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HR : 책 읽어드립니다_2편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요즘 HR: 책 읽어 드립니다>의 두 번째 책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다. 이 책의 원제는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으로, 저자 킴 스콧의 주장은 단순하고 강력하다. "모든 리더들이여, 완전히 솔직하게 말하라." 언듯보면 쉬운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해보자. 회사에서 여러분은 충분하게 소통하는가? 단순한 업무적 관계를 넘어서고 있는가? 갈등을 직면하고 있는가? 리더로서, 깊은 관심을 드러내면서도 미움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 갖는 의의는 여기에 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인들이 더욱 어려워하는 영역, '솔직하게 말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경험한, 구글과 애플의 구체적인 사례가 공유된다는 점은 덤이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리더'의 정의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여러분이 경험한 리더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그리고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리더를 단순하게 정의해보자면, **"내가 아닌 남을 통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언듯보면 쉬워 보이지만, 관심의 초점을 내가 아닌 타인으로 확장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처음 리더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저자 역시 팀을 이끄는 과정에서 감정 노동에 시달렸고 끝내 회사의 자문을 맡고 있는 레슬리 코흐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화였다.
“제 일이 훌륭한 기업을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감정적인 보모 노릇을 하는 걸까요?” 고집 센 마이크로소프트 전 임원 레슬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보모 노릇이 아닙니다. 그걸 관리라고 부릅니다. 바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이죠!” 직원들의 푸념을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레슬리의 말을 떠올렸다. “바로 당신이 해야 할 일이죠!” ... 감정 노동은 그저 상사 역할의 일부가 아니다. 그것은 훌륭한 상사가 되기 위한 핵심이다. (P. 32~33)
감정 노동은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핵심이다. 결국, 리더는 팀원들이 올바른 방향을 나아가도록 피드백하고, 팀 결속력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게 해야 한다. 과거처럼 리더의 한 마디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팀이 필요하며, 지금의 리더는 팀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독려하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2016년부터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공장이나 자본이 중요했지만, 이제 기업의 유일한 경쟁력은 뛰어난 사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가 현재 어떤 모습이든 앞으로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기업의 모든 관리자는 '리더십과 코칭'을 배우고 숙련해야 한다.
"애플이든 지구상 어디에서든, 훌륭한 상사가 되기 위한 핵심은 바로 좋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용어는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이다."
완전한 솔직함을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업무적 관계를 넘어서기 위해, 개인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업무 이외에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른다면, 그 어떤 솔직한 피드백도 가슴으로 와닿기는 어려운 법이다. 서로의 마음을 열고, 관심과 감정의 계좌를 조금씩 채워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이라는 점이며, 팀원이 리더에게 직접적으로 이의제기를 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수직적인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겐 상당히 낯선 모습이지만, 깊은 신뢰 속에서 직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책에는 지금까지의 메시지 외에도 풍부한 사례가 많이 제시된다. 급진적 성장을 원하는 그룹과 점진적 성장을 원하는 그룹을 어떻게 다르게 관리해야 하는지, 명령과 지시 없이 어떻게 팀을 이끄는지 등 실무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지침들이 많다. 또한 저자가 여성이다보니 성별을 고려하는 피드백도 섬세하게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최근 이 책을 리더 그룹 필독서로 지정 후 독서 토론을 진행했다. 인상깊었던 내용을 나누고, 다양한 실천을 공유했다. 또한 2X2 매트릭스에서 지금의 위치와 원하는 위치를 표시하게 하고,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는 질문도 재미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리더들에겐 고될 일만 남았다. 사람 중심 혹은 과업 중심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격하고 있는, 모든 리더들에게 건승을 빌며 이 책을 권한다.
강정욱 in 인살롱 ・ 2020.10.13 실무에 바로 적용하는 스타트업 노무관리 가이드_채용편(1)
채용담당자도 노동법을 알아야 한다.채용담당자는 구성원을 영입하고자 할 경우 노동법령보다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인가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누구를 채용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기업의 자유라 할 수 있으므로 전혀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그러나 모집, 채용과정에서 불합리한 관행을 중단하기 위해 다양한 법령이 제·개정되고 있고, 구직자들의 권리의식도 상승함에 따라 채용담당자가 더 이상 노동법령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1. 모집 , 채용단계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법령모집, 채용단계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법령은 다소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큰 분류를 보면 의무고용관련 법령, 차별금지 관련 법령, 채용절차 관련 법령, 개인정보 보호 법령, 기타 법령(근로기준법은 근로관계가 시작된 이후에는 주요 법령이지만 모집과 채용단계에서는 기타 법령으로 분류된다)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 의무고용 관련 법령 주요 내용상시 20명 이상 사업장은 전체 고용인원의 38% 범위에서 국가유공자 등을, 상시 50명 이상 사업장은 전체 고용인원의 3.1%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 또한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26% 범위에서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3. 차별금지 관련 법령 주요 내용 채용공고 단계고용정책기본법을 비롯한 각종 법령에서는 모집, 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 차별금지항목을 사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채용공고를 할 때에는 해당 항목으로 우대 또는 제한하는 조건, 예컨대 특정 연령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이나 특정성별에게만 특별한 채용조건을 제시하지는 않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서류전형 , 면접 단계채용절차 관련 법령 주요 내용에서 설명할 ‘채용절차법에서 정한 요구금지항목’을 서류전형 단계에서 요구할 수 없다. 해당 항목을 이유로 차별이 이뤄질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면접 단계에서도 질문을 통해 차별금지항목과 요구금지항목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확인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직무수행능력 판단에 필요한 조건이라면 차별금지항목이라 하더라도 질문하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직무필요조건인지 여부는 그 조건에 따라 직무의 본질적인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4. 채용절차 관련 법령 주요 내용 채용공고 단계채용절차법 제4조에서는 거짓채용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다. 금지되는 거짓채용광고 등에는 ▲ 채용을 가장하여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사업장 홍보 목적 등으로 거짓의 채용광고를 하는 것, ▲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 ▲ 채용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 채용서류 및 이와 관련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구인자(기업)에게 귀속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포함된다.서류전형 , 면접 단계입사지원서, 입증자료 등 기초심사자료를 통해 입사지원자 본인의 용모ㆍ키 등의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 혼인 여부, 재산, 직계존비속의 학력ㆍ직업ㆍ재산 등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정보(이하 ‘요구금지항목’)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할 수 없다.합격통보 단계채용여부가 확정되었다면 채용 여부가 확정된 이후 일정기간 채용서류를 보관하여야 하고, 지원자(확정된 채용대상자는 제외)가 채용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채용서류의 반환 청구기간은 지원자의 채용 여부가 확정된 날 이후 14일부터 180일까지의 기간의 범위에서 구인자가 정한 기간이며, 반환대상 서류는 기초심사자료를 포함하여 지원자가 채용을 위해 구인자에게 제출한 모든 서류 전체를 말한다. 다만, 홈페이지나 전자우편으로 제출된 채용 서류, 지원자가 구인자의 요구 없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서류는 반환할 의무가 없다. 5.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 주요 내용 채용공고 단계개인정보는 동의를 받아 수집·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개인정보는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하여야 한다는 ‘필요최소한의 수집 원칙’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따라서 직무와 무관한 정보로서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는 가급적 수집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며, 실무편의를 위해 서류전형 단계에서 면접 및 입사 이후에 필요한 개인정보까지 일괄적으로 수집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회사 자체 입사지원서 양식을 사용토록 첨부하는 경우 채용에 반드시 필요하지 아니한 항목은 삭제하여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수집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기소개서에 직무와 무관한 사생활 정보, 민감정보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자유 양식의 입사지원서를 활용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기재하지 않도록 미리 안내할 필요가 있다.서류전형 , 면접 단계입사지원서 등 서류를 통해 수집하는 개인정보 중 민감정보, 고유식별정보를 제외하고 채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일반정보는 지원자의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다. 최소한의 개인정보는 지원자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이름, 생년월일, 지원자와 연락하는데 필요한 연락처, 주소, 지원자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학력, 성적, 자격사항 등이 해당한다. 여기서 학력, 성적, 자격사항은 채용예정 직위의 직무수행을 위해 관련 학력, 경력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한다.합격통보 단계합격여부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가 될 수 있도록 전화, 이메일을 활용하여야 하고, 홈페이지를 통한 통보는 비밀번호 등으로 본인 확인 후 실시하여야 한다. 채용전형 및 이의신청 절차 등이 종료된 이후에는 입사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하여야 한다. 참고로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지체 없이’라고만 표현하고 있으나,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발간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인사・노무 편.’에서 5일 이내로 안내하고 있다.
김동미 in 인살롱 ・ 2020.10.15 인사담당자 19%, 리모트워크를 '복지 제도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사담당자 19%,리모트워크를 '복지 제도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2020.10.20)
진행 기간 : 10.6~10.14 (영업일 6일)총 응답 수 : 317
➪ 10회차 설문 하이라이트 👀
34% 인사담당자, 좋은 조직문화 망치는 최고 빌런은 '변화 필요성을 못느끼는 임원진'
인사(팀)담당자는 사측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담당자가 81%
우리 회사에서 '내가 꼰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인사담당자가 24%
Q. 우리 회사(조직)에서 말하는 '수평적 문화'의 의미는 '이것'에 가장 가깝다
A.
🥇 상사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 46%🥈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 31%🥉 상사 승인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 8%
출퇴근이 자유로운 것 3%잡담이 많이 오가는 것 2.5%
기타
누구에게나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의사결정에 구성원 의견이 반영되는 수준을 넘어 협의가 필요한 수준인 것탑다운과 바텀업의 조화직급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상사가 상사임을 의식하지 않는 것각자 맡은 업무의 리더가 되어 일하는 것
Q. 내 생각에 인사팀(담당자)은 '여기'에 더 가깝다
A.
🥇 사측 81%🥈 노동자측 19%
Q. 우리 회사에는 꼰대가
A.
🥇 회사 전반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40%🥈 내가... 꼰대 아닐까... 24%🥉 대표/리더급이 꼰대다 20%
젊은 꼰대가 특히 많다 15%없다고 생각한다 12%특정 직급에 많다 12%특정 팀에 많다 8%
기타
특정 성별에 많다 1%내가 바로 꼰대다!꼰대는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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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롱 in 인살롱 ・ 2020.10.21 느낌표를 만들라
‘AI와 달리 앞으로도 우리가 여전히 우위에 있을 영역은 무엇일까?’‘실험과 실패 경험을 통해 배우고 지속 성장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창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을 훈련해야 하나?’이들은 다른 표현, 같은 질문이다.모두 인간 고유의 본질적 능력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오늘은 이에 대해 공통으로 달아 볼 만한 답이 무엇일지 나눠 본다.우리는 경험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 경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세상과 관계를 형성해나간다. 경험한다는 것은 내외부의 자극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감지하는 것이다. 나는 경험을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촉을 ‘감수성(sensing)’, 이로부터 의미를 만들고 연결하는 것을 ‘감지성(sense making)’이라고 명명한다. 경험이 감수성을 지나 감지성에 이르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존 의미 체계를 통해 내재화되며 자기 것이 된다. 그리고 해석되고 평가된 의미들은 다시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감지성은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알고리즘식 사고와는 정반대다. 알고리즘식 사고는 특수성이 배제된 불모지에 존재하지만, 감지성은 전적으로 개인의 개별화되고 구체화된 맥락 속에 자리 잡는다. 알고리즘식 사고는 1초당 수조 테라바이트의 정보를 처리하면서 넓게 나아가지만 감지성은 깊게 파고들어 간다. 경험 자체는 철저히 중립적이다. 따라서 데이터화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에 대한 의미 부여는 주관이 부여된 것으로 데이터화할 수 없다. 우리는 경험한 것을 특정 상황에서 끄집어내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한다. 이때 의미 부여 기능이 작동하는데 이 의미 부여는 해석이 관여한 것이어서 중립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데이터화하기 어렵다. 개개인의 독특함(unique)은 바로 경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에서 비로소 도드라진다. 데이터화되지 않기에 AI가 원천적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우리만의 청정 지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이 진행되는 바로 그 지점, ‘감지’가 시작되는 바로 그곳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날것의 경험이 아니라 그 경험의 해석과 동일시한다. 감수를 넘어 감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나’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순간순간 맞이한 경험들의 물리적 모음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경험에 부여한 의미들이다. 우리는 변화무쌍하고 무질서한 삶의 경험들로부터 우리가 발라낸 의미 체계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것이다.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면, 관련된 실험과 실패, 즉 실행 경험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감수성과 감지성을 갈고 닦아야 한다. 경험은 원자, 전자기파, 단백질, 숫자로 이뤄져 있지 않다. 경험은 세 가지 주요 성분, 즉 감각, 감정, 욕구로 이뤄진 주관적 현상이다. 특정 순간의 내 경험은 내가 감각하는 모든 것,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 내 마음속에 원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우리의 감수성과 감지성에 공고히 연결돼 있다. 여기서 감수성은 경험이 주는 감각, 감정, 욕구에 주목하는 것이며 감지성은 경험이 주는 감각, 감정, 욕구가 내게 미치는 영향, 의미,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확인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모든 것에 일희일비해선 안 되겠으나 경험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그 경험들로 인해 내 견해와 행동은 물론 성격에 일어나는 변화까지 섬세하게 주목하고 그것들이 주는 의미들을 잡아내야 한다. 경험, 감수성, 감지성은 끝없는 고리로 이어져 서로를 강화한다. 감수성 없이는 어떤 것을 주체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말 할 수 없고 주체적 수용 없이 의미를 득했다 말할 수 없다. 감수성과 감지성은 머리로 알면 키워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실제 실험과 실패, 실수라는 경험을 통해 사용되어야만 무르익고 성숙하는 인간 고유의 실질적 능력이다.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당신이 달콤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포털 기사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은 문득 설탕과 기사 내용 때문에 커피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설탕의 양을 줄이고 스마트폰을 옆으로 치우고, 눈을 감고 커피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데 집중했다. 이러기를 몇 날, 당신은 이윽고 다양한 커피를 실험하면서 커피들의 톡 쏘는 신맛과 향을 느끼기 시작했고 비교할 수도 있게 됐다. 급기야 몇 달 뒤 당신은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들을 끊고 커피전문점에 가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구매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루왁 커피’가 마음에 들었다. 루왁은 인도네시아어로 ‘사향고양이’라는 말이다. 사향고양이는 시각과 후각이 예민하여 잘 익은 커피 열매만 골라 따 먹는다. 겉껍질과 내용물은 소화하는 반면 딱딱한 씨는 그냥 배설하는데, 해가 뜨기 전 이 변을 수거해 원두만 추출해서 커피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루왁 커피다. 사향고양이 체내의 효소분해 과정에서 많은 아미노산이 분해되면서 루왁 커피만의 독특한 향과 맛이 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당신은 커피를 한잔 마실 때마다 커피에 대한 감수성을 연마해 ‘커피 감식가’가 된다. 만일 내가 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했을 때, 당신이 루왁 커피를 내게 권했다면 나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 커피의 맛과 향이 내게는 별 의미 없었을 것이다. 필요한 감수성을 갖추지 않으면 표피적인 경험을 할 수밖에 없고 감수성 수준이 낮으면 의미를 감지할 수 없다.비즈니스 예로는 스타벅스의 성공을 살펴보자. 2017년 3월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2위가 2,000억 원 정도였으니 독보적인 1위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스타벅스의 성공이 기술과 정량적 분석 덕분이었다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신 커피머신과 로스터, 정돈된 공급망, 잘 설계된 모바일 앱, 회사의 성장을 이끌 최신 금융기술 등이 성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스타벅스가 성공한 원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는 더 비중 있게 봐야 할 요인으로 스타벅스의 정신과 존재 이유가 부각된 브랜딩, 단순하면서도 심대한 문화적 통찰을 꼽고 싶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남유럽의 커피 문화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삶의 틀에 미세 보정(fine tuning)하는 법을 알아냈다. 지금은 너무나 명백해 보이지만 불과 35년 전만 해도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커피라고 하면 인스턴트 캔 커피를 뜻했다. 그러나 슐츠는 사람들이 커피 말고도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공간에 대한 갈증이 있음을 감지해냈다. 그는 커피 제조 기술과 경영을 위한 정량적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이탈리아로 가서 유명한 카페 수십 곳을 견학했고 커피를 매개로 한 이탈리아인들의 분위기와 문화에 대한 질감 있는 감수성을 높였다. 이렇게 감수와 감지는 자신만의 느낌표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느낌표는 울림을 만들어 낸다.이야기를 정리해 보자.지난 세기 동안 기술은 우리를 우리의 감수성과 감지성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우리도 모르게 직접 냄새 맡고 맛을 보며 음미하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을 잃었다. 대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요즘 우리는 길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모르는 이들과 이야기하기는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아침 식사를 할 때 아내와 대화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우리의 눈은 우리를 둘러싼 주변이 아닌 스마트폰에 가 있다. 식사를 할 때도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서둘러 먹을 뿐, 정작 음식 맛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원작을 직접 읽지도 보지도 않은 채 남이 올린 리뷰나 댓글을 보고 그 원작을 읽고 보았다 착각한다. 감수성과 감지성이 키워질 리 없다.철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는 경험을 통해 삶과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것들을 해석해나가는 인간의 능력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우리의 인생에는 오직 하나의 최고 정점이 있는데 그것은 느낌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경지다.”이런 최고의 능력을 사장시킨 채 미래의 주도권을 고스란히 AI에게 내어줄 작정인가?나만의 느낌표를 만들어 내는 연습이 필요하다.이 느낌표가 곧 모든 조직의 로망인 ‘창의’가 되기 때문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