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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까르까보소 Carcaboso ~ 알데아누에바 델 까미노Aldeanueva del Camino : 38km 아침을 챙겨 먹고 해가 어둑한데 알베르게 뒤편으로 가니 둥근 달님이 아직 있다. 예뻤다. 자잘한 짐들을 챙기고오늘은 일정이 길다고 다들 해도 어둑한데 아침 7시 경에 다 나가서 나는 또 여유로운 아침이 맞았다. 좋다. 해가 뜨고 8시 반경에 마을을 빠져 나왔다. 몸 컨디션 상 40km의 거리는 걷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아 데 라 쁠라따의 상징이 되는 로마시대 건축물인 까빠라의 문Arco de Cáparra에 도착한 이후에 더 갈지 근처 호스텔에 묵을 지 결정하기로 했다. 무모할지 모르나 그게 내 방식! 오늘은 또 무슨 모험이 기다릴까? 출발 길부터 구불구불했다. 그래서 한참을 온 거 같은데도 뒤를 보니 까르까보소가 보였다. 그리고 오늘따라 뿔 달린 소들이 까미노 주변에 포진해 있다. 모르면 모를까 전에 스페인 순례자들이 가끔 소들도 들개들처럼 달려들 때가 있어 조심해야한다 그래서 오늘 따라 많이 쫄았다. 그러고 보니 그 수많은 농장과 드넓은 대지를 두고 이것들이 까미노 루트 쪽에 다들 포진해 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뚫어져라 쳐다봤다. 길고 마을하나 없는 (집만 한 채) 길을 지나고 또 지나 마침내 로마시대 건축물이자 비아 데 라 쁠라따(은의 길)를 지날 때 상징처럼 들르는 까빠라에 도착했다. 같이 도착한 순례자들과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찍어주었다. 발을 쉬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까바라의 문 주변에 로마 시대의 건축물이 많았다. 문은 동서남북으로 방향이 나 있는데 이천년이 지나도 건재하다니 놀랍다. 휴일이라 스페인 관광객이 많았다. 워킹머신 네덜란드 커플이 자기들은 이 근처 아우스트리아Austia 호스텔에 예약했다며 차가 데리러 오면 너도 물어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벌써 두시가 넘어 20km를 더 걷기엔 무리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차가 예상보다 빨리 와서 물어보니 거긴 방이 없다고 그러며 20km는 너무 머니 좀 더 짧은 까미노 코스로 데려다 주겠단다. 차를 얻어 타고 도착하니 웬걸 호스텔에 내려주고 저~기 고속도로 길을 좀 걸어가면 까미노 루트가 나오니 그걸 따라 가라고하고 휭 가버린다. 갑자기 혼자 모르는 곳에 던져지다니! 패닉으로 빠져드려는 내 정신을 붙잡아야 한다. 호스텔에 달려있는 레스토랑에서 나의 에너지 드링크! 까페 꼰 레체 큰 걸 시켜 마시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으영차~ 가방을 다시 둘러메고 출발했다. 까르빠 마을이 보이는 길로 한참 지나 이상하게 횡설수설 길 설명을 해주는 동네 할배를 지나쳐 오솔길과 오르막 개울물과 먼 설경의 산을 보며 마침내 알데누에바 델 까미노Aldeanueva del Camino에 도착했다. 우려와 달리 알베르게에 자리가 있었다. 세탁기에 빨래도하고 장도 간단히 보고 근처 식당서 깔라마레스Calamares(오징어튀김)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휴~ 기인 하루다. 길 잃지 않고 숙소에 침대도 잡고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은 사람들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내 속도대로 가자고 생각했다. 내 몸도 아껴주고 말이다. 상업화 되어가는 까미노(순례자를 돈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관광화 되어가는 구조)가 속상하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여기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알베르게도, 길도, 순례자도 계속 유지 되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다 같이 살아야 되지 않을까? 빨리 서둘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쉽게 갈 수 없는 까빠라의 유적지를 너무 짧게 둘러 본 게 못내 아쉬운 날이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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