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 중 하나가 '대안 없는 비판은 비난일 뿐이다' 라는 것입니다. 2023년 12월에 조사된 자료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안 없는 비판을 직장에서 가장 짜증나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저 역시 너무나 이상적으로 들리는 이 말을 오랫동안 일종의 물리학 법칙처럼 항상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안 없는 비판은 정말 불필요할까요? 한 가지 사례를 같이 살펴보시죠. A 부서의 흥민 대리는 프로젝트의 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팀장님에게 얘기해봐야 대안도 없으면서 그런 얘기를 왜 하냐는 핀잔만 들이 것이 뻔합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기에 이제는 문제점을 알면서도 그냥 프로젝트를 무사히 종료하기 위해 프로젝트가 잘되고 있다는 신호에만 귀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일종의 정신 승리죠. 협업하고 있는 주변 관계부서의 입장을 살펴볼까요? B 부서의 민재 과장은 A 부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방향이 맞지 않음을 나타내는 고객의 반응을 포착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본인의 주 업무 분야가 아니니까요. 민재 대리도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기에 괜히 '뾰족한 답도 없으면서 까기만 한다'는 식의 핀잔만 들을 것이 뻔해 그냥 모른 채 하고 해달라는데로 해줍니다.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대안이 없다고 해서 비판이 비난으로 전락하게 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회색영역'만 늘어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반화된 경영 원칙 중 하나는 **"문제를 가져오려면 해결책도 같이 가져와"**라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직원들 사이에 주인의식과 권한 위임, 책임감을 장려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첫째,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문제를 가져오지 마"**라는 답을 들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강의 조직, 벤 호로위츠) <최강의 조직>에서 역시 구성원들에게 '문제를 가져오지 마' 라는 시그널을 주게 되면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게 되어, 잠재적인 문제가 적시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조직에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대안없는 비판' 에 귀를 기울이면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빠르게 수면 위로 끌려 문제를 조기에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안없는 비판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한 이유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