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티나이티스 현상의 극복, 그 쉽지 않은 여정
1977년 3월 27일 스페인 테네리페섬, 네덜란드 KLM 항공기와 미국 팬암 항공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충돌했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및 관제탑과 조종사간 의사 전달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사고 조사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KLM기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다. 부기장이 “아직 이륙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하며 이미 활주로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기장에게 항의하자, 기장은 짜증을 내며 “나도 알아”라며 속도를 높였다. 기장의 권위적인 어조에 눌린 부기장이 다시 관제탑과 교신하는 사이 기장은 교신을 가로채며 관제탑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륙합니다”.시속 290km의 속도로 KLM기의 랜딩기어가 이미 활주로에 진입해 있던 팬암기의 동체를 강타했고, 583명의 사망자와 6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역대 최악의 항공참사가 발생했다.테네리페 참사 외에도 다른 수많은 항공사고 조사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의 상당부분이 조종실내의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부기장들이 기장의 권위에 눌려 잘못된 판단에 맞서 직언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캡티나이티스(captainitis)라 부르는데, 바로 이것이 테네리페 비극의 원인이기도 했다.이러한 캡티나이티스 현상은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도 아주 넓고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은 아는데 CEO 혼자만 모르는 현상을 지칭하는 “CEO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CEO가 싫어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직원들이 두려움 때문에 차마 직언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캡티나이티스 현상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최근에 국내 굴지의 IT대기업 중견사원이 자살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많은 동료직원들은 전설적으로 악명 높은 상사의 괴롭힘을 비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 상사와 일한 사람들은 다들 “지옥”이었다고 털어 놓았다고 한다. 빈소를 다녀온 한 동료직원은 빈소에서 들은 이야기가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고 술회하며 이렇게 고백했다. “나 또한 침묵하는 방관자중 하나였다는 괴로운 진실을 마주하니 수치스러워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만약에 그 회사가 캡티나이티스 현상을 부분적으로라도 극복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필자는 CEO로 일하는 동안 이러한 캡티나이티스의 덫을 벗어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나 여전히 어렵고 한계를 절감한다. 그럼에도 CEO와 인사팀이 함께 노력하면 어느 정도 까지는 이 현상을 극복하고 회사를 발전시키고 조직과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CEO의 애타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본다.첫째, 인사팀은 다양한 형태로 CEO와 직원들의 직접소통창구를 강화하는 것을 통해 이 현상을 극복하는 노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을 응용하여 다양한 직접소통창구를 만들어 활성화하고, 또 오프라인 직접 소통의 자리도 제도화하여 편안한 소통의 분위기가 조직내에 스며들도록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소통의 좋은 예로는 잭 웰치 회장이 GE에서 시행하였던 타운홀 미팅이 있다. 이러한 타운홀 형태의 미팅을 기획하여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겠다. 이와 함께 침묵을 깨는 소통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겠다. 독서토론회나 동호회 활성화도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필자는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임원 및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회사의 한 핵심 간부가 은밀하게 CEO의 전략적 방향성과 지향하는 리더십 스타일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고 점차 악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대표의 신뢰를 받는다고 생각되는 간부에 대해 부정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악화되기 전에 용기를 내어준 여러 직원들의 도움으로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적쇄신으로 회사 조직은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수개월 전부터 직원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오프라인 소그룹단위 티타임을 정례화하였고,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으로 독서토론회를 실시하면서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현재는, 직원들과 직접소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인사팀에서 여러가지 온라인 소통창구를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둘째, 인사팀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직원들을 선별하여 CEO의 직접 소통채널 구축을 지원할 수 있다.**필자는 과거 제조업체 CEO로 일할 때 노조위원장이나 부위원장들과 주기적인 만남을 통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제조현장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묻혀버린 원가혁신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할 수도 있었고, 조직상 문제 인물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모 대기업에서는 “영보드”라는 젊은 직원들 토론 그룹을 운영하며 그 활동내용을 CEO에게 직보하는 제도를 운영한 것도 참조할 만하다.셋째, 기업마다 정기 인사평가제도가 운영되지만, 실제로는 모든 기업조직에서는 추가적인 평가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도 훨씬 많은 요소를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로 실행된다. 인사팀은 이렇게 기존의 제도에 추가로 이루어지는 “실제적인 평가현상”을 잘 분석하여 하나씩 체계화함으로써 CEO가 구성원을 평가할 때 캡티나이티스의 덫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헤드헌터가 인재채용을 위한 과정에 사용하는 평판조회 방식을 참조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제한적인 보조자료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듯하다.기존의 평가제도는 우리의 문화와 기업현실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실제 경영현장에서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진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평가제도는 CEO가 제대로 된 경영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의 현실에 맞는 “맞춤형 인사평가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했다. 어쩌면 평가제도에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평가현상을 하나하나 체계화하는 시도가 맞춤형 평가제도 설계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CEO의 확고한 의지와 인사팀의 이러한 노력이 합해진다면 캡티나이티스의 덫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5.30 두 회사의 차이를 가져온 비결이 무엇인가?
1980년의 두 회사의 비교가전산업의 강자는 1940~1960년대는 미국의 RCA였다.이후, 독창성을 바탕으로 기술의 소니가 세계적 명성을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간다.소니는 ‘왜 음악을 실내에서만 듣는가?’ 작은 생각의 차이가 워크맨이라는 세계적 걸작을 만들었다.지금 가전의 절대 강자는 삼성전자이다.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가 펼쳐지면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디지털TV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제품의 품질과 성능, 마케팅, 브랜드, 유통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해 1위를 달성했다.소니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로 전환하기보다는 TV의 화질과 성능을 높이는 데 더 집중했다.하지만 소비자는 배불뚝이인 브라운관 TV보다는 날씬한 벽걸이형 PDP TV가 더 선호했다.기술의 소니가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면서 원가 경쟁력, 제품 경쟁력에서도 떨어져 지금은 소니의 시장 가치는 삼성전자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삼성전자와 소니의 차이를 가져온 것은 무엇인가?**장세진 교수는 “삼성의 부상과 소니의 부진은 전략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고, 전략보다는 내부의 조직 프로세스와 경영진의 리더십 차이가 두 기업의 운명을 결정했다” 며 삼성의 스피드와 실행의 조직문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소니의 문화는 ‘자유로운 토론 문화 강조, 조직의 다양성 장려, 팀 단위 업무 추진, 개인의 창의 존중’이 주요 특징이다.소니의 사업구조를 보면, TV, 반도체 및 부품, PC및 네트워크 기기, 금융서비스, 게임, 디지털 이미징, 영화, 음악, A/V, 기타 등 다양하다.반면 삼성전자의 문화는 한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행 일변도, 전체가 하나되는 조직 문화, 프로세스보다 결과를 중시, 스피드 강조가 특징이다.삼성전자의 사업구조를 보면, 반도체, 휴대전화, TV, LCD, 기타 세탁기/냉장고/컴퓨터이다.삼성 조직문화의 강점은 조직의 결집력으로 속도감 있는 경영과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였다.신경영과 전자 산업에서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는 조직과 구성원의 공감대를 조성하였고 실행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결과를 중시하고 개방된 조직문화는 경영의 속도를 높여주고 비용을 낮춰주었다.**기업의 가치관 경영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가?**많은 기업들이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정해 조직과 임직원의 한 방향 정열을 이끌려 한다.하지만,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단계별 목표와 전략, 중점과제와 추진 계획이 없다.기획이나 전략팀에서 수립했다고 해도 경영층만 알 뿐, 조직과 직원들은 알지 못한다.사업계획을 세워 놓고 점검이나 피드백이 없다.년말이 되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할 때 전년도 수립한 사업계획을 살피는 회사도 있다.핵심가치는 ‘액자 속의 구호’로 전락한 회사가 많다. 로비나 회의실에 핵심가치가 붙어 있다.핵심가치는 조직과 임직원의 의사결정의 척도이며, 사고와 행동의 기준이 된다.핵심가치가 조직과 구성원에게 내재화되어 실천되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기업의 가치관 경영을 통해 한 방향 정열을 추진하고 강한 기업으로 만드는 3가지 필수 요인이 있다.**첫째, 가장 중요한 요인은 CEO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관심과 참여이다.**사업계획의 수립과 확정, 실천뿐 아니라, 핵심가치의 실천 역시 CEO이다.예로써 핵심가치의 경우, 공기업의 핵심가치가 실천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3년 단위의 CEO교체이다.A기업은 CEO가 핵심가치 실천문을 만들어 전 임직원이 외우도록 했다.회의 시작 전에는 전부 암기하여 외치고 회의를 시작했다.핵심가치를 전 직원이 외우는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마치 전 국민이 구구단을 외우는 효과와 같이 핵심가치 실천 내용은 누구나 알고 지키게 되었다.둘째, 미션과 비전, 사업계획과 가치관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추진조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방향과 전략, 제도와 과제를 만들고 추진한다.촉진자를 선정해 육성하고, 점검과 피드백을 통해 실행을 독려한다.**셋째, 현업과의 부단한 소통이다.**현장 부서장과 지속적 소통을 통해 실적과 계획 수준을 진단하고 피드백 줘야 한다.미션과 비전, 사업전략은 최소 분기별 경영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점검하고 조정해야 한다.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진단 양식과 실행 컨텐츠 개발, 체크리스트 등을 제공하고 교육하여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추진되도록 이끌어야 한다.추진 조직과 현장 리더가 변해야 회사가 변한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1.05.30 조직과 구성원을 이해하는 Survey 분석방법론
**다양한 방식으로 축적/수집되는 HR Survey 데이터,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다면평가, 역량평가, 채용 인적성 검사, 면접 점수, 리더십/조직문화 진단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사내에 수집되고 축적되고 있을 텐데요. 이러한 수치화된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분석하고 계신가요? 보통의 경우, 평균을 내서 분석하고 경영진께 보고하게 되는데요. 조직문화 서베이로 예를 들어 보면, 부서별 조직만족도를 회사 평균과 비교하거나, 작년 대비 평균 조직몰입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고 보고합니다. 이런 분석 방법, 아쉬운 부분은 없으셨나요?저는 HR 분야에서의 데이터 분석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조직과 구성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파악하고자 하시는 문제와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인 것이죠. 그렇다면 앞서 ‘보통의 경우’에 실시하는 분석 방법 외에 조직과 구성원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1. 잠재변수 활용하기 : 구조방정식 모형 (Structural Equation Model)**구조방정식 모형은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잠재변수’ 간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HR Survey 분석에 있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HR에서 다루는 변수는 ‘역량’, ‘성과’, ‘만족도’, ‘이직 의도’처럼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설문, 검사 등 문항에 대한 답변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게 됩니다. 구조방정식을 활용하면, 추상적인 개념 사이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상사와의 유대감이 높을수록 재택근무 만족도가 높다’라는 가설을 검증하려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상사와의 유대감과 재택근무의 만족도는 모두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하위 측정 문항을 활용하게 됩니다. 구조방정식 방법론을 활용하면 각 하위 문항에 대한 응답을 가지고 공통 분산값을 추출하여 실제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변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러한 변수를 ‘잠재변수’라고 합니다. 각 문항에 대한 응답을 통해 잠재변수를 추출한 후에는 각 잠재변수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구조방정식 모형을 통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가 활용한 문항이 우리가 측정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 문항의 요인부하량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둘째는 인과관계에 있는 두 변수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경로 계수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셋째는 우리가 설정한 모형이 통계적으로 유의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형 적합도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이처럼 구조방정식은 HR 데이터 분석에 있어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2. 잠재계층 분류하기 : LCA/LPA앞서 서두에서 평균값을 활용하여 보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분석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평균이라는 값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집단의 특성을 가려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 왼쪽 그림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학습동기를 묻는 문항에 응답한 평균치를 시각화한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단편적으로 ‘우리나라 고등학생은 자율적 동기가 높고, 타율적 동기가 낮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오른쪽 그래프를 보시면,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 잠재 계층 분석을 진행한 결과입니다. 분석한 결과, 학습동기 측면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집단이 구분되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처럼 잠재계층분석(Latent Class Analysis), 잠재프로파일 분석(Latent Profile Analysis)을 활용하면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 방법은 ‘사람 중심적인 분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분석은 변수 간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잠재계층 분석은 실제 연구 대상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변수들이 집단에 따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R에서의 주된 관심은 소속된 구성원의 특성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 방법은 향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아래에는 현업에 적용한 분석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구성원들에게 본인 스스로의 고용 시장성을 묻는 문항에 대한 답변 결과를 잠재프로파일 분석을 통해 분석하였습니다. 1번부터 4번은 내부에서, 5번부터 8번은 외부에서의 시장성을 묻는 문항입니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시면, 낮은 시장성으로 인식하는 집단(파란색)과 내부에서는 높은 시장성, 외부에서는 낮은 시장성을 보이는 집단(빨간색)가 구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렇게 서로 다른 집단을 분류한 후에는 각 집단이 분류된 데 있어 어떤 변인(영향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리고 집단에 따라 직무만족이나 이직의도, 성과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결과변수)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균값으로 분석해서 묻혀버리기에는 해당 구성원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면 조직과 구성원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위에서 설명한 구조방정식과 잠재계층분석 방법 외에도 HR 데이터 분석에 있어 관심을 가져볼 수 있는 여러 분석 방법이 있습니다. 다층모형(multi-level model)이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한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구성원의 특성은 개인의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소속된 조직의 문화, 함께 일하는 리더나 동료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구성원의 조직만족도는 각 개인의 연차, 출퇴근 거리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동시에 리더의 리더십 성향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층모형을 활용하면, 구성원의 특성이 조직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그 조직의 어떤 특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이번 기회를 통해서 통계를 소개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다양한 분석방법론을 활용하면, 가지고 계신 조직의 연구 문제들을 확인하실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기존의 분석 방법으로는 조직과 구성원에 대해 확인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발견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분석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학습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 방법들은 복잡하고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조직과 구성원을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프레임이 될 것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5.30 정답은 없다. 관성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뿐
회사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HR 제도 개선 미팅을 한다.미팅이 끝날 때마다 한 주의 큰 숙제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매번 고민거리가 쏟아져 나와 마음 답답한 채로 한 주를 마무리한다.그중 스스로 대답하기 어려웠던 고민은 두 가지다.1.제도 개선을 왜 해야 하지? 우리가 그렇게 문제가 있나? **2.제도 개선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나? 구성원과 환경을 바꿀 수 있어?**확신할 만큼의 경험치/데이터가 없었던 나는 틈만 나면 질문을 곱씹었다. Yes or No로 대답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정답이 있다기보단 그런데도 변화해야 한다는 자신감과 절실함을 담당자로서 스스로 확립해야 하는 문제였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연히 회사 밖에서 찾을 수 있었다.(역시 모든 경험은 소중해. 다양할수록 성장하는 것!)1. Wanted Con. HRM의 모든 것지난 4월 Wanted에서 주최하는 “HRM의 모든 것”이라는 컨퍼런스에 평가/보상 Session 모더레이터로 참여했었다. 해당 Session 연사님들은 SK이노베이션, Nexon, 비상교육의 HR 리더들이셨다.연사님들을 통해 들은 회사별 평가/보상 제도 양상은 각기 달랐다.ㅇ 제도 개선 방식 : 구성원 주도 or HR 주도ㅇ 평가 항목 : 업적평가만 or 업적/역량평가 모두 or 다면평가 도입ㅇ 평가 방법 : 상대평가 or 절대평가ㅇ 보상 : 연차 고려 or 미고려(성과 base)하지만, 공통된 메시지가 있었다. 내외부 경영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인사 제도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컨퍼런스를 통해 깨달은 것은 변화 방법은 회사마다 각기 다르고, 지금의 변화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HR 제도는 끊임없이 각 조직에 fit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제도 개선을 실행한 연사님들께서도 공통적으로 제도는 완벽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시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제도에 정답은 없고, 어느 조직에나 있는 고민이군!2. 책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밑줄 치고 사진 찍는 습관이 있다. 이 책은 작년 쯤 읽었던 책인데,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어 찍어 둔 것을 최근에 다시 봤다. 책에서 나의 깨달음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정체되고, 도태되는 것뿐이고, 성장의 기회는 항상 관성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다.“어떤 새로운 것도 기대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정체되는 일뿐이다. 그러니 노력할 수밖에 없다.” “혼자지만 더 넓은 지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이 마음은 ‘지금도 좋지만, 더 좋아지고 싶다’라는 것이 아니다. 훨씬 더 절박한 마음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고, 몸의 고립이 마음의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이며 삶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들은 관성 밖에 존재했다는 지난 경험의 되새김이다.”두 직간접 경험을 통한 나의 대답은 이러하다.**Q1. 제도 개선을 왜 해야 하지? 우리가 그렇게 문제가 있나?**내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회사/구성원에게 손해 나는 문제가 있다 없다 관점에서만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누군가 손해 보는 것 만이 문제는 아니다. 조직이 어떤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남는 것은 정체되는 일뿐이고, 정체된 조직은 변화에 대한 면역이 약해진다.무엇보다도 ESG 경영, DT, 재택근무 활성화, MZ 구성원 유입 등 내/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 관성에 젖어 있는 조직이라면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우리는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HR은 조직과 구성원이 안일한 관성에 고립되지 않도록, 변화에 대한 긴장감과 유연성을 키울 수 제도 개선을 통해 구성원 재질 개선을 해야 한다.**Q2. 제도 개선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나? 구성원과 환경을 바꿀 수 있어?**HR 제도는 변화에 대한 회사의 방향성을 구성원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제도로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바꾸기는 어렵다. 원샷-원킬 극약처방의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정체되어 있을 순 없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 우리 조직이 변화에 도전했으면 좋겠다.이처럼 Wanted 컨퍼런스와 책을 통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스스로 확립할 수 있었다. 이제 내게 남은 숙제는 우리 조직/구성원에게 fit한 제도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이다. 제도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지만, 변화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구성원과 함께 Perfect-fit 제도에 닿을 수 있도록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5.30 자문(諮問)보다 자문(自問)
최근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하고 있다. 각 분야별로 수많은 신생기업들이 생겨나고, 모두는 “스타트업”으로 이름 붙여진다. 일부는 소위 전문가들에게 자문(諮問)을 받으며 성장에 필요한 도움을 얻는다. ‘시리즈’를 막론하고 특히 인사(HR)와 조직문화 분야에서 자문 받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관찰한 사례들의 패턴은 대부분 유사하다.
스타트업의 대표가 투자자(VC), 다른 대표, 협회 등의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전문가’를 소개받는다.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고 자문을 계획한다.
대표와 인사담당자가 자문받는다. 필요 시 강연을 진행한다.
자문/강연 내용을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과제를 수행한다.
대표는 자문에 만족하며, 또 다른 회사의 대표/담당자에게 자문을 권유한다.
HR 자문을 통해 회사와 인사담당자가 수행하게 되는 과제는 대부분 비슷하다.
회사의 비전, 미션, MTP를 새롭게 정립하고, 핵심가치와 인재상을 새롭게 꾸린다.
이에 맞춰 각종 제도 등을 업데이트 한다. : 채용/선발제도, 신규입사자 적응과정, 조직도, 직급체계, 성과평가제도, 보상제도, 승진제도, 1:1세션, 각종 회의제도, 업무 사이클, 조직진단제도, 사내교육, 타운홀미팅, 워크샵, 직군별로 협업에 필요한 각종 툴, 사내 규정, 복지제도 등등.
외부로 소통하는 (채용) 홈페이지를 새롭게 만든다.
미션, 비전, MTP, 핵심가치, 인재상을 누구나 인지하도록 각종 콘텐츠를 만들어 붙인다.(화장실에도 붙일지 말지 고민한다.)
더 나은 조직과 사람을 만들고, 더 많은 성과를 내며 성장하기 위해 자문을 받는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흥미롭게도 자문을 받은 일부 회사들에서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직하는 경우를 다수 관찰했다. 물론 개인의 이직에는 여러 배경과 이유가 있고 그마저도 각자가 다르지만, “더 나은 조직, 오래오래 다니고 싶은 조직”이 되기 위해 자문을 받았는데 결과는 정반대인 현상, ‘자문받기 전이 더 나았다.’, ‘자문을 받고는 원래 묻어왔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등 자문의 함정에 빠진 현상들을 관찰했다. (‘자문을 통해 더 행복한 조직이 되었다.’는 사례를 더 많이 알지 못한 것은 오롯이 필자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필자도 실제로 위의 업무들을 수행하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 무슨 효과가 있지? 그냥 기본만 제대로 해도 될 것 같은데,,” 그 기본은 다음과 같다.
채용면접에서 면접자와 진실되게 소통한다.
채용 합격 / 불합격 여부를 적시적절하게 면접자에게 알린다.
입사 당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각 항목을 소통한다. 스톡옵션계약 등은 향후 처리계획을 통지한다.
(수습기간/시용기간이 있다면) 어떤 업무를 통해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평가하고 합불여부를 결정하는지 당사자 모두가 명확하게 인지한다.
협업 당사자가 각자의 직무 범위, 진행 중인 업무를 잘 인지한다.
평가방법, 연봉협상 시기, 상여금/성과급 등의 계획을 당사자 모두가 오해없이 인지한다. 내용이 변경된다면 지체없이 공지한다.
각 직군/팀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의사결정권한, 예산/인원 등을 부여한다.
직무역량 성장에 필요한 교육을 기획한다.
기본적인 수준의 복지와 부가적인 차원이 복지를 기획하고 준비한다.
수시/정기적인 소통창구를 통해 성과달성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공유하고 해결한다.
사실 이 내용들은 인적자원관리 등의 경영 교과서에도 나와 있고,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 활동하는 라이프 사이클을 떠올려도 도출할 수 있는 ‘기본’이다. 인사담당자의 업무 체크리스트로 활용해도 될 내용이다. 그런데 인생도 그런 것처럼 역시나 기본이 제일 힘들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르다. ‘비즈니스 모델 구축해서 생존하기도 바쁜데...’, ‘배부른 소리...’, ‘지금은 HR이 비어있어도 나중에 차근차근 만들면 된다.’ 등도 맞는 말이지만,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하는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기본을 지탱한다면 오히려 노력과 비용이 줄고 이익이 된다.조직문화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문화(Culture)의 어원인 라틴어 Cultus(쿨투스)는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한다. 대지 위에서 스스로 자라난 생산물을 아울러 "문화"라고 부르는 거다. 즉, 조직문화는 MTP, 핵심가치 등으로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위와 자연의 바탕에서 만들어진 유무형의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차원이다. 기본을 잘 실행하면, 좋은 문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그렇다면 자문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자문해야 한다. 스스로 물어야 한다.“우리 회사/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우리 회사/팀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가?”“우리 회사/팀이 처한 대내외 문제 상황은 무엇인가? 해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채용, 입사, 평가/보상, 변화관리 까지, 각 순간에서 구축해야 할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인가?”“구성원들이 어느 시점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느끼도록 할 것인가?”"우리 조직/팀이 다른 조직/팀과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책이나 다른 회사의 .우수한 사례.를 보고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가?”“우리는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가?”‘기본’은 시대, 환경, 업의 특성, 조직, 구성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책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누가 이렇게 말했어요”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질문”과 "실천"이 유일하게 중요한 이유다. 질문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자문도 자문 위에서 효과를 낸다. 아름다운 이상주의가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자는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다. 기본이 되지 않고는 그 어떤 유명한 사람에게 자문 받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요컨대, 잘 알려진 다른 회사나 조직이 해왔던 경험, 제도, 가치, 문화, 방법 등은 그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며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모호함을 품고 질문하며 그들만의 해법을 찾아냈다.자문(만) 받는 조직은 정답을 쫓는다. 기존의 사례들을 자문 받으며 답습하려고 한다. 누군가 쓴 책과 이론을 붙잡고 훈고한다.자문하는 조직은 질문을 던진다.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자문하며 해답을 찾는다. 자신의 조직을 직시하며 창의한다. 기본에 충실한다.이제 자문(諮問)보다는 자문(自問)을 기꺼이 받아들여 보는 건 어떨까!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