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가장 자주 쓰이는 표현이 있다면 아마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나온 시절을 생각하면 언제나 신산했던 것처럼 느끼는 게 인지상정 같기도 하고요. 코로나 상황만 보더라도 희망과 암울한 전망이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내년엔 정말 종식되길..바라는 또 한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12월 31일에 해넘이국수(토시코소바)라고 해서 메밀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메밀면의 잘 끊어지는 속성에 빗대 한 해의 액운을 끊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 가늘고 긴 면발에 빗대 장수와 건강을 염원하는 마음을 함께 담아 가족들과 나누어 먹는다고 합니다. 새해엔 코로나도 메밀면 끊기듯 '뚝'하고 잠잠해지면 좋겠습니다. 사실 고백하건대 해넘이국수 이야기는 사실...새해의 전망과 계획을 세워보기 전에 한 해를 먼저 되돌아 보다가 꺼내게 되었습니다. 인살롱백반이라고 타이틀을 내걸고 12편의 글을 쓰는 동안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적절히 담아 녹여낸 글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끼적이는 잡문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끼워 넣어 보았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제 글쓰기 실력을 미처 가늠하지 못하고 시작부터 오바 한 것 같아 제 글을 읽는 분들께 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어정쩡한 메밀면 끊고 년에는 좀 더 나은 글을 써 보겠다고 다짐 해봅니다. 메밀면 끊고 새로운 한 해의 기원을 말하기 전에, 그러나 아직 2021년이 다 지나가지 않았으므로...이번 연재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방식에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올해의 모먼트 먼저 이야기 드리고 싶은 방식은 사실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저희 회사 상사분이 매년 팀원들과 한 해를 기억하던 방식에 관한 소개입니다. 매년 이 활동을 할 때는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이제 더는 같은 팀에서 일하는 관계도 아니고 제 위치와 소속도 바뀌고 보니) 그만큼 의미있는 연말 이벤트도 없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먼저 팀원의 숫자에 따라서 적절히 월별 혹은 분기별로 팀을 나눕니다. 그리고 난 후 팀원들에게 일정한 시간을 주고 해당 시점에 일어난 사건들을 나열하도록 합니다. 이때 팀원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된 사진들을 참고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의 업무 혹은 개인 캘린더를 되돌아 보며 팀원들과 함께 나누고 추억할만한 일들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팀원의 생일이어도 좋고, 특별한 사건(?)도 좋고요. 신기하게도 특별히 제약을 두지 않았는데, 지난 몇 년 간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혹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일들을 열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난'보다는 '다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난 후에 시간순서에 따라 팀별 발표/공유를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때 다른 참가자들은 특별히 보태거나 뺄 이야기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올해의 베스트 다음으로 이야기 드리고 싶은 방식은 지인으로부터 우연한 계기에 추천을 받아 시작한 개인적인 방식에 관한 소개입니다. 벌써 올해로 십주년을 맞아 이제는 나름의 권위를 갖추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제 자신만의 '올해의 베스트 어워드'입니다. 각 방송국이 앞다퉈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상식과 비슷한데요, 룰은 '베스트'를 선택하면서 가능한 좋았던 기억을 상기하는 목적이 크고 다른 하나는 전년도와 동일한 시상 내역도 있지만 '창의력'을 발휘해도 좋다는 것 정도입니다. 이를테면, 올 한해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자주 드나들었던 때라고 해도 '베스트 의술인'상을 만들어 치료와 병구완에 도움을 준 의료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이 가능한 긍정기제를 발동시키는 것입니다. 올해의 여행지, 올해의 데이트, 올해의 친구/인물, 올해의 술자리, 올해의 식당....그저 마음 가는대로 만들기 나름입니다. 이렇게 한 해의 베스트들을 떠올리느라 몇 시간 혹은 한나절쯤 보내고 나면, 그야말로 지나간 한 해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도 들고...무엇보다 떠올리고 챙겨야 할 사람 혹은 관계들에 대해서 돌이켜 보고 또 그 돌이켜봄이 어떤때는 앞으로 나아갈 힘과 의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퍼포먼스 리뷰 지난 5월을 맞아 May I ask you to review your resume? 연재때 말씀 드린 내용을 재차 언급합니다. 연말연시가 분위기나 상황 혹은 기분에 둥둥 떠 다니기 좋은 시기인 것은 맞습니다만, 이럴때 하룻저녁쯤 혼자 시간 내서 나의 퍼포먼스를 되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도 제안 해봅니다. 뭐 사실 되돌아 보다 보면 내년도 계획이 좀 나오기도 하고요.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고, 일이 주는 의미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얼마나 어떤 일을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정도는 다를지언정 누구나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러다 보니 FIRE (Financially Independent, Retire Early)를 표방하면서 재테크에 관심 갖는 분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경력을 스스로 가꾸는 것만큼 확실한 재테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Retire Early 를 하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커리어에 궤적을 보고 궤도를 수정하든 보완하든 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어디서 주워 듣기론, 새하얀 국물과 새하얀 떡을 먹으며 깨끗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떡국 드시기 전에 남은 2021년의 하루가 모쪼록 의미있게 쓰여지기를, 그리고 여러분들의 2022년에는 삶의 의미와 재미가 가득한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 인살롱백반 열 두번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 동안 이 허섭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