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번영(Employee Thriving)의 시대 (2)
지난 번 고심 끝에 Employee Thriving을 '직원 번성'으로 직역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한 선배님께서 우리나라에서는 Thriving이라는 개념을 번영(감)으로 번역하고 있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부족한 조사로 인해 혼동을 드린 점 양해 부탁드리며, 이번 아티클에서는 Employee Thriving을 직원 번영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번영감에 대해서는 Gretchen Spreitzer 박사의 "A Socially Embedded Model of Thriving at Work"(2005)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Microsoft의 직원 번영(Employee Thriving)
Microsoft는 직장 내외에서 웰빙을 누리며 성장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직원 번영을 위해 (1)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2)에너지를 받고 권한을 부여받는(energized and empowered to do meaningful work) 두 가지 조건을 강조합니다. 그 중 의미 있는 일(Meaningful work)에 대해서는 지난 아티클에서 다루었습니다.
지난 아티클 보러가기
이번 아티클에서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직원 번영의 또 다른 조건, Energized & Empowered 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에너지를 받고 권한을 부여받은 상태 (Energized & Empowered)
직원 번영을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조건은 '에너지와 권한'입니다. 직원들이 번영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일을 하며 본인이 충분한 에너지와 열정을 받고, 그 일에 대해 충분한 권한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Microsoft는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 조직문화
첫째,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입니다. 번영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동료들과의 협업과 자율적이고 유연한 문화를 누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사일로와 관료주의를 경험하고, 본인이 그저 거대 조직에 속한, 톱니바퀴의 일부(cog in a machine)라고 느낀다고 합니다.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어떻게 직원 번영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지는 Microsoft가 진행한 내부 혁신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출처: The Comeback Stock of the Decade: Microsoft (MSFT)*
2013년, Microsoft는 사내 정치와 관료주의적 조직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그들의 오랜 평가제도인 상대평가제도(Stack Ranking)를 폐지했습니다. 그 이유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직원들을 줄세우고 그에 따라 포상을 하는 상대평가제도가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라는 제도의 본질과는 다르게 오히려 구성원간 소통을 막고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조직의 성장과 혁신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Microsoft는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율 평가를 도입함으로써, 개인 성과보다는 협력과 소통, 자율을 중시하는 문화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여러 노력 끝에 직원들은 다시 협업과 도전을 망설이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소위 일컬어지는 'Microsoft의 잃어버린 10년(The Lost Decade)'에서 벗어나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2. 리더십
둘째, 코칭 리더십입니다. Microsoft에서 번영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리더가 본인을 존중하고 본인의 성장을 지원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만큼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들어선 이후 조직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2023년 McKinsey Quarterly 에서 발간한, 번영하는 조직(Thriving Organization)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과 관련한 아티클에서 명령하고 통제하는 리더십보다는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완벽한 계획보다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기에, 의사결정을 도맡아 하는 리더십보다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그들이 정답을 찾아갈 수 있게끔 격려하고 코칭해주는 리더십이 번영하는 조직을 만들어가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앞서 설명한 두 가지,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문화와 이를 서포트하는 리더십이 조직 내 갖춰진다면 구성원들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와 권한을 부여받아 번영하는 직원, 번영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결론
지금까지 직원 번영과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 '의미 있는 일'과 '에너지와 권한 부여'에 대해 Microsoft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날 많은 회사들은 사업과 조직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웰빙 전략들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워라밸을 위한 자율 근무제, 주 4일제 등의 근무제도 도입부터 주거 지원, 육아 지원 등의 복리후생 제도들을 통해 직원들이 온전히 일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직장 내외의 삶을 아낌없이 지원합니다. 그런데 Microsoft가 제시하는 직원 번영의 참된 의미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제도들이 번영감을 위한 피상적인 전략으로만 남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편안한 근무환경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 외에도 직원들이 상호 성장과 협력의 문화 속에서 충분한 에너지와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지, 또 스스로 하는 일의 목적을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직원 번영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Reference
https://www.inc.com/justin-bariso/microsoft-research-how-to-measure-employee-engagement-thriving.html
https://hbr.org/2022/06/why-microsoft-measures-employee-thriving-not-engagement
https://www.mckinsey.com/capabilities/people-and-organizational-performance/our-insights/new-leadership-for-a-new-era-of-thriving-organizations?stcr=5790D3BDFB2247C39DC961247178D9EB&cid=other-eml-alt-mip-mck&hlkid=f46f4ccde8624e5b928d276141afb78f&hctky=15513098&hdpid=5f7d077e-a29d-4a2b-a154-6b1b60798c28
안주영 in 인살롱 ・ 2024.09.05 복장 자유 면접, 정말로 자유롭게 입어도 되는가?
면접에서 "복장 자유"를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정장은 피해달라는 안내 문구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지침은 지원자들이 편안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겠지만, 과연 모든 지원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까요?
오히려 선택의 무게를 던져주고, '편안함'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복장 자유의 진짜 의미와 그 한계
복장 자유라는 지침은 단순히 ‘자유롭게 입으라’는 뜻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회사가 기대하는 문화적 적합성과 지원자의 판단력을 보여주라는 요구가 담겨 있습니다. 정장을 피하라는 안내는 친근함을 의도한 것이겠지만, 지원자들에게는 어떤 옷차림이 적절한지 고민하게 만드는 부담을 안겨줍니다.
얼마 전, 한 지원자가 샌들과 반바지를 입고 면접에 나타난 일이 있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그랬을 수 있지만,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복장 자유의 한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면접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부족해 보일 수 있는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복장은 지원자의 판단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조직 문화에 대한 적합성까지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외형적인 자유로움을 넘어서, 지원자가 얼마나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복장 선택은 그 사람의 태도와 가치관, 그리고 회사와의 적합성을 엿볼 수 있는 요소가 되는 셈입니다.
전문성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음
지나치게 캐주얼한 복장은 지원자가 면접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샌들과 반바지를 입고 온 지원자의 경우, 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 첫인상은 전문성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회사에 들어와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일지 모른다는 걱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회사 문화와의 불일치
복장은 회사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회사에서도 지나치게 자유로운 복장은 회사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복장 자유의 가이드라인은 지원자들이 회사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첫인상의 중요성
면접에서 첫인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원자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첫인상이 부정적이라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치게 편안한 복장은 처음부터 지원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성과 기업 문화 적합성 검증의 중요성
복장 자유가 지원자의 판단력과 문화적 적합성을 평가하는 요소가 될 수 있듯, **지원자가 회사의 인성과 조직 문화에 적합한지 여부를 면접에서 충분히 검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 내에서 다른 구성원들과의 협력, 소통, 문제 해결 능력은 인성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면접 과정에서 복장뿐만 아니라 지원자의 태도, 가치관, 협업 능력 등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회사의 문화에 적합한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인재인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질문으로 알기 어렵기에, 상황별 대응 방식이나 협업 경험 등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적인 면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특정 직군에서의 복장과 문화적 적합성
특히 개발직군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개발자는 기술적 능력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복장에 대한 기준이 느슨해질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문화적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한 회사에서도 IT 개발직군에서는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비개발직군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개발자니까...'라는 문화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업무 방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소통 방식과 문화적 적응력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듯, 복장 자유는 단순히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라, 지원자가 회사의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개발직군처럼 기술 능력만으로 판단하기 쉬운 직무에서도, 결국 내부 구성원들과의 문화적 적합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복장 자유, 그러나 신중함이 필요하다
복장 자유는 지원자들에게 자기 표현의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그들이 회사의 문화와 기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장 자유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지원자에게 선택의 부담을 주고, 그 결과 잘못된 인상을 남길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복장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명확히 하고, 지원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개발직군처럼 기술적 능력만으로 판단하기 쉬운 직무에서도, 회사와의 문화적 적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해야 합니다.
결국, 복장 자유라는 지침은 단순히 지원자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지원자들이 회사의 기대를 이해하고, 인성과 조직 문화 적합성을 포함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면접에서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송정우 in 인살롱 ・ 20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