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번아웃을 만난다면>
최근 들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에너지 관리” 인데요.
최근 읽은 번아웃에 대한 글과 신수정 작가님의 책과 칼럼에서 보았던 번아웃 예방법이 기억에 남아 저의 경험과 함께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재작년에 번아웃을 경험했는데요. 사실 번아웃이 올 때까지도 번아웃 인 줄 깨닫지 못했습니다. 슬럼프가 온 건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죠. 일도 재미있었고 특별한 어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이가 어리고 신경 쓸게 많으니 누구나 겪는 시기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을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낄 때 쯤, 몇 년 전 만나 뵈었던 선배님이 해주셨던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대학원 졸업과 이직, 아이 낳고 키우느라 에너지를 많이 썼을꺼라고 앞으로 에너지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때는 크게 선배님 말씀이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나서야 그 때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그제서야 내가 심리적, 육체적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번아웃이 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뉴욕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명명한 용어로 <상담가들의 소진>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의 무기력함을 설명하기 위해 ‘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 포부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전력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 에너지 관리 팁 by 신수정 부사장님(작가님)
최근에 신수정 KT 부사장님(작가님)의 책과 칼럼 속에서 배운 에너지 관리 팁인데 마음 속에 다시 새기고 싶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에너지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총량은 한정되어 있어서 그 에너지를 다 쓰면 번아웃이 온다고 합니다. 밖에서 일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집에 와서 좀비처럼 누워 만 있는 분들의 사례를 언급하셨는데 퇴근 후 놀아 달라고 부르는 아들의 모습을 외면한 채 누워있던 제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에너지란 한정되어 있으므로, 고갈 되어 버리면 그 부작용이 어디에 선 가 나타날 수 밖에 없고 그게 나의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일과 삶 전반적으로 한번 돌아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작가님께서 강조하신 번아웃을 예방하는 에너지 관리법 팁인데요.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 사용을 절제한다. 웬 만 한 데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 에너지를 아낀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 내 힘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일,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쓰기 보다 필요한 곳,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일, 사사로운 일에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좀 둔감하고 대충 한다.
모든 걸 완벽하게 잘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충 해도 되는 일은 너무 잘 하려 하지 말고 제한된 자원과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씁니다.
✔매사 시니컬하고 불평 불만하고 염세적이거나 툭하면 분노해 우리의 남아있는 작은 열정마저 무너뜨리는 에너지 뱀파이어를 주의하라.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이나 환경을 멀리한다. 특히 불평 불만이 많은 사람은 스스로의 에너지도 쉽게 고갈키시고 주위 에너지도 소모 시킨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안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다짐해봅니다.
✔에너지를 주는 사람과 환경을 조성한다. 에너지를 받는 글을 읽고 자신만의 에너지 충전 활동을 한다. 같이 있으면 의욕이 생기고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사람과 함께 하라. 에너지를 주는 환경에 자신을 놓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예 : 휴식, 명상, 영화 보기, 음악 듣기, 독서, 걷기, 모임 등)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충전을 잘해야 일도 하고 일상을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항상 에너지의 일정 버퍼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 비축한 에너지를 자기 삶에 의미 있고 중요한 것에 쏟는다.
김영하 작가님이 알쓸신잡3에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은 절대 자기의 능력의 100%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물론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닐 꺼라 생각합니다. 작가 님의 모토 중 하나가 에너지의 60-70%를 쓰면서 사는 것이고,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에너지(능력과 체력)를 남겨 놓고 살려고 하신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함부로 앉아있지 않고 대체로 누워 계신다고 합니다. ^^; 예시가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에너지의 버퍼를 유지하는 것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시도했던 번아웃 극복 방법인데요.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나를 케어 하는 작은 일들이 모여 번아웃 극복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나의 멘탈과 건강 케어
나를 기쁘게 하고 소소한 행복을 주고, 나의 멘탈과 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굉장히 작은 행동들 시도하기입니다. 자기 전에 나 칭찬해주기, 내가 좋아하는 것 해보기, 기준을 낮춰보기 등 어렵지 않은 일들이었지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일기 쓰기
식상하지만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너무 큰 성취와 목표만 바라보지 않고, 주어진 일상의 감사한 점들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썼던 내용은 “오늘 하루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아침에 한 문장 쓰고 시작하면, 그래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잘 살았어! 애썼어! 하고 당시 부정적이었던 저의 프레임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일을 하다보면 성취지향적이고, 완벽하지도 않지만 완벽주의적 성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특성들이 때로는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지나치면 때로는 스스로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면의 비판자 인식하기
내면의 비판자를 들어보셨을까요? 원하는 목표를 하나 달성할 때 쯤 슬슬 내면의 비판자가 나타납니다. 더 잘할 수 있잖아? 다음 목표는 뭐야? 이건 왜 이렇게 못했어? 이래 가지고 다음 목표 달성할 수 있겠어? 그럴수록 어떤 일을 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무언가 더 해야 된다는 의무감이 생기고 마음도 지쳐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면의 비판자를 인식하고, 바라보아야 그것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나를 비난하거나, 너무 채찍질하거나 불필요한 죄책감은 갖지 않습니다.
✅나의 에너지 점검하기 💪
일을 하다 보면 업무가 바쁜 시즌도 있고,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인사 업무 특성 상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들,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너무 일에 매몰되거나, 작은 일을 감정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거나 일 때문에 내 감정이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나의 에너지 레벨을 관리하려고 합니다. 특히 풀방전이 되버리면 충전하고 다시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에 방전되지 않도록 수시로 에너지를 점검해봅니다.
✅도움을 청하기 🙏
힘들면 나를 잘 알고 나에게 힘이 되어줄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 또한 방법입니다. 동료나 선배, 상사, 가족, 친구, 심리 상담사 등 누군가의 한마디와 조언과 공감이 내가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큰 힘을 줄지도 모르니까요.
예전 한 강연에서 HR 담당자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에너지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셨던 강연이 생각났습니다. 특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직원들의 멘탈 건강 관리의 중요성도 높아졌습니다. 인사팀의 업무 중 하나가 직원 분들의 웰빙과 안녕을 살피고,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과 함께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인데 인사담당자가 에너지가 없다면 직원들의 웰빙을 지원해드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렬했던(?) 번아웃의 경험으로 동료들을 바라볼 때 감정 상태와 에너지 레벨을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아, 저 분 요즘 지치신 것 같은데.. 번아웃 오면 어쩌지..아, 저 분 요즘 일이 너무 많아 보이시는데.. 생각이 들 때 쯤 커피 한 잔 하며 요즘 힘든 건 없는지, 일상은 어떤지 함께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직원 웰빙을 위해 인사팀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에너지 관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에 대한 복잡성과 난이도는 높아지고, 시니어 레벨로 갈수록 나의 에너지 레벨이 팀이나 조직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앞만 보고 달리던 삶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준 번아웃 덕분에 긴 커리어의 여정과 삶에서 나만의 속도와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삶의 발란스를 맞추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번아웃이 오지 않게 평소에 스스로를 잘 케어해야 겠지만 언젠가 번아웃이 찾아오더라도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를 칭찬해주시고 파도를 잘 넘어 에너지를 잘 관리하시며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사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