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살롱백반, 아무튼...술
두 번째 이야기는 어쨌거나 누가 뭐래도, 아무튼...술. 입니다.
오랜동안 직장인의 애환을 달래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주었을 소주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요즘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조직문화’의 어제와 오늘이 어쩐지 평행이론을 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희 아내의 강력질문, '야, 근데 니네 HR이 말하는 조직문화란 게 대체 뭐냐?' 우리는 과연 무슨 대답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요
코로나 유행이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거리두기 단계는 여전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거나 만남을 가지기는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 연초 우연한 계기로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을 읽다가,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나지 못해 아쉬운 사람들에게 한잔의 술 대신 이 책을 온라인으로 선물했습니다. '만나서 술 한잔하고 싶은 마음을 대신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는데, 여러분도 한번 해 보세요)
여세를 몰아, 서양식으로 하면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기 전에 술이나 마실 것부터 물어오는 것처럼 오늘은 술에 관한 이야기로 연재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많은 술 가운데에서도 김혼비 작가가 ‘소주 오르골’이라 예찬하며 첫 잔을 따를 때의 쾌감에 대한 부분에 적잖이 공감하는 바, 소주를 소재로 골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소주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님을 밝힙니다. 술 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뭐 이런 클리셰(?))
제가 좋아하는 잡학을 덧붙이면,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슬이 처음으로 이즈백’류의 소주는‘(곡주 등을) 태워서 만든 술’ 즉 증류주라는 뜻에서는 약간 벗어난 개념의 술입니다. 많이 아실 것 같은데1960-70년대 쌀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양곡관리법에 의거 고구마와 타피오카에서 증류된 에탄올을 희석해서 만든 희석식 소주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먹거리 문제의 해결이 정권의 존재의 이유이자 당위 와도 같았던 시절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죠. 효율중심의 압축적 경제성장에 먹거리가 발맞추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 천개의 양조장이 존재하였다는 기록이나 흔적들이 사라지는 동안 소주라는 ‘주종의 다양성’은 상당시간 억제되다가, 최근에 이르러 ‘대장은 화요일에 품’ 같은 술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애환을 달래주는 데 수많은 시간 혁혁한 공을 세워주었을 소주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요즘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조직문화’의 어제와 오늘이 어쩐지 평행이론을 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의 직장인 세대들은 공격적인 에탄올의 맛이 좋건 싫건 권하면 마시고, 누적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와 시간을 통해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더 해가던 정경이 아마 낯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벌써 십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제 신입사원 시절에 회사는 ‘뉴비커먼센스딕쇼네리(가칭)’를 필독서로 지정, 급기야 “삼겹살을 잘 굽는 역량과,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상이며, 부장님이 택시 타고 돌아가시는 것 까지가 회식의 끝이라는” 반드시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만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당 도서와 저자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모욕을 주고 싶다며, 화장실 앞에서 엄지 발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꾸역꾸역 다 읽었습니다).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은 모여서 뭔가 하는 일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도생.
얼마 전 저희 아내가 원티드에서 하는 한 북클럽에 다녀와선, “야, 니네 HR이 말하는 조직문화가 대체 뭐냐?”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져 줬습니다. “응, 조직문화란 말야…심오한거지. (심호흡) 회사는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익집단이잖아?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몰입된 환경에서 자기개발의 실현이나 더불어 업무성과를 내는 게 되게 가능한 것인데 말야(gesellschaft), 조직문화는 개인과 회사 집단의 목적 달성을 촉진하게 하는 뭐 하나의 정신(spirit, geist)같은 거랄까?” 라고 말하고 보니, 저는 조직문화에 전문가도 아니고…뭐 대강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말았습니다.
“근데, 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봐. 내가 몇 해 전에 불굴의 해봤어 정신을 미국법인과 독일법인에 어떻게 주입 하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던 한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았을 때 실로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예전처럼 ‘하면된다’는 식의 슬로건이나 프로파간다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더구나 외국인들에게 주입/체화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닐까?”
그렇습니다. 세대라는 게 언제나 갈등과 긴장의 연속선상에서 조금씩 서로 타협하고 양보(체념)하며 인류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 온 것이고 보면, 우리 조직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이전과 달리 모색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매진하고 계시고, 저는 그저 뭣 모르는 하나의 논객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에 잠깐 등장했던 것처럼, 레트로 감성에 기댄 과거 정조의 반복이나 여전히 단일 주종을 가지고 새롭게 식탁에 올려 보려는 일련의 시도들은 재점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류의 소주를 소개하기 보다는, 이 소주에 맥주를 타든, 얼음을 넣든, 토닉워터를 부어 마시든 당신 취향대로 드시기만 하면 족합니다 라고 말하는 여유를 세우는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얼마전 읽은 불복종에 관하여.... 중에서 눈에 띄는 구절이 있어 잠시 공유 드릴까 해요.
*“조직인은 불복종의 역량을 잃은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복종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역사의 현 시점에, 의심하고 비판하고 불복종하는 능력이야 말로 인류의 미래냐 문명의 종말이냐를 가를 모든 것일지 모른다. (중략) 하지만 태어난 첫날부터 아이들은 순응의 가치를 비정상적으로 존중하는 태도, ‘남과 다른’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득 주입 받는다. 이렇게 해서 가정과 학교에서 ‘조직인’이 길러지며, 거대 조직에서 교육이 완료되고 나면 이런 조직인들은 견해는 있으되 신념은 없는 상태가 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지만 불행한 상태가 되며, 익명의 비인간 권력에 자발적으로 복종해 자신의 삶과 심지어는 아이들의 삶까지 기꺼이 희생시키고자 하는 상태가 된다.”*
무려 40년 전에 쓰여진 책이 오늘날까지 시사점을 준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이 책이 요즘 시절의 인사부서 그리고 조직문화에 관련된 일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하나의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복종에 관한 단순한 문제를 제쳐두고서라도... 과연 우리가 조직인을 만들고자 또 하나의 정신을 주입하는 것은 아닌지, 다양성과 유연함에 대한 포용과 존중을 말 하면서, 결국은 또 다른 형태의 정신과 에토스에 복종하도록 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건 아닌가 말입니다. 우리가 조직문화라고 앞에 내놓고 하는 많은 일들을 적나라하게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여기 있지 않나 생각 합니다. 아무튼,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데 쓰이는 물건도 술 이요, 숙취로 고생하며 두번 다시 입에 대면 내가 멍멍이라고 후회를 하게 만드는 물건도 술입니다. 모쪼록 조직문화가 건전한 하나의 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화학적 결합의 촉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도 계속 고민 하렵니다.
.김혼비. (2019). 아무튼, 술. 파주: 제철소 (애독자로 여러권 구매하여 인세로 돌려 드렸으니, 모쪼록 김혼비 작가님께서도 이 제목 사용을 허락해 주시는 아량을 베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영미. (1994). 서른, 잔치는 끝났다. 파주: 창작과비평
... 소주의 역사. (2020/11/26). Retrieved 2021/01/31. https://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EC%9D%98.%EC%86%8C%EC%A3%BC
.... 에리히프롬. (1981). 불복종에 관하여. 김승진 옮김. (2020). 서울: 마농지.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2.22 HR 새내기의 기업문화 입문기 01. 업무 영역 설정하기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단어, "기업문화".약 1년 전부터 기업문화에 대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홍보직무로 입사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인사팀으로 발령받아 기업문화 업무를 맡고 있는 HR 새내기입니다. 주전공이 신문방송학이고 홍보직무를 준비했기에 '사내 커뮤니케이션' 혹은 '조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는 익숙했지만, '기업문화' 혹은 '조직문화'라는 단어는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HR의 한 분야라는 사실도 발령받고 업무에 대해 공부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기업문화협의체와 주니어보드 운영 등 주어진 업무를 통해 기업문화의 첫 발을 떼기 시작했지만, 전임자가 명확하지 않은 새로운 업무였기에 "HR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기업문화 업무는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업무 영역을 구축해야할까"에 대해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개념을 잡기 위해 다양한 서적과 강연, 타사 사례 등을 찾아봤고 이 과정 중 원티드에서 진행하는 강연과 인살롱에서 기업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규정해 본 HR에서의 기업문화 업무영역 4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가치체계 수립(미션, 비전, 핵심가치)**기업문화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목표와 지향점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합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미션, 비전, 핵심가치로 대표되는 가치체계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어떤 회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핵심가치 실천행동이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 그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기도 하고 기업문화 자체를 브랜딩하여 회사의 가치체계와 또 다른 기업문화만의 가치체계를 수립하기도 합니다. 어떠한 방법을 선택하던 기업문화라는 넓은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목적지를 확실히하는 것이 업무의 첫 단계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2. 설문조사 및 인터뷰(기업문화 현황 및 개선점 파악)**가치체계를 수립하여 방향성을 설정했다면 도달하기 위해 개선해야할 부분은 무엇일지, 임직원들은 기업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봐야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기업문화 진단, 조직건강도 진단(Organizational Health Index), 직원의식조사(Employee of Survey) 등 다양한 방식과 이름으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에 대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점과 추진 과제를 도출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고 이것이 잘 이루어졌는지 또 다시 진단하는 일련의 사이클을 구축해야합니다. 단발성으로 진행되거나 진단의 주기가 길어지게 되면 임직원들이 무관심해지거나 진단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3. 공감대 형성을 위한 사내 커뮤니케이션가치체계를 수립하고 개선점을 파악했다면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한 조직 내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기업문화 담당자 혼자 조직 전체의 기업문화를 변화, 개선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조직 내 분위기를 조성하기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경영진과 유관부서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업문화 관련 협의회나 협의체, 위원회 등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직원들 중 기업문화 Facilitator나 주니어보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발하여 기업문화 지향점을 전파하고 변화에 동참시키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4. 조직개발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HR에서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Action Plan 중 하나는 조직개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본부나 팀 단위 워크숍을 통해 기업문화를 포함한 가치체계를 전파하고 내재화하는 활동을 진행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해 토론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고민한다거나 본부나 팀 단위 미션과 비전을 수립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위 4가지가 보상이나 인사기획, 채용 등 다른 업무와 중복되지 않는 기업문화 고유의 업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1. 가치체계를 수립하고2. 진단을 통해 개선점을 파악해3.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조직 내 공감대를 형성하고4. 조직개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직접적으로 전파하는일련의 과정이 연속적으로 수행되어야 상호 간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더 큰 효과를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이 4가지 업무에 살을 붙여가면서 기업문화 업무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1가지 업무씩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예정이며, 교육파트에 속해있다보니 HRD 측면에서 기업문화 업무를 바라봤을 수 있다는 점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 기업문화 업무 영역에 대한 의견이나 사례가 있다면 공유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새내기를 위한 선배님들의 따뜻한 조언을 기다리겠습니다.
전민제 in 인살롱 ・ 2021.02.25 할 말은 하는 직원들! 구성원 행동주의 확산
2018년 11월,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업무 수행을 거부하고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도쿄에서 시작된 시위는 하루 만에 전 세계 50개 도시, 2만여명의 구글 직원들이 참여하는 시위로 확산됐다. 특히 시위를 주도한 구글 직원들이 회사에서 인정받던 우수 인력들이었다고 알려지면서, 이러한 시위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구글 직원들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선 표면적 원인은 고위 임원의 성 추문 사건 때문이다. 회사가 해당 사건에 연루된 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관련 사건에 대해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촉발된 것이다. 하지만 내외부 관계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라는 구글의 행동 강령(Don't be Evil)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직원들의 문제 인식을 지적한다.
고위 임원의 성 추문 사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가두시위에 나선 구글 직원들 / 출처 : 뉴시스
기존과는 다른 주제와 행동 방식으로 참여
기존의 구성원들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순응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이는 충성심이 높은 직원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지게 달라진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구성원 행동주의Employee Activism」**1)**의 부상이다. 구성원 행동주의란 직원들이 회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집단행동을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구성원 행동주의는 직원들의 집단행동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조합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는 기존의 집단행동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구성원 행동주의는 주제나 행동 방식 등에서 기존 노동조합을 통한 의견 표출 방식과는 다르다.구성원 행동주의의 주제는 기존 노동조합이 집중해 왔던 개별적 근로조건 이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윤리 경영, 성추행-성폭력, 갑질 문제, 인권 경영이나 환경 이슈 등이 그것이다. 참여 주체에 있어서도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애사심 높은 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구성원 행동주의, 왜 촉발되고 확산되는가?
구성원 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은 크게 다음 3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① 주체의 변화 : 적극적 사회 참여 인식을 지닌 'MZ세대의 등장'MZ세대의 등장은 구성원 행동주의를 촉발시키는 가장 핵심적 요인의 하나이다. 국내 한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세대 중 약 65% 이상은 'SNS에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2)**이처럼 기존 세대에 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높은 MZ세대는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되기를 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은 회사의 정책이나 경영진의 행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② 소통 방식의 진화 : 구성원 행동주의 확산의 강력한 도구인 'SNS'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으며, '좋아요' 버튼 하나로 쉽게 타인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시공간적 제약이 해소된 SNS는 구성원 행동주의를 촉발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2019년 미국의 온라인 가구 판매 업체인 웨이페어Wayfair 직원들은 정부의 비인권적 이민정책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며 이민자 수용소에 대한 가구 공급 철회를 요구했다. 직원들의 요구사항은 페이스북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후 집단 시위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아시아나그룹의 '미투' 등의 사건들 역시 '갑질 경영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블라인드Blind3)**에서의 구성원 폭로가 도화선이었다.③ 사회 인식의 변화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확산2019년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이윤 창출과 주주 이익 실현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업의 존재가치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BRT(Business Round Table)의 성명에는 아마존,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업의 CEO 181명이 참여했다. 뉴욕타임즈(NYT)는 "주요 기업들이 오래된 경영 원칙을 변경했다"며 "이는 기업이 직면한 사회적 책임 및 감시 강화에 대한 무언의 인정"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구성원 행동주의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직원들은 기후 변화 예방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집단적 행동을 했고 회사는 환경 기금 100억 달러(약 12조원) 기부를 발표했다.
구성원 행동주의를 기회로 만든 나이키
구성원 행동주의가 모든 기업을 위기로 내몰지는 않는다. 구성원 목소리에 항상 깨어있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기업은 구성원 행동주의를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이다.
2018년, 나이키 CEO 마크 파커는 여직원 단체에서 진행한 여성 차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접한 이후 기업 문화 혁신을 약속했다. CEO는 사건에 연루된 6명의 고위급 남성 임원을 퇴출시켰고, 관련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인사 업무 전반에 대한 포괄적 재검토를 진행해 내부 성폭력 보고 절차를 개정하고 관리자들의 관련 교육도 의무화했다.여직원들의 집단행동을 계기로 촉발된 조직문화 혁신 과정은 조직 내 팽배해왔던 나이키의 '브로 컬처Bro Culture, 남성 중심 문화'에 제동을 걸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대규모 파업을 맞았지만 나이키는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치를 통해 긍정적인 조직문화 개선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구성원 행동주의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과거와 달리 이제 '할 말은 하는 직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됐다. 앞으로 기업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되고, 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강화되면 구성원 행동주의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행동주의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기업 이미지 하락, 우수 인재 이탈 등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앞서 살펴본 나이키의 사례처럼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 기업의 조직문화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구성원 행동주의 부상에 주목하고 회사가 처한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개별 구성원들에 대해 보다 정교한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 그동안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직원들, 특히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직원들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구성원 행동주의에서는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일반 구성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의 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청취하고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이를 반영해 최근 구성원 설문조사에 빅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의견 청취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텔은 10만 명에 달하는 구성원들의 인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감정 분석 프로그램4)을 활용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궁금증과 오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신입사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둘째, 세대와 계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노동조합과 같은 전통적 대의 기구가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소통 채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최근 많은 기업들은 리버스 멘토링을 통해 신세대의 요구를 경영에 반영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 델은 공통의 관심사와 배경을 지닌 임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ERG**5)를 활성화해 조직 내 다양성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셋째, 기업 가치는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확고히 하기 위한 CEO의 행동은 즉각적이고 단호하며 문제의 본질을 짚어야 한다.** 최근 구성원 행동주의 사례를 보면, 직장 내 윤리 문제뿐 아니라 환경, 인권 등 사회-정치적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의사결정이 기존에 추구해 오던 가치와 괴리될 때 직원들은 가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서 경영진은 과거보다 더 높은 기준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기업의 가치를 직원들과 공감하고 실천해야 한다.예컨대, 펩시코Pepsico는 전임 CEO인 인드라 누이 시기부터 '목적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 PwP'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PwP의 핵심은 환경 보호, 고객 가치, 임직원 웰빙을 재무적인 목표와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PwP의 실천 결과, 펩시코는 제품과 생산 공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순매출은 80% 성장했으며 주가 수익률도 업계와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등 재무적 성과도 달성했다. 이러한 펩시코의 혁신은 CEO가 중심이 되어 보다 높은 수준의 기업의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한 좋은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액티비즘
Activism
은 원래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대중의 집단적 행동을 의미했으나 최근 기업 내에서도 유사한 행동양식이 표출되면서 Employee Activism, 즉 구성원 행동주의로 알려지기 시작함.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1534세대가치관조사>, 2019. 11
구성원 설문조사에 포함된 주관식 응답뿐만 아니라, 사내 게시글, 게시물에 대한 댓글 등을 포함해 구성원들이 회사나 정책, 제도, 회사 생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분석함.
ERG(EmployeeResourceGroup)는 성별, 출신배경, 취미나 공통관심사 등으로 연결된 사내 커뮤니티로서 멘토링, 자원봉사, 네트워킹, 리더십 개발, 지역사회 참여 등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수행함.
글.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창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해당 기사는 HR Insight 2021년 1월호 기사를 재편집하였습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