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새내기 HRDer의 성장기'
눈 떠보니 12월 말이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팬데믹으로 인해 그간 진행이 어려웠던 과정들을 재개하고, 신규 과정들을 운영하며 다른 어떤 때보다도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냈는데요(아마 다른 HRDer들께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지난 1년간 교육 담당자로서 저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를 돌아보며 보다 의미 있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이번 글의 주제를 ‘성장기’로 정해보았습니다. 더불어 해당 글은 한 해 동안의 과업 및 활동 중 저에게 가장 의미 있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1분기: Letters to Leaders, ‘리더십 레터’를 발행하다.
'리더십 관련 인사이트 제공, 리더십 함양을 주제로 월 1회 레터를 발행할 것'
아뿔싸! 올해 초 저에게 신규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리더 대상'의 레터를 발행하는 것이었죠. 다른 무엇보다도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은 발행 주기가 다름 아닌 '월 1회'라는 것, 그리고 '리더'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그러나, 누군가 '일단 시작하며 완성하라'고 했던가요?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졌지만 분기별 HR 이슈를 파악하고, 해당 이슈에 맞는 주제 설정 뒤 자료들을 취합하다 보니 어느새 가닥이 잡히더군요.'평가', '업무 몰입', '생산성 향상', ‘1on1 면담', '마음 관리' 등 시즌에 맞는 다양한 주제의 레터가 발행되는 중에 점점 관심을 가지는 리더들이 늘기 시작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저에게도 리더십이 다방면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2분기: 요즘 구성원들의 ‘팔로워십’을 마주하다.**여름이 다가올 무렵, 새로운 과정의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그간 조직에서 '리더십 교육'은 지속적으로 운영되었던 반면, '팔로워십 교육'은 부재했던 관계로 비직책자 대상의 팔로워십 향상 과정을 운영하게 된 것인데요.'누구나 조직에서 팔로워로 지내는 시간이 많으며, 리더 또한 팔로워이다. 더불어 나의 팔로워십은 내 리더십의 청사진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운영되었던 해당 과정에서 유독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요즘 구성원들의 '팔로워'에 대한 인식이었죠.본격적인 과정 시작 전, 팔로워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냐는 물음에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단순히 '리더를 따르는 사람'이 아닌, 리더의 '파트너'로서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며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본인들의 역할을 정의했습니다. 더불어 그들은 가끔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과 업무를 마주하기도 하지만, '나의 성장'을 위해 팔로워십을 발휘한다고 말하기도 했죠.이러한 말들을 비추어 보았을 때 요즘 구성원들의 팔로워십에는 '주체성 발휘'와 '개인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기반이 된 환경에서 팔로워십 또한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동시에 그러한 문화를 조성하고, 교육을 통해 그 중요성을 전파하는 교육 담당자가 되리라 다짐했답니다. **.3분기: ‘人플루언서’로의 활동 시작, in 인살롱.**리더십 레터를 발행하며 인살롱에서 많은 도움을 받던 중에 두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소식은 바로, '인살롱 4기 필진 모집 글'이었는데요. 다른 분들의 경험과 역량에 비해 부족하지만 '글을 써 본 경험이 있다'는 점과 현재 '교육 담당자'라는 점, 이 두 가지를 믿고 과감하게 지원을 결심했습니다.운 좋게도 결과는 합격! 본격적인 활동 시작 전, 필진 소개 페이지에 저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뭐라고 적으면 좋을지 고민을 거듭하다 글과 교육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人플루언서'라는 닉네임도 새롭게 만들었죠(사실 지금까지도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중입니다ㅎㅎ).필진으로 활동하는 동안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나도 저렇게 전문성이 느껴지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었고, 때로는 누군가가 저의 글에 남긴 댓글을 보며 감사와 보람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아요.더불어 필진 활동으로 인해 참석 기회가 주어졌던 'HR 메이커: 조직의 DEI에 주목하라!' 세미나 또한 기억에 남는데요. 세미나를 통해 조직 내 존재하는 차별들과 그로 인한 영향, DE&I가 중요시됐을 때의 긍정적인 효과들에 대해 알 수 있었음과 동시에 해당 부분을 향후 교육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4분기: 성장을 지원하는 "VISIONING 워크숍"을 운영하다.**찬 바람이 불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1년 동안 조직에서 열심히 일하며 한 뼘 더 성장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죠. "VISIONING"이라는 테마에 맞게 워크숍 전반에 걸쳐 구성원들이 개인의 비전을 수립하고, 과정 말미에는 그 비전을 두고두고 소장할 수 있도록 무드등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워낙 대규모로 진행되는 행사였기에 올 상반기부터 전반적인 준비를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챙겨야 하는 것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문득 동료가 '결혼 준비를 생각하면 된다'고 했던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어쩌면 결혼 준비의 몇 배는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행사 직전에는 컨설팅 회사 담당자, 연사, 행사 장소의 매니저들, 참가 대상자, 대상자들의 부서 담당자 등등 하루에도 적게는 열 명 많게는 수 십 명과 메일, 전화로 소통하며 때로는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하고, 혹시나 뭔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불안한 마음에 자다가도 깨기 일수였죠.장장 6개월가량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4차수에 걸친 워크숍이 시작됐습니다. 비록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고생하고 고민했는지가 느껴졌다. 워크숍을 통해 나를 되돌아 보고 비전을 그리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이란!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더불어 저 또한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상황들을 마주하고 해결하며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니 저의 1년은 참 많은 일들과 많은 이들을 마주했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성장'을 지원하며 저 또한 성장했던 해였네요. 동시에 다른 이들의 성장을 돕는 저의 일이 얼마나 보람 있고 매력적인 지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해 동안 제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던 것에, 그리고 작게나마 누군가의 긍정적인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내년에는 더 발전하는 人플루언서가 되리라 다짐해 봅니다.
한 해 동안 고생하셨을 모든 HRDer 여러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한별 in 인살롱 ・ 2023.12.26 어느 회사나 경험 할 수 있는 일·생활 균형 출산·육아휴직과 복직 지원을 성장기회로?!
워라밸, 대퇴사 시대, 조용한 퇴직 등의 열풍인 HR 3.0시대에 직장인들은 일과 삶의 분리를 원합니다. 또한 직무 성장 욕구도 커지며 조직 운영·관리 등 효율화를 필요로 합니다. 삶의 성장과 업무 성장은 동시에 가능한 일일까요?
요즘 직장인들의 삶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비혼, 일과 양육을 동시에 수행, 유자녀이거나 돌봄 경험이 많지 않은 형태 등. 각자가 처한 상황은 서로 모를 수도 있지만, 동료의 생활 변화가 때로는 내 업무와 성장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갑자기 아이를 돌보는 동료가 생기면 팀원들도 함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양육자가 된 동료가 생계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면서 조직 몰입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을 것입니다.
“제가 사실 오늘 생일이거든요. 근데 아들이 어제 깜짝 파티를 해줬어요. 아빠를 정말 사랑한다라는 말은 그동안 많이 했었는데 어제는 편지에 존경한다라고 썼더라고요. 아빠가 일하러 다니는 그런 모습이 멋있고 아빠가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와서 얘기해 주는 게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일이라는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만 아니라 나 말고 내 아이까지도 뭔가 성장시키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나 우리 가족을 같이 성장 시키 것 같아요”
. <어느 회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생활균형-사례편> 중 일하는 양육자 이상혁 님 인터뷰 (삼성전자 재직)
기업 입장에서도 출산·육아로 휴직·복직이 발생할 때 복직일 설정, 업무 재배치, 혹은 대체인력 채용, 복직 이후 업무 조정과 이때 발생하는 행정 업무도 HR에서는 퇴사, 인재 채용만큼 공이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기업에서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요?
양육자가 일 감각을 잃지 않게 하기
물론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양육자는 일정 기간 온전한 집중과 물리적 시간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없을 때처럼 일하면서 아이를 돌봐 줄 분을 찾지만 ‘삼대가 덕을 쌓아야 좋은 분을 만난다’고 할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다른 혜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양육에 대한 적응과 양육과 일의 병행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어린이집(또는 유치원)은 보통 9시 30분에서 10시에 등원을 하고 3시 30분에서 4시에 하원하는데 일하는 양육자는 회사에 출근과 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그보다 일찍 어린이집에 등원 그리고 늦게 하원합니다. 양육자는 하루 9~10시간을 어린이집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 정서가 걱정이 됩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편안할 시간 정도 지내게 하고 나머지는 양육자가 돌보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이럴 때는 정부가 지원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①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
② 근속기간 6개월 이상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사용 가능
단축 후 근로시간은 주당 15~35시간 내외로 조정할 수 있으며 단축근무로 줄어든 임금의 일부를 고용보험에서 지원합니다. 경제적 부담이나 부서 내에서의 업무 배치, 성장(=커리어)에서도 숙련도가 높고 성과를 내는 동료가 지속해서 업무를 유지할 수 있고 양육자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할 만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 지원 제도와 업무 성장의 기회로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모든 직원이 쓸 수 있는 일·생활균형제도를 함께 도입해 양육자들이 양육을 걱정하지 않게 일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저희가 양육자들을 위한 혜택이 잘 되어 있는 편이긴 하지만 특별히 한쪽에 제도가 기울어졌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갖고 있는 복리후생 중에 조기퇴근과 자녀입학 축하금 정도 빼면 나머지는 비혼이든 기혼이든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죠. 모든 구성원들이 소외되지 않고 혜택을 누리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느 회사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생활균형-가이드> 중 러쉬코리아 인터뷰
“코로나 이후로 회사에서 주 3회는 출근, 주 2회는 재택이라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정착시켰어요. 날짜는 다 다르지만 전 직원이 세 번 출근하고 두 번 재택근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파서 갑자기 오늘 어린이집 못 갈 경우 바로 출근을 재택근무로 전환해서 오늘은 아이를 옆에 두고 일을 하는 거죠. 양육을 하는 부모들에게 재택근무제도는 굉장히 유용해요.”
<어느 회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생활균형-사례편> 중 일하는 양육자 김종은 님 인터뷰 (이커머스 분야 재직)
제도 변화는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어려움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조직은 변화가 없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실력있는 직장인들은 개인적 변화에 퇴사를 선택하고 회사와 함께 성장을 꿈꾸지 않고 팀워크와 생산성에도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이제 작은 기업도 양육자가 생기는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도 사용이나 업무 조정 등의 과정을 합리적으로 바꾸면 성과도 높아질 수 있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제도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 일·생활균형지원센터는 점점 적어지는 양육자와 기업의 연결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원의 휴직, 복직 전후에 경험하는 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느 회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생활균형 가이드>는 알아두면 좋을 일·생활균형 지원제도와 일과 육아를 함께하는 직장인, 동료와 인사담당자, 리더가 육아휴직과 복직을 경험하는 과정 중 협력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일과 삶의 조화를 고민하는 직장인도 기업도 ‘변화’를 걱정하기보단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글 | 서울시
일·생활균형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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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생활균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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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 참여 이벤트 https://www.wanted.co.kr/events/article.23.12.26c?label=event
인살롱 in 인살롱 ・ 2023.12.26 일하려 하지 않고 후배에게 떠넘기는 직원 어떻게 할까?
A 주임의 고민 상담A주임은 내성적이지만, 매우 성실하고 자신이 맡은 일 이상으로 성과를 내며 누가 도움을 요청할 때 거절하는 경우가 없다. 항상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맛있는 커피를 끓여 놓고, 사무실 환기를 해 놓는다. 퇴근도 팀에서 가장 늦는 편으로 할 일이 많다. 팀장 뿐 아니라 모든 팀원이 A주임이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A주임이 정시 퇴근을 하면 팀원들이 오늘 무슨 중요한 약속이 있느냐 묻는 정도이다. 한번도 싫은 표정이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기에 팀장은 A주임이 성실하고 회사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B선임은 입사 20년이 넘는 고참이다. 처음 단순 업무 보조 수준으로 입사했는데, 그 수준으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입사 20년 이상 되어 함께 근무했던 남아있는 직원들이 모두 임원이나 팀장이고, 후배들도 책임 이상 팀장이다.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특성 상 직급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B선임은 직급이 선임이지만 함부로 하는 직원은 없다.외부에서 영입된 팀장이 팀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B선임이 입사 20년인 넘었는데, 통상 8년차에 책임이 되는데 과거 대리 수준인 선임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담당 업무도 단순 업무와 보조 업무라 B선임과 면담을 하면서 구매 업무 전체를 맡겼다.업무를 맡은 B선임은 생산의 요구에 대한 주문을 하지 않거나, 거래처 관리가 되지 않아 제 때 수급이 되지 않아 팀장이 매일 본부장에게 불려가 질책을 받고, 결국 B선임이 담당하는 일을 신입 2~3년차 수준의 일만 부여한다. B선임은 자기 동기들은 임원과 팀장이라며, 이들은 지금 실무를 하지 않는데 자신은 단순 업무를 취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자신에게 부과된 업무는 전부 후배인 A주임에게 시킨다. A주임은 워낙 나이 차이도 나고, 못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성격도 아니고, 회사 내 높은 사람들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해주는 상황이 되었다. 팀장은 B선임에게 특별한 일을 부여하지 않는다.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인데도, 이 업무마저 A주임이 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입장이다. A주임의 일이 밀려 B선임의 일을 완결하지 못했다. B선임은 일의 지연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러 오겠다는 외부 거래처 전화를 받고, A주임에게 “너가 하지 못했으니 너가 책임지라”고 하며 퇴근해 버렸다. A주임은 팀장에게 고민을 말하고 더 이상 근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팀장으로 어떻게 하겠는가?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며 후배에게 떠맡기는 직원 어떻게 할 것인가?**어느 조직이나 역량과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이 있다. 신입사원이라면 모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선배가 일하는 방법을 알려 주며 직간접으로 조언하며 지도한다. 이렇게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를 통해 업무가 계승 발전되었고, 선배는 자신의 업무를 후배에게 주고 더 높은 수준의 직무를 담당할 수 있었다.팀제가 되며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는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팀장과 직접적으로 업무 지시와 보고가 이루어지며, 팀원은 물론 직급, 근속, 역량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가 동등한 개별 업무의 담당자가 되었다.팀장들은 상사의 지시, 조직의 성장과 성과 책임, 구성원 마음 및 성과 관리를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에 심신이 지친 상태이다. 후배의 역량이나 성과가 떨어지면, 중간에 파트장이나 그룹장을 두어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를 가져가는 팀장도 있다. 하지만, 선배가 역량과 성과가 떨어지면 후배의 지도를 맡길 수는 없는 상황이 된다. 팀장이 직접 담당해야만 하는데, 역량과 성과가 떨어지는 B선임과 같은 고참 팀원이 조직과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애로사항이 많고 해결 방안이 그리 많지 않다. 나를 힘들게 하는 고참 팀원이 있는 경우,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첫째, B선임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도전 과제를 부여하고, 주 단위 점검과 지도를 통해 일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역량을 키워주는 방법이다. 인성이 가장 큰 변수이다. 성실하게 이행하면 인내하며 이끌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둘째, 단호하게 B선임에게 주의를 주고, A주임에게는 본인의 역할과 일에 집중하라고 지시한다. B선임이 또 자신의 일을 하지 않거나 맡기면 서면 경고를 주고 질책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사에 요청하여 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 조치를 하는 것이 맞다.셋째, B선임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 직원들이 저성과자로 인하여 힘들어 하거나 피해를 보게 해서는 곤란하다. ‘회사와 직무는 좋은데, 상사와 선배 때문에 회사를 떠난다’는 말을 직원들이 하는 것은 곤란하다. 결국 조직장의 역할 인식, 마음가짐, 태도가 변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4.01.01 사라져간 생일같은 매일
연말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문자를 받았습니다.
‘고객님의 사이트가 11월 22일 만료됩니다. 만료 후에는 사이트 접속이 제한되므로 연장하시기 바랍니다.’
정확히 2년 전, 한 회사에서 가을 끝 겨울의 시작에 조직 내부의 박수와 함께 퍼블리싱된 사내 조직문화 블로그 트렌버스데이가 떠올랐습니다. 아련한 추억이기도, 또 애증이기도 한 그 블로그는 또한 정확히 5년 전쯤 담당자의 퇴사로 업로드가 종료된 SAPPLE 매거진과도 결이 같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SAPPLE은 발행을 멈췄지만 성숙한 회사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더 발전된 형태와 모습으로 내외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트렌버스데이는 종료 후 방치되다가 결국 서비스 만료로 더는 접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트렌버스데이 도메인으로 접속을 시도해 봤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웹 매거진 그 첫 화면 대신 ‘서비스 만료로 접속이 불가하다'는 메시지가 보였습니다. 이미 지나간, 떠나온 과거였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꿈, 희망, 즐거움, 갈등, 고뇌, 환희, 내려놓음의 순간들이 시간의 순서대로 차곡차곡 배열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단서들이 연결되었습니다. 그 회사는 성숙한 조직문화를 위해 무엇을 바랐고, 계획했고, 실행했는가? 나는 그 회사에서 조직문화를 위해 무엇을 꿈꿨고, 시작했고, 이어갔는가? 그리고 무엇이 이 모든 노력들을 마치 없던 일처럼 만들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략의 답으로 연결되는 기억의 조각들이었습니다.
분명 하루의 일과로 하나의 일을 했는데 마치 여러 일을 한 것처럼 바빴던 날은 분명, 뉴스레터를 만든 날일 것입니다. 저는 마케팅을 본업으로 하면서 조직문화를 도왔던 적도 있었고, 조직문화를 본업으로 하면서 마케팅의 다양한 소통 방법을 적용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뉴스레터를 중요하게 다루고 이용했습니다. 목적에 따라 그 전체의 색이나 콘텐츠 선별은 조금 다르긴 했습니다. 마치 날이 흐리든 맑든 바지는 입되, 비가 올지 모르니 흐린 날에 밝은 색은 피하는 것과 같달까요?
어쨌든 뉴스레터는 받아볼 대상이 정해지고, 틀을 짜고, 담을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다 보면 한 달이 금세 갈 만큼 생각보다 들일 정성이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팀 단위로 움직인다면 각 부문의 특파원이 취재한 내용을 취합해 담기만 하면 그만이지만, 그걸 주로 혼자 해야 했던 저는 취재며, 인터뷰며, 정보 탐색과 가공, 이미지와 카피 제작 등 뉴스레터의 'ㄱ'부터 'ㅎ'까지 다루느라 큰 제사를 치르는 시어머니처럼 쉴 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뿌듯도 했고, 남는 것도 많았습니다.
트렌버스데이는 91편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걸 18번의 뉴스레터에 갈무리해 동료들에게 전했습니다. 첫 뉴스레터가 생각납니다. 동료들의 관심도 컸습니다. 대표는 레터에 회신으로 응원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관심과 응원은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다만 뉴스레터는 소통의 수단에 불과했고, 사실 거의 모든 테마의 콘텐츠는 웹 매거진에 아카이빙 중에 있었고 그건 채용 브랜딩으로도 효과적인 측면이 있어서 지속했습니다.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어느 콘텐츠를 보고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정성적인 일이 정량적 평가를 받게 될 때 콘텐츠 기획자는 모호한 느낌을 벗어나 가시적인 성취를 누리게 되는 듯합니다.
그런 트렌버스데이는 이제는 접속이 불가한 죽은 도메인이 되었습니다. 회사는 당장 사정이 어려워지면 먼저 비용을 줄이게 되는데, 가장 큰 부분이 인적 리소스와 겉치레에 드는 비용이므로 그걸 둘 다 관장하는 팀이 왠지 사치라고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팀이 와해되고 함께 문화며, 콘텐츠를 만들어가던 사람들 모두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담긴 이야기들은 제 기억과 초고들에 있지만 이제 다시 스크린으로 세상에 드러날 일은 요원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열정을 가지고 했던 모든 일이 없던게 된 것에 실망이 컸던 모양입니다. 마케팅 잘 하다가 그 연기처럼 잘 잡히지 않는 오묘한 성취에 중독되어 옛 동료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시작해본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조직문화 목적의 콘텐츠처럼 허망한 결과물이 또 있을까' 라며 이 일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품고 마케터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상만 동료에서 고객들로 바뀌었을 뿐, 뉴스레터를 짓고 또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뉴스레터는 담긴 정성이 아무리 많아도 그걸 열어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쌓이는 자산인데, 조직문화 부문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물론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회사의 방향, 경영자의 생각, 담당자의 노하우 등이 만들어간 문화적 기틀이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이로부터, 콘텐츠로 쓰기 좋은 것들은 쉬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간식바 운영 여부, 생일자 이벤트, 워케이션 등은 좋은 홍보거리는 될 수 있어도 오래 두어도 사라지지 않을 가치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존재하는 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인사 부문에서 기틀이란 무엇일까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으나, 마케팅에서 사라지지 않을 귀한 가치는 오랜 시간 커뮤니케이션으로 쌓아 올린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이니 조직문화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회사가 브랜드이고 구성원이 고객이라면, 그들이 갖는 무한 신뢰의 가치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강력한 조직문화 자산인 것과 같이 말입니다.
.."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이지만 또 보람도 큰 이 일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뿌듯한 한 해의 기억을 갖고 더 나은 2024년을 맞이하실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심광수 in 인살롱 ・ 202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