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업무 중 뭐가 제일 어렵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데, 저는 늘 TOP2 중 하나로 평가보상 설계를 꼽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노무관리를 꼽습니다…ER담당자님들 존경합니다.)평가보상은 직원의 입장에서는 역량과 성과를 타인에게 검증받아야 하는 매우 불편하고 예민한 과정이면서, 조직의 입장에서는 성과 향상과 예산 내 효율적 인건비 배분이라는 전략적 설계와 운영이 필요한 파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주니어 인사담당자에게 평가보상은 더 어렵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복잡한 엑셀의 늪에 빠져, 그냥 기존의 제도를 답습하며 문제없이 운영하는데만 노력을 쏟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는데요.이런 저와 같은 주니어 평가보상 담당자를 위해 함께 나누고 싶은 지식과 생각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제 생각은 정답이 아닐 수 있고(아마 아닐 것이며), 다소 이론적인 얘기가 될 수 있지만, 업무하실 때 참고하실 수 있는 내용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해 봅니다. **Q.평가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부분 세가지를 이야기 하실 것 같습니다. 첫째 보상수준 결정, 둘째 승진자 판단, 셋째 고성과자에게는 격려의 수단, 저성과자에게는 코칭의 계기.모두 맞는 말이지만,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더 본질적인 목적이 있습니다.평가는 일을 잘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닙니다. 조직구성원에게 동기부여, 성과 향상의 촉진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본질적 목적입니다. 하지만 동기부여, 성과 향상은 굉장히 시간도 많이 들고,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성과향상이라는 목적은 뒤로 제쳐둔 채 그저 매년 결정해야 할 차등보상과 승진 여부 결정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기도 합니다.우리 주니어 평가보상 담당자님들께서는 더 본질적인 평가의 목적에 대해서 잊지 않고 업무를 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Q.인사담당자에게 있어서 공정한 평가제도란 무엇일까요? 유니콘처럼 현실에는 없고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혹은 신적인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이 글을 보시는 HR담당자님들 이 문구에 공감하고 계시죠?) 하지만 우리는 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는 가혹한 숙명에 놓인 HR담당자들이지요. 완벽하게 성공적일 수는 없지만, 그 신의 영역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한 네 가지의 노력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 직원들에게 우리회사 평가제도 이해도 높이기제가 재직하고 있는 엔카닷컴은 매년 팀장, 선임매니저, 팀원별로 별로 평가를 실시하기 전 평가의 목적, 방법, 보상과의 연계성에 대해 알기 쉽도록 설명회를 진행합니다.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동영상으로도 촬영 후 유투브를 통해 전직원이 반드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모회사에서는 평가제도를 친숙하게 느끼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전사 평가제도 퀴즈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이처럼 우리회사의 평가제도와 목적과 방법에 대해 좀 더 직원들이 투명하게 이해하고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평가는 나를 가스라이팅하고 고통을 주기 위한 제도야, 다른 직원보다 나에게만 불리하게 평가될거야’ 와 같은 막연한 평가 음모론(?)과 불신을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2.다면평가(+자기평가) 실시하기직책자가 그 아래의 구성원을 평가하는 방식이 평가의 주이지만, 평가를 통해 동료, 팀원이 생각하는 직책자, 심지어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그런데 ‘우리 직원들은 누군가를 평가할만한 역량이 없어요’, ‘동료평가자를 누구로 지정해야 할지 어렵습니다.’ ‘평가의 방식이 너무 복잡해지지 않나요?’ 라는 문제때문에 다면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그렇다면 우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다면평가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선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같은 팀원끼리의 다면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방식은 서술형 방식으로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후 평가결과는 직접 반영하기보다는 그 사람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참고용으로 활용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직책자 한두명의 판단보다는 더 다양한 의견을 듣고 다양한 시각에서 판단하는 것은 공정성을 높이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3.수시 피드백과 코칭내가 예상한 평가결과와 실제 평가 결과의 차이가 클 때, 평가 제도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지며 불신과 분노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피평가자가 평가 결과를 받았을 때 놀랍지 않도록 수시로 성과 및 역량에 대한 피드백과 코칭이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구글코리아에서는 6개월마다 매니저와 직원이 목표와 계획을 합의하고 평가를 받고, 매주 1:1로 미팅을 하면서 목표에 대한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이미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이처럼 평가는 연말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수시로 진행될 수 있도록 HR에서 이끌어가시면 좋겠습니다. 4.우선 실행하고, 반드시 피드백받고 보완의 과정 가지기‘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 고 노자는 말했습니다.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서는 생선살이 문드러지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작은 생선을 굽기 위해서는 잘 익어가고 있는지 수시로 들여다 봐야 하고, 불 세기도 세밀히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이처럼 평가제도 또한 너무 잦은 개편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혼란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방향성에 맞게, 직원들의 성장에 맞게 잘 익어가고 있는지 수시로 판단하고 조금씩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평가뿐 아니라, 모든 제도가 그렇겠지요.)처음부터 ‘완벽한 평가제도를 만들어야겠다!’ 라는 중압감으로 시작하기 보다는 실행하고, 반드시 피드백을 받고 중간점검 및 보완의 과정이 있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보상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Q.직원들이 공정한 임금수준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고려하면 좋을까요?**인사관리에 있어서 공정성을 동기부여적 측면에서 연구한 유명한 이론으로 애덤스의 공정성이론이 있는데요, 애덤스에 의하면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적절히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공정성의 긴장이 생긴다고 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역량이나 성과로 보상을 책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사/타인의 가치와 비교/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1.다른 조직의 개인과 비교하기다른 조직(특히 경쟁사)의 임금수준을 우선 파악해보셔야겠습니다.임금정보는 매우 보안사항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타사의 자료를 알기가 비교적 어려웠는데요, 요즘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을 통해 연봉정보를 공개하기도하고, 사회보험료를 역산하여 임금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도 많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다양한 곳을 통해 타사의 임금 정보를 수집하실 수 있습니다.특히, 고용노동부에서 수집한 기업의 임금정보를 종합하여 볼 수 있는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의 자료를 활용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연령/직무/근속연수별 등 다양한 기준을 원하는대로 믹스하여 평균 임금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꽤나 믿을 수 있는 자료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같은 조직 내 다른 개인과 비교하기우리 조직 내에서 같은 직무레벨끼리 임금격차가 너무 크지는 않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직무의 난이도나 희소성, 중요도 등이 비슷한 레벨인데, 너무 격차가 많이 차이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되겠지요. 전체적인 직무관리 및 직무 레벨링이 우선 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보상관리도 필요하겠습니다. 3.( 경력자라면) 전직장 연봉만으로만 가치 판단하지 않기경력자라면 전직장에서의 연봉을 고려해서 임금을 책정하게 되겠지요. 다만, 너무 전직장의 연봉만을 잣대로 가지고 임금 책정하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전직장의 연봉이 너무 과대 혹은 과소평가 되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 회사의 보상 수준에 적절한지 등 개인의 역량, 직무난이도,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주니어 담당자님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평가보상에 대한 생각과 지식에 대해 준비해보았습니다.결론적으로 담고자 했던 내용은 평가보상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공정한 평가보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저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우리 회사 구성원이 단 한사람이라도 더 우리의 평가보상제도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지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업무는 정답도 없지만 오답도 없는, 옳은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의 고뇌하고 고찰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것은 없으니까 좌절하지 마시고 많이 소통하고,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우리 회사에 잘 맞는 제도에 한발짝 다가가시는 주니어 평가보상담당자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