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게 묻고 싶은 10가지 질문
**왜 우리는 악착 같지 않은가?**CEO가 급히 호출한다. 인사팀 홍팀장은 팀원에게 무슨 일 있냐 물으니 없다고 한다. 급히 다이어리를 들고 본부장에게 CEO가 호출해 올라가 본다고 하고 사장에게 갔다. 사장은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팀장들에게 지난 주 책임경영을 하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경쟁사의 백화점 및 가두 판매에 1주일 동안 마켓쉐어가 10% 이상 하락했는데도 대책이 없다. 사장은 팀장 시절 1%만 하락해도 비상회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 매월 마켓쉐어를 향상시켜 왔는데, 최근 팀장들은 절박하지 않다고 걱정이 많다.이런 정신상태와 자세로는 정글 같은 이 업계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며, 1달 안에 팀장들이 상호 협력하며 악착 같이 물고 늘어지는 열정을 갖도록 안을 만들라고 한다.그리고 50명의 팀장들을 전부 인터뷰 하여 팀장을 3유형(핵심팀장, 유지팀장, 해임팀장)으로 구분해 별도 보고하라고 한다. 알겠다고 인사는 하고 나왔지만, 해야할 일을 생각하니 답답해진다.본부장에게 전하니 홍팀장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팀원들은 팀장들 인터뷰해 유형을 정하라는 말에 기겁을 한다.홍팀장은 50명의 팀장을 5개 그룹으로 나누고, 월~금요일 각 그룹별 워크숍을 외부 회의장을 빌려 실시하였다.진행자, 교재, 강사가 없이 10명의 팀장이 해당 장소에 와서 주제에 대한 결론을 내고 결과물만 정리해 전송하면 되는 워크숍이었다. 결과를 받아 본 홍팀장은 오죽하면 CEO가 화를 내며 이런 악착 같이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가 간다. 홍팀장은 CEO에게 1조 팀장 10명을 불러 크게 질책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1조 팀장들이 사장에게 2시간 넘게 질책 받았다는 말이 빠르게 회자되면서 조별 토론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5조의 결과물을 정리해 CEO에게 보고하며 이대로 하겠다고 하니 사장은 중단됨이 없이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성과를 내라고 한다. 팀장 유형별 분류50명의 팀장을 어떻게 3유형으로 분류하겠는가? 홍팀장은 팀장들의 3개년 평가를 기반으로 2:7:1의 비율로 팀장들을 구분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상위 20%는 근속도 길고 본부내 영향력 있는 팀의 팀장들이었다.하위 10%는 팀장 2년차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팀장 평가만으로 팀장 유형별 분류를 보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다. 왜 CEO가 전 팀장을 인터뷰하라고 했는가 알 수 있었다.팀장 인터뷰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2명의 외부 교수에 의해 진행하였다. 팀장의 인적사항 및 개인 정보는 전부 블라인드로 하고 1번부터 50번 번호를 부여하고 인터뷰를 진행하여 우수 2: 중간 7: 낮음 1의 비율로 팀장을 정리해 달라고 했다. 홍팀장은 3개년 고과 2:7:1의 대상과 외부 교수의 2:7:1의 대상을 상호 비교하여 보완하여 보고서를 작성할 생각이었다.팀장 인터뷰는 팀장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팀원이 뽑은 순서대로 실시하였다.모든 팀장에게 그 어떠한 정보를 주지 않고 각 50분씩 5일에 걸쳐 인터뷰를 실시하였다.진행은 팀원 2명이 담당하였고, 이들에게 그 어떠한 설명과 대답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홍팀장을 제외한 49명의 팀장 인터뷰가 실시되었다.홍팀장은 2명의 외부교수와 인터뷰할 질문 10가지를 작성하였다.① 회사의 비전 달성을 위해 회사가 추구해야 할 전략과 중점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② 비전 달성을 위해 팀장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모습과 핵심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③ 팀과 팀간의 원활한 협조체제 구축의 저해요인과 개선 또는 강화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④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저해요인과 개선 또는 강화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⑤ 팀장으로 조직 장악을 위해 무엇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⑥ 팀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⑦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져가는데 저해 요인은 무엇이며 개선 방안은 무엇입니까?⑧ 조직역량 강화를 위해 무엇이 개선 또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⑨ 팀원의 역량이 강화되기 위해 무엇이 개선 또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⑩ 팀의 성과창출에 저해 요인이 있다면 무엇이며 무엇이 개선 또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팀장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팀장은 경영층과 팀원을 잇는 굳건한 허리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팀장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성과창출이다. 회사는 친목 단체가 아니다.지속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성과 창출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성과창출을 위해 사업과 연계하여 팀의 바람직한 모습과 전략, 중점과제를 만들고 실천하게 해야 한다.조직과 팀원을 강하게 육성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줘야 한다.자신이 속한 회사에 대한 로열티, 높은 직무 전문성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의 가치를 올리며 동기부여하는 진정한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외부교수에게 이러한 관점에서 2:7:1의 비율로 팀장 유형별 분류를 요청했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1.11.28 성장통 극복을 위한 스타트업 HR제도 설계
대기업에 있을 때는 구성원의 행복과 성장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HR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현실과 맞지 않은 인사제도와 비합리적이라고 느낀 인사정책들과 싸우다 지친 저에게 스타트업에서는 HR 제도를 마음껏 만들어 볼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다.나에게 주어진 이 백지는 처음에는 설레임으로 다가왔지만, 막상 제도 하나하나가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모두가 만족하는 HR제도란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셀러임이 두려움으로 바뀌었던 기억이 납니다."정말 우리 회사에 맞는 제도일까? 구성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게... 최선일까?" 이런 고민들로 밤잠을 설치는 스타트업의 HR 담당자들, 즉 예전에 은진기 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HR에게 주는 시사점스타트업의 숙명은 빠른 성장이지만, 빠르게 성장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조직들은 라쿠텐의 CEO 미키타니 히로시가 주장한 ‘3·10 배수의 법칙’에 따라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30명 이하인 초창기 스타트업과 300명 이상인 조직은 전혀 다른 문제들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그 단계별 진화 과정에 맞춰 집중해야 하는 HR영역들 역시 변화합니다. 예로, 초창기 조직에서는 필수적인 제도(채용/퇴직 절차, 취업규칙, 임금대장 등)들을 잘 마련하고, 회사의 목표와 행동 기준, 만들어 가고 싶은 기업문화의 근간이 되는 비전과 핵심가치 등의 수립 등이 필수적입니다.한가지 유의할 초장기에 집중해야 하는 HR영역에 대한 준비가 안 된다면, 그 다음단계로의 진화를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안타깝게도 기본(수습평가제도, 퇴직절차, 비전/핵심가치, 리더역할 정립 등)도 준비가 안 되었지만 남들 다 한다는 OKR을 시도한다든지 회사를 돋보이게 하는 Employer Branding에 힘쓰는 등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에 욕심이 나더라도 반드시 사전 단계에서 매련했어야 할 제도들을 점검하고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HR제도 설계 시 유의할 점: No Company is the same!**우리 회사에 효과적인 HR제도 설계를 위해서는 회사의 성장단계, 핵심가치, 비즈니스 모델, Industry, 내부 리소스, 노동법, 문화, 리더의 성숙도, 과거의 레거시 등 수많은 요인들을 반영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히 스타트업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이러한 요인들이 변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HR제도 설계에 정답은 없지만, 제가 직/간접 경험에서 얻은 6 가지 Takeaways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Focus on ‘Why’대기업이나 외국계에 있을 때에는 왜 조직개편을 하는지, 왜 호칭제도를 변경했는지, 왜 성과관리 제도를 바꿨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듣기가 힘들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장점은 HR기획과 운영의 주체가 일치하기에 HR제도를 변경하던가 새로 도입하는 경우, 그 목적과 이유에 대해 구성원들과 사전 & 사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이 장점을 살려서 구성원들에게 제도 도입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어떠한 변화를 원하는 지에 대해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Less is More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스타트업 HR제도 설계 시 꼭 참고해야 할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곧 성과의 주체인 스타트업에서는 일당백 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불필요한 제도는 최소화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인사제도/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꼭 필수적인 제도를 단순화하여 도입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성장통 최소화를 위한 미래의 준비
조직이 100명을 향해 가고 있다면 30명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준비를 해 놔야 합니다. 예로, 구성원들의 업무파악이 힘들어지는 100명을 기점으로 성과관리제도 도입을 원한다면 전 단계에서 리더의 정의와 역할, 목표설정과 리더십 1:1 미팅 등의 교육과 충분한 연습이 되어야 원활한 성과관리가 가능합니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HR만 알고 회사의 비전, 전략, Biz-Model, 내부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반쪽짜리 HR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전략에 맞춰 미래의 조직 구성, 필요한 역량, 그리고 어떤 인재가 필요할지를 미리 고민하고 인재 Pool 확보를 해 놓음으로써 채용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철저한 계획 보다는 빠른 실행과 개선스타트업의 숙명은 빠른 성장이기에, HR제도나 체계를 고정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 제도가 맞을까?” 라는 고민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기보다는 현 상황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실행에 옮기고 구성원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오늘 아무리 정교하고 완벽에 가깝게 세운 제도라도 6개월~1년 후에는 회사의 성장단계 변경으로 인해 또 다시 개편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너무 상심하지 말고 본인 마음 지키기스타트업 HR담당자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해서 HR제도를 만들고 운영을 해도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는 세상에 없기 때문에 결국 이런 저런 불만들을 직접 듣게 됩니다. 구성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여 많은 리서치와 고민 끝에 경영진을 어렵게 설득하여 HR제도를 도입했는데, 사내 메신저나 블라인드를 통해 필터 없는 불만들을 듣게 되면 의욕이 떨어지고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또한,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은 HR이 사측이라고 생각하고, 경영진은 HR담당자도 결국 직원이라고 생각하니 중간에서 양측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고, 누구 한테도 털어 놓을 수도 없는 민감한 사항들이 많아 외로울 수도 있습니다.
저의 마지막,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바램은 HR담당자들이 본인 마음부터 잘 챙겼으면 합니다. 본인도 짜증나 있으면 표정에서 드러나고, 진심으로 구성원 한명한명 대하기가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고싶은 것들은 많겠지만, Burn out 오지 않고, 구성원들이 쓴 소리를 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고 본인의 마음부터 꼭 잘 챙겼으면 합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1.28 문학의 숲에서 길 찾기 - 자기 삶의 화두를 따라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열대 우림입니다. 우리나라 면적의 70배나 되는 엄청난 넓이의 아마존은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약 1/3를 생산하죠.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엄청난 양의 산소를 생산해 내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식물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유유히 흐르는 거대한 아마존 강의 존재 덕분입니다. 아마존 강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양의 물이 흐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전을 비롯한 세계문학은 최고의 정신이 모여 있는 하나의 숲입니다. 아마존 밀림이 그러하듯이 세계문학은 인류에게 지성과 공감을 선사합니다. 세계인의 지적 허파인 셈입니다. 제가 이리 말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문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절정에 다다른 인간의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호메로스에서부터 줄리언 반스와 필립 로스까지, 거장이 지어낸 최고의 작품들이 모아 둔 곳이 세계문학 고전이고요. 브라질의 대지에 아마존 강이 흐르듯이 문학 작품의 기저에는 고도의 정신이 흐르는 것입니다. 몇 권의 문학 작품이 제게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옷을 팔아 한 권의 문학 고전을 사서 읽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이전의 성급한 표현입니다. 아마존의 면적이 거대하듯이 세계문학의 범위와 분량도 방대하니까요. 자신에게 맞춤한 책은 존재하겠지만 어떤 책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세계문학이라는 광대한 정신의 아마존을 여행한다면 어디서부터 여행해야 할까요?
작은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A 씨는 문학과 예술을 사랑합니다. 많은 고전의 제목을 알지만 정작 읽고 체험한 고전은 거의 없었습니다. 체험에서 나온 분별이 없기에 이런저런 명사들이 추천하는 고전 목록에 휘둘리거나 전문가를 자처하는 가짜 실력자들의 허위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로 자신이 읽어야 할 목록이 과도하게 커져 버렸습니다. 젊고 이상적인 성향의 B 씨는 지성인이 되기를 꿈꿉니다. 그는 한 출판사에서 간행한 세계문학 전집을 1번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7번인가 8번까지 읽었다는 소식을 접했던 즈음, 절반 이상의 작품은 생각보다 흥미롭지 못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 소식을 몰라 그가 끝까지 읽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세계문학 읽기가 매작품마다 즐거운 독서였는지는 의문입니다.
두 사람의 사례에서 보이는 공통점 하나는 외부로부터 출발한 목표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에게는 내면으로부터 시작한 목소리가 없었습니다. 학습은 주체적인 의문이나 문제의식 또는 화두에서 시작됩니다. 관건은 주체성이 있느냐입니다. 스스로 고민하는 화두나 자신의 삶에서 발견된 고민 또는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한 성찰이 독서의 질을 드높입니다. 인문학 공부의 목적이 박식이 아니라, 자기 이해를 높이고 인생에 대한 통찰을 키워가는 것입니다. 무엇이 나를 이해하도록 돕는가? 지금의 내게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지금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 품고 이에 걸맞은 사유를 돕는 작품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주체적 독서란 결국 스스로 생각한 화두와 연결되는 책을 선정하고 자신의 모습과 연결하면서 읽는 행위를 뜻합니다.
세계문학을 순서대로 읽는 모습은, 힘찬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그리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이란 지극히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장르이기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고전 목록만 해도 엄청난 분량이라 우리 인생의 유한성을 생각하면 시간이 아쉬워지는 선택이기도 하겠죠. 제가 권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자신의 화두, 고민, 물음, 비전을 생각할 것. 이때 인생의 화두와 비전이 아니라 올해 또는 이번 분기의 화두와 비전으로 한정하는 게 좋습니다. 둘째, 세계문학전집 카달로그나 서평집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작품을 찾을 것. 처음에는 10~20여 권 정도의 목록을 마련해 두고,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부터 읽으면 되겠지요. 셋째, 작품 속으로 뛰어들어 정성을 다해 온몸으로 읽을 것. 우리나라 문학이 아니라 세계문학이라면 작품의 인물과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당대의 역사를 알아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세계문학전집 카달로그나 서평집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여야겠군요. 제 서재에는 세계문학만을 꽂은 책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문학동네, 민음사, 열린책들 이렇게 세 출판사에서 발행한 카달로그가 있죠. 카달로그라는 말 그대로 작품을 간략히 소개하는 비매품 책자입니다. 한 페이지마다 한 작품을 다루면서도 책 사진, 소개, 저명한 인사들의 평가까지 실렸기에 소량의 핵심 정보만 담은 셈입니다. 민음사 카달로그의 한 페이지를 소개해 보죠.
청춘의 한 시기에 통과 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작품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일본 작가
『인간 실격』은 『백치』의 오다 사쿠노스케, 『타락론』의 사카구치 안고와 함께 무뢰파(無賴派)를 대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후기 걸작이다. 작가의 자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 실격』은 어느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인간 영혼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스스럼없이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상처 받은 영혼을 달래준다.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 - 뉴욕타임스
카탈로그에 적힌 텍스트는 모두 옮겼습니다. 왼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은 얼굴 사진과 커다란 책 표지 이미지가 지면의 반을 차지하고요. 이 정도 소량의 정보를 접하고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할 겁니다. 읽고 싶어질 수도 있고 별다른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죠. 누군가는 강렬한 끌림이 있기도 할 테고요. 제가 그런 경우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지 40년이 넘어가던 즈음, 제 마음과 정신이 극도의 피폐함을 겪었거든요. 그때 제게 필요한 것은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들이 자기 인생의 상실과 무상함을 견디어 냈던 진솔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비롯한 몇 편의 소설이 질식해 가던 제 영혼에 산소를 공급해 주었죠.
세계문학 서평집 한 권도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비매품이 아닙니다.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읽은 한국 작가들의 리뷰를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다가 소설가 김연수가 『황금 물고기』를 읽고 쓴 리뷰에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제 마음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다음의 문장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알아내려고 애쓸 겁니다. 책뿐만 아니에요. 음악도 듣고, 그림도 보고, 춤도 추고, 외국에도 갈 거예요. 가능한 한 모든 걸 맛볼 겁니다. 이 삶에 눈멀고 귀먹고 입 다문 사람이라면 그물에 걸린 물고기의 신세나 마찬가지죠. 자유로운 물고기라면 자신의 입과 코와 눈과 귀로 자기 앞의 삶을 맛보고 냄새 맡고 보고 들을 거예요. 그게 바로 황금 물고기죠.”
“그건 자유로 물고기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그 황금 물고기가 하는 일은 뭔가요?”
“자신에게 돌아가는 일이예요.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매 순간 성장해요. 바뀌고 또 바뀌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자기 자신이 되죠.”
이쯤되면 프랑스 문단의 거장 르 클레지오의 후기 대표작 『황금 물고기』를 피할 방도가 없습니다. 제가 ‘예닐곱 살에 인신매매단에 납치된 후 세상을 표류하던 한 한 소녀의 근원 찾기’ 이야기에 빠져든 것은 예상되던 일이었죠. 『인간 실격』과 『황금 물고기』와의 만남은 카달로그와 세계문학 서평집에서 출발되었습니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제 삶에 대한 주체적인 고민이 운과 때를 만나 두 편의 문학 작품과 조우한 것이겠지요.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1.30 조직행동, 의사결정 오류
3. 의사결정 과정의 오류
조직행동론 많은 연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류가 개입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노력을 줄이고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과 자극’을 사용하는 데 이때 오류(bias)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 확증 오류 confirmation bias
과거의 선택을 확증해주는 정보를 수집하는 경향이 있고, 과거의 판단이 틀렸다고 하는 정보는 무시(Jonas, Schultz, Frey & Thelen, 2001)하는 것이다. 선험적으로 지니고 있는 관점을 확증해 주는 정보는 수용하고, 이러한 관점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는 의심하고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수집하는 정보는 기존의 관점을 뒷받침해 주는 편향을 띠기 쉽다는 것이다.
참고: 김경일 교수 특강, '내 그럴 줄 알았다!', 정말 그럴 줄 알았을까? https://youtu.be/c8xCF-4d2Mo
▷ 과도한 확신 overconfidence
의사결정과 판단의 오류 중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고,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오류다(Plous, 1993).
조직의 관점에서 지적인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과신하는 경향이 높다(Kruger & Dunning, 1999). 또한, 자신의 전문영역 밖의 문제나 관심사를 다룰 때 구성원은 과도한 확신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에 ‘지식이 늘어날수록 과도한 확신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 과도한 집착 anchoring bias
초기 정보에 지나치게 고착되는 경향을 말한다. 초기 정보는 자리를 한 번 차지하고 나면 이후에 다른 정보가 들어와도 적절하게 생각을 조정하지 못한다(Tversky & Kahneman, 1974). 아이디어나 가격, 추측에 대한 첫인상은 이후에 들어오는 정보에 비해서 매우 큰 가중치를 갖게 된다.
참고: 김경일 교수 특강, '집착하는 사람의 알고보면 무서운 심리' https://youtu.be/uXYo2NtQ2XU
▷ 접근성 오류 availability bias
경영자가 인사평가를 할 때 6개월 또는 9개월 전의 행동보다 최근의 행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설명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의사결정의 오류 중 '접근성 오류' 이다.
접근성 오류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근거를 두고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Bushman & Well, 2001). 접근성 오류는 사람들이 비행을 운전보다 더 위험하게 여기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 대표성 오류 representative bias
10년 전 이웃에 살던 누군가가 프로농구 선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도심에 사는 아프리카 계 미국인 청소년들은 NBA 농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Hutton, 2001). 사실대로 말한다면 의사가 될 확률이 NBA 농구 선수가 될 확률 보다 훨씬 높다.
과거에 일어난 상황이 현재 자신들의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를 대표성의 오류라고 한다. 경영자는 기존 제품의 성공과 연결하여 신제품의 성과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특정 대학 출신이 성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대학 출신의 또 다른 직원도 성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을 말한다.
▷ 결정의 지속성 오류 escalation of commitment
앞 단계의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의사결정을 수정하지 않는 것을 결정의 지속성(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고 한다(Staw, 1981; Zardkoohi, 2004).
사람들은 자신에게 실패의 책임이 있다고 여겨질 때 이러한 오류를 범하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Staw, 1976). 잘못될 줄 알면서도 추가적으로 돈을 투입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결정의 지속성은 또한 의사결정의 일관성이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성향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경영 의사결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경영자는 자신의 의사결정이 옳은 것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후속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대부분 큰 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경영자는 자신이 유능한 경영자임을 보이려고 더 나은 대안이 있는 줄 알면서도 기존 결정을 고집한다. 일관성이 효과적인 리더의 특징 중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진정 유능한 경영자는 지속성이 효과적인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별할 줄 아는 경영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 우연성 오류 randomness bias
우리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미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세상 속에서는 우연한 사건이 항상 발생한다. 우연하게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바로 우연성 오류이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억지로 의미를 부여할 때 의사결정은 우연성 오류에 빠지기 쉽다. 우연성 오류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상의 패턴을 미신적으로 맹신하는 경우이다(Guilbault, Bryant, Brockway & Posavac, 2002). 예를 들면, '13일의 금요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남는 것이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미신적 태도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거나 기존 관행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한다.
▷ 맹목성 오류 hindsight bias
사건의 결과가 실제로 알려진 후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잘 못 믿는 경향을 말한다(Guilbault, Brockway & Posavac, 2004; Werth, Strack & Foerster, 2002). 예를 들면, 슈퍼볼이 끝나고 난 후에 자신이 게임 전에 어떤 팀이 이길 것인지 분명하게 알았다고 말하는 것(Bonds-Raacke, Fryer, Nicks & Durr, 2001)이 ‘맹목성 오류’ 이다.
맹목성 오류는 선택적인 기억과 이전 예측의 재구성 능력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후에는 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을 과도하게 확대하여 재구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