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9이 끝났다. 지난 시즌의 평이 너무 좋지 않아서 쇼미도 이제 슈스케처럼 호흡기를 떼는 건가 했지만, 꽤 좋은 반응과 함께 ‘VVS’처럼 음원차트 1위 곡이 나오기도 하며 보란 듯이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은 악마의 편집도 없었고, 경쟁보다는 참가자 모두 스스로와의 싸움에 몰두하는 느낌이었다. 프로듀서들이 먼저 선한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쇼미에서 프로듀서는 조금 더 경력이 많고 성공한 Master이며, 참가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로서 역할과 책임이 있다. 그루비룸, 코드쿤스트, 자이언티 등 30살 전후의 젊은 리더가 참가자와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리더십 관점에서 사뭇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다. 참가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지원한다. 미리 비트를 준비해서 들려주며 참가자의 느낌을 묻는 다. 참가자의 음악적 견해와 다양성을 존중한다. 참가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끊임없이 격려한다. 방송에 나온 몇몇 모습을 가지고 이들이 훌륭한 리더라고 단정 짓긴 어렵겠지만, 그들은 좋은 음악을 만들고 멋있는 무대를 꾸미기 위해서 어떠한 리더십 행동을 해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게 아닐까. 김성근 감독의 한화가 실패한 뒤 이제 대중매체에서 카리스마 리더, 권위주의 리더를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람들도 이제는 구성원에게 지휘와 통제를 통해 Do & Don’t를 말하는 리더보다 친구 같고 솔직하고 힘들면 찾아가서 털어놓고 싶은 인간적인 그런 리더를 원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더욱 그렇다. Blog: Employee voice: An effective way to gather employee pulse — People Matters 디지털 혁신의 여정에 구성원이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은 이미 많이 해왔다. 디지털 혁신 부서에서 실무를 하면서 가장 고픈 것은 기술적인 전문성보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듣는 것이다. 단순한 불편, 불만족을 넘어 뒤에 숨어 있는 정확한 문제를 찾아내는 일은 만만치가 않고, 이미 유사한 고민을 했던 구성원의 지혜를 모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모든 과제에서 경험했다. 조직 구성원들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업무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제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구성원들의 발언 행동(voice behavior)에 대한 연구가 있어왔다. 많은 연구에서 직원들은 발언을 통해서 배우고,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비용의 문제를 수정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고 혁신의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기존과는 다른 생각과 의사결정, 해결책의 질을 증진시키며, 위험과 기회를 알아차리고 중요한 변화를 촉진시킨다고 하였다. 연구를 안 해봐도 느끼듯이 당연히 좋은 거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에서 리더가 구성원이 발언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일은 경우가 많다. 매년 사업계획을 짜는 회사는 연말마다 아마 내년에 뭐할지 아이디어를 찾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어떤 리더가 하루는 사업계획을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하자고 했다. A사원이 먼저 조심스럽게 아이디어를 말했다. B 대리가 이어서 말했다. C 대리가 또 말할 즈음에 리더가 말을 끊고 말했다. “브레인스토밍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라는 게 아니야! 좀 다듬어서 현실성이 있는 것 위주로 말하자고.” 리더십 연구에서도 최근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리더십이 리더 중심의 사고방식에 기초해 리더의 인성과 능력, 그리고 행동 스타일 등에 초점을 두었지만, 포용적 리더십은 팔로워에 초점을 두는 리더십 이론이다. 포용적 리더는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들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며,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등의 포용적 행동을 실행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업무방식이 있어도 생각과 태도가 전혀 다른 구성원들을 조직에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리더에게는 구성원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리더가 가진 능력을 활용하여 긍정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포용적 리더십은 구성원의 혁신행동이나 발언 행동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포용적 리더는 구성원들이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대인관계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약한 모습(실패, 멍청한 대답 등)을 보여도 괜찮다고 여기는 감정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나 사고 쳤다"라고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용기와 같다. 이런 리더와 같이 근무한다면 디지털화 수준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보고 잘못된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패에서 배운 Lesson learned를 나눌 것이다. 현재의 리더들은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주기에 어려운 면이 많다. 그들이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용적 방식이 너무 유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포용적 리더는 단순히 부드러운 리더가 아니라 공감하는 리더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는 리더도 처음 해보는 일이 너무나 많고, 구성원의 판단과 의견이 더욱 중요하다. 가트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CEO이 지금의 리더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이끌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영역이 HR에서 디지털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디지털 지식과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포용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장면은 이번 쇼미더머니의 우승자 릴보이의 마지막 무대이다. 오른쪽 염따가 자꾸 시선 강탈해서 집중이 잘 안되지만 프로듀서인 자이언티가 그를 꼭 안아주는 모습에서 나는 울컥했고 문자투표를 하느라 100원을 써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뜨거운 마음으로 구성원의 도전을 지지하고 구성원의 실패도 관용해주는 리더를 많아진다면 디지털 혁신이 아니라 더한 것도 잘 되지 않을까. P .S 다음은 포용적 리더십에 대한 측정 문항이다. 우리 회사의 리더를 대입하기 이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는 것도 새해에 할만한 일인 것 같다. 인살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성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잘 들어준다. 구성원이 업무수행 방법을 개선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면 귀 기울인다.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논의하는 데 개방적이다.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 언제든 필요할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상의하고 싶은 전문적인 질문에 잘 대답해준다. 언제든지 나의 요청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편하게 상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