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역사 속 인사이야기, 人事萬史] 조선 영조 시대의 탕평책(蕩平策)은 조직을 운영하는 관점에서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입니다. 사실 탕평책은 그의 아버지인 숙종이 실시하였지만 영조가 적극적으로 실행한 정책 중 하나였습니다. 당쟁이 극심했던 조선 후기, 영조는 파벌 간 소모적인 다툼을 줄이고 조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론과 소론, 남인 등으로 갈라진 붕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탕평책이라는 이름의 균형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특정 세력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등용하는 방식으로 인재를 기용함으로써, 조직의 분열을 막고 협업을 촉진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사실 영조 시대에는 이미 숙종 대에 갑술환국으로 남인이 사실상 중앙정치에서 밀려난 후였고 영조 4년 소론 강경의 주도로 일어난 이인좌의 난으로 소론의 세력이 크게 축소된 후였습니다. 자연스레 친 영조세력인 노론이 정국을 주도했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다당제와 같은 형태의 탕평은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탕평이라는 원칙아래 균형 인사가 실시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 균형 인사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조직에서도 ‘공정한 균형 인사’라는 개념이 강조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탕평책을 통해 균형 인사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균형 인사의 장점: 갈등 완화와 조직 안정 균형 인사의 가장 큰 장점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영조는 특정 세력에 권력을 몰아주는 대신, 모든 정치 세력을 일정 부분 기용함으로써 당쟁을 완화하고자 했습니다. 현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부서나 한 계층에만 기회가 집중되면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균형 있는 인사를 통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얻는다는 인식을 가지면 협업과 시너지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것은 조직 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특정한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면, 더 균형 잡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영조가 각 당파에서 인재를 선별하여 기용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오늘날 기업에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유 역시, 조직이 특정 집단에 의해 독점되지 않도록 하고 여러 관점을 조화롭게 반영하기 위함입니다. 균형 인사의 단점: 역량보다 형평성을 우선할 위험 하지만 균형 인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형평성’과 ‘역량’ 사이의 충돌입니다. 영조의 탕평책이 그가 이룩한 강력한 왕권을 전제로 유지될 수 있었듯이, 현대 조직에서도 균형 인사는 이를 추진하는 리더의 영향력이 클 때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위적인 균형 유지가 오히려 조직의 성과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역량보다 형평성을 우선시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정성을 고려한 인사가 조직 내 갈등을 줄일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모든 집단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가 앞서면 능력 있는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습니다. 영조의 정책이 일시적으로는 당쟁을 줄였지만, 결국에는 모든 세력의 불만을 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 조직에서도 균형 인사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핵심 인재가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역량 있는 직원이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또한, 균형 인사는 조직의 명확한 방향성을 흐릴 위험이 있습니다. 영조가 각 세력에서 인재를 등용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정책의 일관성이 약해지는 문제를 겪었던 것처럼, 기업에서도 각기 다른 배경과 철학을 가진 인재들을 무리하게 조합하면 조직 문화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오히려 조직 운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현대 조직에서의 균형 인사,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현대 조직에서는 균형 인사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할 방법이 있을까요? 핵심은 ‘형평성과 역량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영조의 탕평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단순히 인원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당파에서 정말 쓸만한 인재를 골라 등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직에서도 단순한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균형 인사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는 평가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평성을 고려하되, 조직의 목표와 성과에 맞춰 인재를 배치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균형 인사가 단순히 조직 내부의 정치적 고려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의 성장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운영해야 합니다. 결국, 균형 인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영조가 탕평책을 통해 조정을 통합하려 했던 것처럼, 조직에서도 인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과를 높이고 협업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조직이 공정하면서도 유능한 인재가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균형 인사는 더 이상 ‘타협’이 아니라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