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 바로 적용하는 스타트업 노무관리 가이드_근로시간편(2) 탄력적 근로시간제
2021.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 방안으로서 유연근로제 중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특히 기존에는 3개월 이내 단위로만 운영할 수 있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21.4.6.부터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로 단위기간이 확대된 바 해당 제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1.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요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근로일 또는 특정 주(週)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 다른 주(週)의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일정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맞추는 근로시간제를 의미하며, ① 2주 이내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② 3개월 이내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③ 3개월을 초과 6개월 이내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구분된다. 2.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유형별 주요 내용 (1) 2 주 이내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2주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을 최대 48시간까지 근로하게 할 수 있는 제도이다.제도 도입 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40시간 이내가 되면 특정한 주의 소정근로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고,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적용되지 않으며,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므로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하면 1주 최대 6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된다.2주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에 규정을 두어야 한다. (2) 3 개월 이내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까지, 1일의 근로시간은 최대 12시간까지 근로하게 할 수 있는 제도이다.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40시간 이내가 되면, 특정한 주의 소정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까지 둘 수 있으므로 이때 40시간을 초과하는 12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므로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하면 1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된다.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정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대표와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 근로일별 근로시간, 서면합의의 유효기간을 포함한 서면합의를 해야 한다. (3) 3 개월 초과 6 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 이하 ‘3 개월 초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과 동일하게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까지, 1일의 근로시간은 최대 12시간까지 근로하게 할 수 있다.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서면합의 항목이 대부분 동일하지만,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단위기간의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는 반면, 3개월 초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주별 근로시간’만 명시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참고로 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 구체적인 근로일별 근로시간은 근로일 시작 2주 전까지 해당 근로자에게 통보하면 충분하다.또한 3개월 초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하에서는 근로일간 연속하는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할 의무가 있고,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할 의무가 부과(제도 도입 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신고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참고로 임금보전방안으로는 임금항목을 조정·신설하거나 전체 단위기간에 대해 사전에 근로하기로 정한 시간 이내라 하더라도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방법 등이 있다. 3. 탄력적 근로시간제 관련 실무 이슈 (1)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2 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이 가능한지 여부근로기준법에서는 2주 이내 단위기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 3개월 이내 단위기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용노동부는 2주 이내 단위는 3개월 이내 단위에 포함되는 개념이므로, 취업규칙이 아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서도 적법하게 도입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2) 특정부서에 대해서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대표 선출범위근로자대표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일부 부서에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전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근로자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다만 회사 내 여러 개의 사업장이 있는 경우 여러 개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 장소적으로 서로 분리돼 있고, 인사노무-재정 및 회계 등이 분리돼 독자적으로 사업경영이 이뤄지며, 별개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적용하고 있다면 별개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아 근로자대표는 각각 선출할 수 있다. (3)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 중 입 · 퇴사 등 발생 시 근로시간 산정방법단위기간 중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이 그 단위기간보다 짧은 경우란 단위기간 도중 채용 및 퇴직, 배치전환, 휴직 등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새로이 적용받거나 그 적용이 중지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단위기간 중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이 그 단위기간보다 짧은 경우에는 그 단위기간 중 해당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에 40시간을 초과한 시간 전부에 대하여 가산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반면,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중도 입·퇴사 등으로 인해 근로자가 단위기간 동안에 근로를 제공한 시간이 지급된 월급액보다 적은 경우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하에서는 미달된 근로시간분에 해당하는 임금액 만큼을 감액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 유연근무제 가이드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탄력적 근로시간제 역시 실제 근로를 제공한 시간이 지급된 월급액 보다 적은 경우 미달분 만큼 임금을 삭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 분쟁 예방을 위해 해당 내용에 대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위한 근로자대표 서면합의서에 반드시 명시할 필요가 있다. (4)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가 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근로자위원은 구분되는 개념으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을 근로자대표로 볼 수 없다.다만, ‘근로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자’라는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 시 (1) 요건을 갖춰 관련법령에 따른 근로자대표를 선출함을 공지한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하고 (2) 근로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근로자위원에게 근로자대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5)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 중 연차휴가 사용 시 차감되는 휴가일수 산정방법연차유급휴가는 시간 단위가 아닌 일(日)단위로 부여·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 시 근로일별 근로시간이 달라지므로 연차유급휴가 시 차감되는 휴가일수 산정방법에 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따라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위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1일 연차유급휴가 사용시간에 관한 기준을 사전에 정할 것이 요구되며, 구체적으로는 휴가를 사용한 근로일의 근로시간만큼 연차휴가 사용시간을 차감하여 연차휴가를 관리(시간단위로 연차휴가 부여)하는 방법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6) 탄력적 근로시간제 비적용 부서에서 적용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탄력적 근로시간제 비적용 부서에서 적용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에 관계없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다. 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부서에서 근무하다 비적용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더 이상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7)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 년 내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위한 서면합의 시 유효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서면합의 유효기간의 길이에 대해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노·사 당사자가 협의하여 정할 수 있는 바, 유효기간 내에서는 횟수 제한 없이 실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입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내내 운영하는 것이 가능(예: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시 1년 동안 1월3월, 4월6월, 7월9월, 10월12월 단위로 운영 가능)하다.
김동미 in 인살롱 ・ 2021.06.21 Dark side of HR 3탄 -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
(이미지 출처: https://dezyhuvewoli.maghreb-healthexpo.com/organizational-silence-7183cv.html)
“자, 다른 의견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봐”“…….”“그래, 별다른 의견이 없으니 다들 동의하는 것이군. 이 건은 이렇게 진행하지.”
회의실에서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다. 이는 동시에 리더들이 가장 자주하는 착각 혹은 자기 합리화의 장면이다. 우리는 **‘단순히 의견이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과 **‘의견이 있음에도 침묵하는 것’**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후자를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 현상**이라고 말한다.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이란 구성원이 특정 사안에 대한 의식 ・ 생각 ・ 견해 ・ 아이디어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동기나 태도로 인해 발언하지 않는 현상 을 의미한다(Morrison & Milliken, 2000).
사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조직침묵 현상은 기업과 학계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기업에서는 침묵의 부작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학계에서는 침묵을 개념적으로 단순히 ‘발언의 부재’로 치부하거나, 측정의 어려움이 있어 주목 받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로 침묵행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개념이 정립되고, 측정도구가 개발된 이후,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실증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이번 아티틀에서는 조직 내 침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직침묵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1. 침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란 무엇일까?
앞서 설명했듯이 조직 내 침묵을 단순히 말의 부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사표현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조직심리학자인 Pinder와 Harlos(2001)은 조직 구성원이 침묵하는 원인(동기)이 무엇인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첫째는 **방어적 침묵(defensive silence)**이다.이는 발언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하여 선택되는 침묵이다. 대표적인 것이 감정손상 회피와 업무손실 회피, 동조 현상이다. 쉽게 말해 다음과 같은 경우다.
‘ 괜히 말해봤자 욕이나 먹을게 뻔하니 가만히 있자’‘안 그래도 바쁜데 의견 제시하면 분명 나한테 시킬 게 뻔해’‘다 가만히 있는데 괜히 혼자 반대하는 의견 말했다간 팀장님한테 찍힐지도 몰라’
두 번째는 **체념적 침묵(acquiescent silence)**이다.이는 발언해보았자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 여기는 비관적 동기에서 선택되는 무심함과 자포자기 성격의 침묵이다. 대표적인 것이 학습된 무기력함, 낮은 자기확신, 관심 결여 현상이다. 순서대로 다음과 같은 내적 상태에서 기인한다.
‘말해봤자 어차피 반영되지도 않을 걸, 말해서 뭐하나, 어차피 답정너임’‘나보다 과장님이 훨씬 전문가인데, 괜히 말했다 틀리면 어쩌지. 그냥 가만히 있자’‘내 일도 아닌데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자. 김대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 물론 이에 더해 친사회적 침묵과 순응적 침묵 등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타적인 침묵행동도 있지만, 본래 조직침묵의 정의와는 약간 결이 다른 개념이기에 여기서 다루지는 않을 예정이다.)
2. 침묵행동의 측정도구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조직침묵 현상이 주목을 받게 되고, 측정도구가 개발되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측정도구는 Van Dyne과 동료들이 2003년에 개발한 도구이다. 다음과 같이 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념적 침묵 측정 문항.
나는 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남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아이디어를 제시 하더라도 개선이나 변화되는 경우를 본적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나는 업무와 관련하여 말을 한다고 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나는 업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것을 건의 하더라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 방어적 침묵 측정 문항.
나는 결과가 나쁠 것을 염려되어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나는 내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 걱정되어, 업무처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나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올 것이 염려되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 등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침묵하는 편이다.
이 측정 도구는 리커트 5점 척도로 개발되었는데, 상기 문항을 토대로 회사의 문화에 맞게 워딩을 수정한 후 자신이 속한 조직의 침묵현상을 진단해보는 것도 조직 개발을 위한 좋은 접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상을 알아야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개선점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3. 조직침묵이 미치는 영향
이러한 조직침묵 현상을 방치하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외 실증 연구들을 살펴보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먼저 조직관점에서는 정보 공유와 소통을 저해시켜 창의성 발현이 어려워지고, 비윤리적 현상을 묵인하거나 암묵적인 갑질을 용인하게 되며, 결국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잃게 된다. 개인 차원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존감을 저하시키고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여기게 되어 결국 몰입하지 못하고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일관하거나 주변 동료에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본인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의 성장과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국내에서도 2010년 이후로 조직침묵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약 200여건이 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20년 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실증연구들을 메타 분석한 주요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고대유, 2017; 고대유·조정연, 2020).
국내기업에서 조직침묵 현상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사의 비인격적인 감독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또라이 상사 앞에서는 아무도 말을 안하게 된다는….)
조직침묵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요인으로는 절차공정성이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끼거나, 절차가 일관적이고, 윤리적이며,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느낄 때 침묵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체념적 침묵이 방어적 침묵보다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국내 직장인들이 발언이 초래할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학습된 무기력함 등 비관적 체념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왠지 슬프다)
조직침묵의 결과로는 반사회적 과업행동이 늘어나고(업무태만, 절도, 파괴행위, 루머 유포, 대인간 공격 등), 조직시민 행동(자발적으로 조직에 기여하는 행동)이 줄어들게 된다.
조직침묵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공공보다 민간기업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ko-kr/photo/4587991/)
4. 조직침묵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그렇다면 이런 조직침묵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당연히 전반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바꿔주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단기적인 노력 역시 필요하다.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실질적인 제언을 몇 가지 드리고자 한다.첫째, **리더의 노력**이다.조직 내 리더들에게 딱 2가지 행동을 해보라고 권장해보면 좋겠다. 한가지는 칭찬과 질책의 비율 조절이다. 칭찬과 질책의 비율을 6:1로 조절하고자 의도적으로 노력하며 긍정적 피드백의 비율을 늘려가다 보면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어 침묵 행동이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한가지는 침묵의 순간 견디기이다. 특히, 회의시간에 정적이 흐르는 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의견이 있는지를 묻고, 속으로 최소한 5초 이상은 기다려보길 권한다. 대부분의 리더는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달싹거리는 팀원의 입술을 짓눌러버린다. 입이 열리는 진실의 5초를 여유를 갖고 따뜻한 눈길로 기다려보라. 둘째, **상호 간의 노력**이다.리더와 구성원 간, 구성원과 구성원 간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 같은 땅을 밟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호 이해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부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캐쥬얼한 팀 미팅 방식이든, 워크숍 방식이든 해당 조직의 문화와 여건에 따라 판단하여 시행하면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소통의 장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직침묵 진단도구를 활용하여 현상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대화의 마중물로 삼아도 좋다. 왜 같은 조직 내에서도 부서 별로 인식하는 침묵행동의 정도가 다른지, 리더와 구성원은 어떤 항목에서 Gap이 벌어지는지, 팀원 간 차이 나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등 대화가 이어지다 보면 그 자체로 소통이 시작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ko-kr/photo/6457544/)
할많하않 증상으로 벙어리 냉가슴 앓이하는 직장인들이 너무도 많다.할말이 많지만 꾹꾹 참다보면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다.할말은 하고 살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사회학의 선구자인 찰스 호튼 쿨리가 무려 112년 전에 이미 강조하지 않았던가
커뮤니케이션이란, 인간 관계가 존재하고 발전하는 모든 메커니즘이다(Cooley, 1909).
지난 글 보기>Dark side of HR 1탄 – 이제 신입사원 조직전력화는 버려라Dark side of HR 2탄 – 심리적 안전감이 오히려 조직을 망칠 수도 있다 다음 글 예고>Dark side of HR 4탄 – 전임 리더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는 리더들 . 참고문헌고대유. (2017). 한국의 조직침묵 연구에 관한 메타분석. 한국행정연구, 26(1), 95-132.고대유, & 조정현. (2020). 조직침묵의 결과에 관한 메타분석. 한국정책연구, 20(3), 131-156.Cooley, C. H. (1909). The significance of communication.Dyne, L. V., Ang, S., & Botero, I. C. (2003). Conceptualizing employee silence and employee voice as multidimensional constructs.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40(6), 1359-1392.Morrison, E. W., & Milliken, F. J. (2000). Organizational silence: A barrier to change and development in a pluralistic world.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5(4), 706-725.Pinder, C. C., & Harlos, K. P. (2001). Employee silence: Quiescence and acquiescence as responses to perceived injustice. In Research in personnel and human resources management. Emerald Group Publishing Limited.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21 화려하지 않은 고백
서울에 올라온 지 어언 2년이 되었다. 영업이라는 직무 속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평소에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선 좋은 기회가 다가와, 뒤늦은(?)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담당 부서로 이동하였다. 누구나 처음에 그랬듯, 나 역시도 그랬다. 단지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영업 쪽에 입사하고 거래처에 무턱대고 들이댔다가 마상을 입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 정형화된 매뉴얼로 마스터한다면 영업의 신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영업엔 정답이 없다. 자연스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체득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전제하에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쌓여감에 따라 나 자신과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조직문화 부서로 처음 발령났을때, 세상을 다 가진 듯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뭐든지 다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 자체가 설레는 일이었다.
담당자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조직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학습과 현재 내가 속한 조직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조직문화.
한 조직 내의 구성원들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 · 가치관 · 인지 · 행위규범 · 행동양식
나에게 조직문화란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복잡하고 심오하고 추상적이게 다가왔다.
이론은 파고 들수록, 머리가 아팠다. 내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남들에겐 해박한 지식을 논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면 스페셜리스트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과연 정답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론은 이론일뿐, 완벽한 해법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다양한 조직의 모습을 경험하고, 이론을 축적하여 멋있는 조직문화 전문가가 되길 꿈꾸고 있진 않는다. 단지, 내가 현재 속한 조직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구성원들이 바라는 회사의 모습과 그들이 원하는 것에 그리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포커싱하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기 위해선, 나만의 기준이 필요했다.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같은 문화를 즐기고 공감대를 형성할 때 새로운 세대가 탄생된다』
여기서 Key-Point는 공감대이다. 그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구성원간에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
내가 운영하고 관리하는 이 플랫폼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는 조직문화의 모습을 앞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21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IT 채용담당자 - 데브시스터즈 김혜은
❗️ 데브시스터즈 Recruiting Manager이자 생존 6년 차인 김혜은님 이야기
“쿠팡 Tech 채용팀에서 개발 채용 업무를 시작으로 현재는 데브시스터즈에서 채용과 채용브랜딩을 하며 전략적 채용담당자가 되고 싶은 김혜은입니다.”
내가 찾아야 할 인재, 어딘가에는 있다. 단지 내가 못 찾는 것일 뿐.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채용을 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합니다. 그래서 채용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에 관심을 가지려고 해요. 특히 소속 회사의 산업군(현재는 게임사 및 IT)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를 찾아 채용에 녹이고자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채용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쿠팡에서는 개발 행사를 기획해 채용 브랜딩 및 공격적인 채용에 활용하기도 했어요. 데브시스터즈에서는 github와 Python을 공부하고 '개발자들의 고민이 뭘까?' 생각하며 직무를 자세히 이해하고 데브시스터즈와 잘 맞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후보자 경험도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후보자는 전형이 끝난 이후 우리 회사와 제품에 관심을 가진 고객이 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면접 일정부터 안내, 결과 전달까지 그 후보자가 얻게 되는 경험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데브시스터즈에서는 전사적인 면접 문화 만들기 캠페인과 인터뷰 QA, 회사 브랜딩 활동(링크드인 페이지, 기업 콘텐츠, 채용설명회 등) 등을 운영하며 긍정적인 기업 경험을 드리고자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보자를 발굴하고 찾는 과정은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며 해당 포지션을 깊게 이해할수록 후보자를 더 잘 발굴하고 회사를 더 매력적으로 알릴 수 있는 채용담당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찾아야 할 인재, 어딘가에는 있다. 단지 내가 못 찾는 것일 뿐." 쿠팡에서 채용을 시작할 때 제게 일을 가르쳐준 사수가 해주신 말인데요. 이게 신념이 될 줄 몰랐습니다. 채용을 하면 할수록 이 생각이 더 자주 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인재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었습니다. 단지 내가 못 찾을 뿐.
데브시스터즈는 어떤 직군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긍정적인 가치를 선사해드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재능을 지닌 구성원들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QA, CS, 사업전략 등 Staffing 조직 외에도 다방면의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또 이처럼 다양한 구성원들은 공통의 목표와 비전을 갖고 각자 맡은 역할 속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주도적 문화 속에서 일합니다.
본인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권한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하나하나 꾸준히 성취해나가는 문화 속에서 함께 일할 인재를 모시고자 피플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데브시스터즈의 피플팀은?
회사의 성장을 주도하는 인재를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채용하고자 다양한 일을 합니다. 특히, 팀원 각각의 강점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점의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고 있어요.
데브시스터즈 피플팀은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채용을 지향합니다. 포지션별 지원자 인입 수, 서류 또는 면접 Pass rate 수치를 데이터화 하여 지원부터 채용 완료까지 포지션 분석뿐만 아니라 인입되는 채용 채널을 분석하는 등 모든 과정을 전략적으로 운영하여 채용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신규 입사자가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하여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온보딩 프로그램(입사 OT, 웰컴패키지, 온보딩 가이드,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잠재적인 지원자를 적극적으로 만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캠퍼스리쿠르팅, 개발 컨퍼런스 행사, 채용 브랜딩 및 콘텐츠 제작)을 진행합니다. 이 활동은 팀원들과 프로젝트 형식의 채용 Full Cycle로 운영함으로써 곳곳의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IT 채용 담당자는?
도메인 지식과 본인이 채용하려고 하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발과 관련된 기초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지식>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직접 직무 경험을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개발자 채용을 위해 공부했던 Python과 Github 사용 경험이(물론 엄청 잘 하지는 못합니다.) 개발자 채용 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직무를 이해하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MZ세대, 코로나-19, 비대면 등의 사회 트렌드, 산업군에 대한 관심과 채용에 대한 트렌드 또한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각각의 트렌드들이 업무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이 연관된 부분들이 결국 인재영입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내 회사를 정말 좋아해야 하는 직업 = IT 채용담당자."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셀링을 할까요? 채용, 물론 힘들지만, 그래도 채용담당자는 회사를 잘 알고 좋아해야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음 인터뷰이를 빵야빵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스타트업 인사담당자 지훈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열정적이고 꼼꼼한 지훈님이 일하는 퀄슨에서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그리고 또 한 분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교육 및 HR 경험을 많이 쌓아오신, LG상사 승재님의 채용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 IT 채용에 관심이 많다면? 혜은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HyeEun(Catherine) Kim - Talent Acquisition Manager - Devsisters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무한 경쟁 시대. HR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생존 스토리를 담습니다. ⛑전체보기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22 '옷 잘 입는 사람이란?'(5) 제대로 따라 입는 사람
나는 패션을 공부한 적도 없고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은 적도 없다. 그저 옷을 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쩌다 보니 그런 내가 남의 패션 스타일링을 돕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옷 입는 감각을 타고나지 않았다. 20대 시절 사진 속 내 모습은 패션 흑역사 그 자체였으니까.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그 대부분의 이유가 너무 과한 옷차림이 부끄러워서였다. 오랫동안 쇼핑에서 숱한 실수를 경험했다. 나는 그럴수록 옷 잘 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04년. 케이블 TV를 보게 된 이후 내 TV는 패션 채널에 고정되어 있었다. 런웨이 패션의 화려함에 넋을 잃기도 하고 패션 전문가들이 나와 워스트와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처음엔 옷을 보는 게 좋았는데 나중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었다. 그러나 내 눈엔 예쁘게만 보이는 여배우가 워스트 드레서가 되는 이유와 수수하게 입은 여배우가 베스트 드레서가 되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행사장이나 남의 결혼식장에 나타난 연예인이 너무 애쓴 듯한 옷차림이면, 영락없이 그는 워스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워스트 드레스가 된, 예쁘지만 왠지 촌스러운 여배우의 옷차림에서 내가 보였다. 출근할 땐 잘 입었다 생각했다가도 이상하게 화장실 거울 앞에만 서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건 나도 예쁜 옷만 입고도 촌스러운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내겐 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조화를 보는 안목이 없었다. 그냥 예쁜 옷만 다 걸치면 멋쟁이가 되는 줄만 알았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왠지 모르게 세련되어 보이는, 꾸안꾸 룩은 남의 일이었다.
몇 년 간 나는 다양한 채널에서 패션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경청했다. 그들의 베스트드레서 심사(?) 기준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입을 땐 헤어 메이크업을 거칠게 표현할 것. 그래야 촌스럽지 않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을 땐 스니커즈나 워커. 밀리터리 재킷까지 걸치면 금상첨화.’
‘촤르르 떨어지는 블랙 슬랙스와 심플한 실크 블라우스를 비율에 맞게 잘 입으면 원피스보다 세련된 하객룩이 완성된다.’
‘화려한 백을 들 땐 옷을 최대한 심플하게 화이트 셔츠 원피스 정도로만 매치할 것’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할 땐 메이크업을 최대한 수수하게 할 것’
‘날씬함을 과시하려 쫙 다 붙게 입는 것보다 어느 하나는 헐렁하게 힘 빼야 세련된 룩이 된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니, 행사장의 연예인을 보면 베스트 드레서를 맞힐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난 패션 전문가의 말에서 더 배울 게 없었다. 나는 전문가의 스타일링 팁을 거의 다 익혀 버렸던 거다.
그 이후론 패션 방송이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잡지는 여전히 흥미로웠다. 잡지 속 스타일링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범 답안을 눈에 익힐 수 있어서다. 혼자 들른 카페에서 하이엔드 매거진이라도 만나게 되면, 잡고 앉아서 넘겼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엔 해외 인터넷 쇼핑몰의 토털룩을 감상했다. 파페치, 샵밥, 네타포르테, 매치스패션. 블랙 프라이데이 때 저렴하게 쇼핑하려고 방문하기 시작한 곳인데, 웬걸 어느 순간부터 여기서 패션을 배우게 되었다.
이 사이트들은
마네킹에 물건 하나 달랑 입혀 놓고 찍은 사진이 아니라, 그 아이템을 포함한 토털룩을 입은 모델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심지어 모델이 빙그르르 도는 영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지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창의성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다. 창의성이란 자신이 이미 아는 지식 중에서 새로운 상황에 필요한 해결책을 끄집어내는 능력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에서 확인할 수 있듯 체스 챔피언들의 의사결정은 즉흥적이지 않다. 그들은 수많은 체스판을 머릿속에 암기하고 있다가 기억 속에 존재하는 체스판이 눈앞에 펼쳐질 경우,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것을 응용해서 체스를 두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많을수록, 즉 우리 각자의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둔 데이터가 많을수록 문제 해결 상황에서 꺼낼 수 있는 해결책의 수는 다양해진다.
내가 패션 TV 시청을 중단한 이후로도 패션잡지와 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토털룩 감상을 계속했던 건 머릿속 데이터베이스를 풍부하게 하고 싶어서였다. 물론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는 말도 못하게 비싸고 화려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어 괜찮은데?’ 하고 가격을 확인하면 보통 월급쟁이의 한 달 치 월급으로 감당 안 되는 숫자가 우리를 반긴다. 또 절대 일상에서 불가능한 투머치 패션이 우리를 반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런 사진을 보고 잇 아이템, 브랜드, 트렌드에 시선을 뺏긴다. 나 역시 그랬는데 사진 속 물건에만 집중했을 때 내게 남은 건 과소비와 후회였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사진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못 살 건데 구경은 왜 해?’
지금 내가 패션 잡지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 눈여겨보는 대상은 뚜렷이 보이는 대상이 아니다. 스타일리스트의 두뇌활동이다. 고급스러운 배색, 핏과 길이의 조화, 서로 다른 소재 간의 절묘한 어울림. 스타일리스트는 우리가 어차피 못 살 물건을 매치하여 토털룩을 만든다. 토털룩엔 물건으로 표현된 전문가의 두뇌활동이 있다.
사실 진짜 멋쟁이들은 디테일이 많은 요란한 옷을 입지 않는다. 많이 보고, 눈으로 익힌 다음,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데이터를 상황에 맞게 다르게 변형해서 꺼내어 쓸 줄 아는 사고를 패션에 적용해서 옷을 입는 사람.
그 사람은 따라쟁이이지만 창의적이다. 물론 나는 창의적인 따라쟁이가 아니었다. 그냥 따라쟁이였다. 많은 옷을 버린 끝에 쇼핑몰 사장님 따라 쟁이는 졸업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따라 입기를 완전히 졸업한 건 아니다. 난 사진 속 전문가의 두뇌 활동을 흉내내려 한다. 따라 입기에서 발상전환을 해본 셈이다.
그러자 예쁜 옷만 다 걸치면 되는 줄 알았던 내가 화이트 티셔츠와 화이트 스니커즈의 심플한 매력에 눈을 떴고, 예쁜 옷 다 입고도 왠지 모르게 촌스러웠던 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전문가의 두뇌활동을 많이 보고 많이 외워두면, 그건 결국 창의적 발상의 밑거름이 된다. 옷 입기도 마찬가지인 거다. 열심히 보고 배울 수록,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그날의 TPO에 맞게 스타일리스의 두뇌활동을 따라 입게 된다.
창의적인 따라쟁이가 되려면, 전문가의 두뇌활동의 결과물을 반복해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바일 환경에서 본 사진이라면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고, 잡지에서 본 사진이라면 마음에 드는 컷을 스크랩해두자. 그렇게 자주 보며 기억하고 배우다 보면, 누구나 저렴한 브랜드에서 알짜 아이템만 뽑아 사는 고수가 될 수 있다.
전문가의 두뇌활동을 모방할 줄 아는 사람. 타고나는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습의 결과 갈고 닦은 이성도 활용할 줄 아는 사람.
전문가의 두뇌 활동을 제대로 따라 입는 사람. 그 사람이 옷 잘 입는 사람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