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의 욕구위계설은 왜 삼각형인가? 매슬로의 욕구위계설은 보통 삼각형으로 표현된다. 하위 욕구에서 상위 욕구로 갈수록 욕구의 크기가 작아진다. 이것은 상위 욕구일수록 욕구가 작다는 것일까 아니면 욕구를 충족한 사람이 적다는 것일까? 매슬로의 책을 살펴보니, 후자였다. 특히, 최상위에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는 누구나 있지만 일부만 자아실현의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을 원하는 사람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만인의 투쟁은 불가피한 것일까? 회사에서 직원들이 하위의 결핍 욕구는 채울 수 있지만, 상위의 성장 욕구는 충족할 수 없는 것일까? 이 문제로 무척 고심하다가 한가지 해법을 찾았다. 만약,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공유한다면,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해법을 찾은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은 정반대였으니까. 경영자의 목적은 직원들에게 공유되지 않고, 목표만 공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유란 가슴으로 공감하고, 자신의 목적으로 수용하는 내적 동기의 과정이다. 목적이 공유되면, 목적이 개인화되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자아실현의 과정이 된다. 일의 과정이 즐겁고 결과는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협력 관계가 된다. 공지는 머리로 이해하고, 타인의 목표를 수행하는 외적 동기의 과정이다. 목표가 공지되면, 목표는 남의 것이고, 목표를 수행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과정이 된다. 용병으로 일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일의 과정이나 결과보다 보상에서 즐거움이나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서 서로 다투는 경쟁 관계가 된다. 이처럼 목적이 공유되느냐 혹은 목표가 공지되느냐에 따라서 일과 관계의 질이 크게 달라지고, 욕구 충족도 영향을 받는다. HR은 무엇의 약자인가? 조직은 복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공식적인 혹은 비공식적인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관계는 목적이 누구의 것인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HR을 Human Resource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인적 자원으로 본다는 것은 직원을 목표 달성의 도구, 혹은 성과의 도구라고 보는 것이다. 헨리 포드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손인데, 왜 머리도 같이 오는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그에게 직원들은 기계나 다름없는 자원이었을 것이다. 교육이나 워크숍에서 조직 구성원들에게 HR이 Human Resource의 약자인데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 물어보면, 자원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현실이라고 체념한듯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 누군가의 반응을 보며 대개의 사람들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학습된 무기력으로 침묵한다. 다들 그 느낌 아니까. 사람들에게 HR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보자고 하면 자주 나오는 의견은 Human Respect이다. 이 표현에는 존중받고 싶은 욕구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모두 담겨 있다. 무엇을 존중받고 싶은지 재차 물어보면, 자신의 관점, 역량, 의견, 감정, 사생활 등 다양하다. 한마디로 자신의 자율성을 존중해달라는 외침이다. HR을 Happy Relation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간혹 있었다. 무엇이 행복한 관계냐고 물어보면,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 상사와 신뢰 관계에 대해 많이들 얘기한다. 맥킨지의 ‘The boss factor’라는 자료에 따르면, 직무만족의 39%는 대인관계에서 오고, 대인관계의 86%는 상사와의 관계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직원에게 상사는 스트레스를 부르는 이름이다. 직장인의 75%가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상사만 탓할 수는 없다. 리더십의 문제는 리더의 개인 탓이 아니라 리더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HR을 Human Realization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체스터 바너드는 ‘조직은 협력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김용진 대표의 ‘조직은 공동의 목적을 위한 협력 시스템’이라는 표현이 더 와 닿는다. 배종석 교수의 표현을 빌어서, ‘조직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목적이 내 것이라면 나는 그 일의 주역이지만, 남의 목표라면 나는 용병이나 자원에 불과하다. 나는 어떤 인간 관계(Human Relation)를 원하는가? 사람을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이라고 하지 않고, 인적 자산이나 인적 자본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표현이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점은 똑같다. 그래서 요즘은 HR이라는 말 대신에 다른 표현을 쓰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강성춘 교수는 ‘인사이드 아웃’에서 인적자원 관리라는 말 대신에 사람 관리(People management)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람(People)’이라는 표현 대신에 ‘인재(Talent)’라는 말도 조직에서 종종 쓰이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HR이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HR이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Human Resource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HR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것은 결국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것이니까.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두 권이다. 장 폴 샤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혹은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두 책 모두 무척 얇지만, 생각할 것은 무척 많은, 그래서 무거운 책이기도 하다. 좀더 가벼운 책을 원하는 분들은 리드 헤이스팅스 등의 ‘규칙없음’도 강추이다.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만인의 투쟁이 아니라 목적 공유와 협력 관계로 충족될 수 있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