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조직에서 CEO의 지시사항으로 전사 소통을 위한 주니어보드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탑의 의지도 확실했고, 직원들의 기대감도 높았으며, 무엇보다 주니어들의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주니어들의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잘 정리하고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 달라며 외부 구성원인 나를 따로 부를 정도였으니 운영을 잘 해보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해 말.주니어보드의 구성원은 이직을 하 거나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처음에 접한 소식은 대부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니어보드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오너십을 갖고 진행하라는 뜻으로 난 발령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당사자들의 말은 달랐다. 모두가 기피하는 지방에 있는 지사 또는 해외 지사로 발령이 났으며, 그나마 본사에 있는 인원들은 선배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거였다. 이 주니어보드는 왜 이렇게 됐을까? 주니어보드의 권한 조직 내에서 임시 조직을 운영할 때 고려할 점은 조직 그 자체보다 그 임시 조직에 기대하는 바를 프로젝트의 개념으로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프로젝트는 시간, 비용, 범위의 삼각 관계를 유지하며 나머지 두 요소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한 요소만 변경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업무를 진행하다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오면 세 가지 요소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주니어이기 때문에 권한을 다 줄 수 없다면 변경이 될 경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좀 넓게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이 주니어보드의 경우에는 비용 변동의 이슈로 한 번 무너졌다. 우선 주니어보드 운영을 시작할 때 주니어보드 구성원들은 본인들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체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과정까지 왔는데 구성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팀에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이 생겼으니 ‘대충’ 만들어서 빠르게 시험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함에 있어 좀 더 빠르게 만들어 다양하게 시험을 해보려면 비용이 더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했더니 증액은 받지 못 하고 그 이후부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니어보드의 역할 이 주니어보드가 처음 생길 때는 전사 소통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애매하게 시작이 되다 보니 주니어보드는 회사에 구성원이(특히 주니어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이야기 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요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요구하는 근거와 실제 그 요구가 받아들여졌을 때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아이디어 를 모으고 프로토타 입을 만드는 일만 하게 된다. 여기서 빠진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이 소통은 ‘서로’ 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구성원이 요구하는 이야기만 전할 게 아니라 주니어보드가 나서서 주변 직원들에게 회사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스피커와 안테나의 역할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했던 것이다.일방적인 소통은 어떤 면에서 폭력과 참 많이 닮았다. 반복되다 보면 어느 쪽에서든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내가 만난 어떤 CEO는 주니어보드의 구성원들이 ‘센스 있게’ 회사의 스피커와 안테나 역할이 되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그런데 명확한 가이드와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센스’를 발휘하는 건 10여년간 조직문화를 해온 나도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