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BP의 비즈니스를 이해한 평가제도 도입 이야기
HRBP(Human Resources Business Partner)는 단순한 인사관리를 넘어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이를 인사정책과 제도에 반영하는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사람’만이 아닌 ‘사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이 요구됩니다.
이번 글에서 제가 교원라이프 HRBP로서,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서비스 산업에서 현장 근무자들을 위한 평가제도를 어떻게 기획·설계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조직에 어떤 변화를 이끌었는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장례서비스 산업, 그리고 현장에 대한 이해
장례서비스 산업은 고객 접점에서의 정서적 민감성, 24시간 교대 근무, 감정노동, 예측 불가능한 업무량 등 다른 산업과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장례지도사, 미화직, 관리직 등 직무 간 역할과 책임의 구조가 뚜렷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요구됩니다.
HRBP로서 평가제도를 설계하기에 앞서, 저는 다음과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반영했습니다.
" 우리는 영업도 해야하고, 울고 있는 고객도 응대해야해요."
“평가를 한다곤 알고 있는데 본사에서는 실제로 뭘 보고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열심히 한 사람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어요.”
이러한 현장의 피드백을 통해 형식적인 평가제도가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평가제도 설계의 핵심 고려사항
① 평가 목적
기존에는 공식적인 평가제도 없이, 직무별 공헌도 기반의 N/1 보상 방식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고성과자 동기부여가 어려웠고, 성과 기반 인사관리의 부재로 조직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 이번 제도 설계의 목적은 성과 인식, 역량 개발, 인재 선별, 보상 연계라는 네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② 현장 직무 특성 반영
장례식장 근무자들은 업무 특성상 정량적인 수치보다는 태도, 책임감, 공감력이 더 중요합니다.
→ 각 직무별 직무기술서를 재정비하고, 역할에 따라 성과/역량 평가 비중을 차별화했습니다.
미화 등 단독 수행직무는 역량평가 100%
운영/관리직은 성과 + 역량 혼합형 (예: 60:40)
③ 평가 항목 세분화
형식적인 문항 대신 현장에서 실제로 관찰 가능한 행동 기준을 조직장들과 함께 역량 모델링 워크숍을 통해 정의하였습니다.
④ 피드백 실효성
이번 제도는 평가 자체보다, 그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재 육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결과를 승진제도, 보상 시스템과 연계
1:1 피드백 면담 체계도 병행하여 자기 인식과 개선 기회 제공
3. 셀프·다면평가 도입 – 현장을 연결하는 장치
평가제도 설계 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제도’가 ‘현장’을 이해하고 반영하는가였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의 시도를 더했습니다.
① 셀프 평가
자기 인식을 통한 성찰 기회 제공
구성원 스스로 “내가 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를 돌아볼 수 있게 함
② 다면 평가
같은 직무 1명, 다른 직무 1명을 랜덤으로 매칭
“누가 우수한 사람인지 말로만 듣는 것”에서 벗어나, 정성적 의견을 수치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
다면평가의 부작용(회피, 진정성 부족 등)을 고려하여 평가 점수에는 반영하지 않고 참고자료로만 활용
4. 도입 이후의 변화와 체감
2024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설계한 평가제도를 현장에 도입한 이후, 조직 내에는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① 구성원의 행동 변화
각 항목을 의식하며 일하려는 태도 변화
“나는 이 항목에서 몇 점일까?”를 스스로 묻는 습관 정착
평가가 ‘견제’가 아닌 ‘성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함
② 인사 담당자로서의 실감
평가제도를 도입하며, 수치보다 사람의 변화가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제도를 기획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고, 현장의 문제를 제도로 푸는 과정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조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인사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평가제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재은 in 인살롱 ・ 2025.06.24 '커피챗'과 '면접'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
커피챗, 비어챗, 브런치챗까지 번지는 '챗'의 유행 속에서 다시 보는 커피챗의 본질과 매너
'커피챗', 원래 그런 거 아니었다.
"프로필이 인상 깊어서 연락 드립니다. 커피챗 한 번 하시죠."
요즘 채용 시장과 네트워킹 씬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커피챗'이다.
이제는 커피가 없어도, 오프라인이 아니어도, 단 10분만 대화해도 커피챗이라고 부른다.
커피챗(Coffee Chat)이란 말 그대로 커피와 챗의 합성어로, 비공식 만남을 통해 경직된 분위기와 형식에서 벗어나 부담 없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탐색형 대화였다.
면접도, 제안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탐색적 만남'
덕분에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소통 방식, 성격, 직무 역량, 조직 적합성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잠재적인 채용 풀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커피챗 참여자는 부담 없이 직무, 업계,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현직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으며 궁금증을 해소하고 커리어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커피챗을 통해 향후 커리어 발전에 중요한 네트워킹 자산을 구축할 수도 있다.
즉, 정보 탐색+네트워킹+컬처핏 확인이 핵심이었지.
비공식 면접이나 평가의 장이 아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해졌다. 커피챗=비공식 면접?
"커피챗에 진심으로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불합격 통보 드립니다."
편하게 방문한 그 곳은 불편한 **'면접장'**이었고,
상대방의 질문은 날카로운 **'평가'**였다.
단어는 캐주얼했지만 실상은 면접과 다를 바 없던 '위장 커피챗'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위장 커피챗', 오히려 기업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행위
채용 단계에서 커피챗이 자주 활용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의도적으로 면접 프레임을 숨긴 채 커피챗을 위장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커피챗과 면접의 경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 중에 채용 제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정식 면접 절차 전에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상호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도를 숨긴 채 커피챗을 가장해 일방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면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커피챗이 커피챗 답기 위해서는,
💡목적을 명확히 : 정보 교류인지, 사전 검토인지, 채용 탐색인지
💡부담없는 장소와 일정 :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유연한 일정과 장소 제안하기
💡기본 정보는 제공 : 회사, 포지션 설명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로 소개 먼저
💡주고 받기 : 채용이 목적일지라도 너무 성급하게 본론을 꺼내지 말고 상대방과 질문 주고 받기
💡선 지키기 : 정식 면접이 아니라고 상대방의 개인 정보(혼인여부, 종교, 연봉 등)를 함부로 묻지 않기
💡감사 표시 : 대화가 끝나고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며 관계 유지하기
커피챗은 잘만 활용하면 가장 인간적인 리크루팅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형식만 빌린 채 본질이 빠져있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쩌면 커피챗은 남녀의 소개팅과 같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잘 모른 채 조심스럽게 만남을 제안하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소에서 나와 잘 맞을지 확인하는 시간.
분위기가 좋아지면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깔끔하게 인사하고 헤어지면 그만인 소개팅말이다.
그런데 소개팅 자리에서 갑자기 "결혼식은 지방에서 가능할까요?", "집하고 차는 가지고 계시죠?" 라고 묻는다면 어떨까?
커피챗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진정성 있는 관심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상대방의 시간을 요청하는 만큼, 그 시간 안에서 서로 알아갈 수 있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
잘 준비된 커피챗은 때로는 좋은 동료를, 때로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낸다.
리크루터가 '커피챗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서유진 in 인살롱 ・ 2025.06.30 Recruiter(리크루터)는 HR일까요? 영업직일까요?
리크루터는 HR일까요? 영업직일까요? 아니면 HR+영업직일까요?
지난 10년동안 비즈니스의 생태계가 스타트업 기반의 회사로 파생되는 비즈니스가 발전하고, Tech직군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회사에 필요한 인재영입이라는 과정이 영입전쟁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매우 치열해졌습니다.
이런 변화속에서 기업도 이제는 먼저 적합한 후보자들을 찾고, 포지션을 제안하고, 영입해야하는 채용의 앞단의 업무에 좀 더 포커싱되어 일하는 리크루터 직무에 대한 니즈가 커졌습니다.
그만큼 리크루터 라는 채용담당자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채용담당자 역할도 소서 / 코디네이터 / 리크루터 등 세부직무로 나뉘어서 운영하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지금도 리크루터 또는 채용담당자 포지션을 채용하면 적합자와 상관없이 상당히 많은 지원자, 타 포지션 대비해서도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직무가 되었습니다.
리크루터가 HR인가, 영업직인가의 질문에 정답은 없겠지만은, 앞으로 본인의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의 팔려는 상품(포지션)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여, 최대한 많은 후보자들에게 해당 상품(포지션)을 알리고, 최대한 많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받아내는 점, 그리고 가장 적합해 보이는 사람에게 해당 포지션을 파는(채용) 관점에서는 영업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흔히 [다이렉트소싱] 이라는 업무를 잘하는 법, 상품판매를 위해 대시보드를 관리하고, 채용리드타임을 줄이는 점에 있어서는 영업직이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다만 내가 영업직이 아닌 HR담당자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수행하고자 한다면, 향후 나의 커리어를 좀 더 제너럴한 관점에서 인사기획, C&B까지도 확장을 하고자 한다면 추가적인 관점에서 나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분들도 아시겠지만, 인하우스 리크루터 역시도 회사의 구성원이다보니 회사에서 정한 KPI에 맞춰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주 몇회 이상의 콜드콜, 주 몇개 이상의 유의미한 이력서 현업 전달, 주 몇개 이상의 제안메일 발송, 일정기간 내 리드타임 준수 등의 요구사항들이 있으니까요.
A라는 포지션을 채용진행에 있어서 위의 요구사항들에 맞춰서 일을 하다보면
해당 포지션의 수행업무 워딩, 필요Skill, 요구년차 등을 요즘은 너무나도 편하게 서치할 수 있는 시장의 채용 플랫폼(원티드, 리멤버, 링크드인 등등)에 입력하고 검색되어 나오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메일을 보내서 응답오는 사람들에 한하여 포지션 설명을 한다던가, 아니면 검색되어 나오는 사람들 중에 이력이 좀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나름의 1차 필터링)에게 메일을 보내서 응답오는 사람들에 한하여 기본적인 포지션 설명, 이력서 받아내기, 현업전달 등의 업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빠른 업무속도 또는 귀차니즘(?)등의 이유로요.
다만 내가 영업직이 아닌, HR담당자로 업무수행을 한다고하면, 리크루터 업무를 담당하면서 위의 과정에서의 Skill-up부분과는 별개로 다른 관점에서도 업무 폭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기반의 회사들과 대기업을 포함하여 채용의 시작단계에서 흔히들 겪는 아래와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님이랑 혹은 임원분이랑 이야기했어요. A 포지션 채용하기로 했어요. JD여기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채용을 진행하고 단순 공고 등록, 후보자서칭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포지션이 정말 채용이 필요한가?
현업팀에서는 어떤 프로젝트/어떤 업무/어떤 상황이길래 채용이 필요한가?
반드시 채용을 해야 되는 상황인가? 단순 퇴사자가 발생->채용이 아니라 실제 해당 팀의 업무량과 현 인원대비 채용이 유의미한가?
추가 신규채용건이라고 하면, 어떤 업무/프로젝트를 위해 현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후보자가 필요한가?
새로운 프로젝트와 업무 때문이라면, 기존 인력 중에서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사람이 정말 없는가? 기존 인력들의 업무범위와 업무량은 어느정도 수준인가?
실제 채용을 하지 않고, 일부 인원의 업무조정/추가 업무부여를 통해 신규채용보다는 채용리소스/인건비 등을 줄일 방안이 있는가?
위의 내용 중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다면 현업팀장/임원과 어떤식으로 나의 생각을 공감을 얻어낼 것인가?
채용을 해야 한다면 현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현재 상황에 맞는 적합한 인력인가?
ㄴ 신규채용에 대한 니즈+요구역량+상황이 리쿠루터 본인의 생각이 공감이 되는 부분인가?
팀 상황 또는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채용시장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하고 빠른 채용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과정은 채용 진행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선행되는 생각이 절대로 아닙니다.
또한 채용담당자는 어쩄든 채용하기로 했으면 그냥 빨리 채용만 하면 되는거 아니야? 회사에서 나를 채용 빨리하라고 뽑은거지 저런거 고민하고 태클걸라고 뽑아둔거 아닌데? 다이렉트 소싱만 빨리 진행하고 대시보드 관리만 잘하기도 바쁜데? 내가 저런 것까지 고민하고 현업이랑 논의해야되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목표와 상황에 가장 얼라인 되는 효율적인 방향을 도출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HR담당자라면 반드시 선행/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1인 채용담당자, 회사의 유일한 채용담당자라도 할지라도 주니어~미들급 년차에서는 실제 위의 과정들에 대한 명확한 본인의 생각을 가지고 현업과의 티키타카 회의가 가능한 인하우스 리크루터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위의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회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조직상황에 대한 이해, 현업구성원들의 업무분장과 역할수행(직무)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위의 내용들은 현업 리드와 회의를 하게 된다면, 현업 수준의 이해도까지는 아니여도 적어도 현업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궁금하거나 스스로 클리어 하지 않은 부분은 질문할 정도의 지식과 역량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회의는 현업 리드의 이야기만 듣고 "아 그랬군요~ 네 알겠습니다! " 라는
답변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이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경력이 있으신 분들도 늘 고민하고 공부해야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늘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국에는 현업분들과 채용 Opening미팅+평상시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 개인적인 공부 / 현황파악 / 스몰톡 등에 개인 리소스를 써가면서 가꿔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은 실제 다이렉트 소싱에 있어서도 후보자와 커뮤니케이션 함에 있어서 좀 더 정확하고 유의미한 정보 전달, 후보자 설득 등에도 유의미한 도움이 되는 부분입니다.
본인이 리크루터 직무를 통해 나는 향후에 Generalist가 아닌 Specialist로 인하우스 채용팀장을 할꺼야! 헤드헌터로 전향할꺼야! 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사실은 필요한 부분입니다.
어찌보면 반복적인 채용업무를 하다보면 3년차 인하우스 채용담당자와 8년차 채용담당자의 업무 대비 Output(소위 개개인의 일머리를 제외하면)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에서,
내가 조금 더 HR담당자로 업무적으로 인사이트를 얻고 성장하고자 한다면, 다른 리크루터들과 차별점을 가지고 싶다면, 실제 조직의 비즈니스 방향과 상황에 충분히 인지하고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RBP(Recruiting Business Partner)가 되고자 한다면, 향후 나의 커리어를 인사 전반적으로 업무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면, 위의 관점에서"도" 업무를 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사항 또는 필요한 사항입니다.
박지훈 in 인살롱 ・ 2025.06.24 리더가 되면 안되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7년 차 인사담당자로 일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
실무를 잘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리더십을 보여준 적도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관리자가 되어 나타나는 경우를 목격할 때입니다.
이런 일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 자체가 한국 조직 문화의 고질적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실제로 여러 조직에서 <어부지리 리더>가 등장하는 경로는 비슷합니다.
근속 연수만 오래되었다는 이유, 갑자기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나이 순으로 시키는 경우, 혹은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별다른 검증 없이 관리자 타이틀을 얻게 되는 경우들이 있죠.
'말 안 듣는 강한 팀원보다는, 무난하고 순응적인 사람을 올리는 게 편하다'는 인식이 경영진이나 상위 리더들의 결정에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리더가 문제일 때, 진짜 힘든 건 팀원들
이런 리더 아래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팀원들의 사기도 급격히 꺾입니다.
방향성이 없는 업무 지시, 무책임한 의사결정, 피드백 없는 피드백 타임…
이전엔 활발했던 팀원들이 점점 말을 아끼게 되고, 유능한 팀원일수록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여기서 성장할 수 있을까?” “내 커리어가 이 리더 밑에서 망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팀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럼 HR이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HR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많습니다.
문제 리더가 조직 내 정치적 위치가 있거나, 승인을 내린 임원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리더를 바꾸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리더십 교육을 붙여도, 코칭을 진행해도, 그 사람이 진심으로 변화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미비합니다.
그럴 땐 HR 입장에서 차선의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
첫째, **팀원 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 리더를 당장 바꾸지 못한다면, 그 리더로부터 팀원들이 상처받지 않게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조심스럽게 팀원들을 다른 프로젝트에 분산시키거나, 1:1 커리어 상담을 통해 심리적 방패를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둘째, **리더에게 직접 피드백을 시도해보는 것**입니다.
“이게 문제다”라고 비판하기보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팀 내 분위기나 니즈를 공유하며
자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물론, 이 역시 쉽지는 않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지금은 바꾸지 못해도, 언젠가는 구조를 재정비할 기회가 옵니다.
그때를 대비해 평가 결과, 팀원 피드백, 이직률 등을 정리해두는 것이 훗날 인사적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때때로 관리자라는 자리를 ‘경력의 보상’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조직의 성장을 위한 책임'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합니다.
진짜 문제는, 리더가 되면 안 되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그 피해는 한 사람에게만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팀이 흔들리고, 몰입도가 떨어지고, 결국 조직 전체의 신뢰 체계가 금이 갑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진짜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리더를 뽑는다는 것은 결국 **기준을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직이 리더를 어떻게 뽑느냐는 그 조직이 어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어하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직도 우리는 리더십을 선발할 때
“그 사람, 착해” 혹은 “어차피 시킬 사람도 없어”라는 말로 결정을 내리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결정 하나하나가 팀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매일 고충을 듣는 저희 HR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리더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책임지고 싶어서’ 리더가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을 키우고, 검증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인사담당자는 조직과 사람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어딘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인사담당자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는 분들께는, 사람을 뽑는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지은 in 인살롱 ・ 2025.06.23 차이나는 이야기: 경쟁의 가속도와 HR의 기어변속
대부분의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한데에는 저마다 다른 그리고 많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배분'의 '평등'이라는 이상이 결코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화의 '인생'이나 펄 S. 벅의 '대지' 같은 소설을 보면, 공산주의 초기 '공동생산', '공동배분'에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가난'과 '기근'으로 치닫는지 잘 묘사되어 있다.
중국의 공산주의가 여전하고 저전한 이유는 적절한 타협안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컨대, 경쟁(생산력 극대화)과 평등(배분의 정의)의 적절한 배합.
그 대표적인 장면이 6월에 치러지는 중국판 대학수능시험 까오카오 (高考: 우리나라 발음으로는 '고고'가 된다)이다. 천삼백만 (우리나라 인구로 25%)이 넘는 학생들이 짧게는 3일에서 4일 동안 시험을 치른다. 대학입학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3:1 정도 된다고 하고, 상위 0.03%에 들어야만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수능 백분위 1~2% 정도면 서울대학교 입학을 노려볼 수 있는 것에 환산해보면 실로 엄청난 경쟁률이 아닐 수 없다.
이 '경쟁'의 단면 중 하나는 '애국주의' 교육의 영향을 받은 청소년들은 자국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훨씬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인의 자녀분이 외국의 모 유명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상하이에 다니러 왔다가, 올 가을 같은 학교에 진학하게 된 다른 학생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 학생 왈, 태어나 처음으로 외국인을 만나 대화하는 것이라는 소개와 함께 베이징/칭화대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낙심해서 외국 대학에 원서를 넣었는데 그냥 합격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더란다. 이 대목에서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의 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성과물을 낼지 상상하면 주변국의 국민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외국의 모 유명대학은 전세계 대학순위에서 늘 Top 5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최고수준의 대학이다.)
요즘 다들 말하는 AI 를 주제로 예를 들어보자.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탐사를 위해 경쟁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AI를 두고 누가 패권을 쥐느냐는 경쟁을 미국과 중국이 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로켓 폭탄을 발명했지만, 기술에 무심했던 중국. 그리고 나서 겪은 그들의 '치욕의 세기' (아편전쟁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까지 대략 100년에 이르는 동안을 일컫는 말)를 가슴 깊이 새긴 중국 공산당은 아마 이번 경쟁에 사활을 걸고 두 번 다시 같은 치욕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앞서 설명한 0.03%의 최고 두뇌들이 '자국의 대학에서 연하고 개발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 요즘 중국 AI 기술개발의 장면 요약이다. (자국의 시민들에게는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 같은 미국의 앱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요약하면, 경쟁에서의 탁월한 재능이 입증된 중국의 새 세대들이 세계무대에서의 경쟁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회사 차원으로 옮겨와 이 경쟁의 다른 '단면'을 살펴보자. 경쟁이 내면화된 세대/사람들에게 어쩌면 회사라는 공간은 최적의 환경이다. 회사는 성과와 이윤을 위해 디자인 된 세계이다. 따라서, 회사는 쉽사리 능력주의 (Meritocracy)를 하나의 운영원리로 삼지 않을 수 없다. 높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고 빠른 승진의 기회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중국 인터넷 회사의 빠른 성장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9시에 출근해서 9시까지 일하고 주 6일 근무하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는 CEO가 있는가하면, 심지어 어디에선 회사에서 쪽잠 자 가며 일하는 것을 격려하는 슬로건도 찾아볼 수 있다.
몇 해 전 모 이커머스 회사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라꾸라꾸 침대를 책상 밑에서 꺼내놓고 잠자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회사에 자신의 라꾸라꾸 침대를 갖추고 있을 정도라면 6.18이나 11.11과 같은 이커머스 행사 기간 전후 한두달 간 그들의 생활이 어떨지 대강 짐작이 간다. 우리나라 직원들이 '공정'이나 '평등'에 대해서 더 민감하다면, 중국의 인재들은 '경쟁'에서 내가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누군가 나보다 앞서 승진했다면 중국의 인재들은 '경쟁'에서 내가 밀려난 이유를 설명해 주기를 요구한다. 그것이 공정하고 평등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하면 내가 다음 경쟁에서 만회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같은 기수의 입사동기생들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가령 'X는 이런 성과도 내고 저런 일도 맡아서 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 성장 (그렇다, 경쟁을 점잖게 이야기 하면 '성장' 담론이 되겠다)이 지체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는 식의 논지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세대들이 승진과 이직을 거쳐 빠르게 성장한 결과 중국의 임원(Executive)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게는 5살 많게는 10살 적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인터넷 회사에서는 '40대 은퇴설'이 나돌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그보다 더 나아가 실제로는 '35세 은퇴설'이 정확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나는 이들을 '과성장한 젊은 리더들'로 정의한다. 여러가지 소프트 스킬이 개발되지 않은채, 성과만을 위해 몰두하는 리더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그래서인지 40대 이상의 인재들을 잡 마켓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채용을 하는 나에게 지난 4년간의 미스테리이기도 하다. 그 40대들은 과연 어디로 사라졌는가.
대학시절 읽었던 폴 비릴리오의 '속도와 정치'의 내용을 보면, 역사발전의 모든 역학을 속도로 환원한다. 그의 관점을 빌어 중국의 오늘날 상황을 보면, 최대치의 속도로 경쟁에 '올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릴리오는 그러면서 정치는 '기어변속'이라고 말한다. 이 중국의 경쟁을 연료삼아 내달리는 속도가 더 높아질지 늦춰질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HR을 '정치'의 한 분야로 해석하는 나에게는 인적자원관리의 관점에서 '속도'와 '기어변속'이 회사 안에서 어떻게 이뤄질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즉 어떻게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면서 보다 다양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속도를 유지해 나갈지 생각해 볼 때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끝으로 이 관점에서 한국의 기업간 혹은 회사 내 경쟁은 어떤 속도에 있고, 우리 HR은 그 속도를 높일지 낮출지에 대한 기어변속이 잘 되고 있는지 묻는다.
조현수 in 인살롱 ・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