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나 IT 업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VUCA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애자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이미 많은 곳에서 실제로 애자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이런 흐름이 벌써 수년 째 이어지고 있으고 국내에서도 2008년 말부터 금융권을 시작으로 유행처럼 너도나도 애자일을 도입하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애자일을 도입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한 마디로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Non-IT 기업에서 애자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한다는 뜻일까? 작년부터 애자일을 도입하고자 하는 몇몇 Non-IT 기업을 만나며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 기업들을 코칭하면서 Non-IT 기업에 애자일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대략적인 방향은 잡은 듯 하다. 물론 모든 기업과 모든 분야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더 많은 기업을 만나서 코칭하다보면 당연히 지금과는 생각이 달라지는 부분도 생겨날 것이다. 이제부터 논의할 내용은 한 개인이 지극히 제한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정리한 현재 시점의 생각일 뿐이라는 점을 감안했으면 좋겠다. 계속 이야기를 해보자면, 실제로 애자일 도입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Non-IT 기업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애자일'이라는 단어는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애자일에 대한 이해, 동기, 목표가 서로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어떤 곳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애자일하게 만들고 싶어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조직의 구조를 애자일하게 바꾸고 싶어했다. 다른 곳에서는 구성원들에게 애자일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전파하고자 했고, 어딘가에서는 HR제도부터 시작해서 기업 전반의 제도와 문화를 애자일하게 바꾸려 했다. 애자일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다양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애자일'이라고 섞어 부르다보니 많은 조직에서 오해도 생기고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자주 목격하는 큰 오해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agile’과 ‘Agile’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다. 소문자 ‘a’의 ‘agile’은 ‘민첩한’, ‘기민한' 등의 뜻이 있는 영어 형용사다. 비즈니스의 맥락에서 ‘agile’하다는 의미는 조직의 what과 how를 쉽고 빠르고 원활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처럼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충실히 실행하는 능력보다는, 불완전한 정보로도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agile’한 조직은 필연적으로 모호함을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를 갖게 된다. 하지만 ‘agile’이란 단어가 어떤 구체적인 방법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대문자 ‘A’의 ‘Agile’은 구체적인 방법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는 애자일 선언의 가치와 원칙을 따르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다. ‘Agile’이란 그 모든 방법론을 하나로 일컫는 말이며 스크럼, 칸반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나름의 사례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그 밖의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다양한 방법들을 그 이외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은 사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전 세계 그 누구도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 이제, Non-IT 조직에 애자일을 도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리해보자.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애자일을 도입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agile’한 조직이 되기 위해 우리만의 ‘Agile’을 찾아가는 과정 이다. 즉,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존의 애자일 방법론을 응용하여) 우리 회사에 적합한 구체적인 애자일 방법론을 만드는 것이 애자일 도입이다. 조직을 개편해서, 3개월 짜리 변화 프로젝트로, OKR 같은 한 가지 제도의 도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애자일 선언에 있는 애자일의 가치와 원칙을 따르는 우리만의 방식이 회사 내에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코칭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코치님, 애자일을 도입하면 뭐가 좋아지나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답변드린다. “애자일은 좋아지기 위해서 도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도입하는 거죠. 우리는 급변하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지금의 조직과 일하는 방식으로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조만간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을 찾아내겠죠. 그게 경쟁사가 아니라 여러분의 회사이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