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Together(1), 시작대화 조성하기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녀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조직 개편을 하면서 서로 다른 이력과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한 팀이 되어 일하게 되었다.
기대와 걱정의 저울의 출렁거림 중에도 그래도 행복하게, 탁월하게 살아보자 마음을 먹지만 늘 삶은 뜻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행복을 결정한 것도 잠시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투는 부부, 처음에는 호기심도 있고 설렘도 있었는데 왜 저렇게 일하는지, 왜 저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동료들을 보며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른다.
이 때, 서로의 마음에는 "왜 저래", "정말 이해가 안돼", "같이 못 살겠네, 같이 일 못하겠네"가 가득하다. 비단 이것이 한 사람만의 문제일까? 양쪽을 중재하다보면 양쪽 다 비슷한 상황인 것을 알게 된다. 서로가 자신이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내 방식을 따르게 하고 싶을 뿐,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조율의 대화는 빠져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잘 해보자고 함께한 사람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조직개발 컨설턴트로서 building together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글의 서두에서 밝혀둘 것이 있다. 나는 유수한 기업의 조직개발 컨설팅을 돕는 일을 하였지만 내 스스로도 이해와 인정, 그리고 다름과 갈등을 지혜롭게 풀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난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내기 위해 걸어온 여정의 학습과 적용, 그리고 작은 인사이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로 나눠보고자 한다. 그리고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직장과 생활에서 건강하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조직과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그간의 경험들을 시리즈로 나눠 전해보고자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저)"
"이해받는 것은 모욕이다(김정규 저)"
두 권의 책을 읽은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주는 울림이 크다. 시작에 앞서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독자 분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엮어 이해와 조율에 대한 대화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결코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은 과연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일까? 나는 누군가를 얼마나 이해하며, 또 얼마나 이해받고자 하는가?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므로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결과 이해받고 싶은 욕망의 과잉은 이해받지 못했다는 불만과 좌절을 쌓이게 한다.
그런데 온전한 이해가 가능한 것인가? "이해받는 것은 모욕이다"에서는 **"사람은 결코 완전히 이해될 수 없다. 이해는 결국 상대방을 내 기준에서 해석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너를 이해했어"라는 말은 실제로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보아 '모욕'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아, 그동안 이해를 갈구했지만 사실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겠구나' 이 생각에 미치게 되면 완전한 이해의 갈구로부터 마음이 조금은 자유로워짐을 경험하게 된다. 이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어차피 결과적으로는 다 이해하지 못할테니 이해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당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나의 이해 갈구에 대한 관점이 조금은 너그러워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와 업무 관계에서 대화할 준비가 스스로가 먼저 잘 갖춰지게 된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불필요한 고통과 갈등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에서 먼저 언급을 하고자 한 것이니 이 점이 참고가 되면 좋겠다.
조직개발 컨설턴트는 인간의 본성적인 욕구와 그것이 상호 관계에서 미치는 영향과 작동방식을 알고 있으면 이것을 다뤄갈 힘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FGI, GDI, 워크숍, 특정 대화 세션에서 **"당신에게는 00이 어떤 의미인가요? 말씀하신 의미가 이런 의미인가요? 조금 더 당신의 경험과 생각을 설명해주세요."**라고 묻는 이유는 이해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겸손하고도 존중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서처럼 질문을 배우고 앵무새처럼 '좋은 질문'이라는 것을 암기하여 말하게 되는 때가 혹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질문 깊이 있는 맥을 함께 탐구해보고 그 질문을 건내보자.
동일한 팩트,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팀은 어떨까. 같은 경험을 한 팀이라도, 명백한 팩트로 존재하는 무엇이 있더라도 서로가 가지는 해석과 의미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의 구렁텅이에 빠져 서로를 속단하고, 왜 저래와 서로를 비난하는 대화로 갈등이 점화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부서간 갈등, 팀내 갈등 워크숍 전 인터뷰를 해보면 "상대 상황을 다 안다, 물어볼 것도 없다. 이래서 저러는 거다. 뻔하다" 등과 같이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나는 인터뷰에서 그들의 이해와 인지 정도를 참고하고 서로의 다 아는 상황을 서로 알아보는 세션을 구성한다. 그러다보면 지금까지 수없이 진행한 워크샵에서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몰랐었다."라는 고백을 가장 많이 듣는다. 그리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서로의 next step을 내딛는다. 그러니 기억하자. 명백한 사실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사람이 4명의 동료이면 각자의 생각과 견해,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그래서 컨설턴트의 질문(의 시범)이,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Building together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를 넘어 조율과 공존으로
이해를 넘어 공존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회학자 니콜라스 루만은 의사소통 이론에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완전한 이해'가 아니라 '부분적 해석'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즉, 우리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식대로 해석하면서 이해하기 때문에, 이해보다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다르게' 바라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해의 목적이 나온다. 어떤 합일이 아니라 '다름의 공존'에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람을 기계처럼 개조하거나 내 뜻대로 상대를 관철하거나 꺾어 기어코 내 뜻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조율과 공존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1. "이해"가 아닌 "경청"을 목표로 하기
이해가 아닌 경청을 목표로 하면 상대를 내 방식대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줄일 수 있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보면 진정한 소통은 '**내가 옳다'는 전제가 아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말할까'**에서 출발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칼로저스도 공감적 경청을 말하는데 "**공감적 경청(empatic listening)**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보다는 그의 관점에서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행동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2. "난 이대로 살래"가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같이 공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현장에서도 "모르겠고, 난 나대로 하겠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그러니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계속 이렇게 살거에요)" 등과 같은 상황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만나면 서로 질문과 경청으로 이해의 바운더리를 넓히는 시간으로 돌아가 볼 것을 권하고, 그들에게 완전한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한다. 그럼에도 내 생각만 고집한다면 관계에서 벽을 쌓는 태도이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점을 hard talk를 통해 전달하는 것도 때로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방법을 찾는 대화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한 이해보다는 부분적 조율을 목표로 해보자. 공존과 조율은 상대를 내 기준에 따라 바꾸지 않으면서도 '서로 변화'하면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전체를 다 바꿔버리겠다는 접근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한지 조율 지점을 찾고 그것에 대해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 해결 과정에서는 이를 '쟁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생각보다 앞의 대화가 잘 진행되면 이 조율과정은 생각보다 서로 답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 쟁점을 잘 찾아내는 것이 먼저 중요한데, 이는 서로 의견이 갈리는 지점- 의견의 불일치- 지점을 포착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나면 서로의 조율 방안을 찾을 때 갈등의 상황에 따라 단계적 상호 변화의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Minimal adjustment theory 연구 결과를 보게 되면 큰 변화를 강요하는 것보다 작은 조정이 있을 때 사람들이 더 쉽게 협력하려고 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이 조율과정을 거치게 되면 갈등이 매우 심각한 두 부서나 두 역할간 갈등에서 최종 조율 사항이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합의할 정도의 내용이었을까?'하는 물음을 가진 적도 있지만 그만큼 당사자간 갈등과 합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고, 이러한 소통의 연습이 잘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다. 사회 인지와 사회적 행동을 살펴보게 되면 **"관계에서 한번에 50% 변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5~10% 변화를 요청할 때 사람들이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참고해보길 바란다. 쟁점을 쪼개어 보면 먼저 시행할 수 있는 점이 보이고, 그것을 먼저 작은 성취로 하여 논의를 이어나가는 것도 논의 진행의 팁이라고 하겠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고 어렵고 귀찮다면
이해와 공존의 시도 또한 개인에게는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미루고 싶고, 과정이 번거롭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처음 빌딩하는 팀에게, 리더에게, 새롭게 출발하는 부부가 그 시작을 바쁜 대로 현실에 치여 지내다 보면 나중에는 메꾸기가 상당히 어렵게 된다. 나중은 늦다. 업무 상 긴장과 갈등,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업무의 만족도와 몰입도, 조직 내 웰빙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연초 아직 늦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building together 대화를 시도해보자.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얕은 이해가 깊어지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와 서로를 더 분명하게 알게 되고 논의 속에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함께 공존하는 기쁨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 이 과정이 의미있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증인으로서, 이해와 공존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개인, 가정, 조직을 응원합니다.
기은경 in 인살롱 ・ 2025.02.19 [리더말씨2] 리더, 이승국씨 같은 좋은 인터뷰어가 되어라
덴마크 컨설팅사인 Woohoo.inc에서 2,500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의 좋은 날[happiness at work]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좋은 하루를 보낸 마지막 때, 직장에서 어떤 요인이 그 날을 좋게 만들었나요?"라는 질문을 했고, 응답내용 중 직장에서 좋은 하루를 보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요인을(중복응답 가능)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의미있는 일[50.9%] :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의미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는 일을 했습니다. 2. 자율성[50.8%] : 나는 내 방식대로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습니다. 3. 자부심[49.2%] :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일을 했습니다. 4. 동료와의 관계[47%] :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5. 진전[44.6%] : 나는 내 일에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마찬가지로 700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의 나쁜 날[Unhappiness at work]'을 조사했습니다.
"직장에서 나쁜 날이 얼마나 흔할까요?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했고, 응답내용 중 직장에서 나쁜 하루를 보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요인을(중복응답 가능)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상사의 지원 부족: 상사로부터의 도움과 지원이 부족할 때 직원들은 불행을 느낍니다.[40%] 2. 부정적인 동료: 동료 간의 나쁜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39%] 3. 인정 부족: 자신의 일에 대한 칭찬이나 인정이 부족할 때 불만이 커집니다.[37%] 4. 불확실한 비전: 직장의 비전이나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행을 초래합니다.[37%] 5. 업무 부담: 과중한 업무는 스트레스를 증가시킵니다.[36%]
직장에서의 좋은 날, 나쁜 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영향요인 중에서 리더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구성원과 소통한다면 더 좋은 날로, 덜 나쁜 날로 만들 수 있는 내용이 있어 말씀드리려 합니다.
리더가 직장에서 더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1)구성원이 의미있는 일을 했을 때 긍정적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주어야 합니다.
2)구성원이 자랑스러워하는 일을 했을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언급해주어야 합니다.
3)구성원이 업무에 있어 진전을 보였을 때 진전에 대해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리더가 직장에서 덜 나쁜 날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중요합니다.
1)구성원의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자주 물어보아야 합니다.
2)구성원이 한 업무에 대해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구성원이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것, 자랑스러워하는 일을 했다는 것, 업무에 있어서 진전이 있었다는 것, 구성원의 필요가 무엇인지 안다는 것, 업무에 대한 인정과 칭찬을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은 구성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비롯됩니다. 관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관찰이 이뤄지게 되며, 단순히 구성원을 보는 것을 넘어 그들의 내면까지 이해하는 수준의 관찰을 하게됩니다.
이렇게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원과 원온원 미팅을 진행하면서 각각의 내용을 메모해두면, 구성원에게 의미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랑스러워하는 일이 무엇인지, 업무의 진전을 느낄 수 있으며, 그들이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적절하고 적합한 인정과 칭찬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유투버 이승국씨의 '세상 과묵한 사람도 수다쟁이 만드는 인터뷰 스킬'이라는 쇼츠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 사람이 관심있는 주제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말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면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열심히 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리더가 이승국씨같은 인터뷰어가 되어 구성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의미있는 일, 자랑스러워하는일, 업무에서의 진전 등]을 이야기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리더가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가집니다.
관심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관찰합니다.
관찰한 내용이 맞는지, 원온원 미팅을 통해 확인합니다.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인정과 칭찬을 해줍니다.
5)그렇게 된다면, '직장에서의 좋은 날'은 늘어나고, '나쁜 날'은 줄어들 것입니다.
리더 여러분! 좋은 인터뷰어가 되어 우리 팀의 웰빙(좋은 날은 많아지고, 나쁜 날은 줄어드는)을 높여봅시다!
김영학 in 인살롱 ・ 202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