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HR 2. 이란 사태와 군주론 : 선택과 자유 그리고 통제(사회학, 정치학)
“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2편)
들어가며 : 집단을 이루는 것은 인간의 본능
던바의 숫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1993년 연구에서 발표한 것이지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한 인간이 안정적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적정한 사람 수는 150명~200명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을 비롯해 무리 생활을 하는 영장류들은 모두 제각기 이러한 숫자를 가지고 있고, 이 숫자는 뇌의 신피질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인간은 150, 침팬지는 65, 고릴라는 33 정도의 숫자를 가집니다. 실제로 야생에서 영장류 무리를 발견하면, 던바의 숫자와 유사한 규모의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무리의 규모가 이보다 더 커지면 분화하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인간 개개인의 힘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약합니다. 그렇기에 자연 상태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150명 이상의 무리를 지어 서로 협력하며 살아왔을 것이지요. 또한 더 큰 무리로 뭉쳐 강해지고 싶은 인간의 열망은 종교와 불, 언어 등의 획기적인 도구들을 만났고, 결국 인간은 이를 통해 던바의 숫자를 뛰어넘는 거대한 집단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수만 명, 수백만 명이 한 무리를 이루며 다른 종들을 압도하는, 지구 최강의 종으로서 군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그 유명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입니다.이러한 역사를 돌아보면, 아무래도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우리는 뭉칠 때 강해지고, 더 강한 집단 속에 들어가서 더 단단하게 뭉치고 싶어합니다.우리가 인사 담당자로서 흥미를 가질 만한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원시적인 무리 생활을 해올 때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발견해낸, ‘평화로운 집단을 만드는 법’, ‘더 잘 협력하는 법’이 있지는 않을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협력과 공존의 기본 원리 말입니다.이러한 문제에 대해 오래도록 탐구해 온 학문이 바로 사회학과 정치학입니다. 기업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조직의 한 형태이지요. 기업을 운영하는 데에도 기존의 경영학 뿐만아니라 사회학 혹은 정치학의 사유에서 얻을 힌트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말미암아 오늘 인문학 HR의 두 번째 콘텐츠에서는, 이란 사태와 군주론에서 HR의 인사이트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란의 히잡 시위, “그래서 쓰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작년 말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커다란 이슈가 되었습니다. 9월 중순, 마흐사 아미니라는 젊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게 잡혀간 후 의문사했습니다. 이 사건이 불씨가 되어 강압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에 대해 쌓여 온 그 간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지요.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이 시위에는 여성과 젊은 남성들, 이란의 최대 산업인 에너지 산업 노조 등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며 100일이 넘게 이어졌고, 한 때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예상이 이루어질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정부의 강경 진압과 사형 집행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다쳤고, 경제난까지 심각하게 악화되어 현재 거리의 시위는 잦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히잡 착용을 거부하며 조용한 항전을 계속하고 있어, 이란의 거리는 시위 이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그런데 이란의 히잡 관련 시위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본다면 의아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과거 팔레비 왕조 시절 이란 여성들은 정부의 강건한 히잡 착용 금지령에 저항하여, 히잡을 착용하기 위해 격한 시위를 벌인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란 여성들이 최근에는 히잡을 벗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인 것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그리고, 이러한 풍경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요? 인사제도를 개편했을 때에도 가끔씩 구성원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공동연차 소진제 등 어떤 인사제도를 만들었을 때 비슷한 입장일 줄 알았던 사람들의 선호가 나뉘기도 하고, 같은 제도를 놓고도 시기에 따라 그 선호가 변화하기도 합니다. 제도를 만든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지만, 조직의 맥락을 잘 살펴보고 진단해본다면 그 원인을 이해할 수 있지요. 이와 같은 자세로 이란 히잡 시위의 맥락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란 히잡 시위의 맥락
사실 히잡 형태의 베일은 중동에서 이슬람이 시작되기 전부터 있던 오래된 의복으로, 남자나 여자를 가리지 않고 입던 사막의 생존 필수품이었습니다. 이슬람이 태동한 이후에는 ‘성적인 매력을 가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종교 의례에 임한다’는 종교적 의미가 더해지기는 했으나, 역시 남녀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잘 생각해보시면 무슬림 남성들이 위의 그림처럼 흰색 모자와 헐렁한 의복을 착용한 모습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문화권을 초월하여 머리카락을 가리는 종교적 의복은 거의 모든 종교에 있습니다. 수녀들이 입는 수녀복이나 터번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지요.남성과는 달리 여성들의 히잡 착용은 그들의 성적 매력을 감추기 위한 용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슬람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여성의 성적 매력을 국가 차원에서 통제하는 건 과거엔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었습니다. 유럽 여성들도 후드 형태의 모자를 착용했으며,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까지 장옷으로 여성의 매력을 감춰왔습니다. 오랜 세월 유목생활을 하며 무법천지였던 중동의 역사 속에서, 이는 과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이렇듯 무슬림 여성들에겐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해져온 터라 히잡이 불편하지도 않을뿐더러 억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20세기의 히잡은 서구 세계의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기도 했지요. 서구 열강의 꼭두각시 정부들이 근대화를 빌미로 각국의 전통문화를 약화시키기 위해 히잡 착용 금지령을 내리면, 이에 저항하기 위해 진보적인 여대생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들이 히잡을 입었습니다. 알제리에서는 여성들이 히잡 속에 무기와 비밀문서를 숨겨, 알제리의 독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했지요. 이에 히잡에는 과거 민족을 위해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큰 역할을 다했다는 자부심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서구 세계가 히잡을 단순히 여성 억압의 장치로만 치부해버리는 것을 무슬림 여성들이 달갑게 여기지만은 않을 것입니다.히잡 착용이 인권 탄압의 문제로 불거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20세기 중엽 중동 국가들은 수 차례에 걸친 이스라엘과의 ‘중동 전쟁’에서 뼈아픈 패배를 하며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책임을 당시의 세속주의 정권들에 돌렸습니다. 사람들은 패배의 원인을 신앙심 부족에서 찾았고 결국 이후 중동엔 강경한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들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이란 역시 그 중 하나였고, 이 때부터 극단적인 종교적 원칙을 내세우며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과거의 히잡 착용 운동과 지금의 히잡 반대 운동. 두 운동에서 문제의 본질은 히잡 착용 여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옷을 입을 여성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하고, 권력층이 자신들의 의중대로 극단적인 명령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두 시대의 사건 모두 국가 권력이 의복의 자유을 비롯한 국민들의 자유를 박탈해 나가려 했고, 국민들이 이에 저항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히잡은 거기에 저항하는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자유를 갈망해 온 인간의 역사
무언가에 강제로 속박된 상태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합니다. 세계의 정치의 형태도 일반적으론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또 민주정으로 차츰 발전해왔지요. 우리는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국가들을 ‘정치적으로 발전된 국가’라고 평가하고, 투쟁을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국민들은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일부 통제를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우리가 삶의 편의를 위해 직접 합의한 권력이고, 우리가 선택한 정권에게 자발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람들과 차원이 다릅니다.이렇게 보면 우리가 찾던, 협력과 공존의 기본 원리를 드디어 발견한 듯도 합니다. ‘선택권을 주어라. 사람은 강제성이 있을 때 저항하고, 자발적인 합의가 있을 때 어느 정도의 통제에도 기꺼이 따른다.’ 사실 당연한 만큼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는 문화권을 초월한 ‘성군이 되는 법’의 기본이며, 현대의 ‘좋은 리더가 되는 법’에서도 기본이 되는 메시지입니다.
대척점의
목소리들 - 마키아벨리즘과 군주론
그렇다면 왜 세계엔 이란 사태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까요? 왜 인간을 자유로운 선택권을 줄 대상이 아니라 통제하고 억압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걸까요?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 부패한 정권이 아닌 이상 어떤 정치인들도 나라를 잘 운영하고 싶어할텐데 말입니다.저는, 이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목소리도 꾸준히 있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목소리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5세기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입니다. 군주론은 ‘악마의 책’이라고도 불려왔습니다. 훌륭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이 약하고 위선적이며 탐욕스러운 존재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와 공포 정치를 행해야 함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독재자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이 책을 탐독했다는 사실과 맞물려 이러한 측면은 더욱 강조되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정리되는 '마키아벨리즘'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군주론의 유명한 구절들 중 일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민중이란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철저하게 파멸시켜버려야 한다. …무릇 인간이란 작은 모욕에는 반격하지만 크게 짓밟히면 반격할 엄두를 못 낸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인간이란 본디 감사할 줄 모르고 신뢰할 수 없으며, 돈을 탐하고 위험이 닥치면 도망쳐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까지 고전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세계 명저 목록이나 대학생 필독서 목록에서 빼놓지 않고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집단이 사람들을 통제하여 한 방향으로 가면 단기적인 일의 효율성 면에서는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또 이 책의 리뷰들을 보면 ‘착하기만 한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한다’, ‘정의고 선의고 간에 리더라면 살아남는 원초적인 방법이 적나라하게 잘 나와 있다’ 등 책의 내용에 대해 동의하는 듯한 의견들도 꽤나 많이 보입니다.그럼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정말 인간은 여러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유와 선택권의 관점으로 집단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억압과 통제의 관점으로 움직이는 집단도 나름의 방식대로 잘 작동하는 것일까요? 사실 인류 역사의 음지 속에서 불신과 통제의 관점도 꾸준히 두텁게 발전해온 걸까요?
마키아벨리의 맥락
우리가 앞에서 이란 사태를 차분히 분석하여 진단했듯이, 마키아벨리의 맥락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15세기 이탈리아는 수많은 국가로 사분오열되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 국가들은 주변의 강대한 국가들과 이웃 도시국가들에게 수시로 침공당하며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마키아벨리가 태어난 피렌체공화국도 인구 7만의 힘없는 작은 도시국가들 중 하나였죠. 마키아벨리는 어린 시절부터 외교관으로 장성할 때까지 로마교황국, 나폴리공화국, 프랑스와 스페인으로부터 침략을 당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외교관 마키아벨리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군주는 정의롭고 신의를 지키며 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마도 그보다는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의고 신의고 덕은 제쳐두고 냉혹하게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마키아벨리 주장의 기틀은 사실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민중은 지배받지 않으려 할 때 가장 건강하고, 지배하려는 본성을 지닌 소수의 가진 자는 스스로의 본성을 억누르고 다수의 민중이 지배받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에 헌신할 때 가장 훌륭하다.
마키아벨리는 강력한 지도자가 출현해 이탈리아 통일을 이룩해주기를 바랬습니다. 실제로 민중을 공포와 권위로 굴복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당시 백성들에게 닥친 가혹한 운명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극도로 현실주의적이고 냉정한 노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지요.군주론이 지금까지도 명저로 회자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입니다. 책 곳곳에서 당시의 국제 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과 냉철한 판단력이 빛났고, 당시 지배적이던 기독교 기반의 이상적 정치 철학과 완전히 배치되는, 극도로 현실주의적인 정치철학이 매우 파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군주론은 당시로서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내용이었기 때문에, 마키아벨리의 사후 5년 후에야 정식으로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16세기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 사람이 이렇게 폭력적인 사상을 가진 책을 썼다’며 이를 정치적인 공격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근대 사회에서는 루소와 스피노자와 같은 사상가들이 군주론을 ‘난폭한 권력자들을 에둘러 비판하는 글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난폭한 리더가 되라’는 군주론의 표면적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한 사람들보다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항상 많았던 것입니다. 만약 현대에 군주론을 읽으며 그 표면적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일상과 사회생활에 그대로 대입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면,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같이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자유와 통제. 우리
기업들이 가진 인간관은?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관점을 돌아보겠습니다. 경영에서는 구성원들을 자유로운 선택권을 줘야 할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보나요, 아니면 통제의 관점으로 바라보나요?경영에서의 인사관리는 효율적인 관리를 강조하는 테일러리즘에서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임직원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짙습니다.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경영 방법론들과 기법들이 소개되었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은 테일러리즘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테일러리즘은 강력한 통제와 명령, 규율을 강조하면서 꾸준히 ‘정상 경영’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정치 철학에서는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서서히 자유주의 사상이 깃들고 발전을 거듭해, 세상에 실제 민주사회들을 탄생시키는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기업들의 인간관이 사회의 인간관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최근에 들어서는 선도적인 기업들로부터 인간을 주도적이고 개성적이며 책임감 있는 존재라고 바라보는 ‘Y이론’적 관점, 혹은 ‘애자일’ 철학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치에서도 다른 제반 여건들이 충분히 마련되었을 때 사회가 안전하게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할 수 있듯, 비즈니스에도 이제 인간에 대한 관점을 전환할 수 있을 만한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었기에 기업에 이러한 철학들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맥락과 흐름을 인지하고 시대를 역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란의 강압적인 독재 정권을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하면서도, 회사에 가서는 고전적인 인간관 때문에 직원들과 히잡같은 문제로 옥신각신 하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혹시 군주론을 표면적으로만 읽은 사람처럼, ‘사람은 원래 공포로 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강화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 지혜롭게 인간다운 집단을 만들기 위해
물론 사회학, 정치학의 논의를 곧이 곧대로 기업의 경영에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사회와 기업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요. 전자의 목적은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문화적인 꽃을 피울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후자의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모든 주권과 선택/책임이 국민에게 가듯이, 기업에서 모든 선택/책임이 직원에게 갈 수는 당연히 없습니다.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듯이, 기업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두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습니다. 이러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오장육부와 같이 저마다의 역할을 다합니다. 이러한 구성원 개개인에게 뇌(전략 조직)가 해야 할 모든 선택권을 주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다만 적절한 조직화(제도와 룰) 속에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적절히 발휘할 수 있는 자유(선택권과 창의성 발휘)를 누릴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어야 할 것입니다.관건은, 그 과정 속에서도 구성원들이 정말 신체의 일부분처럼 자유의지가 없이 기능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실은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삶의 통제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선택권과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게 바로 가장 인간다운 집단을 만드는, 사회학/정치학이 줄 수 있는 지혜일 것입니다.
“인문학의 지혜에서 HR 인사이트를 찾다”
1월. (심리)도파민과 세로토닌 : 우리 조직의 철학엔 이 호르몬들의 함량이 어떠한가?2월. (사회)이란 사태와 군주론 : 선택과 자유 그리고 통제3월. (예술)4월. (역사)5월. (문학)6월. (철학)
김성현 in 인살롱 ・ 2023.02.14 ChatGPT(OpenAI)써봤니? _AI가 말하는 인사 담당자의 미래 역량
요즘 핫한 ChatGPT 써보셨는지? 마이크로소프트가 openAI에 투자하고 구글검색에 AI 엔진이 탑재되고, 삼성이 투자한다는 로봇과 AI 주식이 들썩거리는 요즘, 핫한 화두가 되었던 chatGPT를 써보셨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핫한것은 알겠는데 인사담당자와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지금 이시대에 인사 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뭔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느끼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답안을 일목요연하게 기사 줄거리 얘기하듯 세련된 문장으로 chatGPT가 얘기할때 놀라움과 함께 두려움이 몰려온다. 이건 단순히 인공지능이 답을 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의 직업이, 기존의 역량이 AI에게 잠식되는 느낌. 그대는 느껴본적이 있는지?ChatGPT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쭈욱, 그것도 영어로 답을 해주었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미 학교에선 ChatGPT를 과제에 사용했는지를 식별하는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고 한다.아래는 대화 내용이다..caption id="attachment.23509" align="aligncenter" width="300". ChatGPT.HR future skillset./caption.저처럼 요즘 눈이 침침한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답변을 복붙해드리자면 아래와 같다.
인사담당자는 기술과 역량의 변화에 맞춰 미래를 대비하여 발전해야 합니다. 다음은 인사담당자가 보유해야 할 미래역량입니다.
데이터 분석 능력: 인사담당자는 인사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진 인사담당자는 효과적인 인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비즈니스 성과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역량: 디지털 기술은 인사관리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인사담당자는 인사 시스템, 클라우드 기술, 인사 자동화 도구 등의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연성과 적응성: 변화에 대응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적응성은 인사담당자에게 중요한 역량입니다. 새로운 업무를 습득하고 빠르게 적응하며, 여러 가지 우선순위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성 지능: 감성 지능은 인사담당자가 직원 경험을 개선하고 직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성 지능이 높은 인사담당자는 직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조직 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 인사담당자는 조직 내에서 리더십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합니다. 팀을 이끌고,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조직 전략과 비전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 능력: 인사관리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인사담당자는 이러한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놀랍지 않은가? 이게 AI가 내놓은 답변이라는 것이. 똑 떨어지지 않는가? 내친김에 2023 HR 트렌드도 물어보았고 ChatGPT가 내놓은 답변은 아래와 같다..caption id="attachment.23510" align="aligncenter" width="300". ChatGPT-HR trend./caption.
2023년 HR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의 활용: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사업무를 자동화하고 일부 과정을 자동화하는 등 디지털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HR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직원 경험 개선: 직원 경험은 미래의 조직 경쟁력과 직원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조직은 직원들의 관심과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디지털 시스템이나 새로운 혜택 제도 등이 도입될 것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성: 조직에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조직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개인화된 학습과 발전: 직원 개인의 성장과 발전은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직결됩니다. 따라서, 개인화된 학습과 발전을 지원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 직원의 역량 및 성장 방향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입니다.
유연한 근무환경: COVID-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와 유연근무 등 유연한 근무환경이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 수행 방식과 장소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업무 프로세스의 재설계 등이 필요합니다.
턱이 떠억 벌어진다. 기가찬다. 이건 어디다 게재해도 손색없을 정도 아닐까? 사람이었으면 채용하고 싶을정도이다. 내친김에 출처까지 물어봤더니 본인은 학습형 AI 로 개인적인? 의견이며 출처가 명시된 보고서와는 상관없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ChatGPT는 2021년도 자료까지 학습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2023년 트렌드까지 예측을 하다니.
이 정도면 내가 쓰려던 글을 chatGPT가 거의 다 써준듯 싶은데,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이 놀라운 openAI를 보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100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질문 하나당 몇 센트라고, 이 대화형 AI는 오픈소스로 투자금을 야금야금 소진하며 무서울만치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인사담당자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 인사담당자의 미래역량을 보면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자동화 과제가 있다. 자동화된 기계에 반복적인 일을 맡길 뿐만 아니라 이제는 AI에게 전문화된 답변의 영역까지 내어줄 날이 멀지 않은듯하다.몇년전 IBM이 발표한 New Collar 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AI와 양자컴퓨팅에 일찍이 연구를 시작한 IBM은 이런부분을 일찍이 예측했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잠시 나온 체스 챔피언과 IBM 왓슨의 대결을 보셨는지) New Collar는 화이트 칼라, 즉 전문 사무직과 블루칼라, 단순 노동자와 다른 새로운 노동 계급의 출현을 뜻한다. 예전처럼 축적된 지식을 한꺼번에 머리에 넣어 전문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소위 말하는 전문직이 AI에게 자리를 내주는 시대가 온다. 물론, 단순 반복적인 작업은 기계가 이미 많이 대체하고 있다. 기술과 공존하는 인간. 디지털 네이티브.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은 기계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기계를 이용할줄 알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제 인사담당자는 그동안의 전문분야, 즉 채용, 급여, 성과보상, 교육 등만 고집하며 살 수 없다. 이미 아웃소싱된 인사분야도 많아졌고, 왠만한 대행 회사들이나 시스템이 이미 체계화된 인사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가 제공해야할 차별화된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공개 질문으로 남겨놓고 .. 댓글과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 다음 글에는 앞으로 인사담당자는 뭘하고 살아야 할까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 )
인살롱 in 인살롱 ・ 2023.02.15 [인사 잡학사전] 의사결정이 아닌, 권력이 변화를 이끈다.
“리더는 무엇이 올바른가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올바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리처드 닉슨
지난 번 글에 이어서, 권력과 관련한 두 번째 질문이다. “권력은 어떤 상황에서 더 필요할까?” 예를 들어, 상호의존적인 조직에서 더 필요할까, 위계적인 조직에서 더 필요할까? 언뜻 생각하면 권력은 위계 조직과 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보다 먼저 권력 그 자체를 잘 이해해보자. 우선, 권력이란 의도를 현실로 옮기는 역량이다. 의사결정은 그 자체로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변화를 위해선 권력이 필요하며, 우리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것도 그 이유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더 적은 도전’을 받고,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성취’를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권력은 일을 되게 만든다. 제프리 페퍼의 책<파워>에 흥미로운 실험이 나온다. 주립대 단과대학 학장들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상호의존성이 커질수록 정치 행위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당신과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맞춰 권력과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권력은 희소한 자원을 차지하는 힘이며, 특히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시기에 권력을 더 많이 행사하게 된다.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개최국을 정하는 의사결정이 아닐까 한다. 꽤 민주적이라고 느껴지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놓였을 때, 권력 쟁취를 위한 정치 행위가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최고 경영자에게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몰려있다면 어떻게 될까?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정치 행위는 증가한다. 아이젠하르트와 부르주아가 실행한 연구에서는 권위주의적 경영 방식이 강화될수록 정치 행위가 더 많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권위주의적인 경영 방식은 높은 이직율을 낳고, 동기를 잃어버리게 만들 가능성도 높았다. 이러한 상황은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을 비롯한 익명 사이트가 많아진 요즘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는데, 권위주의적인 CEO의 의사결정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외부로 유출되며 그것은 직원들의 동기부여 저하 및 이탈을 부른다. 흥미롭게로, 조직 내 상호의존성이 아주 높은 상황도, 권력이 하나로 몰려있는 상황도 모두 정치 행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권력은 불편한 주제다. 하지만 조직은 곧 권력을 필요로 하기에 결코 피할 수 없다. 조직 권력의 최정점인 CEO일수록 권력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제프리 페퍼는 권력을 경영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조언하는데, 첫 번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조직 내 정치 지형을 진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선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다. 설득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그 근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조언은 정말 현실적인데, 극복해야 할 상대보다 본인이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권력을 경영하기 위해선 ‘권력에의 의지’는 불가피하다. 넷째, 조직 내에서 ‘권력을 확립하고 행사하기 위한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조직 구조, 대인 영향력,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다. 인사 담당자로서 시사점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론 권력에 대해서 배워나갈수록, 복잡한 현실과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단순히 구분해선 안 된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쁜 의도가 때로는 멋진 일을 만들기도 하고, 좋은 의도가 때로는 아무런 일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 변화를 위해선 개인과 조직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책 <초격차>에서 권오현 회장은 ‘사람을 채우기 전에 조직도부터 그려라.’라는 조언을 하는데, 실제 많은 조직들이 권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조직 위에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거나, 너무 많은 조직을 방치하는 일이 벌어진다. 인물 중심의 조직도가 아닌, 리더가 생각한 조직도에 적합한 인물을 맞춰나가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결정 과정에선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권력 문제를 방치하기 보단 좀 더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조직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강정욱 in 인살롱 ・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