갔다가 나온다. 세례라고 옮긴 교단은 죄를 씻는다는 개념에, 침례라고 옮긴 교단에서는 뭍으로 올라올 때의 새로운 삶에 방점을 둔다. 강조점이 다를 뿐 거듭남이라는 의례의 상징은 같다.세례는 자신의 옛 자아(습관, 믿음, 가치)가 죽고 거듭난 자아가 신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시작되었음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요컨대 옛 자아의 죽음, 새로운 자아의 탄생, 신과의 연합을 의미한다. 세례의 세 가지 의미는 삶의 도약과 변화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면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아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아간다면 지금까지 얻었던 것들만 얻게 될 것이다.비전에 걸맞은 모습으로 일상을 재편해야 한다. 어떻게? 1) 타성에 젖은 습관을 내던지고, 2) 삶의 양식을 새롭게 구축하여 3) 새로운 여정은 신과 함께 나아갈 것! (혹시 ‘신’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든다면 신념, 이상, 가치관, 태도, 습관 등으로 바꿔 불러도 좋다.) 신을 믿는 과정에서도, 삶을 혁신하는 과정에서도 세례는 가치 있는 의식이다. 믿음을 갖도록 돕고, 변화를 추동하도록 이끈다. 무림의 고수를 찾아가면 3년 동안 물동이를 지는데, 인내의 과정일 뿐만 아니라 옛 삶과 결별하고 새 삶으로 진입하는 상징이기도 할 것이다.의식은 오래전부터 인간 정신의 성장을 도왔다. 고대문화의 성인식은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었다. 조지프 캠벨이 전한 호주 원주민 사회에서, 부족의 남자들은 성인식의 주인공이 된 소년을 풀숲 뒤로 격리한다. 그 날밤, 숲 건너편에서 여러 가지 의식이 거행된다. 소년이 몰래 구경하면 신체적인 형벌을 받는다. (실제로 죽이기도 하는데, 우리에겐 충격적으로 들리지만, 그들에겐 비행 소년을 막는 하나의 길이란다.)얼마 후에는 소년에게 의식을 목격할 시간이 주어지는데, 캥거루 분장을 한 성인과 개 분장을 한 성인이 소년에게 공격적으로 덤벼든다. 공포감 형성은 공연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이러한 의식의 목적은 소년의 가슴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미지 대신 부족의 조상 이미지를 새기는 것이다. 아이는 의식을 치르기 전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몸도 마음도 달라진다. 부모에게 의존하던 존재에서 공동체의 책임감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의식(ritual)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자신의 신화를 찾아 나선 이에겐 특히 중요하다. 신화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캠벨의 표현을 빌자면 “여러분의 꿈을 글로 적어 보라.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신화다.” 지금 당장 진실한 신화 하나를 가져라. 신화를 품는 적기는 없다. 오늘부터 꿈을 적으면 그만이다. 자기를 전율시키는 신화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을 전율시키는 인생을 산다. 정확하게는 ‘신화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신화를 이룬 사람’이 그렇다.의식의 가치는 신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화를 품었다면, 지금까지의 삶과 결별하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조해야 하니까! 성스러운 의식은 결별과 창조를 돕는다. 이번 양양 여행도 결별과 창조를 추동할 의식을 거행하기 위함이었다. 의식을 함께 했던 벗들도 개와 캥거루 복장보다는 바다 여행을 좋아했을 것이다. 내 안의 깊은 내면과 저 높은 하늘로부터 추동력을 얻고 싶었는데, 원하는 바를 적시에 얻었다. 희열을 느낀 하루였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