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전방에서 강남 스타트업으로
‘아버지처럼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고, 나아가 세상이 필요로 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푸르른 꿈을 가졌던 고등학생은 한국에서 리더십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학교에 들어갔다. 사관학교에서의 4년은 마치 반수도승과 같은 생활이었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지식을 쌓고 정신도 단련하던 그는 화려한 축하와 함께 장교가 됐다. 처음 배치된 곳은 북한군과 마주보고 있는 최전방 철책선이었다. 아뿔싸,제대로 된 건물 하나, 사람 한 명 보기 힘든 그곳은 이름 그대로 “격오지“였다. 도망갈 길도 없었다. 40여명의 소대원들과 함께 24시간 365일 경계작전을 담당했다. 그곳은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철책선을 휘감으며 비명을 지르고, 수많은 풀벌레들의 합창에 장단맞춰 새 같이 커다란 나방들이 춤을 추고, 고라니들이 내는 섬찍한 울음소리에 철컥철컥 소총소리와 저벅저벅 전투화 소리가 멈추는 곳이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몸을 바쳐야 한다는 결의를 가져야 하는, 아니 그래야만 한다는 두려움을 견뎌내야만 하는 곳이다.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마지막 구절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라는 문구가 절로 새겨지며 하늘만 보면 따뜻한 고향집에 가고 싶어져 눈물 한 방울 꿀꺽 삼키게 되는 그 곳.
덜컹덜컹, “이번 역은 논현, 논현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이어폰 사이로 들려오는 친절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어떻게든 나가기 위해 빼곡하게 들어선 사람들 틈을 비집는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며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틈에 떠밀려 나왔다. 휴~ 잠시 숨을 돌리고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고자 품에 안고 있던 가방을 고쳐서 둘러메고 좌표를 7번 출구로 맞춘 뒤 걸음을 재촉한다. 지하철타고 고층빌딩으로 출근하게 될 줄이야. 심지어 서울 도심의 한복판으로 말이다!!
세상 사람들의 얼굴과 지문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각자는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갖고 있다. 이를 소위 다양성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하는데, 같은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Point of view, Scope)’을 갖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관점’은 소통의 목적과 주제, 범위와 대상을 결정하게 되는데, 아래 그림과 같은 상황을 단편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같은 모양을 두고 누군가는 .곰.으로 인식하는 반면, 상대방은 .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누군가는 곰도 문도 아니라 .어떤 그림. 혹은 .추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각자의 관점으로만 인식하고 말하게 되면 서로 의견이 어긋나고 갑갑해진다. 친구, 연인, 가족, 동료 관계 그리고 비즈니스 등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점잖게 말해서 “현상”이지 속 터지고 열 불나는 다툼이 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며 결국 소통이 막혀버린다.
정확히 내가 그랬다.
그토록 바랐던 장교가 되고 난 뒤, 실제로 경험하게 된 소대장 생활은 육사생도 시절에 생각했던 것과는 참 많이 달랐다. 작전 특성 상 1년 간 버텨야하는 불규칙적인 수면패턴, 점점 누적되는 육체적인 피로를 떠나 소대원들과의 소통이 꽉 막혔다.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고 싶고 그렇게 오랜 시간 단련했던 나의 관점은 강제로 징집당한 것도 모자라 가장 힘든 곳으로 배치 받은 병사(소대원)들의 관점을 이해해보거나 살펴보려는 시도조차하지 않는 완고하고 고집불통의 그 무언가였다. 심지어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참모(부사관)들의 관점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왜? ‘나는 소대장이니까!’
소대원들의 사소한 잘못과 실수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따끔히 질책하고 강한 얼차려까지 주는 등 마음의 여유와 아량도 많이 부족했다. 그저 사관학교에서 배운 대로, 했던 대로 소대를 휘어잡으려는 신참 소대장, 눈 옆을 가린 채 무조건 달리는 경주마와도 같았다. 열정만 가득한 채 아무것도 보지 않았던 결과는 모두에게 뼈아팠다. 부임 3개월 만에 마음의 편지에 등장해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열심히 소통한다고 했는데...’ 현타는 정말 세게 찾아왔다.
선배장교들과 부소대장의 조언, 소대원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그리고 플라톤과, 논어 등 철학서적을 통해 지난날을 반성했다. 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관점”이란 것을 인지하게 됐고, 소대원들에게 사과하며 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어 1년의 작전을 안전하게 마치고 철수하며 최전방 최우수소대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대원들과의 관계가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진짜다! 지금도 형-동생하며 연락 온다!) 이후 ‘내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 ‘언제든지 더 나은 관점이 있다’는 것을 되뇌며, 더 알찬 추억들과 깊은 인연들로 채워갈 수 있었다.
이때 깨달았던 것이 바로 ‘소통의 가장 큰 적은 불통(
不通
)이 아니라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내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 고객의 입장에서 회사, 제품,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본다’는 것은 나의 관점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본다는 행위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을 상상하며 문제를 발견하고, 가설을 도출한 뒤 실험하는 과정들이 이어질 때 문제해결을 넘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은 대위로 전역한 뒤 핀테크 스타트업의 고객감동팀을 만들고 이끌며 고객상담 NPS 75점을 달성하게 하고, 내부 고객인 회사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컬처팀(HR/조직문화)을 담당하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하고 회고하며 성장하는 과정들이 매우 많이 놓여있지만 말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
사람’을 다루는
HR에 있어서만큼은 절대적인 요소다.
CEO부터 신입팀원까지, 사업개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고객상담까지, 다양한 직군과 구성원들의 관점을 잘 이해하고 적시적절하게 활용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메타인지라고도 할 수 있고, 고객중심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역량으로 표현한다면 공감역량 혹은 협업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만사에 정해진 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통에도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최대한의 정답을 얻어야만 한다. 특히 그게 비즈니스라면 더욱 더! 그래서 나는 서울 강남으로 출근할 때, 최전방 철책선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진다.
“매일 마주하는 팀원, 고객 혹은 시장(Market)과 나는 잘 ‘소통’하고 있는 걸까?”,
“내 소통이,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은 아닌 걸까?”
이번 역은 소통, 소통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착각’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9.30 여러분의 회사는 왜 DT를 하나요?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우리 어머니는 항상 임영웅이나 영탁을 보고 있어서, 마치 몇 달간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다. 뭐가 그렇게 좋은 가 싶었는데, 나도 한번 자리에 앉았다가 <미스터 트롯>을 정주행하고 트로트의 찐 팬이 되었다. 얼마 전 <사랑의 콜센터>를 보다가 ‘띵언’ 자막을 만났다.
<출처 : TV조선, 사랑의 콜센터, 우리 엄마가 아들보다 좋아하는 영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에 등장한다. 아침마다 조찬 강의를 즐기는 CEO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빅데이터 분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전문가가 이렇게 말한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A도 할 수 있고, B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데이터를 쌓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합니다.”
CEO는 당장 회사에 돌아와서 담당자에게 회사에 데이터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묻는다. 당연히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데이터 관리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이야기가 시작되고, DW(데이터 웨어하우스)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실제로 얼마 전 모 회사의 팀장님을 만났는데, 거액을 들여 DW 구축은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활용할지가 골치 아프다고 했다. 목적이 불분명한 것이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바람이 목적지가 없는 배를 밀어주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디지털 기술도 명확한 목적이 없는 회사를 바꿔주지 않는다. 모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목적지가 필요하며, 그것이 DT 전략을 수립하는 첫 번째 과정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여정은 궁극적으로 디지털 수익 (digital revenue)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디지털 수익의 개념은 이렇다. 자동차 회사와 딜러는 차량, 부품 및 서비스의 일부를 판매한다. 이것은 디지털 수익은 아니다. 그런데 자동차와 연결된 디지털 서비스 (예 : 원격 모니터링, 인포테인먼트 및 안내 서비스)를 추가로 판매할 수 있다. GE나 지멘스 같은 기업은 이제 기계장치를 판매뿐만 아니라, 기계장치의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수명주기 연장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 또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수익이 바로 디지털 수익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디지털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점점 높여야 한다.
말은 쉽지만, 전통기업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쇠락하는 신문사 사이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뉴욕타임스의 예로 대답을 대신한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혁신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뉴스 생산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여하는 Digital First 전략을 알렸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2013년 20% 수준에 머물던 디지털 수익의 비율이 2018년 5년 만에 2배가 되었다. 혹시 회사 전체가 작아져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부분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사상 최고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출처 : 니먼랩>
이렇게 디지털 수익을 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테스코(Tesco)는 고객 마케팅 전문기업 던험비(Dunnhumby)와 빅데이터 사업을 구축하고 수백만 건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쇼핑 행태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도출했고, 그리고 이를 유니레버(Unilever), 네슬레(Nestle), 하인즈(Heinz) 등 대형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최근 금융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 간의 줄다리기가 심해지고 있는 마이 데이터 사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바이엘(Bayer)은 농장의 데이터 및 이력과 제품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판매하는 종자에 대한 예상 수확량 결과를 보증하는 판매를 한다. 만약 농부의 최종 수확량이 이에 못 미치면 일정 부분을 보상하고, 대신 수확량이 기댓값을 초과하면 초과수익을 공유한다. 물론, 고도의 데이터 분석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디지털 수익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빨리 찾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전부일까? 물론,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한다는 건 어렵고, 시장에서 금방 반응이 오는 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출처 : 머니투데이>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은 이미 오래전에 혁신전략에 있어 잘 알려진 개념이다. 양손잡이는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기업 자체의 효율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이는 역량인 ‘활용(Exploitation)’과 창조성에 리스크 감수가 요구되는 역량인 ‘탐색(Exploration)’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76년 최초로 양손잡이 개념을 연구한 미국 미시간대의 로버트 던칸 교수는 양손잡이 조직을 혁신에 필요한 2개의 다른 구조적 프로세스를 용이하게 다루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또 하버드대의 마이클 터쉬만 교수와 스탠퍼드대의 찰스 오레일리 교수는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며 동시에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클라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도 파괴적 혁신의 선결과제로 기존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꼽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도 양손잡이 접근은 유효하다. 특히, 새로운 수익을 얻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고안하는 동안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벌기 위해 기존 사업을 최적화해야 한다. 2017 년 가트너에서 실시한 CEO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현재 비즈니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기존 사업의 최적화 전략에는 먼저 생산성 향상을 꼽을 수 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는 직원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으며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는 더 나은 분석을 통해 수요 및 공급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과 프로모션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디지털에 기반한 마케팅과 영업은 고객의 지출을 늘리는 반면 고객 서비스 이니셔티브는 유지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 경험 개선의 영역이 있다. IoT를 사용하여 대기열 길이, 선반의 재고 상태를 추적하면 고객 경험이 향상되고 고객이 관심을 갖는 정보에 대한 가시성이 향상된다. 가상 비서 형태의 AI도 고객 경험을 향상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지 않고 디지털을 통해 더 개선된 사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두 가지 목적,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기존 사업의 최적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적지와 방법은 회사마다 다르다. 누구나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없고, 모든 기업이 테슬라가 될 수 없다. 회사마다 처한 상황과 당면 과제가 다르다.
<출처 : 구글, 우리 중 누구도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없지만, 그도 우리처럼 탈모를 겪는다>
여러분의 회사는 DT를 통해 무엇을 얻을 계획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우선인가, 기존 사업을 더 파워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가, 그 답은 어떤 저명한 전문가도 내려줄 수가 없다. CEO를 비롯하여 회사 구성원이 정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목적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여정은 출발도 하기 전에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0.02 처음처럼 보다 대학처럼
얼마전 모 공중파 방송국 HR팀 차장님을 만났다. 기존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도무지 젊은 직원들의 관심과 갈증을 해결할 수 없어, 색다른 프로그램을 찾다가 느슨한 연대 ‘낯선대학(이하 낯대)’ 사례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 2시간 동안 ‘낯대’ 배경부터 운영 전반에 대해 얘길 나눴다. 감사하게도 그는 경청해 줬고, 많은 질문을 주셨다. 경험 했던 것과 생각했던 것들을 최대한 말씀드렸는데, 뭔가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이번 세번째 글에서는 ‘낯대’ 운영시스템에 대해 얘길 하겠다고 했으니, 그때 그와 나눈 얘기에 더해 나누지 못한 이야기까지 여기에 옮긴다.**낯대는 직장인들 모임이니, 최대한 심플 해야했다.**1) 운영은 2명의 조교에게 맡긴다. 스텝은 거들 뿐.2) 1년 등록금은 40만원. 스텝도 낸다.3) 장소는 최대한 12 곳에 집중. 이왕이면 형광등보다, 백열등 있는 곳이 좋다.4) 톡에서 만나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활용5) 수업은 매주 월요일 8시부터 10시까지 2교시. 3교시는 자율.6) 처음처럼 보다 대학처럼 풀어보면 이렇다.1) 낯대 조교는 2명이다. 낯대를 움직이는 이들이다. 한 명은 행정 조교다. 수업을 챙긴다. 스케줄에 따라 발표자에게 자료를 받고, 수업을 세팅한다(발표자에게 발표 일정 리마인드 포함). 수업 때는 일용할 김밥(혹은 저녁 대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고, 출석 체크를 한다. 낯대의 졸업 요건은 1번 발표, 7번 이상 출석이다(매달 1번은 나오란 얘기다). 출석이 미달되면 12월 졸업식 때 졸업장 대신 수료증을 받게 된다. 수업 후, 뒤풀이 장소도 조교가 예약한다. 이 일을 1년간 한다.또 한 명의 조교는 사진 기록 담당이다. 사진 잘 찍는 분에게 현장 기록을 맡긴다. 다들 자기 사진이 드문 삶을 산다. 누군가(대개 아이들이다)를 찍어 주는게 익숙한데, 무겁고 두텁고 새까만 카메라(한마디로 DSLR)로 활짝 웃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담아 단톡방과 페북 그룹 방에 공유한다. 다들 사진을 보고, 감탄한다. 누군가 나를 정성스럽게 찍어준 사진을 본다는 것. 그 얼마만의 일인가. 덕분에 카톡 플필이 자주 바뀌는 걸 본다. 매주 사진을 남기지만,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표정과 분위기는 계속 바뀐다. 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의 힘이 점점 커진다. 그러니 어떤 행사든, 이왕이면 좋은 카메라로 멋진 사진 많이 찍길 권한다. 그때가 우리의 최신의 시간 아니던가. .caption id="attachment.2099" align="aligncenter" width="960". 낯선대학Y(25세32세) 입학식 장면. 낯선대학1기 조교 '조휘영(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님과 함께 Young 버전 시작./caption.2) 1년 등록금은 40만원이다. 이 돈으로 1년을 운영한다. 주로 쓰이는 데는 조교 인건비다. 그리고 장소 대관과 각종 행사(MT, 졸업식 등) 진행비로 쓰인다. 보통 4개월 주기로 진행되는 트..리, 문. 등의 ‘소셜살롱’ 참가비와 비슷하다. 졸업식까지 진행 한 후, 돈이 남으면. 1/N 로 나눈다. 여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스텝들도 하나같이 학비를 낸다는 것이다. 스텝들은 1년간 낯대를 운영하며 시간을 적잖이 쓴다. 마음도 상당히 쏟는다. 그런 고생을 하며, 학비까지 낸다. 이 부분은 스텝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준다. 스텝이라고 특별할 것 없이, 함께 한다는 느낌을 만들기 위함이다. 3) 오프 모임은 장소가 중요하다. 첫번째는 위치다. 직장인들이라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들이 8시까지 모이고,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선. 최대한 중심에 자릴 잡아야 한다. 그런데 서울의 중심일수록 대관료가 높다. 평균 출석이 60%대라 보통 20~30명이 참여한다. 그러니 장소의 크기도 넉넉해야 한다. 다행히 낯대는 1기 때부터 한남동에 거점을 마련했다(2019년 4기부터는 그 장소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 패스트파이브 도움을 받았다). 저녁 시간에 비어있는 참가자 분의 회사 교육장을 (운 좋게)빌렸다.두번째로 중요한 건 장소의 분위기다. 낯대 거점은 교육장으로 쓰이는 곳이라 이쁘진 않았다. 그냥 형광등이 빼곡한 곳이라 담백했다. 더해 위치와 장소의 넉넉함 만으로도 고마웠다. 수업 장소는 종종 바꼈다. 발표자가 원할 경우, 장소를 옮겼다. 그럴 때 참여자들은 새롭고 낯선 공간에 초대가 된다. 이곳은 위치는 조금 까다롭지만, 풍경은 어느 각도로 찍어도 훈훈하게 나왔다. 주로 백열등이 있는 공간이었다. .caption id="attachment.2097" align="aligncenter" width="1137". 2017년. 낯선대학2기. 민은경(소리), 주보라(가야금) 수업 장면./caption. 4) 톡에서 만나요! 매주 만나지만, 그래도 만나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 그래서 그 간격과 간극을 온라인으로 채운다. 카카오 단톡방과 페이스북 그룹 방을 시작할 때 만들어 1년간 애용한다. 물론 참여자 마다 톡 빈도는 다르다. 오프라인에서 말과 행동이 흥하는 분이 있고, 온라인에서 행동 대장을 하는 분들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를 중심으로 대화가 시작되고, 무르익는다. 단 폭증하는 톡이 부담스러운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알람을 꺼두고 중요한 키워드를 설정해 단톡방에 참여 하라고 알린다. 뿐만 아니다. 사람마다 톡을 대하는 태도(혹은 방식)가 다르다. 가령 새벽 전화와 문자는 어려워도, 톡은 가능하다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옳고 그름의 문젠 아니다. 그래서 단톡방 사용 규칙을 만들어 공유한다.졸업 후에도 단톡방은 유지된다. 하지만 첫날의 뜨거움과 1년 간의 화끈함은 해가 넘어가며, 차츰 사라진다. 차분해 진다. 그리고 멤버들의 생일과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단톡방은 살아난다. 예전에 1:1 대화도 단톡방을 통해 했는데, 이젠 따로 한다. 단톡방도 자연스럽게 녹이 슨다. 페북 그룹 방도 마찬가지다. 5) 수업은 매주 월요일 2교시로 진행이 된다.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발표(자신의 경험, 일, 삶 등)하는데, 3월 말에 시작해 12월 초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8월 한 달은 방학이다. 50여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25번의 월요일이 필요하다. 공휴일, 연휴 등등을 고려하면 봄부터 겨울 초입까지 있는 월요일을 꽉 차게 쓴다. 참여자들의 발표 순서는 입학식 때 추첨으로 확정한다. 그런데 진행하다 보면, 예정된 일정에 발표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그럴 땐, 조교에게 알린다. 조교는 아직 발표를 하지 않은 분들에게 알려, 대타를 찾아 날짜를 바꾼다. 혹여나 대타가 없다면, 스텝에게 알린다. 스텝들은 그 시간을 어찌할지 바로 협의한다. 외부 강사를 초대하거나(이럴 일은 거의 없고), 이벤트를 연다. 3교시는 수업 후 진행되는 뒤풀이를 뜻한다. 이건 자율참석이다. 어떤 강제도 없다. 그런데 정이 이끈다. 30분만 있다가 갈께! 하다가 3시간 있다가 결국 택시 타고 집에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자리에는 의자에 끈적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작년(2019년)부터는 0교시가 만들어졌다. 함께 밥 먹고 1교시에 참여한다. .caption id="attachment.2098" align="aligncenter" width="1080". 낯대 1기, 오은 시인과 함께(한 때 그가 운영한 에어비앤비 에서)./caption. 6) 대학처럼. 이름에 대학이 들어가니, 대학 시스템을 많이 참고한다. 3월에 입학식과 개강을 하고, 4월에 MT 를 간다. 8월에 방학을 한다. 그리고 10월에 이벤트를 열고, 12월에 졸업식을 가진다. 여름 방학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농활(?)이 있듯, 낯대엔 ‘올출데이’ 이벤트를 한다. 이 행사의 의도는 2가지다. 첫 번째는 평소 수업 후 시간이 없어 뒤풀이를 못하고 바로 집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 마음 편하게 뒤풀이를 할 수 있도록. 두 번째는 1학기에 마음과 달리 출석을 많이 하지 못해 괜한 걱정과 부담이 있는 분들이 편히 올 수 있도록. 그러니까 ‘올출석데이’를 뜻한다. 이날의 메인 이벤트는 ‘학생회 선거’ 다. 1학기 동안 온/오프에서 서로를 알아 왔으니, 누가 누가 분위기를 잘 만드나! 어림 알 수 있다. 이때 선발된 학생회가 2학기 분위기를 이끌 수 있도록 스텝들은 돕는다. 2학기에는 학생회가 주도해 이벤트를 진행한다(체육대회, 플리 마켓 등). 졸업 이후에는 이들이 동문회를 꾸린다. 시험과 성적만 없지, 이렇게 우리가 아는 학교와 비슷하게 운영한다. 이렇게 6가지 꼭지로 낯선대학 운영 전반을 훑었다. 처음에 언급한 미팅 이야기(모 공중파 방송국 HR팀 차장님)로 다시 돌아가 보자. 방송국은 여전히 세상 똑똑한 분들이 모이는 곳이고 기자, PD, 아나운서, 작가, 기술직 등 다양한 직군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들간 소통이 막혔고(부서 중심주의), 더욱이 연차에 따른 생각과 관심의 갭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자연 새로운 미디어(유튜브, 넷플릭스 등)에 밀리고 치이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낯대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답이 되긴 어렵지만 충분히 흥미 있는 해답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줬다. 오늘 운영에 대한 이야길 정리하며, 그때 놓친 얘기도 더했다. 언젠가 회사에서 낯대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고 싶다던 그 차장님이 이 글을 꼭 봤으면 좋겠다..그 미팅 후, 그 회사에 초대가 되었다. 낯대 얘기부터 시작해 나를 확장하는 힘으로서 ‘느슨한 커뮤니티’ 에 대해 임직원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반응이 좋았다. 한 계단을 오른 느낌이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0.06 국내 제조기업의 평가는 어디로 가야하나?
과거 80년대 압축성장기 시절부터 국내 기업들의 평가에 대한 고민은 늘 있어왔다.능력주의 인사관리에 대해 고민하던 80년대부터 90년대 글로벌화가 되면서 글로벌 인사관리에 대한 고민과 함께 무능/문제 사원에 대한 관리 이슈, 다면평가제도, 고과자 훈련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용조정과 목표관리에 의한 업적평가(MBO), 성과주의 인사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에는 저성과자 관리, 절대평가 등 기존 성과평가의 문제점에 대한 고찰과 새로운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발전해온 평가제도의 주요 이슈를 고려할 때 COVID-19 팬데믹 이후인 지금 우리는 과연 평가제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먼저 COVID-19이 가져온 환경변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올해부터 일상화되고 있는 재택근무라는 근무환경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외국계 기업들은 COVID-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연초부터 계속 재택근무를 운영해오고 있고, 국내 제조기업들도 일정기간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그 동안 일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바꿔보자고 Smart Workplace도 도입하고, Mobile Office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들였지만 실패했던 변화를 COVID-19가 강제로 정착시키고 있는 형국이다.재택근무라는 상황은 업무 수행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Cost 증가를 들 수 있고, 일상적인 수시 업무에 대한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를 들 수 있다. 이는 결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대한 평가자의 이해를 어렵게 하여 자연스럽게 결과 중심 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최근 재택근무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현재의 재택근무 상황은 이미 오프라인 근무를 통해 Social Capital이 형성된 직원들이 잠시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거나 이동으로 인해 Social Capital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택근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업무 수행에 대해 상당한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협업이 필요한 상황을 맡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재택근무 장기화는 특히 직원들이 비대면 상황에서도 어떻게 협업하고 Social Capital을 쌓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따라서 평가자들의 코칭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디지털 역량 확보를 통해 최근 변화된 일하는 방식 하에서도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과거와 다른 피드백 방식을 제안하는데, 기술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소통유형 판단, 지속적으로 새로운 소통 방식 개발, 피드백 방식에 대한 상시 점검이 필요하다.최근 접하게 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저성장이다. COVID-19 이전에도 미-중 갈등으로 인한 무역전쟁과 기후변화 등 사회적 이슈와 함께 기업은 더 이상 성장하기에 한계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COVID-19로 인해 더 빨리 다가왔다. 이제 더 이상 기업들은 성장을 기반으로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업무 몰입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이에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언한 포스코는 심리적 안정감을 중시여기는 다양한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여기는 SK는 임직원 행복을 지향하는 제도를 지향하고 있다.국내 제조기업들은 기존 다양한 평가 트랜드와 함께 코로나19와 저성장이라는 변화를 고려하여 최선을 평가제도를 발굴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