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제가 인상깊게 읽었던 조직 내 권력거리에 관한 글을 소개하고, 사회에서 경험한 권력거리의 모습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제가 경험한 리더들이 권력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로 인해 바뀐 조직의 모습은 어땠는지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지난글은 여기에서 >> https://hr.wanted.co.kr/insights/powerdistance/)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조직들 중, 권력거리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조직을 딱 한곳만 꼽자면 단연 군대일겁니다. 계급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권력과 위계의 조직. 상급자는 명령(지휘)하고 하급자는 따르는 것이 당연하게 요구되는 대표적인 조직입니다. 그런 조직안에서, 권력거리를 작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리더 A와 B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군대 이야기에 알러지가 있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리더에 관한 이야기로 봐주세요! 😊) **조직의 목표달성에 방해가 되는 권력은 과감히 내려놓는다.**‘군대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조직의 악폐습을 나타낼 만큼 군대에는 다양한 ‘군대문화’가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 웃픈 문화를 한가지 소개하자면, 보고서에 ‘날개’를 다는 문화입니다. 마땅한 이미지를 찾을 수 없어서 제가 직접 만든 이미지로 설명을 해보자면, 가장 기본이 되는 A4 양식의 보고서에 참고가 될만한 내용들을 다양한 크기의 포스트잇에 출력하거나 수기로 기재하여 붙이는 형태를 말합니다. 그 결과 A4 종이가 몸통이 되고, 그 옆에 다닥다닥 붙은 포스트잇이 마치 날개 같다고 하여 ‘보고서에 날개를 단다’라고 표현합니다. (정말 날아가겠네..?) 날개는 호랑이에 달아야 제 맛인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처음에는 한정된 지면에 담기 힘든 정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리더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을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날개가 없는 보고서는 성의 없는 보고서’라는 공통인식이 자리잡게 되었고, 누가누가 날개를 화려하고 예쁘게 잘 만드나를 가지고 경쟁을 하기에 이릅니다.리더 A는 지휘관으로 부임한 지 얼마 안돼,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립니다. 보고서에 불필요한 날개는 달지 말 것. 간단한 보고라면 포스트잇에 적어서 주거나, 구두로만 보고할 것. 실무자가 가장 잘 아는 내용이라면, 부서장이 아닌 실무자가 직접 보고할 것.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지휘관에게 성의 있는 보고서를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그 시간을 아껴 우리 조직의 존재이유에 대해 생각하고,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 “우리의 존재이유는 전투력을 향상시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고,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항들은 과감하게 버리거나 바꿔달라” **권력은 써야할 곳에 쓴다.**하지만 어느 조직에나 빌런은 존재하는 법. 해당 지침이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조직문화에 익숙해져 있던(찌들은) 한 상관이 기존 방식대로 보고를 진행합니다. “리더 A가 그렇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성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날개 붙여!” 그리고 다음 날, 지휘관 회의에서 보고서에 날개를 붙인 그 상관은 말 그대로 개박살이 납니다. 리더 A는, 지휘관이 부탁한 내용을 실무 부서장부터 실천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구성원들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군에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불필요한 예의를 차리는데 힘을 들이지 말라며, 크게 노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리더 A는 본인의 권력을 조직의 변화를 저해하는 빌런을 퇴치하는 데 사용한 겁니다.기존의 방식대로 보고를 진행한 상관이 개박살나는 모습은 조직을 변화시키는 촉매가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보고서의 날개는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포스트잇에 간단히 기재된 보고서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또한 실무자가 직접 지휘관에게 보고를 진행하면서, 신속한 보고와 의사결정이라는 조직의 큰 과제는 성공적으로 달성되게 됩니다. 기존의 권력거리가 컸던 조직에서는 보고서의 형태를 상급자에게 보고 드려도 괜찮을 만한 형태로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권력거리가 작아진 조직에서는 보고의 목적과 내용에 조금 더 집중을 하게 된 것입니다.권력 거리를 줄이는 것은 사소한 인공물에서부터같은 시기, 운 좋게도 저의 부서장 또한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리더였습니다.(리더B라고 부르겠습니다.)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데, 부하직원들을 육성하는데도 관심이 많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부하직원들을 보호해주는 그런 멋진 리더였죠.리더 B는 구성원들이 느끼는 권력거리를 작게 만들기 위해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바로 부서장실의 문을 24시간 열어 두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조직이 특정 직급 이상이 되면 별도의 사무공간을 제공합니다. 너무 흔한 일이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그 공간은 리더와 구성원들을 구분 짓는 특혜, 즉 권력이 구체화된 모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리더 B는 그 권력이 구체화된 공간의 문을 활짝 열어 두어, 구성원들이 부담 없이 본인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다가다 눈이 마주치면 갑자기 불러서 간식을 나눠 주기도 하시고, 틈틈이 구성원들의 사무실로 넘어오셔서 어제의 야구경기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셨죠. 시간이 지나서야 그런 모습들이 리더 B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권력 거리를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리더십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지난 글에서도 다뤘지만, 조직 내에는 권력 거리가 구체화된 다양한 인공물들이 존재합니다. 리더 전용 주차장, 리더 전용 의자, 리더 전용 PC와 모니터 등등.. 구성원들은 그런 인공물들을 통해 리더와 나는 다른 계층의 구성원이라고 인지하게 되고, 조직의 목표달성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리더분께서 평소 구성원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어렵다고 느끼셨다면, 지금부터 며칠간만 부서장실의 문을 열어두는 시도를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단, 문을 열었을 때 구성원들의 모니터가 보이는 자리라면, 살포시 닫아주시는게 조금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