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그들의 일상
과몰입 하지 않자, 일상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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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줘’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일은 고객이 그것을 원하기 전에 고객이 원할만한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Some people say, "Give the customers what they want." Our job is to figure out what they're going to want before they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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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Jobs (1995-2011) -*
맥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이와 같은 취지로, “우린 맥을 엄청 많이(zillions) 팔 테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그걸 만들었다. 맥이 대단한지 어떤지 판단한 것도 우리였고, 무슨 시장조사를 한 적도 없었다. … 우리도 업계 트렌드를 살펴보긴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당신이 뭔가를 보여주기 전까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혁신의 귀재이자 마케팅의 천재라 불리는 이유고, 소비자는 혁신적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대중적이라는 것을 간파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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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훗날 디지털 소통의 역사 속 한 챕터로 소개될만한 큰 사건이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잠시 끊김은 있더라도 언제나 공기처럼 존재할 것만 같았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많은 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본인은 은둔형 주말을 보내다 약 하루 반나절이 지나서야 지인으로부터 온 SMS로부터 인지했다.
언론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뉴스가 소개한 많은 이들의 불편은 비단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그치지 않았다. 송금, 결제, 택시 호출, 버스도착정보 확인 등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서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사과와 이를 직접 언급한 대통령 메시지를 접하고, 서른여섯 시간 동안 그 사태를 몰랐던 국민도 있었던 이 일의 책임이 정말 기업의 관리 소홀뿐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언론 기사의 타이틀 하나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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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의존 이 정도였나’… 교통・금융・유통 등 생활 전반 지장’
대통령은 이 일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은 국가 기간시설과 같다”라고 언급하며 장관급 회의 주재와 신속한 복구에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국민 불편 해소가 빨라지기 위한 조치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정말 카카오는 그들의 말마따나 ‘전쟁이나 기상이변과 같은 국가 재난상황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없으면 안 되는 기간시설에 준하는 서비스’가 된 걸까 하는 의문은 들었다. 한 언론인이 카카오 서비스를 ‘송유관, 수도시설, 전기통신시설 등과 같은 수준의 범국민 기간 통신망’이라고 말한 내용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상기 제목의 한 단어, ‘의존’이라는 본의(本意)에 그 근거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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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依存)이란 단어를 이루는 첫 글자 ‘의지할 의(依)’는 파자하면 사람(人)과 옷(衣)으로 이루어진다. 즉, 사람에게 옷과 같은 정도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유추해볼 수 있다. ‘옷’은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진 않다. 의식주(衣食住)는 생명과 직결된 빛, 땅, 공기, 물과 같은 좀 더 원초적이고 필수적인 존재와는 다른 종류의 개념인 것이다. 의존에는 수준(度, level)이 있어 ‘의존도’와 같이 쓸 수 있지만, 필수적 요소에는 정도가 없다. 그러므로 의존의 정도에 따라 불편의 수준이 달라짐은 당연하다. 애초에 그냥 적당한 수준에서 그 혜택만을 누리던 사람들은 분명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덜 느꼈을 것이다.
자주 이용하던 서비스의 일시적 장애 수준으로 이번 사태를 인식했던 사람들의 일상은 이랬을 것이다. 무의미한 잡담 대신 중요한 연락만을 통화나 메시지를 통해 하고, 택시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호출하거나 길에서 직접 잡고, 송금은 은행 자체 앱으로 하거나 급하지 않으면 잠시 미뤘을 것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편의점에서 생수와 과자를 사며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업무상 급한 소통은 이메일이나 자체 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란’의 수준이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일상 의존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마땅한 대체재가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자주 그
수단에 지나치게 몰입해 그 행위의 목적은 망각하곤 한다. 본질을 잃게 되면, 대체재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해의 원인은 데이터센터 화재에 있겠지만, 그게 재난이었던 이유는 대중의 특정 서비스 과의존이나 과몰입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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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겪으며 언제든 디지털은 장애가 생길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도 자각했다. 도구가 고장 나 외양간을 못 고친다면 그 도구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그 도구에만 의존해 아무런 대책이 없는 사용자를 탓해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재난에 스스로를 지켜줄 것은 위험으로부터의 물리적 거리(혹은 벽)이지 디지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절의 시대에 세상의 소식을 듣기 위해, 아날로그 라디오 하나쯤 지하실에 갖추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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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화장품 기업의 사내 문화를 담은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회사의 문화가 이런 모습이면 남기고 전할만 하겠다 싶어 좋은 참고가 됐던 기억이 있다. 과거엔 많은 기업에서 회사의 이런저런 소식을 담은 사보를 실제 인쇄해 출간했는데, 현재는 기업의 규모를 막론하고 주로 사내 소통의 일환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사내 뉴스레터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사내 메신저로 간단한 소통을 이어가기도 한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소통도 디지털 도구의 편리함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여전히 문화를 담은 실물 포스터와 인쇄 제작물을 만든다. 전기가 없어도 남기고 전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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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인의 일상에 국한된 주제만을 다룹니다.*
심광수 in 인살롱 ・ 2022.10.19 도대체 왜 그러고 있습니까?
질문하는가? 살아 있는가?
혹시 여러분들의 삶을 관통하는 질문이 있습니까?
혹자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의 크기에 따라 인생의 크기가 정해진다고 합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고 말하죠.
여기서 잠깐, 질문 하나 드릴까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자신과 자신의 인생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까?
ONE & BIG Question
질문 딱 하나만 뽑아보십시오.
뭔가요? 옆에 종이와 펜이 있다면 한 번 써보세요.
그리고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리고 다시 질문해 보세요.
정말 이 질문인가?
이 질문이 내 인생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질문인가?
예전 이 주제로 워크숍을 하였는데 참석자가 묻습니다.
"하나의 질문을 뽑아내는 게 정말 어렵네요. 평소 질문을 안 하다가 질문을 하자고 하니 너무 많아지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질문을 안 할 때는 질문이 하나도 없죠.
그러다 질문을 하자고 하면 끝도 없이 떠오릅니다.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안 하자면 일이 하나도 없고, 하자면 일이 끝없이 쏟아지는?
그럼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써보는 것이죠. 떠오르는 질문을 모두 써보는 것입니다.
단, 질문의 형태로만 써보세요.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요.
이러한 작업을 수 차례에 걸쳐 질문을 던지다 보면 아마 자신의 인생을 관통할 만한 질문이 도출될 것입니다.
그렇게 지난한 작업을 통해 도출한 질문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이 추상적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세 번째,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공감을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네 번째, 그래서 혼자만 간직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서 아니면 읽고 나서 써보신 분은 위의 네 가지 특성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저의 경험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질문은 던지는 걸 봤습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 회사 왜 다니지?
가족은 왜 돌봐야 하지?
이렇게 살다 죽으면?
이게 다 무슨 의미지?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이지?
누구를 보고 잘 산 삶이라 할 수 있지?
도대체 성공은 뭐지?
내가 정의하는 성공이란 게 있었나?
나는 왜 살지?
나는 누구지?
나는 뭐지?
내가 원하는 건 도대체 뭐지?
나는 현재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추상적이고, 머리가 지끈 거리고 공감을 못할 것 같고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확인한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답이 있기나 한 질문들인가요? 그 누구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질문들 같은데 이런 질문이 필요가 있긴 한가요?"
질문은 답을 구하기 위해 던지는 것이 아니다?
또 뭔 말장난이냐고요?
보통은 질문과 답변을 한 세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경우, 함정이 생깁니다.
질문을 던지면 무조건 답이 나와야 한다.
답이 나오지 않으면 질문을 던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행위나 사람 자체가 쓸모없거나 무의미하다.
그럼 우린 답이 있어 보이는, 답이 어렴풋한 질문밖에 던질 수 없습니다.
즉, 과거에 누군가가 입증하거나 경험한? 질문만 던지게 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과거'라는 트랩에 갇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질문은 모든 것의 시작
소크라테스가 말한 '산파술'과 맥락이 같습니다.
질문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질문은 우리에게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질문은 심폐소생술과 같죠.
질문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경직됩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부드럽고 유연합니다.
죽어 있는 것은 모두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도, 우리의 삶도, 우리의 일도 살아납니다.
일에 대입해 볼까요?
오늘 일을 하기 전에 이 글을 읽으셨다면 질문을 한 번 해보셨으면 합니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을 왜 하지?
왜 해야 하지? 왜? 왜? 왜?
상사가 시킨 일을 왜 하지?
나는 왜 인정받아야 하지? 왜 인정받고 싶어 하지?
돈은 왜 벌어야 하지?
왜 여기서 이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지?
이런 질문들을 왜 던져야 하지?
이 질문을 통해 내가 알고 싶은 바는 무엇이지?
이러한 답이 없어 보이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어떻게 구할 수 있지?
해답을 구하는 방법은 뭐가 있지?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지?
질문은 유일한 '나'로 존재하게 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이렇게 결론 내기엔 너무 성급한 것 같습니다. 너무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나답게'라는 말이 마케팅 용어로 팔리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렸는데요.
이렇게 질문을 던져 나가는 과정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지만,
'질문을 던지는 행위 = 나답게 살아가는 것'
이라는 공식은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 하시고요 ㅎ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질문은 무언가 답을 구하기 위해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질문을 던지다 보면 나만의 해답이 나오는 것이지,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을 정리하는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도대체 왜 이러고 있습니까?"
인살롱 in 인살롱 ・ 2022.10.19 '조용한 퇴사'에 대한 생각 (회사 측면)
회사의 여러 기능 중에 '인사' 부분만큼 보수적인 것도 없다. 가장 민감한 사람을 다루는 부서로서 경영진의 직속 부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탓이다. 그렇다 보니 혁신보다는 단기 대응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전략 부서나 재무 부서에게 전략적 이슈에 있어 주도권을 뺏기거나 지휘 받는 현상도 적지 않다) 그렇다보니 최근 인사 관련 이슈 대응에서도 주도적인 모습이 아쉽다.
최근의 '조용한 퇴사' 등과 관련해서 세부적인 내용의 시시비비를 가릴 마음은 없다. 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대부분 일할 맛 나는 회사, 즉 GWP (Great working place)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GWP의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 경영진(상사)과 직원 간의 신뢰- 직원이 느끼는 업무 흥미와 자부심- 동료와 함께 일하며 겪는 재미
위 세 가지 중에서 근간이 되는 것은 경영진(상사)과 직원 간의 신뢰 부분이다. 우리는 어디에나 꼰대 같은 상사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회사 보고 들어갔다, 상사 보고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꼰대 상사를 그냥 두고 봐주는(볼 줄 모르는) 경영진을 떠난다는 것이 된다. 또라이가 제거되지 않는 현실을 싫어하는 것이다.
상하 간의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 직원 개인은 얼마나 본인 일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며,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 즐거울까? 이상한 상사 입맛에 어떻게 하면 일을 맞춰 할까 고민할 것이고, 동료 간에는 불필요한 신경전과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신뢰'에 대한 구세대와 신세대의 인식 차이도 한몫한다. 구세대는 '관계'에 절어 있는 회사 생활했다. 비록 실수가 있더라도 그(?) 집단에 소속돼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금 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나중에 조직이 챙겨주곤 했다. 이들의 머릿속엔 일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친해져야 한다. 그래서 젊은 직원과 무리하게 가까워지려 (나름의, 하지만 쓸데없는) 노력하고 있다. 친해진다는 것과 믿음이 생긴다는 것은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이제 모르는 것이 생기면 상사를 찾지 않는다. 새로운 형식으로 멋지게 풀어주는 인터넷이 있다. 직원들이 이젠 상사의 존재가 절실하지 않다. 일터에서 신뢰는 관계가 아니라 일을 통해 이뤄진다. 조직 차원에서 보자면 정책과 제도를 어떻게 구현하는가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최근 경영 자문해주는 회사의 CEO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대표님,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실 때마다 이걸 꼭 생각하십시오. 이 결정이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이 결정이 좋은 인재를 오래 보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청년실업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체감상 재계 순위 15위권 밖의 그룹에선 인력난이 시작되고 있다. 시내 맛집에는 점원이 부족해서 빈 테이블이 있는데도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 단순히 어떻게 대응할까 정도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점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있는 그림은 이제 찢어버리고 새로 그려야 한다는 소리다.
첫째, 병목을 초래하는 기득권이 없는지 살펴본다. 중앙화된 권한(인사, 예산권)을 과감하게 중간관리자에게 내려줘야 한다. 실무 직원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권한 행사가 결정되면 투명성과 수용도가 높아진다.
둘째, 젊은 직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한다. 중차대한 일을 당장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회식, 체육대회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회사는 일정과 예산만 한정해주고, 나머지는 그들의 생각대로 해보자. 회식 재량권을 주고 나서야 직원들은 직접 고기 굽는 식당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셋째, 경영 활동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다. 작년 홍역처럼 지나갔던 사무직 직원 노조의 공통된 목소리는 '인사 평가 제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설명은 있었으되 충실하지 않았다. 자의적인 개입이 숨겨져 있어 대충 넘어갔을 수도 있다. 이제는 납득이 돼야 몸이 움직이는 세대와 함께하고 있다.
넷째, 새로운 제도 수용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만나본 C-레벨 경영진 중에 원격근무에 대해 걱정하지 않던 사람은 없었다. 물론 의사소통이 필요한 부분은 부각이 됐지만, 애초 우려만큼 안 좋은 결과를 낸 건 아니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먼저 채택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한다. 최근 경영난에 빠진 한 기업의 유연근무제도 롤백 소식을 들었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일을 더 하라는 거였다. 실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기업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제도였는데 아쉬움이 컸다. 다 좋은데, 그럴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다면, 명분을 쌓는 차원에서라도 경영진부터 희생했어야 한다고 본다.
'조용한 퇴사'에 젖어든 직원은 상당히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성향은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다른 직원까지 전염되고 만다. 사과 박스의 썩은 사과가 혼자 썩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인재 전쟁이란 말은 자주 회자되지만 대체로 'S급 인재' 영입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직원을 분별해내고 대처해야 한다. 물론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조직이 할 일을 하면서 말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10.20 핵심인재 제도 도입하기 2
**.핵심인재 선발의 기준은 어떤 항목을 적용할 수 있을까.**어떤 항목이 되고 안되고 정하는 것과 동시에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확보 가능한 데이터의 확인이다. 확보하지도 못하는 항목을 검증의 기준으로 선정해 놓는 것 만큼 허무한 사전 준비도 없을 것이다.. 핵심인재 선발에 적용해볼 수 있는 기준들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수치적 판단을 위한 ‘정량 지표’정량지표의 모든 항목을 사내에 쌓아 두고 있지는 않겠지만 확보 가능한 항목이 있다면 대부분은 기준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정량지표는 특히나 상위 몇%에 포함되는지를 계산해 볼 수 있어서 기본적인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성과 평가, 실력 평가 : 상대평가로 진행된 평가 결과라면 정량지표로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지표이다. 다만 수행 직무가 유지 되었는지, 변경 되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보상 : 연간 평가에 따른 IB, MI 등이 해당이 된다. 타 직원 대비 상위에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이다.근속 연수, 연차 : 근속 연수나 연차가 실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숙련도가 필요한 직무 이거나, 프로젝트 수행의 경험이 중요한 직무인 경우에는 일부 반영할 수 있는 항목이 될 수 있다.기타 : 이 외에 회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모두 포함할 수 있다. 유효 기간 내에 있는 자격증, 외부에서의 수상 및 학술 대회 참여 등이 해당될 것이다. 숫자의 한계와 오류를 보완할 수 있는 ‘정성 지표’정량평가 만으로 핵심 인재 선발을 완료할 수 있다면 담당자 혼자서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 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그런 영역에 대해서는 정성 지표를 통한 보완을 할 수 있다. 정성 지표는 그야말로 수치와 되어 있지 않은 지표이기 때문에 정리하는 담당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 질 수 있다.동료 직원의 평가 : 동료 직원의 평가를 연말 평가 시에 받아 놓은 자료가 있다면 해당 자료들을 참고하여 필요 자료를 정리할 수 있다. 그렇지 않거나 이것 만으로는 부족한 경우에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소 2명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팀장/리더 평가 : 동료 직원의 평가와 비슷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데이터가 있다. 바로 리더의 평가이다. 본인의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어떤지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동료와의 관계 등 종합적인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시장 희소성 :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코멘트 외에 시장에서 지금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도 정성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이 지표는 영속성은 없으며 시기에 따라 변화하고 회사별로 필요 인원, 직무도 다르게 적용된다. 활용할 자료가 아직 없는 회사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데이터를 모으지 않았거나 모으기 시작 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에서는 어떻게 선발을 할 수 있을까. 데이터가 없다고 핵심인재 선발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은 주객전도일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든 필요하다고 결정이 되었으면 선발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도 후보군 선정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이다.사내에서 채용 공고를 가장 많이 내고 있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구성원이 일차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 공고도 많고 사내에도 많다면 후보 군이 너무 많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공고는 많이 나갔는데 내부에는 인원이 적다면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현재의 후보 군이 될 수 있다.유사 수준의 연봉을 받는 직원 중에서 사내의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사내 대체 인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후보로 포함할 수 있다.동일 또는 유사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연봉이 가장 낮은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도 후보로 포함을 할 수 있다. . **선발 대상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선발 대상을 결정하는 것도 사전 결정이 필요하다. 핵심인재의 선발은 일단 시작하면 한번에 끝나지는 않는다. 규모나 대상의 변경은 있을 수 있지만 다년간 지속적으로 선발을 하게 된다. 2회 차 이상의 선발을 하는 경우라면
기존 핵심인재 pool은 유지한 채 추가 선발 선발 규모가 크지 않고 핵심 사업의 영역 변화 가능성이 적은 경우에 적합한 제도이다. 선발 이후의 평가 결과에 무관하게 pool이 핵심 사업의 영역이 변하지 않고 신규 사업으로의 진출도 적은 경우 신규 선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기존 인력의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 선발에 수고를 덜 수 있는 만큼 역량이나 성과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기존 핵심인재 중 일부는 제외하고 추가 선발 신규 사업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신규 사업을 매년 시도하지도 않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신규 선발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 원하는 분야, 직무의 핵심인재 pool을 관리할 수 있다. 이 때에는 제외하는 명확한 기준을 사전에 만들어 놓아야 한다.
기존 핵심인재 여부와는 무관하게 전원 신규 선발 선발 규모와는 무관하게 다양한 산업 군에 진출해있고 동시에 신규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경우에 적합한 형태이다. 새로운 분야에서의 핵심인재 일지라도 해당 분야의 사업을 철수하는 경우, 회사의 선발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 베이스로 선발을 매년 하는 데에도 연속으로 선발된다면 가장 확실한 핵심인재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핵심 인재에게는 가점을 부여하면서 전원 신규 선발 선발 TO가 결정된 후 기존 핵심인재가 다시 data상으로 우수군으로 분류 되거나 추천 인력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우선 선발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이때 기존 핵심 인재에 대해서는 우선 선발을 진행하여 TO를 채우고 선발에 대한 노고를 덜 수 있다. 선발 프로세스의 간소화가 필요한 경우 또는 신규 선발에 대해 기준이 높게 선정되어 있는 경우에 적합할 수 있다.
선발 기준과 무관한 연중 POOL 유지 연중에 POOL-IN은 없더라도 POOL-OUT에 대한 기준도 사전에 결정을 해야 한다. POOL-OUT과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제공되던 혜택도 중단하게 된다. 기준은 사별로 기준을 정해서 운영할 수 있으며 다음의 경우 중에서 해당될 수 있다. 직원의 퇴사, 사내 징계, 직무 변경(완전히 새로운 직무로의 변경), 장기 휴직, 관리직으로의 승진, 평가 결과(상대평가 기준) 등 이 중 하나 또는 이상에 대해 기준을 선정하여 필요 시 적용할 수 있다.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핵심인재로 선발만 해 놓고 아무런 변화도 없을 수도 있다. 단지 확인과 HR차원에서의 관리만을 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인재 선발의 목적에 따라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이 필요할 수 있다. 리텐션 위한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미래의 경영진으로의 육성이나 분야별 전문가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 등 육성형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금전적인 혜택만이 아닌 회사 차원의 인정과 심리적 보상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중 필요에 따라 혜탹을 제공할 수 있다. 사이닝보너스 : 가장 많이 선택할 수 있는 혜탹이다. 지급 금액의 규모에 비례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 방법에 있어서는 즉시 지급도 가능하나, 재직 기간에 따른 지급으로 이직을 방지할 수 있다 EX1) 계약 시점부터 1년 만근 후 전액 지급 EX2) 계약 시점부터 1년 만근 시 50% 지급, 2년 만근 시 25%, 3년 만근시 25%연봉 : 연봉 인상폭의 결정시, 인상폭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 방법은 핵심인재에서 제외가 되더라도 혜탹은 남게 되는 항목이라 가장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주식 : 가장 활용의 방법이 다양한 혜택이다. 주식 매수권을 제공할 수도 있고 LTI로 1년 또는 다년도에 걸쳐서 제공을 할 수 있다. 다년 간의 조건이 있는 경우에는 근속 연수 규정에 따라 특정 기간 동안의 리텐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유로 자사주 지급이 어려운 경우에는 활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다.복지 비용 :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성 비용이 있다면 이 비용을 추가 지급을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제공하는 복지비용이 없는 경우에는 제공하기 어려운 방법이 될 수 있다.교육 기회 : 교육 기회 제공은 두가지 방법으로 제공을 할 수 있다. 우선 개인이 원하는 교육 수강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개인의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때에는 수강 과목에 대해서는 개별 확인 후 지원을 해주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두번째 방법은 회사 차원에서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리더십 육성이나 공통 사항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으며 부수적으로는 핵심인재간의 네트워킹 형성이 가능한 방법이다.선물 : 추석, 설날 등의 명절, 당사자 또는 가족 생일에 기념 선물 제공으로 만족도 향상을 시킬 수 있다. 이런 선물은 개인적인 만족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가족 차원에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이 외에도 휴가, 승진 기회, 멘토링 등 제공 가능한 혜탹의 수는 많이 있다.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 보다는 어떤 목적의 선발인지에 따라 목적 달성을 위한 혜택의 선택이 중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공 해야만 하는 혜택은 없으며 회사별로, 시기별로 적합한 혜택을 제공하면 된다. 같은 종류의 해턕(ex- 주식, 사이닝보너스 등)의 경우 모든 핵심인재에게 ‘지급’은 하지만 동일한 규모로 지급을 하지 않을수 있다.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결정하여 진행할 수 있다. .목적에 따른 운영 기준의 예시. A사 - 육성 중심규모 : 전체 인력의 5% 방식 : 금전적인 선제적 리텐션 지양 선발, 유지
다년간 성과 실력등을 검증해 풀인 풀 아웃 시행
리텐션 탤런트 중 우수 인력을 별도 선발하여 하이포로 운영 혜택 : 하이포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 직무 로테이션 등 운영
B사 - 보상 중심규모 : 선발 비율 사전 결정 안함 유지 : 매년 신규 선발 혜택 : 1년간 재직 후 스톡 옵션 제공, 규모는 1천~3천 차등 C사 - 육성과 보상 밸런싱규모 : 전체의 3%이내 선발 : 역량, 역할 및 성장 가능성 감안하여 선발 선발 기준 : 해당 분야에서 시장을 리드할 역량 보유한 인력 선발 혜택
개인별, 조직별 차등 주식 지급
3년 연속 핵심 인재는 보상 금액 3배 이상 상향
발탁 승진, 리프레시 휴가 제공 등
인살롱 in 인살롱 ・ 2022.10.20 조직문화 담당자의 역량에 대한 단상
저는 HR앰버서더에 턱걸이로 들어왔어요. 앰버서더는 경력 5년 이하의 HR 주니어를 뽑는데, 저는 17년 7월에 조직문화와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로 배치를 받고, 만 5년을 채우게 되는 시점을 한 달 앞두고 HR앰버서더에 지원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신청서에도 ‘저는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 평생 HR앰버서더는 못해요! 꼭 뽑아주세요!’ 라고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운 좋게 HR앰버서더가 되었고, 다양한 회사의 많은 HR 주니어 분들을 만나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던 저의 시각이 많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은 22년 하반기를 보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원티드! 고마워요 5기 HR앰버서더 분들!)
이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제가 주니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같은 업무를 꽤 오랫동안 해 오면서, 특히 같은 회사에서 조직문화 업무를 몇 년 동안 해 오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서입니다. 최근에 제 머리 속에 자리를 잡은 주제는 이거였어요.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수직/수평, 외부/내부 그 누구와도 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역량 당연히 중요할 테고요! 조직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면서 보니,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글로, 말로, 그래픽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면 참 좋겠더라구요. 제가 아직 경력이 미천하여 너무나 중요한 역량임에도 여기에 적지 못한 것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말하고 싶은 역량은 바로 인내심입니다(!) 이렇게 썼는데 많은 조직문화 담당자 분들이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고, 저만 이렇게 생각할까봐, 그래서 저희 회사가 변화가 그렇게나 어려운 고지식한 회사로 여겨질까봐 조금 걱정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최근에 저희 구성원 한 분이 ‘우리 회사는 50년이 넘었는데도 역동적인 것 같다.’ 라는 의견을 주셨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라는 실드를 먼저 치고, 글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제가 업력이 오래된 회사에서 조직문화 업무를 하다 보니 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틀이 잡힌 조직의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사실 외부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를 볼 때는 ‘쟤네들 재밌는 거 하네.’ 라거나, ‘나도 저런 일 하면 잘할 수 있어!’ 라거나, 하는 생각들을 쉽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직원 분들이 CA로 선발되어서 몇 달 동안 함께 이러한 활동들을 하다 보면, ‘고생이 많으시네요.’ 라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해 주시는 분들이 참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 번 CA를 하셨던 분들은 쭉 조직문화 담당 부서의 지지자로 남아 주시더라구요. 참 감사한 분들!)
이처럼 이미 견고하게 만들어진 어떤 질서를 해체하고, 단단해 보이는 조직에 변화의 금을 긋는 작업은 참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환영하는 변화는 ‘임금 상승’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직문화 담당 부서에서는 ‘이 변화는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해!’ 라고 판단하고 추진하는 것이더라도, 현업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역풍을 맞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중요한 것이 ‘인내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여기서 말씀 드리는 인내심은 어떤 하나의 변화를 쭉 고수한다는 측면의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담당 부서의 판단은 언제나 틀릴 수 있고,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들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위에서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해 잠깐 언급한 것처럼, 언제나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와 마음을 열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핸들을 틀 수 있는 유연함도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내심이 필요한 지점은, 어쨌든 조직문화 담당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이게 말이 쉽지!’ 라는 생각을, 저는 이 글을 쓰면서도 하고 있어요. 모두가 각자의 업무로 너무나도 바쁘고, 그래서 조직을 바꾸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지금 조직문화 활동 안 해도 당장 회사는 문제없이 굴러가니까’일까요? 이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고, 만약 리더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면 더욱 실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야금야금 당 보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조직문화 활동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우리 편’인 구성원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초콜릿처럼 먹는 거예요.저의 아웃룩 폴더에는 ‘힘이 납니다’라는 폴더가 있어요. 거기에는 저희 부서에서 어떤 활동을 새롭게 시도할 때, 그 메일을 Delete 하지 않고 반겨주고 격려해주었던, 구성원들의 회신 메일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확인할 일이 없는데요. 가끔 답답하고 힘들고, 그보다 더 가끔 ‘나 혼자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조직문화 담당자로서의 노잼 시기가 찾아올 때, 이 업무를 시작했을 때의 우리 회사의 모습과 지금 회사의 모습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그 시기들을 보내며 만났던 많은 구성원 분들의 응원을 되새기고 마음을 다잡으면, 한 번 더 시도하고 한 걸음 더 나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제가 앰버서더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고 또 신기한 것은, HR 담당자 분들을 만나면 마치 예전에도 알고 지낸 것 같은 반가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어요. 아마도 – 말하지 않아도 아는 – 수많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그도 겪었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겠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힘이 납니다’ 폴더 같은, 각자만의 달달한 초콜릿을 잘 챙겨 드시면서 마라톤을 잘 마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p.s. 인살롱에 유용한 글은 넘치고 넘치니까 이런 감성글 하나 정도는 괜찮겠죠? 🤗
김승희 in 인살롱 ・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