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제도의 개편, 시작은 조직진단부터
“우리 회사에서 좀 더 일 잘하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우리 회사 평가제도는 너무 복잡한 거 같은데, 좀 더 간단하게 할 수는 없나?”
HR에 몸을 담고 있다 보면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멘트이지 않은가? HR담당이라면 한번 이상은 해봤거나, 앞으로 해야 할 업무가 바로 인사제도의 개편이다.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채용 제도의 개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성과급 체계의 개편,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하는 평가제도의 개편 등 생각보다 자주 마주하게 되는 업무이다.
업무는 주어졌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혹은, ‘수시채용을 도입하겠습니다’,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겠습니다’ 등 하고 싶은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먼저 잠깐 멈추고 머리를 정리해보도록 하자. 논리적 근거가 빈약한 주장은 “왜?” 라는 공격 앞에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인사제도를 개편하기로 결정되었다면, 혹은 업무지시가 떨어졌다면 회사에는 관련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들 있을 것이다.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인 문제인식인 경우도 있고 매우 구체적인 문제인식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인식 하에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바로 조직진단이다.
모든 제도 설계, 문제 해결의 시작이 조직진단이고 이를 통한 issue finding이다. 컨설팅을 포함한 인사제도 설계의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이러한 조직진단은 두 가지 방식의 approach가 가능하다. 조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실시하는 Holistic Approach와 조직의 특정 영역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는 Focused Approach, 이 두 가지로 구분하고 다음과 같이 정의해보자.
① Holistic Approach
조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한 경우 기존에 정의된 Framework을 이용하여 조직진단을 실시한다. 멕킨지의 7S, 딜로이트의 OAF(Organization Assessment Framework) 등이 있으며 각각의 진단 영역별로 issue를 finding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게 된다.
혹은 회사의 상황에 맞게 Framework을 유연하게 변화해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번은 조직진단의 Frame을 Input-Throughput-Output으로 나누어서 각각 다음의 영역에 대한 Holistic Approach를 진행한 적이 있다
- Input | Business (비전과 전략, 경영관리체계)
- Throughput | 기업문화, 리더십, 조직설계 및 운영, 인사제도
- Output | 조직의 성장, 개인의 행복
② Focused Approach
조직의 특정 영역에서 이슈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영역에 대한 진단만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채용제도, 성과급, 복리후생제도, 조직운영 등 특정 영역에 대한 진단이 이루어지고, 회사에서 생각하는 가설이 있고 답도 어느 정도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인식이 다소 막연해서 조직 전반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지(Holistic Approach), 구체적인 문제인식이 있어서 해당 영역에 대해서만 진단이 필요한지(Focused Approach) 결정이 되었다면 조직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보자. 조직진단을 수행하는 방법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설문조사, 인터뷰, 자료 리뷰, 벤치마킹이다.
1) 설문조사 | 각 영역별 운영 수준에 대해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사하는 방법
2) 인터뷰 | 주요 임직원 및 영역 별 실무자 인터뷰를 통해 운영 현황을 파악하는 방법
3) 자료 리뷰 | 관련 data, 규정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실제 이슈 발생 여부 및 발생 원인을 조사하는 방법
4) 벤치마킹 | 타사와의 비교를 통해 이슈를 파악하는 방법
이를 통해 우리 회사 조직에 대한 진단이 이루어져서 issue를 finding하고 시사점을 도출하였다면, 다음은 개편 방향성에 대한 설정이다. 이 내용은 다음 번 글을 통해 정리해보겠다.
김용훈 in 인살롱 ・ 2024.07.13 교대제 개편 문의와 PA의 적용
1. Intro - 교대제 개편에 따른 노무자문으로부터 시작
얼마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교대제 근무 도입과 관련된 노무자문겸 안부연락을 받았다. 질문의 내용은 "3조 3교대에서 4조 3교대로의 전환에 따른 각 교대제 유형별 특징과 도입시 절차" 정도였다. 간단하게 3조 3교대의 연간 근무일수와 휴일, 유형별 장단점, 도입 절차에 대해서 간단히 구두로 설명하고 마쳐도 되는 주제인데 대화를 하다보니 문득 우연찮게 재무제표를 가지고 이것저것 정리해둔 자료가 생각이 났다.
그 회사는 재무적 관점에서 최근 5년간 재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효율성이 최악을 가르키고 있었고 특히 23년실적을 보면 채용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교대제 개편을 얘기하고 있으니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대화 마지막에 조심스레 현재 재무나 비즈니스가 이러한 상황에 교대제 개편을 검토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그 이유가 단순히 인력부족이라는 현업의 요청에서 출발한 거라면 임원 문턱을 절대 넘을 수 없을거라고 그리고 교대제 개편을 진행하더라도 HR의 역할은 오퍼레이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 해드렸다.
이하에서는 필자가 해당 기업 인사팀장이라고 가정하여 People Anlaytics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할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가보고자 한다.
2. 재무적 관점에서의 거시적 분석
먼저 기존 정리해두었던 재무적 관점 분석방법을 바탕으로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효율성 그리고 HR Index를 활용하여 내부 추세분석과 ① 동종업계는 임금인상, 복리후생 제도 신설 등 실무적으로 주로 비교하는 회사 카테고리와 ② 최근 교대제 개편을 한 국내 주요 대기업을 타겟으로 삼아 산업과의 비교분석을 실시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기획, 전략 및 생산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각 사업 아이템별 판매 및 실적 현황 데이터를 확인하고 인건비, 재료비, 물류비 등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을 특정하여 현실적으로 조정이나 접근가능한 영역이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위 과정을 거치다보면 거시적 관점에서의 추세분석과 산업과의 비교가 가능하며 현 추세를 바탕으로 향후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증감율을 확보한 후 위 현재 매출액 대비 인건비율 등의 현 추세에 벗어나지 않는 상황 아래 앞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어느정도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자원 배분(예, 인건비)이 어디까지인지 구분이 가능하다.
다시 위 회사 사례로 돌아와서 실적 개선 여지가 뚜렷히 보이지 않고 모든 지표가 부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아래에서 이 회사는 적어도 올해는 교대제 개편을 검토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3조 3교대에서 4조 3대 또는 4조 2교대로의 전환은 인건비의 엄청난 상승을 가져올 것이며 인건비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 교육훈련비 등 판관비와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의 상승과 더불어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드라마틱한 개선이 있지 않는 이상 높아진 판관비와 제조원가는 당해년도 영업이익을 더 악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3. 재무적 관점에서의 거시적 분석을 통한 가설수립
재무적 관점에서 과거 실적과 산업과의 비교 그리고 사업 아이템별 현황을 살펴보았으면 왜 우리 실적이 현재와 같은지?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 답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교대제 개편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HR은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던건지?",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매출액, 영업이익과의 관계는 없는것인지?", "연공급(호봉제)하 연봉이 올라갈수록 임금이 상승하는데, 실제로 연령이 오를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는게 맞는 것인지?", "현재의 빠른 고령화가 이뤄지는 인력구조가 앞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것인지?", "현재 자원배분이 합리적으로 되어 있는지?"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고 가설을 수립**해야 한다.
위 회사 사례로 돌아오면 먼저 인건비의 개념을 정의하고 인건비와 매출액, 영업이익과의 상관관계를 볼 것이며, 회사 평균연령을 살펴본 후 향후 인건비를 예측하고 나아가 회사가 노동에 투입하는 자원의 크기, 즉 노동투입량을 공정별로 살펴볼 것이다.
만일 **① 직접생산공정 또는 핵심공정에 투입된 노동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우리 회사의 핵심 경쟁력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며, **② 그 반대의 경우라면 스탭이나 지원부서에 많은 자원이 배분된바 자원배분의 비 효율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리고 거시적 관점에서의 몇가지 가설을 수립 한 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단계를 거칠 수 있다. 이때부터는 현업부서와 데이터를 가지고 소통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핵심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로 출발한다면 현업에서 판단하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핵심공정을 구분하여 핵심공정별 임금, 근로시간, 근속년수, 평균연령, 부서재직일수, 기술 및 자격 유무 등을 살펴보고 경쟁력 유무와 유형을 구분한 후 ① 교대제 개편을 통한 인력충원의 의사결정을 내릴지, ② 기술이나 설비 투자를 통한 생산성 강화의 의사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③ 교대제 연속근무형이 아닌 주말 비 가동형이나 야간근무 투입인력을 감소시킬지 등의 현 구조하에서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4. 마치며 - 탐색적 자료분석
가설검증의 방식은 확증적 자료분석과 탐색적 자료분석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위 내용의 접근 방식은 탐색적 자료분석에 가깝고 재무, 임금 및 근로시간, 인원현황 등의 데이터만으로도 유의미한 가설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 운영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많은 가설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으나 제한적인 정보에서 더 많은 탐색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조 3교대에서 4조 3교대로의 전환에 따른 각 교대제 유형별 특징과 도입시 절차" 라는 간단한 노무자문에서 시작된 질문이 고민할 수 있는 여러 가설과 주요 의사결정의 예시까지 도출될 수 있었던 이유는 데이터 중심의 접근과 HR의 전략적 사고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전화주신 팀장님이 전화를 더 자주 하실것 같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나의 경험과 학습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전화를 기다릴 수 있다. 단 근무시간 중에만..
E.O.D
허태훈 in 인살롱 ・ 2024.07.09 [2024년 Gallup 일터 보고서: 직장 내 외로움]
올해도 Gallup에서 ‘글로벌 직장 현황: 2024 보고서 (state of the global work place: 2024 report)’가 나왔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보았던건, 직장내에서의 ‘외로움’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Gallup의 조사에 따르면, 일터에 있는 직원들의 20%가 매일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리더 그룹은 21% 이상이 외로운 것으로 나왔습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사실 일하지 않는 상태(unemployed)의 사람들은 32%가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응답했기 때문에,
일터에 있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것 자체로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상대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보다 ‘대면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또, 업무에 몰입하지 않는 (actively disengaged, not engagement) 사람들에 비해 몰입하는 사람들(engaged)은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디폴트로 일터에서 5명중에 1명은 일터에서 외로움을 느낍니다.
외로움의 정도가 근무 환경(재택 또는 대면), 업무 몰입과 관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는걸 부인할 순 없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일터에서 ‘외로움’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일반적인 개념의 ‘외로움’과 직장에서의 ‘외로움’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직장이라는 상황적 특징에서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직장에서 개인이 기대하는 대인관계와 실제 대인관계에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하며 이러한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Wright, Burt, Strongman, 2006). 또한, 혼자라는 생각(solitude)과 함께 직장에서 업무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느낌(work alienation), 조직 내 지원에서 밀려나서 심지어 격리되어있다는 느낌(workplace isolation)까지도 직장 내 외로움의 범주에 포함됩니다(Zhou, 2018).
일반적으로 ‘직장 내 외로움’은 그래서, 정서적인 측면과 사회적 소속감의 측면에서 함께 측정한다는 특징도 나타납니다 (Wright, Burt, Strongman, 2006; Zhou, 2018).
일터에서의 외로움은 과거 연구결과에서 성과와도 연계가 된다고 제시된 바 있습니다(Ozcelik & Barsade, 2018).
그만큼, 일터에서 ‘관계’와 ‘연결’을 통해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느끼고 ‘지지 받고 있다’ 라고 하는 인식을 안겨주는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 생소한 개념이지만, 앞으로 중요한 조직의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점점 더 ‘개인화’ 되고 업무가 ‘세분화’ 되고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specialty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이 진화되고 있으며,
‘업무적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AI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 정서적인 교류나 공감대를 형성하며 타인과 조직으로부터 ‘지지 받고 있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로 인해 조직에서 직원들이 더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중요한 ‘조직개발’ 이슈로 부각될 것입니다.
특히, 조직에서 상위 관리자일수록, 그리고 협업이 어려운 전문성이 높은 업무를 하는 사람일수록 ‘일터에서 나의 괴로움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라는 생각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 조직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Her’ 라는 영화에 나타난 AI와 사람의 소통과 교감이, 어쩌면 조직에서의 구성원과 AI, 구성원과 구성원간의 교감으로 확대되어 조직에서의 소통 활성화 방안으로 등장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Ozcelik, H., & Barsade, S. G. (2018). No employee an island: Workplace loneliness and job performa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1(6), 2343-2366.
Wright, S. L., Burt, C. D., & Strongman, K. T. (2006). Loneliness in the workplace: Construct definition and scale development. New Zealand Journal of Psychology, 35(2), 59-68.
Zhou, X. (2018). A review of researches workplace loneliness. Psychology, 9(5), 1005-1022.
송지은 in 인살롱 ・ 2024.07.08 [① 효과적인 리더의 기술 - 리더십의 등장]
1990년경은 미국의 Big3 자동차 3대 회사는 일본 자동차에 밀려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불황의 한파는 1980년대 말에 시작되어 1992년경에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3대 중 한 대는 외제차이며 고급차는 유럽, 소형차는 일본의 협공을 받으며 미국차는 시장에서 밀려났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던 첨단 기술 제품인 반도체도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당시 연간 3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가전 시장에서 미국제품은 단지 5%뿐, 일본 제품이 74%를 차지했습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물론 아시아권의 저임금이라든가 기술 수준의 추월 그리고 미국의 높은 자본비용과 무역정책 등 여러 원인이 있었겠으나 당시 조직관리상의 문제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습니다. 실핏줄까지 굳어버린 조직경화증과 겹겹이 울타리로 둘러싼 조직구조로 인하여 1+1의 힘도 못냈습니다.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실제 업무와 관련된 일은 줄어들고 형식적인 의전, 사교모임, 각종회의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였고, 이런 분위기는 점차 아래로 확산되어 형식적으로 자리만 지키면서 언제나 바쁜 척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어 회사의 전 구성원들이 제몫을 다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조직 관점의 변화가 대두되기 이전에 경제 및 기업의 경영은 어땠을까요? 30년 전인 1950년대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경제적인 호황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나타났던 시기였습니다.
전쟁 기간 동안 쌓인 산업 기반과 기술의 발전 덕분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억눌려왔던 소비자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많은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과 높은 소득을 가지게 되며 중산층이 성장했습니다. 이는 주택 소유의 증가, 자동차 및 가전제품 보급의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베이비 붐’ 현상이 일어나며, 생활의 질 향상 뿐 만 아니라 경제적 번영과 함께 소비주의가 확산되었습니다. 광고와 마케팅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시기였습니다. 1909년에 출생한 피터 드러커 역시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을 잘 읽은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을 연 선구자이기도 했습니다. 마케팅이란 개념을 창시했고, 1959년에는 ‘지식 노동자’라는 단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미국의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후 경제 호황 속에서 효율성, 기술 혁신, 조직관리, 글로벌화 등의 요소를 중시하며 발전했습니다.
포드와 같은 대기업들은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뤘고, 과학적 관리법인 테일러주의와 대량 생산 방식인 포드주의의 영향을 받아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또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며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을 개발했고,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여 기술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브랜드를 각인시켰고,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코카콜라(Coca-Cola)는 비록 19세기에 처음 등장했지만,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중 매체 광고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가족 경영을 벗어나 전문 경영인이 등장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를 했습니다. 직원들의 복지와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시되며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 개발에 집중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윤주용 in 인살롱 ・ 2024.07.08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
1.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과 변화의 필요성
24년 6월 한국은행에서는** '노동시장에서의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의 중요성 증가'** 라는 주제의 BOK 이슈노트를 내놓은 바 있다.
서두에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자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지적 능력 외에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이 노동시장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등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능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회적 능력은 협동력, 협상력, 설득력, 사회적 인지력을 포함하며, 이러한 능력은 규칙화하기 어려운 암묵적인 지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자동화 기술로 대체하기 어렵다. AI 기술이 반복적·인지적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을 포함한 업무는 여전히 인간이 비교우위를 가지는 영역으로 남아 있으며 이는 사회적 능력이 노동시장 내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라고 할 수 있다.
위 보고서에서 말하는 사회적 능력은 4가지 유형이 있다.
협동력(coordination) :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하여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는 능력
협상력(negotiation) : 여러 사람을 통합하고 차이를 조화시키는 능력
설득력(persuasion) : 타인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능력
사회적 인지력(social perceptiveness) : 타인의 반응을 인지하고 동기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① 노동투입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사회적 업무에 대한 노동투입은 2008년에서 2022년 사이 9.6% 상승하 면서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으나 수학적업무는 6.8%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반복적 업무는 지난 14년간 거의 변화하지 않음을 밝히고, **② 임금측면**에서 개인의 사회적 능력이 높은 경우 임금이 5.1%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사회적 능력에 대한 임금 보상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AI 등 기술개발이 이뤄지기 전 또는 개발 극초기에는 기술개발은 공장 자동화를 가능케하고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신케 하여 단순노무 업종의 대체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GPT를 필두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논리적, 분석적, 인지적 사고가 필요한 영역에 사람이 아닌 기술로 대체되거나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으로 기술개발을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① 몇년전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점포가 축소되고 ② 고객센터 상담도 AI가 우선 대답하고 상담원 연결이 무척 어려워지며(등급에 따라 대면 상담원과의 상담 횟수가 나뉘어질것만 같다), ③ 무인점포가 확대되어 가고 ④ 우스갯소리로 "잘 배운 사람의 다정함"이 점차 귀해지는 요즘 상황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부가가치는 커질 것이며 서비스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본다.
2. 기업과 개인의 대응
전문가의 영역이 과거와 다르게 점차 희석되고 수 많은 정보와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현 시대에 구성원들의 기술과 전문성이 중시되기 보다 **과거의 경험과 인간적인 매력이 뛰어난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여기서는 다수의 기술과 전문성이 유사한 수준 혹은 유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채용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학력, 전공, 기술 및 자격 등이 주요 채용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원자의 사회적 능력을 중요한 평가 및 육성 요소로 고려해야 할 것이며 조직 내 갈등예방 및 건강한 문화조성을 위해 직원들의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 이다.
나아가, 재직 중인 직원이나 구직자들도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각자 자신의 사회적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강화해야 하며 회사 내외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자발적으로 관련 서적을 읽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 마치며
2013년에 개봉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HER(그녀)'를 무척 좋아한다. 당시 영화를 접하였을 땐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상상력에 흥미롭게 보았으나 얼마전 다시본 영화는 이제 과거와 같은 상상력이 아닌 곧 실재(實在)임을 깨닳았고 영화 후반부에 남자 주인공이 내가 몇번째 남자친구냐는 질문에 641번째라고 하는 사만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괴리감이 느껴졌다.
**잘 배운 다정함, 함께하는 가치, 공감지능 등 실재(實在)하는 대상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무기가 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능력은 단순히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더욱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O.D
허태훈 in 인살롱 ・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