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는 인재 뽑는 법
성실성, 팀워크, 인내심, 도전정신, 창의성, 윤리의식, …
취업을 위해 인성검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와 같은 말에 익숙할 것이다. 역량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취업컨설팅도 받아보고, 기업 인재상에 맞춰 답도 찍어보고, 우수한 인재인 것처럼 살짝 양념을 쳐보기도 하고, 인성검사 점수 잘 받아보려고 아마 많은 분들이 나름의 노력을 해보셨을 것으로 짐작된다.
채용 시장에서는 고객사에 인성검사(역량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업체들이 있다. AI면접과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고, 심리학 이론에 근거하여 인성검사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회사도 있다. 보통 회사 내 HR부서에는 심리학자를 들일 여력이 없다. 인성검사를 만들고, 검사지와 결과지를 만들고, DB를 구축하고, 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채용 결정에 반영하는 과정을 직접 해내기 버겁다. 그래서 수많은 채용대행, HR컨설팅 업체를 통해 인성검사 서비스를 구매한다.
전공도 전공이고, 본업도 이쪽이다보니 필자는 여러 업체들의 인성검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새로 나온 인성검사가 있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고 제공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본다. 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한 정보도 확인해 보고, 어떤 새로운 트랜디한 개념은 없는지도 본다. 그런데 인성검사를 살펴보다 최근 문득 딴지를 걸고 싶어진 개념이 하나 생겼다.
도대체 책임감이라는 건 뭘까?
대부분의 인성검사에서 '책임감'은 빠지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 회사들이 뽑고 싶은 인재의 요건으로 책임감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관련 기사). 인성검사에서 책임감 점수가 낮은 사람은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물론 면접에서도). 그렇게 책임감이 높은 인재들만 뽑혔으니, 당연히 취업에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높은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진짜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프로젝트를 말아먹거나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죄송합니다', '제가 저지른 일이 맞습니다', '제가 도의적/법적 책임을 지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주제인데) 인성검사를 통해 이런 희귀한, 진짜 책임감 있는 인재를 가려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가능할까?)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753".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잘못 인정 →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caption.
국어사전에 나오는 책임감의 정의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리고 인성검사에서 자주 활용되는 전형적인 책임감 문항들은 사전적 정의에 비교적 충실하다. 다음의 예를 보자.
나는 마감 기한을 잘 지키는 편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것이 나의 장점이다.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낸다.
내 일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내가 맡은 역할의 중요성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감히 딴지를 걸어본다. 일상에서 우리가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따져봤을 때, 사전적인 정의 안에는 그 의미가 충분히 담겨있지 못하다는 인상이다. 필자가 보기에 책임감의 용례는 크게 두 가지다. 그리고 아마 우리가 책임감 있는 사람에게 바라는 모습도 이와 같을 것이다.
책임감 있게 일을 진행하고 기한 내에 마무리하다.
자신이 벌인 일에 책임을 지다.
사전적 정의는 1)에서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하지만 2)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임무나 의무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책임을 인정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 임무/의무를 남들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게 여길수록 오히려 실패를 받아들이기 두려워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면 심리학에서는 책임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성격심리학계의 바이블, BIG 5(성실성, 개방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를 측정하는 NEO-PI-R 검사에서는 성실성의 하위 요소로 '책임감'(Dutifulness, Sense of Duty/Obligation)을 두고 있다. 책임감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관련 문항을 좀 살펴보자.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성실하게 해내려고 한다.
나는 때때로 남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R)
나는 빚을 지면 빨리 갚으려 한다
...
어떤 약속을 하면 그것을 끝까지 지킨다
나는 나의 도덕적인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
웬만큼 아파서는 결근이나 결석을 하지 않는다
성실성-책임감을 측정하는 대개 문항들이 1)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나는 빚을 지면 빨리 갚으려 한다' 문항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 2)와 가까워 보인다. 결론적으로 성실성-책임감 만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책임감 있는 인재'를 가리기에는 부족한 듯한 인상이다. 그렇다면 2)의 의미, 즉 자신의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BIG 5의 다른 개념으로 눈을 돌려보자.
BIG 5 중에는 친화성이 있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들은 남을 잘 배려하고, 온화하며, 따스하고, 친절하다는 특징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친화성의 하위 요인 중에 '정직', 그리고 '이타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 개념은 책임감의 두 번째 의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정직)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사람을 돕고자 책임을 진다(이타성)는 면에서 말이다.
나는 잔꾀를 부리거나 남을 속이지 않는다 (친화성-정직)
다른 사람을 속이고 싶어도 그럴 재주가 없다 (친화성-정직)
할 수만 있다면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친화성-이타성)
정리해보자. 우리는 책임감을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쓴다. 1) 성실함, 부지런함, 마감기한을 잘 지킴, 2)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고 책임을 지려 함. 1)은 당연하겠고, 책임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당연히 2)의 의미도 충족되길 원할 것이다. 1)과 2)의 의미를 모두 담으려면 BIG 5의 관점에서 볼 때, 성실성-책임감 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습을 한다는 의미에서 친화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임감 = 성실성-책임감.가중치1 + 친화성-정직.가중치2 + 친화성-이타성.가중치3
한 가지 더. 이건 가설이지만, 심리학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또한 책임감의 측정 요소로 고려해볼 수 있다. 성장 마인드셋은 보통 고정 마인드셋과 한 세트로 소개되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일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마인드셋의 차이는 실패 경험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겉보기에 좋은 결과를 내는 데 관심이 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좋은 결과인 척 과장하거나 꾸며내기도 한다. 이들에게 실패란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무엇이다. 따라서 실패가 가급적 없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책임만은 아니어야 한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일의 결과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성공이라면 기쁘고, 실패라면 그로부터 교훈을 얻고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실패를 감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내 보일 줄 안다.
심리학자 허용회 in 인살롱 ・ 2023.08.17 낮은 평가 결과,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뛰어난 성과를 낸 두 직원의 낮은 평가중간 평가 결과가 개인들에게 통보되었다. 업적, 역량, 중간 관찰 사항의 결과이다.A과장은 3명 밖에 안되는 팀의 성과 70% 이상을 혼자 다 처리했다. 매일 야근이었고,많은 업무 처리 때문에 때로는 집에서, 때로는 주말에 출근하여 기간 내 마무리했다.업적 평가는 A등급이었으나, 역량은 C등급이고, 관찰 사항은 긍정적 내용보다는일을 함께 하지 못하고, 혼자 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며, 팀워크에 약하다는 부정적 평가이다.B과장도 상황은 동일하다. 많은 일을 거의 혼자 도맡아 했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업적은 인정하지만,팀원과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협업, 관계 관리에 있어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HR팀의 홍팀장은 A와 B과장을 불러 각각 면담을 하였다.A과장은 면담 내내 불만을 토로한다. 팀원들은 자신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으려 하고,자신에게 일을 요청하거나 미룬다. 빨리 일을 하지 않으면 고객의 불만으로 회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자신은 일을 많이 한 잘못 밖에 없는데 이런 평가를 받아 매우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고 한다.A과장은 면담 내내 시계를 바라본다. 홍팀장이 바쁜 일이 있냐고 물으니,해야 할 일이 많아 빨리 면담을 끝내 달라고 한다. 무슨 일이 많냐고 하니,당장 오늘 피드백 해야 할 일이 3개이고, 내일까지 마감인 보고서 작성을 해야 한다고 한다.홍팀장은 만약 매일 이렇게 바쁘고 힘들게 일하다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A과장의 심정과 회사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물었다. A과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열심히 일을 한 사람에게 칭찬을 하지 못할망정, 기분 상하게 하는 평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만 반복한다.B과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평가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홍팀장이 이유를 물으니, 자신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함께 하는 것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지금까지 혼자 하는 일에 익숙했다면,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홍팀장이 상사의 지원은 어떻게 받느냐 물으니,B과장이 적극적으로 상사와 소통하는 것은 없었다. 홍팀장은 B과장에게 소통 특히 상사와 소통하는여러 방법을 이야기하자, 눈빛이 강해지며 기록하는 B과장을 바라본다.낮은 등급을 받았을 때 기억해야 할 3가지 키워드자신은 열심히 했고 높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평가를 받았을 때 어떤 감정이 들겠는가?당황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하여,자신이 잘한 점을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명약관화하다.많은 직원들이 낮은 평가를 받으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생각을 한다.‘그래, 내가 열심히 하나 보자. 대충 일하자’, ‘이런 평가 받으려고 내가 그 동안 그렇게 열심히 했나?’,‘상사의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결과다. 일을 좋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이 부서에 못 있지?’,‘말도 안되는 일이다. 가만 있을 수 없지. 이의제기를 할까? 투서를 할까?’,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야지.그래 이직 준비나 하자’ 등등 수 많은 부정적 생각을 하고, 이러한 생각은 언행에 그대로 반영된다.**낮은 등급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키워드는 ‘울분’이다.**낮은 결과를 수용할 수 없어 울분을 참지 못하는 경우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다.자신이 이전 보다 열심히 했으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그 노력에 보상을 받길 희망한다.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표에 자신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모른다.조직의 다른 직원들이 얼마나 높은 업적을 냈고, 역량을 보유하고 발휘했는지 모른다.자신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낮은 등급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낸다.화를 낸다고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악화를 초래할 뿐이다.**다음 키워드는 ‘성찰’이다.**무엇이 자신을 낮은 등급을 받게 했는가 생각하고 근본원인과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업적을 올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먼저 자신이 어떻게 목표를 설정했고,이를 월/주/일 단위로 과정 관리를 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자신이 낸 업적에 대해 자신만 알고 있으면 곤란하다.매일 자신이 할 과제와 한 내용에 대해 최소 직속 상사와 공감을 이루어야 한다.적어도 1주일에 한번 개별 면담을 통해 목표에 따른 실적과 계획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역량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 대한 성찰 없이 문제를 개선하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마지막 키워드는 ‘새로운 기회’이다.**낮은 등급을 받은 것은 과거이다.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세우고 악착 같은 실행으로 더 높은 성과를 올리고역량을 강화하면 된다. 지난 힘든 순간이 새로운 도약을 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 마인드이다. 이를 기반으로 높은 목표를 내재화하고 즐기듯 실행해 나가면 된다.이때 유념해야 할 점은 바로 소통이다. 혼자 절대 큰 업적과 성취를 이룰 수 없다. 함께 해야 한다.적극적 소통을 통해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노력해야 한다.화가 난다고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옮긴 직장도 완전무결할 수가 없다.그 곳에서 다른 이유로 화가 날 때 또 떠날 것인가?화가 나더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그 가운데 기회를 찾아 성취하는 사람이 진정 강하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3.08.20 팀원의 주도성을 높이려면?
팀장들과 함께하는식사 자리에서 팀장이 되고 난 후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면자신은 팀원들의 업무에 대한 코칭과 피드백을 잘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는 대답들이었다.분명 새로운 마음을 갖고자 리더십에 대한 교육도 받고, 나름 팀장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주변에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팀원들이 생각하는 결과는 왜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는지 참 궁금한 일이다.팀장이라면 팀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며 일을 해주길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팀장의 속마음을 살펴보면, 자신이 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니 팀원들의 업무에 개입을 해야 더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이때문인지 팀원들의 실무범위에까지 내려와 하나하나 다 점검하며 체크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이라 하는 세밀한 업무관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실제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있는 리더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그들의 행동이 팀원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자신은 팀원을 도와주고 있고, 팀원의 업무적 역량이 자신의 가이드를 통해 더 개발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코칭'이라 생각하고 있는 리더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우리가 일상에서 의욕이 떨어지는 순간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더 쉬울 수 있다.예전 나는 상사로 부터 팀 워크숍을 준비해 보라고 업무를 지시받았었다. 처음 가보는 곳이기에 나는 최대한 이곳저곳을 찾아보면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름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그래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에 열의와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팀장님이 오셔서 나에게 물으셨다
"어디 잘 돼 가고 있어? 어디 보자... 이쪽으로 가는 길을 찾았구나 차라리 이방향으로 빠져서 가는 코스로 짜면 더 좋을 거야 . 그리고 이 식당 맛없다. 내가 아는 곳 있으니까 여기로 하고, 숙소 위치는 여기 말고 지난번 내가 갔었는데 이곳이 좋더라고 내가 알려줄게 거기로 하자. 어때 좀 고민이 풀렸지?"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를 도와주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실제 업무를 하고 있는 나는 의욕은 점점 떨어져만 갔었다.
"아니 이럴 거면 본인이 하지... 왜 나를 시키지? 나를 못 믿는 건가..."
순간 나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생각하니 일에 대한 동기가 떨어지게 된 듯하다.비단 내가 만났던 팀장님의 경우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조직 안에는 마치 자신이 슈퍼맨인 것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모든 것을 다 고쳐서 업무를 완결 지어버리게 만들면 그것이 팀원을 도와주는 것이라 착각하는 팀장들이 존재하고 있다.팀원들의 주도성을 가로막게 되는 원인들을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생각과 방향보다는 불필요한 디테일에 신경 쓰는 경우
결과물에 대해 모든 부분을 자신의 수준과 취향으로 맞추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서의 문체나 다이어그램, 색상등 자신이 작업하면서 선호했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워딩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팀원과 진행되는 미팅은 결과물에 대한 의도나 방향을 묻고 커다란 틀에서 수정되는 부분이라기보다는 사소한 것들을 수정하고 맞추는 시간으로 대부분 활용된다.한두 번 겪어보면 처음에는 어느 정도 버틸 만 하지만, 이런 미팅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팀원은 아마 혀를 내두르며 의욕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당신이 지금 누군가의 업무에 대해 피드백해 주는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피드백을 해주고 있는가?업무의 커다란 방향을 설정해 주었다면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은 팀원의 몫이다. 그 과정을 통해 성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풀어내는 과정에 있어 당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도를 물어보고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팀원의 생각과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 논의하면서 결과물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팀원의 생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팀장이 해야 할 일이다.
2. 업무의 모든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주 사소한 경우라면 담당자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정도 업무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팀장과의 상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결과를 떠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자신이 결정하지 못했던 사항을 알게 되었을 때를 몹시 불쾌해하는 팀장들이 있다. 팀원의 생각으로는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 팀장에게 의사결정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본인의 판단으로 진행되었던 것들이 결국 팀장은 자신을 제외했다고 인식하며, 과정에 있어서의 업무공유가 되지 못했던 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물론 진행과정에서 모든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다 보고하며 일을 진행하게 되면, 업무의 소유권을 넘겨주지 못한 상태로 팀원은 인식하게 되고, 과정 중에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개발되지 못하여, 수동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어진다.업무에 대한 전 과정을 손에 쥐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주도성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라 하면서 모든 일에 대해 팀장에게 결정을 미루고 보고하며 일하게 된다면, 팀원은 주도적이 아니라 그냥 일을 대신 맡아서 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최초 팀원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구축해 주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과정에 팀장이 결정을 내린다면 팀원은 모든 책임을 팀장에게만 넘기고 수동적으로 변해 갈 것이다." 결정을 요청드립니다.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진행해도 될까요?"
3. 언제나 팀장은 팀원보다 더 좋은 생각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경험과 능력이 언제나 정비례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경험치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여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팀원들은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며 누구보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자세하게 잘 알고 있다. 판단에 있어 팀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팀장은 팀원의 의견을 통해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업무에 대해 팀장이 팀원보다 유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팀으로 일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팀원들은 자신이 팀에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의견이 수용되는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고 주도성이 높아질 수 있다.간혹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회의에 있어 결정은 팀장이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팀원들의 의견을 묻지만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회의가 끝나면 팀원들은 한 목소리로 속삭일 것이다.
"왜 생각하라고 했을까? 그냥 본인이 하시면 되지..."
팀원과 함께 이야기하고 해답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팀원들은 주도적으로 팀에 공헌하고자 스스로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모든 것의 해답을 아는 사람이 팀장이 아니다. 팀장은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확산시키고 팀원들이 스스로 팀의 문제에 참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팀원들을 통해 팀의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팀원들을 움직여야 한다.
당신의 생각이 가장 좋고 모든 결정은 당신이 내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커지게 될수록팀원들은 입과 귀를 막고 당신을 쳐다보며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다."빨리 대답해 주세요~ "
4. 위의 3가지의 행동을 통해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주도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팀원들의 주도성을 막고 있는 팀장들은 자신의 잘못된 점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이 팀원의 모든 업무를 세밀하게 점검해 주고, 팀원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는 행동들,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추진하며 업무를 이끌어가는 행동이 리더로서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팀원의 주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업무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때론 실패를 통해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어야 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위험한 환경으로 노출시킬 필요도 있다. 이것이 무책임한 것이라고 느끼며, 리더 스스로가 업무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며 안전하게만 가고자 한다면 팀원들은 리더의 손과 발이 되어줄 뿐 진정 팀멤버로서의 인식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팀장이 일하는 안전한 환경이 아닌 팀원들이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3.08.20 그래서 대학원 가면 HR 잘 하나요?
.들어가며.
저는 2023년 2월, 2년의 MBA 석사 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적었지만 졸업하기 전까지는 항상 피곤하고 힘들었으며 잠 못 드는 밤의 연속 이었습니다. 처음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을 때와 대학원 재학 중 그리고 졸업 이후에도 가장 많이 들었고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가면 HR 잘 하나요?”
돌이켜 보면 대학원 진학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HR과 연관성이 없는 전공으로 학사를 졸업했고 더 잘해보려 이것 저것 찾아봤지만 혼자 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중단도 많이 되었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강제성이 있는 학교가 최고라는 생각에 대학원 진학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조직의 분위기였습니다. 공동 창업자 두 분이 번갈아 MBA를 다녀오신 것을 시작으로 HR팀에도 석사 과정 진학을 하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미 HR 관련 석사를 마치고 들어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무려 90%나 되는 대학원 학비 지원과 유연 근무 제도도 망설임을 줄여 주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한 번에 진학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 교육 대학원에 원서를 썼지만 불합격 했고 조심스레 불합격 사유를 여쭤 본 메일에 감사하게도 해당 대학원의 교수님께서는 한정된 티오 때문이라는 다정한 답장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때의 저는 진학 의지만 높았습니다. 특히 논문 과정이 있는 교육 대학원 이었기에 명확한 연구 주제와 목표가 없었던 저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여전히 목표는 구체화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HR을 조금 더 잘 하고 싶고, 조금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저의 목표라면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진로를 탐색하던 중 건국대학교에서 2021년 상반기 부터 인사 조직 MBA 트랙이 신설 되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경영학 전반적인 개념을 익히는 것과 함께 HR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고 싶었던 제 니즈와 200% 맞았고 부족한 지원자의 성장 의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신 덕분에 KUMBA 23기 학생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학업과 실무를 병행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직장인 대학원생 분들께서 공유해 주셨다고 생각하여 자세하게 이야기 하지는 않겠습니다. 정말 힘든 2년을 보냈지만 HRM, HR Analytics, HRD, 채용, 평가/보상, 조직 행동론, 현장과제 연구 등 많은 HR 과목들을 들을 수 있었고 네트워킹에 소극적이었던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고 보듬어준 동기들 덕분에 서로를 독려하며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대학원 생활을 즐겨보자고 의욕을 불태우며 동기들과 함께 경영 사례 분석 대회를 준비 했고 수상이라는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했지만 갑자기 인사이트가 풍부해지고 실무 퍼포먼스가 한 번에 좋아지는 그런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변화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HR 실무자 관점에서 나아가 조금은 넓은 시야로 조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제를 통해 어설프지만 재무 재표도 들여다 보고, 산업 구조 분석도 해보고, 마케팅 방향 설정도 해보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제가 속한 조직을 바라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비즈니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정의 - 진단 - 해결을 위한 대안 도출 - 설득을 위한 논리 구조를 세우는 과정을 더 자주, 그리고 자발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행 중심인 HR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좋은 점이 참 많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깊이 있는 고민을 할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특히 마지막 학기 현장 과제 리포트를 쓰며 위의 과정을 찐하게 겪고 나니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로, ‘하고 싶은 일’ 보다 ‘지금 조직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로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기준이 변화 하였습니다.
대학원 진학 전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에서 일을 하는 대부분의 즐거움을 느꼈던 저는 ‘흥미’ 를 기준으로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조직에 가장 필요한 일, 나아가서는 비즈니스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우선 순위를 선정하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끈기가 늘어나고 자신감이 높아졌습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2년을 보내다 보니 웬만한 일은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업무는 강도가 높다고 느껴지지 않는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반면 기대했던 지식 그 자체는 졸업을 기점으로 정말 빠르게 휘발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지식의 수준이 드라마틱하게 높아 지지는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또 지식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실무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데에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처음 물음에 답해보겠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가면 HR 잘 하나요?” 조심스럽게 대답하자면 ‘아니오’입니다.
여전히 제가 있는 조직에는 HR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이 있고 제가 맡고 있는 채용 역시 높은 목표와 기대치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하지만 “그래서 대학원이 HR로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나요?” 라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저는 제가 어떤 게 부족한 지 파악할 수 있고, 실행은 빠르게 고민은 깊게 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관점에서 실무를 바라보는 것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어떤 분들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9월 입학을 앞두고 계실 것이고 어떤 분들은 내년 전기 입학을 고민하고 계실겁니다. 학업과 공부와의 병행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정말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제 경험이 긍정적 이었기에 한 번 진학 해보시라고 쉽게 추천 드릴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고민을 하고 계신 HR 담당자 분이 계시다면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로 조심스럽게 대학원 진학도 고려해 보시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을지라도 하나의 과제를 풀어보고, 하나의 수업을 수강 완료하고 한 학기를 보내고 1년을 보내는 과정들을 견뎌 나가신다면 분명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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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롱 in 인살롱 ・ 2023.08.21 멤버십이 되는 대가
"현실 충격", 새로운 일의 세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현실 충격을 경험하게 됩니다(Hughes, 1958).
현실 충격을 피부에 와닿게 공감하게 된 경험은 "사쓰마와리"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언론사에서 HR을 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사쓰마와리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사쓰마와리는 경찰서를 순회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처음 경찰기자가 되면 선배들은 경찰서로 달려가 경찰서장의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서 반말로 인사하도록 시키고, 한동안 경찰서에서 숙식하면서 생활하는 신입기자만의 문화입니다. 병아리 같은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장면에 익숙했던 나에게 발로 문을 차는 신입의 모습은 내가 알던 일의 세계와 기자 세계는 다른 모습이라고 선이 긋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경찰 이야기가 나왔으니만큼, 적응과 사회화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Van Maanen(1975)의 아티클로 좀 더 풍부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신입 경찰관이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경찰서에 배치 받게 되면 선배 경찰관으로부터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행동은 최소화하라', '열정은 성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을 낮추고 문제를 피해라' 외부인으로서 생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학습의 과정에서 신입 경찰관은 근면 성실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동기가 크게 떨어져서 다시는 올라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헌신도 큰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권위주의에 순응하게 됩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존경의 욕구를 거의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선배와 거의 유사하게 행동하게 됩니다. 기존의 멤버십이 만들고 있는 질서는, 새로운 경계에 진입한 멤버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Van Maanen(1979)은 신입이 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와는 관계없이 매일의 질서가 뒤짚히는 적응의 과정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개인적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5년차 경력직으로 제조업 회사에 새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첫 출근 날, 새로운 팀 동료들에게 호기롭게 인사했습니다. 팀장님과 1대1로 잠시 이야기하고, 다른 선배와 회의실에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그 선배는 '우리 팀 사람들을 믿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첫 퇴근을 하면서 수많은 생각이 들엇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한걸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우리 팀은 도대체 어떤 상황인걸까?' 불안한 마음으로 앞으로 맞이할 "상황을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 선배는 호의적인 마음으로 이야기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멤버십이 되는 과정은 상황을 정의하는 것입니다(Van Maanen, 1979). 신입은 조직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에 참여하는 과정 중 얻게 되는 경험을 해석하기 위해서 규칙과 원칙을 개발해 나갑니다. 상황 안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 직장 생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유추하고, 선배들이 사용하는 외형, 언어, 제스처 같은 공동의 행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입은 자신의 자아를 제공하며 타인을 위한 역할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상황 정의를 구성하는 것은 상황을 일반화하기 위한 문화적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타인이 행동해야 하는 방식과 대응 방법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성을 찾아가며 익숙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상황 발생에서 초보적인 원인-결과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경험과 질서, 업무 환경 안에서 관계 형성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고, 매일의 사건 아래에서 그라운드 룰을 제공합니다.
멤버십이 되어 가면서(becoming) 상황 정의를 통해서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 표현하는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데 사용됩니다(Van Maanen, 1979).
Schein(1968)은 멤버십이 되는 대가는 학습과 비학습(unlearning)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과거의 자아를 해체하고, 수정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 대가가 그냥 주어지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멤버십에서 "현실 충격"을 경험한 그리고 경험할 여러분, 우리 모두는 충격을 이겨내고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Hughes, E. C. (1958). Men and their work. New York: Free Press.Schein, E. H. (1968). Organizational socialization. Industrial Management Review, 8(1), 37-45.Van Maanen, J. (1975). Police Socialization: A Longitudinal Examination of Job Attitudes in an Urban Police Departnnent.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2), 207-228.Van Maanen, J. (1979). Pathway to membership: Socialization to work. MA: Andesite Press.
인살롱 in 인살롱 ・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