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무엇이 올바른가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올바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리처드 닉슨 지난 번 글에 이어서, 권력과 관련한 두 번째 질문이다. “권력은 어떤 상황에서 더 필요할까?” 예를 들어, 상호의존적인 조직에서 더 필요할까, 위계적인 조직에서 더 필요할까? 언뜻 생각하면 권력은 위계 조직과 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보다 먼저 권력 그 자체를 잘 이해해보자. 우선, 권력이란 의도를 현실로 옮기는 역량이다. 의사결정은 그 자체로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변화를 위해선 권력이 필요하며, 우리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것도 그 이유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더 적은 도전’을 받고,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성취’를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권력은 일을 되게 만든다. 제프리 페퍼의 책<파워>에 흥미로운 실험이 나온다. 주립대 단과대학 학장들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상호의존성이 커질수록 정치 행위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당신과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맞춰 권력과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권력은 희소한 자원을 차지하는 힘이며, 특히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시기에 권력을 더 많이 행사하게 된다.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개최국을 정하는 의사결정이 아닐까 한다. 꽤 민주적이라고 느껴지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놓였을 때, 권력 쟁취를 위한 정치 행위가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최고 경영자에게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몰려있다면 어떻게 될까?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정치 행위는 증가한다. 아이젠하르트와 부르주아가 실행한 연구에서는 권위주의적 경영 방식이 강화될수록 정치 행위가 더 많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권위주의적인 경영 방식은 높은 이직율을 낳고, 동기를 잃어버리게 만들 가능성도 높았다. 이러한 상황은 블라인드나 잡플래닛을 비롯한 익명 사이트가 많아진 요즘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는데, 권위주의적인 CEO의 의사결정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외부로 유출되며 그것은 직원들의 동기부여 저하 및 이탈을 부른다. 흥미롭게로, 조직 내 상호의존성이 아주 높은 상황도, 권력이 하나로 몰려있는 상황도 모두 정치 행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권력은 불편한 주제다. 하지만 조직은 곧 권력을 필요로 하기에 결코 피할 수 없다. 조직 권력의 최정점인 CEO일수록 권력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제프리 페퍼는 권력을 경영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조언하는데, 첫 번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조직 내 정치 지형을 진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선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다. 설득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과 그 근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조언은 정말 현실적인데, 극복해야 할 상대보다 본인이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권력을 경영하기 위해선 ‘권력에의 의지’는 불가피하다. 넷째, 조직 내에서 ‘권력을 확립하고 행사하기 위한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조직 구조, 대인 영향력,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다. 인사 담당자로서 시사점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론 권력에 대해서 배워나갈수록, 복잡한 현실과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단순히 구분해선 안 된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쁜 의도가 때로는 멋진 일을 만들기도 하고, 좋은 의도가 때로는 아무런 일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 변화를 위해선 개인과 조직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책 <초격차>에서 권오현 회장은 ‘사람을 채우기 전에 조직도부터 그려라.’라는 조언을 하는데, 실제 많은 조직들이 권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조직 위에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거나, 너무 많은 조직을 방치하는 일이 벌어진다. 인물 중심의 조직도가 아닌, 리더가 생각한 조직도에 적합한 인물을 맞춰나가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결정 과정에선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권력 문제를 방치하기 보단 좀 더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조직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