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조창립일로 쉬는 금요일! 오랜만에 남편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남해에 내려가 1박2일 짧은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남해는 ktx가 없어서 4시간 반 걸리는 고속버스로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버스 시간을 찾아보니 아침 8시, 딱 괜찮은 시간이네요. 일찍 일어나 씻고, 아침밥을 먹고 짐을 쌉니다. 정신차려보니 시간은 어느덧 7시 10분. 네이버지도를 찾아봤더니 집에서 43분이 걸린대요. 까딱하다가는 버스 놓치는 거 아니야? 싶어 마음이 급해집니다. 이제 지하철을 한 번이라도 놓치면 버스를 놓치게 돼요. 나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환승하는 구간구간을 다다다다 하고 빠른 걸음으로 혹은 뛰기까지 하면서 겨우 남부터미널에 7시 56분에 도착했어요. 우와 safe!!! 하면서 버스를 찾는데 어라 버스가 보이지 않네요. 두리번거리는 저를 보고 한 기사님께서 '어디 가?' 하시길래 '남해 8시차요!' 했더니 들리는 기사님의 한 마디... '남해는 8시차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그제서야 다시 어플을 열어봤더니 제가 결제한 버스 티켓은 남해행이 아니라 남해에서 출발하는 서울남부행 티켓이었어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하게 서있다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터미널 안으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8시를 맞추겠다고 온갖 난리를 부리며 왔던 50분간의 여정이 눈에 스쳐가며 괜히 창피해졌어요. 다음 버스가 9시 10분이라 덕분에 미루고 미루던 아티클을 쓸 시간을 얻은 것은 좋은 점이네요!
왠지 이 상황이 기시감이 드는 것은, 회사에서도 내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서였을지도 몰라요. 저는 7년간 해오던 교육, 조직문화 직무를 뒤로하고 제가 가장 자신없던 그러나 꼭 해보고싶던 보상 직무로 넘어왔습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여기 온지도 만 1년이 되어가고 있어요. 그 1년간을 돌아보면 참 열심히 일했던 것 같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지난 몇 년간 했던 초과근무 = 작년 한 해 동안 했던 초과근무일 정도로요. 하지만, '잘 일했는지'를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 아마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즉 내 직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저 열심히만 달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일을 한다는 것이 버스를 잡기 위해 걷고 뛰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일이 의미있어지는 순간은 내가 가려는 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제대로 잡아 탈 때잖아요. 그게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타려고 무작정 걷고, 달리고 하다보면 저처럼 바보 같은 시간 낭비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남해행 버스야 터미널에서 1시간 동안만 차를 마시거나 사람 구경을 하며 기다리면 다음 버스를 쉽게 잡아탈 수 있지만, 일과 커리어는 다음 버스를 잡으려면 좀 더 고생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사실 저는, 직무를 옮기고 나서 말로 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직무 변경의 기회를 준 리더들한테도, 인수인계를 도와주는 동료들에게도 정말 고마운 마음 가득이고요.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아직 저는 이 일의 '본질'에 마음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 일의 본질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 것처럼 보이는 - 챗GPT 선생님께 물어보니 이렇다고 하네요.
ChatGPT의 말:
<보상 업무의 매력>
보상 업무는 단순한 급여 지급이 아니라 조직의 성과와 직원의 동기를 연결하는 전략적 역할을 합니다.
• 기업 전략과 연결 – 보상 정책은 직원 동기부여, 이직률, 기업 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객관적인 숫자와 분석을 활용해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부서와 협업 – 재무, 전략기획, IT 등 여러 부서와 협력하며 사업을 이해할 기회가 많습니다.
• 직원들에게 실질적 영향 – 공정한 보상 시스템은 직원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입니다.
• 전문성 있는 커리어 – 시장 임금 조사, 성과급 설계 등 전문 지식을 갖추면 차별화된 HR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조직 문화와 연결 – 기업의 핵심 가치에 맞는 보상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 경영진과 직접 소통 – 인건비 예산 및 임원 보상 등으로 CEO, CFO와 협업할 기회가 많습니다.
• HR Tech 및 데이터 활용 – IT 및 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더 정교한 보상 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결론: 보상 업무는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사고가 모두 필요한 HR의 핵심 분야로, 조직의 성장과 직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역할입니다.
다 맞는 말이에요 선생님! 그렇지만 문제는 제가 그것들을 머리로만 알고 아직 가슴으로까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력에 서서히 물들어가고는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아직은, 이전 직무에 있을 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마음가짐이 다른 게 사실이랄까요. 교육이나 조직문화처럼 결과물이 바로 바로 눈에 보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저의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특성과 직무 간 적합성이 다를 수도 있고, 혹은 보상이라는 것의 특성상 의사결정권이 내 손을 떠나 있어 그런 부분의 아쉬움일 수도 있겠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저는 이 직무의 목적지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공감하는 수준까지요. 그래서 이 직무를 떠날 때는 '보상'이라는 직무가 갖는 매력과 의미에 대해 진심을 가득 담은 아티클을 써보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
p.s. 보상 선배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이 직무의 진짜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