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새로운 정의
통상 1996년 이후 출생자를 Z세대라고 한다. 이전 세대에 비해 보다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이 Z세대가 서서히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되면서 디지털 기반의 정보력에 구매력까지 갖춰 가고 있다. 실질적인 미래 소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Z세대를 이해하고 이들의 특성을 실질 구매력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동종 업종 내에서 이 Z세대에게 사랑을 받는 기업과 외면을 받는 기업이 있어 매우 흥미롭다. 오늘은 이 두 기업의 행보를 통해 의미있는 시사점을 확인해 보도록 한다.먼저 Z세대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보자. 바로 아메리칸이글이란 미국 캐주얼 의류기업이다. 아메리칸이글은 2016년 36억 달러, 17년 38억 달러, 18년 40억 달러, 19년 4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의류브랜드라는 명성을 얻어 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의 비결이 탁월한 디자인, 높은 품질, 가성비와 같은 통상적 이유들에 있지 않았다. 고성장의 비결은 놀랍게도 이 기업이 Z세대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일치하도록 행동했기 때문이었음이 확인 되었다.Z세대 가치관과 일치하도록 행동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우선 Z세대들은 개성을 포용하며, 다양성과 평등의 가치를 지향한다. 아메리칸이글은 Z세대의 이러한 가치를 수용하여 다양한 인종과 체형을 고려하고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였다. 유명인 모델 대신 일반인 모델을 썼다. 흉터와 여드름 피부, 굴곡진 몸매, 그 어떤 것도 보정하지 않고 촬영된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2018년에는 고객이 SNS에 올린 사진들을 광고에 활용하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는 것이다.또한 Z세대는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고 싶어한다. Z세대들이 지향하는 이러한 가치관을 보여주는 신조어로 필랜스러틴(Philanthroteen)이라는 말이 있는데, 인류애를 뜻하는 필랜스러피(Philanthropy)와 10대를 뜻하는 틴(teen)의 합성어다. 이 때문에 사회운동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 판매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CSR에 대해서도 Z세대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아메리칸이글은 이러한 Z세대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회적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총기규제, 흑인인권운동 시위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행동으로 지지하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Z세대들이 추구하는 평등, 자유, 다양성, 사회변화 등 사회가치를 담은 메시지들을 옷에 직접 새기는 것은 물론, 특정 사회운동들과 관련된 사이트로 바로 연결 되는 QR코드를 옷에 부착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Z세대에게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나타내고, 남들에게도 이를 독려할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자기표현 도구를 제공했던 것이다.이러한 노력의 결과, 2020년 마케팅조사기업 파이퍼샌들러가 발표한 Z세대의 기업선호도에서 아메리칸이글은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패션기업 2위에 올랐다. 아메리칸이글에 대한 Z세대의 선호도는 무려 43%에 달한다. 한편 예전에는 10대, 20대에게 큰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의 Z세대에게는 비판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아베크롬비 & 피치다. 아베크롬비&피치의 제품 디자인은 키가 크고 날씬한 사람에게만 최적화되어 있어,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남성복은 XL, XXL 사이즈를 생산하면서도 여성복은 XL 사이즈를 생산하지 않는가 하면,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생산하기도 했다.“두 명의 Wong(동남아인)으로 한 명의 백인 역할을 할 수 있다”,“어느날 (금발이 아닌) 갈색머리를 가지게 되는 악몽을 꿨다”와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가치관들을 옷에 프린팅 했다.또한 아베크롬비 매장에 가면 향수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이 향수가 디에칠프탈레이트라는 유해물질이 있는 것으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의족을 찬 직원을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매장영업 직무를 그만두게 한 일도 모두 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동떨어진 행보였다.여기에 불을 붙인 건 CEO의 발언이었다. 1990년대부터 아베크롬비를 이끌었던 CEO 마이클 제프리스는 종종 인터뷰에서 ‘동양인 모델은 기용할 수 없다’거나, ‘마른 사람만이 우리의 타깃 고객층이며, 뚱뚱한 사람이 우리 옷을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브랜드 선호도는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Z세대는 아베크롬비&피치에 대한 구매 거부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매장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고, SNS에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아베크롬비 거부운동은 마일리 사이러스, 엘렌 디제너리스 등 유명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결국 아베크롬비는 2015년 패스트컴퍼니 조사에서, 22개의 리테일 브랜드 중 소비자 서비스에서 최하위 선호도를 기록했다. 아베크롬비의 순자산가치도 2011년 66.6억 달러에서 2019년 10.2억 달러로 급하강 했다. 결국 논란의 대표는 해임되었으며 새로 선임된 여성 CEO는 아베크롬비의 Z세대 마케팅 실패를 인정하고, ‘탈 Z세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주소비자층을 2010년 이전의 아베크롬비의 명성을 잘 아는 밀레니얼 세대로 변경했다.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2019년 마케팅조사기업 DoSomething Strategic은 Z세대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Z세대의 67%가 자신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Z세대에게 브랜드란, 단순히 물물거래의 대상이 아닌, 나를 잘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인 것이다. 최근 Z세대 연구를 진행한 EY의 Marcie Merriman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브랜드가 고객을 리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고객은 브랜드와 제품을 이용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을 이룬다”.기업과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이제 그 정의가 바뀌었다. 더 놀라운 것은 ‘가치있음’을 판단하는 주체가 기업에서 고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업이 시장에 가치를 제안하고 그 기준에 따라 massive한 소비가 이루어졌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 고객에 의해 정의된 가치를 적시에 수용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이제 이런 상황에 직면한 기업과 조직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HR에게 던져지고 있는 매우 중요하고 본질적 도전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9.24 우리회사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어떤 평가/보상/피드백 제도는 무엇인가요?
요즘 A업계는 어떤 평가/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대요?
평가/보상/피드백 제도를 도입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나요?
평가/보상/피드백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어떤 HRIS를 쓰는게 좋을까요?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춰서 평가/보상제도는 어떤 변화부터 준비해야할까요?
이번 원티드의 평가/보상/피드백 컨퍼런스의 모더레이터로 참여하면서, 가장 많이 취합된 질문 중에 하나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회사에 맞는 평가/보상 제도는 어떻게 도입/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 또한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회사에서 평가/보상 담당자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단지 같은 HR 팀원뿐만 아니라, 회사 내 구성원분들도 타사의 사례나 평가/보상제도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궁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우리회사에 꼭 맞는 평가/보상/피드백 제도를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내게 맞는 신발을 구매하듯이 고를 수 있을까? ‘300명 규모의 IT회사라면 A라는 제도를 선택하세요.’라고 정답을 줄 수 있는 문제일까? 컨퍼런스 연사님들과 사전에 여러 번 회의를 하고, 또 강의 내용을 들으면서 내린 결론은, “없다”이다. 그럼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부분을 고려해서 평가/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해 나가야할까.첫째. ‘우리회사가 어떤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인가’를 가장 먼저 살펴봐야 질문: 평가/보상/피드백 제도가 없는 회사는, 어떻게 그리고 어떤 제도를 운영 해야할지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어떤걸 먼저 봐야할까요? *버드뷰 성장관리팀장 장해미님: 가장 먼저, 우리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를 고려해야할 것 같아요.*과거 평가/보상제도는 피드백을 통한 구성원의 성장보다는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한 인사고과 및 보상과의 연계, star player에 대한 확실한 보상, 외부 경쟁력보다는 내부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비즈니스 환경이 변하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평가결과=나의 보상의 크기’라고만 인식하는 문제, 과도한 내부 경쟁 촉진으로 인한 협업/팀워크 저하의 문제, 내부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연봉밴드 운영으로 외부시장과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문제 등…트랜드와 타사사례에 대한 연구가 평가/보상/피드백 제도 설계와 운영에 중요한 고려요소는 맞지만, 과거에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평가/보상제도들이 오늘날에 꼭 맞는 정답이 아닌 것처럼, 가장 먼저 ‘우리회사가 어떤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인가?’라는 고민이 선행 되어야한다. 즉, 어떤 사람이 인정받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예컨대,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부터 리뷰제도를 도입하여, 현재는 ‘우아한평가’명칭으로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성&주관식 평가, 절대평가, 그리고 조직문화에 대한 자가진단 문항을 포함하고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평가제도를 도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키워드는 세 가지이다. 인정, 성장, 그리고 코칭. 우아한평가의 기준 축을 세가지로 잡게 된 이유는, 우아한형제들의 핵심가치, 인재상, 그리고 업무 방식을 담기 위해서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다움’이라는 조직문화 실천을 강조하고, 스타보다 팀웍, 배려와 협동을 중요시하며, 회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내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때문에, 내가 남보다 잘하는 것 보다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내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팀웤과 협동을 바탕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단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평가제도가 필요했다..우아한형제들의 인재상, 업무방식.버드뷰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 ‘Merry Growth’ 라는 성장진단을 운영하기까지, 우리회사가 어떤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런 요소들을 문화로 정착시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항들을 담아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 결과, 절대평가를 기준으로 하면서, 자기진단와 팀원진단뿐만 아니라 리더진단과 동료진단 (360도 평가) 을 포함하는 현재의 ‘Merry Growth’를 도입하게 되었다. 자기진단 작성에 최소 2시간, 그리고 동료진단 1명 당 최소 2시간 이상 할애하며 작성하는 과정을 거쳐 약 5~6페이지의 성장진단서가 완성된다. 구성원과 조직장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사팀에서는 성장진단제도를 운영하는 이유와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공유하고 조직 내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버드뷰의 Merry Growth.둘째.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2004년 7월 1일, 공공기관부터 주5일제가 시행되었다. 당시 정부가 주5일제 시행을 이야기하자 각종 언론/방송사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말과 함께 경제붕괴 및 중소기업체의 운영난을 예고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주5일제는 너무나 당연한 업무환경으로 자리잡았고, 몇몇 IT업계에서는 주4일제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라는 공간으로 출근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업무환경의 standard로 자리잡고 있다.많은 기업들, 특히나 평가/보상제도를 굉장히 오랜 기간 운영해온 전통대기업들은, 환경 변화에 맞춰 평가/보상제도 또한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또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할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전통대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분들은 이렇게 조언했다.
예스코홀딩스 인사팀장 소재용님: 우리회사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legacy에 대한 검토부터 시작해보세요. 예컨대, 인사업무를 20년 넘게 해오면서, 각 사업부의 KPI 달성률의 합이 전사 KPI달성률과 일치하거나 뛰어넘은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업부와 회사의 KPI는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이 아예 바뀔 수도,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직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평가/보상과 KPI를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어차피 각 개인은 조직의 목표/방향에 따라 여러 부서와 협업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예스코홀딩스는 KPI와 직원들의 평가/보상을 분리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당연한 것에 대한 의심을 해보시는 것도, 우리회사 평가/보상제도의 변화를 꾀하는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남주현님: 기존 전통대기업들의 뿌리와 기둥이 되었던 기준들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는데요. 대안이 될만한 제도들이나 상황들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공유하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의 제도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도 없고, 가져온다고 한들 우리회사에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우리회사의 방향과 환경에 맞을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고민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포스코 기업시민실리더 김용근님: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고 뭔가 달라지는게 있을까,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실 수 있지만, 20년 전에 여러 조직에서 인사업무를 하시던 분들의 고민들이 모여서, 현재의 인사제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방법이 뭘까, 우리 직원들/평가자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들과 작은 변화를 쌓아가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직원들을 회사에서 만나지를 못하니, 화상회의를 하기 전에 팀원들에게 커피쿠폰을 보냈는데요. 아주 작은 것이지만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더라고요. 이런 것들도 언택트 시대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작은 변화/실천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주 작은것들부터 고민하고, 대안이 될 만한 제도들을 공유하고, 또 이를 통해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내려는 노력들이 모여야 할 것이다.셋째. 완벽한 제도, 영원한 제도가 아닌 유연한 제도를 위하여아래 CJ제일제당 인사팀장 최현수님, 우아한형제들 보상팀장 곽지아님, 그리고 뱅크샐러드 People&Culture 본부장 김기재님의 강의 내용에 등장하는 말들을 살펴보자.
기업의 제도 또한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제도도 없고, 영원한 제도도 없다.
기준은 완벽할 필요 없다. 빠르게 이터레이션을 하면 신뢰를 얻는다.
전사의 모든 직원들이 만족하는 100점짜리 인사제도도 없고 100년짜리 인사제도도 없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흔히 모든 직원들이 만족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평가/보상제도를 운영하기를 바란다. 외부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도들을 차용하면서, 쉽게 도입할 수 있는 HRIS를 이용하여 최대한 수정할 부분이 없는 완성된 제도를 짠 – 하고 도입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연사님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이다.100점짜리 평가/보상/피드백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기 보다, 우리회사의 방향/가치/상황에 맞는 작은 부분들과 문항들을 기반으로 우선 시작을 해보고, 각 조직에서 들어오는 피드백들을 적극 수용하여 조금씩,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회사를 거쳐오면서 많은 평가/보상제도를 겪어온 회사의 조직장님들과 구성원들의 이야기 속에 답이 있을 수도 있고, 개선점을 찾을 수도 있다. 때문에, 완벽한 제도를 도입하는데에 몰두하기 보다,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제도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환경조성이 더욱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빠르게 조정하면 구성원들의 신뢰와 공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왼쪽부터, CJ제일제당 인사팀장 최현수님, 우아한형제들 보상팀장 곽지아님, 뱅크샐러드 People&Culture본부장 김기재님의 keynote. 감사합니다.HR AMBASSADOR 1기 이온누리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9.29 왜 HR 제도는 비슷할까?
“ 어대리, 등산가자!”파티션 넘어 부장님이 말씀하셨다. 자녀와 배우자를 멀리 유학 보낸 부장님의 큰 취미 중 하나가 등산이었 던 터라 불쑥 주말 등산을 제안하셨다. 거절하기도 선뜻 따라 나서기도 어려워 난처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등산’ 도 선호하지 않았고, ‘상사’ 와의 ‘동반’도 꺼려졌다. 복합적 난관이었다.최근의 기사에서 COVID19로 Fitness Center 운영이 불가해, 건강관리를 하고 싶은 2030대 사이에 등산이 ‘유행’ 이라고 했다. 주변의 후배들도 주말 산행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하고, 20대30대 등산객의 유입으로 등산복과 등산장비의 판매액 폭발적 증가가 이를 객관적으로 반증하고 있는 것 같다. 난 등산이 그렇게 싫었는데 말이다. 특정한 활동이나 제품 등의 유행이 단순한 트랜드를 넘어 일종의 규범처럼 번지는 사례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고 타인과의 차별화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는 현대인의 모습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다른 듯 같은’조직의 경우는 어떨까? 기업 정책, 제도 및 경영전략에서도 특정한 방법론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업을 영위하는 분야, 시장, 기간 (業歷)도 다르고 조직문화나 구성원의 특성이 상이한 기업들은 각자의 상황과 조직 별 목표의 추구에 최적화된 전략, 정책 및 제도를 수립하여 운영하고 개선시켜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경쟁사와의 차별적 우위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업이 순수한 ‘합리적 경제주체’ 라고 한다면 위와 같이 행동해야 한다. 현상은 어떨까? 기업이 활동하는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경영기법이 발생하면 발빠르게 이를 도입하고자 움직여 유사한 모습으로 수렴된다. 전 세계적인 정보 교환의 시간적 차이가 거의 없는 최근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DiMaggio와 Powell (1983)은 ‘동형화 (Isomorphism)’로 설명하고 있다.신제도주의 이론 (New Institutionalism) 관점에서는 조직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존재가 아닌, 해당 조직이 포함된 사회적 구조 속에서 외부 환경 혹은 다른 조직과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인식하고, 기업이 유사한 제도와 구조를 수용하는 것은 제도적 압력에 의한 동형화로 설명하고 있다 (윤언철, 유규창, 2017; DiMaggio & Powell, 1983). 이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제도’는 각 기업이 운영하는 ‘조직 운영 상의 규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직이 속해 있는 사회의 관습이나 도덕, 법률과 같은 사회 구조의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다.DiMaggio와 Powell (1983)에 따르면 동형화 (Isomorphism)는 다음의 3가지의 형태로 존재하며, 이하와 같은 기제에 의해 유사한 구조를 갖게 된다고 하였다.
강압적 동형화 (Coercive Isomorphism): 법령이나 규정 및 산업내 표준에 따른 동형화
모방적 동형화 (Mimetic Isomorphism): 산업 내 선도(우수) 기업 모방
규범적 동형화 (Normative Isomorphism):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가치에 따른 동형화
HR 제도의 동형화HR의 다양한 제도에서도 동형화 혹은 동형화 과정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으며, 동형화의 기제에 따라 해석될 수 있다. HR 제도는 필연적으로 소속된 사회의 노동법에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 법정근로시간의 주 52시간 축소와 관련한 사항들을 강압적 동형화 (Coercive Isomorphism)의 사례로 들 수 있으며, 근로자 법정필수교육 (성희롱, 개인정보보호,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등이 기업교육훈련에 의무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Business Partner의 ISO 인증 조건에 부합하는 HR 정책의 수립 및 운영 등도 일종의 강압적 동형화의 예로 들 수 있다. 일변, ‘강압적’ 이라는 어감이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법령과 규정 준수를 요구하고 이를 어길 경우 상응하는 불이익이 수반되는 ‘강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표현의 사용은 불가피 하다고 할 것이다.‘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노력’, ’다양성의 포용’, ’Work & Life Balance’ 등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이 영향을 받는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일종의 ‘규범적 동형화’ 로 해석될 수 있다. 이상의 동형화 사례는 반드시 어떠한 하나의 동형화 압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반영한 법령 및 규정’ 등과 같이 복합적인 동형화 압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니야?”마지막 동형화는 모방적 동형화 (Mimetic Isomorphism)로, HR 제도와 관련해 가장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HR을 둘러싼 수 많은 새로운 기법들의 부침을 생각해보자. 1980년대 GE의 상대평가제도는 성과주의 HR의 도입과 함께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도입되었으나, 2015년GE의 상대평가 제도 폐지와 더불어 국내의 많은 기업들도 상대평가제도의 폐단을 사유로 절대평가제도의 도입 및 운영으로 많은 조직들이 돌아서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성과관리 체계인 OKR의 도입을 고민하고 검토하는 조직도 부쩍 늘어났다. 연공서열제도의 폐지 및 성과에 따른 보상제도 (Pay for Performance)의 도입도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다수의 조직들이 도입하고 운영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평조직문화의 정착’을 위해 영어이름 부르기, 직책명 없애기, ‘님’으로 통일하기 등과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Google의 Oxygen Project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HR Analytics (혹은 People Analytics)는 ‘증거기반 HR 의사결정’을 위해 많은 기업에서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위한 ‘조직 민첩성’이 강조되며, ‘Agile’ 혹은 ‘Agile조직’ 및 ‘Agile leadership’에 관한 고민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심지어 Facebook 사무실 Lay out까지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HR과 관련된 각 기업 주관의 Conference 혹은 교육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Best Practice’로 칭해지는 ‘사례’ 들임이 모방적 동형화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제대로 된 타산지석을 위하여’모방적 동형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모방적 동형화가 발생하는 이유를 Cybert와 March (1963)는 조직이 모호한 문제에 직면하거나 독자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없을 때 모방 행동은 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모방적 탐색활동(Problemistic Search)이 비용적으로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방적 탐색활동의 전제인 ‘문제의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조직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명확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해야하는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해결 방안을 모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분석이 수반되지 않은 채 다른 기업의 사례들을 모방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의 차용일 뿐 실질적인 문제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책 및 제도의 최초 취지에 역행하는 바람직하지 못 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픈 곳을 치료하거나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타인의 처방을 내 증상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참고문헌:DiMaggio, P. J., & Powell, W. W. (1983). The iron cage revisited: Institutional isomorphism and collective rationality in organizational field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147-160.Cyert, R. M., & March, J. G. (1963). A behavioral theory of the firm. Englewood Cliffs, NJ, 2(4), 169-187.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