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면서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토끼 같은 자녀를 둘이나 얻게 된 일입니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느 별 또는 외딴섬에서 길바닥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결혼 후 이전보다 더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며,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결혼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결혼 전 연애 경험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묘한 감정싸움과 일방향적인 헌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혼자 살면 싸울 일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은 혼자 살아야 한다고 느슨한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를 저는 20년 전부터 미리 깨닫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해도 꼭 자녀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래야 한다고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자녀를 얻는 일이 특별히 싫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혼을 하면 응당 자녀도 낳고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굳이 거부감까지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녀가 생기고 보니 기쁨이 더 컸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이 더 큽니다. 그건 자녀가 재롱을 부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기쁨이 됩니다.
무엇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정의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난 후 돌이켜 봤을 때 후회가 아닌 긍정과 인정으로 평가되는 일을 성공했다고 판단합니다. 과정을 지나는 동안 결과를 얻기까지 힘들고 어려웠더라도 회고했을 때 하길 잘했다고 판단이 된다면, 그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정량적으로 큰 숫자를 이루어야 성공을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정성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성공을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일을 완수해낸 자신이 잘했다고 판단하면 그것이 성공입니다. 물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목표라는 기준이 있었다면, 일을 마무리한 후 목표에 얼마나 가까운 성과를 만들었나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러나 목표에 미달했더라도 성공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목표는 방향에 대한 안내를 돕는 도구일 뿐 판단은 그 일을 한 자신이 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경력을 회고했을 때,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은 자발적으로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여러 가지 실행을 해본 경험입니다. 누가 하라고 등을 떠밀며 시킨 일이 아닌데 조직과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 스스로 자랑스럽고 기특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직장인으로서 태도가 거듭났습니다. 일은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찾아서 할 때, 더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며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주로 세상으로부터 목표를 부여받는 것에 익숙합니다. 좋은 학교를 진학하는 것, 시험을 잘 봐서 좋은 회사에 입사하거나 번듯한 직업을 갖는 것,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 자녀를 양육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것 등 으레 해야 하니까 수동적으로 하게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모든 것을 능동적으로 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나 저와 같이 과거 수동태 인생을 살았던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기계적으로 일을 한다면, 과정에서 재미와 열정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일은 스스로 만족하는 성과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반대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됩니다. 시간이 누적되어 지속적으로 노력한 그 일은 점점 잘하게 되어 성과를 만들게 됩니다. 아마도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좋아하는 게임에 빠져 밤새, 아니 하루 종일 게임을 돌렸을 때 얻게 되는 레벨 업과 스킬 조작 능력을 느끼며 자존감이 상승하는 기분을 알고 계시죠?
따라서 우리는 인생을 살며 스스로 목표를 수립해야 합니다. 스스로 목표를 수립할 수 없고, 동료나 동반자와 함께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 된다고 믿습니다.
오늘부터 일을 할 때,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를 갖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