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우리 어머니는 항상 임영웅이나 영탁을 보고 있어서, 마치 몇 달간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다. 뭐가 그렇게 좋은 가 싶었는데, 나도 한번 자리에 앉았다가 <미스터 트롯>을 정주행하고 트로트의 찐 팬이 되었다. 얼마 전 <사랑의 콜센터>를 보다가 ‘띵언’ 자막을 만났다. <출처 : TV조선, 사랑의 콜센터, 우리 엄마가 아들보다 좋아하는 영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에 등장한다. 아침마다 조찬 강의를 즐기는 CEO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빅데이터 분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전문가가 이렇게 말한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A도 할 수 있고, B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데이터를 쌓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합니다.” CEO는 당장 회사에 돌아와서 담당자에게 회사에 데이터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묻는다. 당연히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데이터 관리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이야기가 시작되고, DW(데이터 웨어하우스)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실제로 얼마 전 모 회사의 팀장님을 만났는데, 거액을 들여 DW 구축은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활용할지가 골치 아프다고 했다. 목적이 불분명한 것이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바람이 목적지가 없는 배를 밀어주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디지털 기술도 명확한 목적이 없는 회사를 바꿔주지 않는다. 모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는 목적지가 필요하며, 그것이 DT 전략을 수립하는 첫 번째 과정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여정은 궁극적으로 디지털 수익 (digital revenue)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디지털 수익의 개념은 이렇다. 자동차 회사와 딜러는 차량, 부품 및 서비스의 일부를 판매한다. 이것은 디지털 수익은 아니다. 그런데 자동차와 연결된 디지털 서비스 (예 : 원격 모니터링, 인포테인먼트 및 안내 서비스)를 추가로 판매할 수 있다. GE나 지멘스 같은 기업은 이제 기계장치를 판매뿐만 아니라, 기계장치의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수명주기 연장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 또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수익이 바로 디지털 수익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디지털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점점 높여야 한다. 말은 쉽지만, 전통기업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쇠락하는 신문사 사이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뉴욕타임스의 예로 대답을 대신한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혁신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뉴스 생산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여하는 Digital First 전략을 알렸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2013년 20% 수준에 머물던 디지털 수익의 비율이 2018년 5년 만에 2배가 되었다. 혹시 회사 전체가 작아져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부분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사상 최고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출처 : 니먼랩> 이렇게 디지털 수익을 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테스코(Tesco)는 고객 마케팅 전문기업 던험비(Dunnhumby)와 빅데이터 사업을 구축하고 수백만 건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쇼핑 행태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도출했고, 그리고 이를 유니레버(Unilever), 네슬레(Nestle), 하인즈(Heinz) 등 대형 제조업체에 판매했다. 최근 금융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 간의 줄다리기가 심해지고 있는 마이 데이터 사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바이엘(Bayer)은 농장의 데이터 및 이력과 제품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판매하는 종자에 대한 예상 수확량 결과를 보증하는 판매를 한다. 만약 농부의 최종 수확량이 이에 못 미치면 일정 부분을 보상하고, 대신 수확량이 기댓값을 초과하면 초과수익을 공유한다. 물론, 고도의 데이터 분석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디지털 수익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빨리 찾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전부일까? 물론,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한다는 건 어렵고, 시장에서 금방 반응이 오는 것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출처 : 머니투데이>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은 이미 오래전에 혁신전략에 있어 잘 알려진 개념이다. 양손잡이는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기업 자체의 효율성은 높이고 리스크는 줄이는 역량인 ‘활용(Exploitation)’과 창조성에 리스크 감수가 요구되는 역량인 ‘탐색(Exploration)’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76년 최초로 양손잡이 개념을 연구한 미국 미시간대의 로버트 던칸 교수는 양손잡이 조직을 혁신에 필요한 2개의 다른 구조적 프로세스를 용이하게 다루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또 하버드대의 마이클 터쉬만 교수와 스탠퍼드대의 찰스 오레일리 교수는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며 동시에 기존 역량을 활용하는 능력을 가진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클라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도 파괴적 혁신의 선결과제로 기존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꼽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도 양손잡이 접근은 유효하다. 특히, 새로운 수익을 얻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고안하는 동안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벌기 위해 기존 사업을 최적화해야 한다. 2017 년 가트너에서 실시한 CEO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고자 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현재 비즈니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기존 사업의 최적화 전략에는 먼저 생산성 향상을 꼽을 수 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는 직원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으며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는 더 나은 분석을 통해 수요 및 공급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과 프로모션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디지털에 기반한 마케팅과 영업은 고객의 지출을 늘리는 반면 고객 서비스 이니셔티브는 유지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 경험 개선의 영역이 있다. IoT를 사용하여 대기열 길이, 선반의 재고 상태를 추적하면 고객 경험이 향상되고 고객이 관심을 갖는 정보에 대한 가시성이 향상된다. 가상 비서 형태의 AI도 고객 경험을 향상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지 않고 디지털을 통해 더 개선된 사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두 가지 목적,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기존 사업의 최적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적지와 방법은 회사마다 다르다. 누구나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없고, 모든 기업이 테슬라가 될 수 없다. 회사마다 처한 상황과 당면 과제가 다르다. <출처 : 구글, 우리 중 누구도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없지만, 그도 우리처럼 탈모를 겪는다> 여러분의 회사는 DT를 통해 무엇을 얻을 계획인지 궁금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우선인가, 기존 사업을 더 파워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가, 그 답은 어떤 저명한 전문가도 내려줄 수가 없다. CEO를 비롯하여 회사 구성원이 정하는 것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목적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여정은 출발도 하기 전에 표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