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전문가로 걸어갑니다
안녕하세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HR전문가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김문규라고 합니다.우선 기고만장 커뮤니티의 멤버로 시작하고, 이렇게 인살롱이라는 HR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게 되어 영광입니다. 글의 주제를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HR 관련된 저의 생각을 처음으로 공유하는 공간이고 아직까지 글을 써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선,후배님들께서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더 큰 것도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글을 7년차 HR 담당자의 경험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첫 번째 글에서는 **'저의 회사별 커리어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의 대한 소개글을 시작으로 저의 HR철학, 회사 내 경험 (중견, 스타트업, 대기업) 을 토대로 한 여러 인사이트, HR전문가가 되기 위한 활동 등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회사 내 경험은 최대한 해당 회사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적고자 합니다. 해당 회사에 혹여나 폐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A 회사의 경험'보다는 'A 회사를 경험한 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이 누군가와 비슷한 길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의 Experience Sharing이 단 한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 값진 것이 되길 바랍니다. 1. 연말정산으로 마주한 인사의 길누구나 취업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절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대학 생활 동안 언론학과와 경제학과를 전공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취업의 길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중견기업의 연말정산 인턴 공고에 도전을 하였고, 최종 합격이 되어 인턴으로 인사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연말정산 관련 교육을 받고 A라는 대기업의 아웃소싱 연말정산 실무자로 인턴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턴 종료 이후 정규직 전환 면접에 지원 및 합격하였습니다. 첫 회사에서 지금도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입사 동기들도 만나고, **인사의 기본이 되는 보상 중 Payroll 부분을 여러 교육과 실무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Payroll은 보상의 한 파트로 크게 급여, 근태, 4대보험, 원천세, 퇴직금, 연말정산 등의 실무를 의미합니다. 근무하는 동안 10개 이상의 고객사의 Payroll업무를 하고 특정 대기업의 연말정산 리더로서 역할을 담당하며 월 천 만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였습니다. 보통의 인사 담당자는 회사에서 지원 조직이기에 매출 또는 영업의 경험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 초년생 때 가졌던 이런 경험이 **'비지니스를 이해하는 HR담당자'**로 성장할 수 있는 큰 토대가 되었고, 인사 업무의 탄탄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회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지원 직무 (경영관리, 인사, 재무 등)에서는 현업의 고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벌어오는 것의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자산이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Payroll 업무 경험이 HR에서 꼭 필요한지 궁금해 하시곤 하는데요, 저는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채용부터 퇴사까지가 인사 관리 영역이기에 보상의 큰 흐름을 인사 관리 영역에서 익히고 동시에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법 지식을 습득하며 실무에 적용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2. In House 길로 들어서다입사 2년 후 저는 인하우스 인사 담당자로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2년 동안 다져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화장품 원료와 건강기능 식품의 제조를 하는 탄탄한 중견기업의 인재개발팀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제조업이 근간이다" "제조업 경험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하였습니다. 저의 두 번째 회사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이천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미국과 중국에 법인을 둔 글로벌 회사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곳에서 **'제조업 기반의 보상 관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작게는 이천 생산직 분들의 근태부터 공채 채용 기획 및 운영, 임원(10명 이상) 보상 운영, 사무직 급여 및 원천세 관리, 미국 및 중국법인과의 협업 등을 경험했습니다. 시스템 적으로는 SAP, 더존을 동시에 운영하여 재무팀, 회계팀과 많은 코웍을 하였습니다.저는 이 기간을 'In House의 전환' 을 이룬 시기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배운 것은 제조업 회사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90년대 부터 이어져온 한국식 인사 관리를 경험하였는데요, KPI와 같은 목표 설정과 평가(업적평가, 역량평가), 그리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방식, 계열사와의 협업 등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혹 제조업의 HR담당자로의 전환 또는 입사를 고민하신다면, 한국식 인사관리를 배우실 수 있으거라 생각됩니다. 3. 스타트업 길을 걸어가다위에 말씀 드린 기간을 개인적으로 저의 **'HR 주니어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 기간 때 많이 혼나고 배우면서 HR전문가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2018년 중순에 새로운 도전의 길인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뉴스타트를 합니다. 지금은 스타트업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2018년 중순에는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이 흔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스스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시기였고 시리즈 A 100억 이상 투자를 받을 정도로 전도 유망한 비지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던 스타트업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당시까지만 해도 네이버에서 회사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지만, 신선하고 재밌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습니다.저는 'HR 주니어 기간'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거의 아무 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회사 내 많은 것들을 직접 도입하고 만들었습니다. 작게는 취업규칙 및 여러 제도 정비부터 HR시스템 세팅, 평가 제도 기획 및 운영, 복리후생 제도 기획 및 운영, 직장어린이집 설립 등 HRM에서의 대부분의 파트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것이 많습니다. 저의 꼼꼼함, 책임감이라는 강점을 신뢰해주셨고 파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그러한 기대에 최선을 다해 응하였고 조금씩 HR에 대한 저의 철학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가장 좋았던 경험 중 하나는 대표님이 저의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회사 모두 500명 이상의 중견 기업이기에 대표님을 다이렉트로 만나는 경험 자체를 가지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렇기에 저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동기부여가 많이 될 수 있었습니다. 혹 이 글을 보시는 스타트업 CEO 대표님들이 계시다면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보상도 중요하겠지만 따뜻한 관심과 인정의 표현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관심과 인정의 표현 중 구성원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것을 꼭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노무법인과의 노무리스크 햇지 프로젝트, 정부 지원의 인사 제도 컨설팅, 외부 컨설팅 업체와의 보상제도 세팅 협업 등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당시 대표님과 팀장님, 동료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지금은 바야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 입니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고, 동시에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인사담당자 경험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과 구성원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피부로 와닿는 성과와 인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혹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전환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시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4. 대기업 길을 시작하다항상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던 고민이 있었습니다. 대기업 출신이 아니라는 부분이었습니다. 대기업 출신이라고 하면 보통 대기업에서 공채 또는 신입사원으로 시작한 Case를 뜻합니다. 대기업의 탄탄한 프로세스 뿐 만 아니라 천 명 이상의 인원들을 관리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습니다. 이것은 제가 MBTI에서 'S'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실제로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채우고 경험하기 위해 3년간의 스타트업 여정을 마친 후 현재는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로 평가/보상의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해당 길을 걸어간 지 이제 7개월차에 들어섰는데요, 너무 좋은 분들 사이에서 성장하며 고민하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이 길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배울 수 있는 멘토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이 많은 것을 주도적으로 찾고 결정해야 했던 스타트업 시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1만시간의 법칙'을 많이 듣곤 합니다. 이 말의 본질은 1만 시간이라는 절대적 시간도 맞지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할 때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길을 걷는 순간 순간이 성장이자 동시에 '찐' HR전문가로 다가가는 시간이 되길 희망합니다..글을 마치며.**저의 '회사별 커리어 경험'을 소개하면서 제가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부족하지만 적어 보았습니다. 저의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스타트업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 HR직무를 희망하는 취준생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직의 절대적 횟수에 대한 염려보다는 성장할 수 있는가? 배울 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지에 따라 회사를 결정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걸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걸어가려 합니다. 혼자 보다는 같이 할 때 더 크게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수 많은 동료 분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며 걸어가고 싶습니다.저의 글 솜씨가 정말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1.31 HR을 꿰뚫는 조직문화
요즘은 '회사'가 대화의 주제에 끼어있는 자리에는 '조직문화'라는 워딩이 빠지지 않고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 사이에서도 이직을 생각하는 많은 경력자들 사이에서도 "조직문화가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어요. 좋은 인재들은 우리와 함께 일해요"라며 회사를 홍보하기 바쁩니다. 지금보다 조금 이전(음 대충.... 그러니까.... 2010년 이전, 네 아재입니다 ㅠ)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그리고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기도 했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나름 회사의 전면에 나와 있었습니다.(인화, 혁신, 도전 뭐 이런 회장님이 직접 쓰신 사훈, 네. 그런 것들이 전부 조직문화입니다) 그렇다면 왜 최근에서야 조직문화가 이렇게 각광받게 된 것일까요? 저는 이 답이 실리콘밸리의 엄청난 성공에 있다고 봅니다.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그들의 성공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조직문화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궁금해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구글, 넷플릭스 등은 조직문화와 관련된 책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저도 관련된 서적을 대부분 읽었고 지금 이 글을 쓰게 되는 바탕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네. 그들은 그들의 성공이유로 "우리의 조직문화"를 설명했죠.
.많은 HRer들이 읽었을 그 책.
그렇다면 도대체 조직문화가 무엇이고, 이 조직문화라는 것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왜 조직문화는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각광받는 것일까요?그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조직문화는 무엇일까요?조직문화라는 말을 참 많이 들어봤지만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 참 어렵습니다. 정의된 말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구요. 저는 어떤 개념에 대해서 이해할 때 사전적 의미에 주목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조직문화'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둘로 나눠서 봐야겠죠.조직이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룸. 또는 그 집단.'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문화는요?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되어 있네요. 이를 하나로 묶으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인 집단 내에서의 행동 양식'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인 집단이니, 좀 더 편하게 설명한다면 일하는 곳에서 돈 벌기 위한 행동 양식, 즉 일하는 방식과 그들이 원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우리가 뭔가 멋스럽게 이야기하지 않고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시되지 않았죠. 사훈(일하는 방식), 인재상(원하는 사람들의 성향) 등은 그냥 간판에 걸려있는 것이지, 내가 일하는 것과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조직문화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내가 일하고, 평가 받고, 보상 받는 것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조직문화가 조직 내에서 작동하는 로직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조직문화라는 것은 내가 속해서 일하는 곳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걸까요?우리는 회사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하게 됩니다. '일을 한다'라는 것을 법적으로 표현한다면 '근로를 제공한다'가 되겠지요. 근로자가 근로라는 급부를 제공하게 되면 근로자는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임금'을 받게 됩니다. 즉, 근로 제공의 가치 = 임금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을 하나요? 네. 평가라는 방식을 통해서 측정하게 됩니다. 그럼 또 평가는 어떻게 하죠?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직무, 연차, 직책, 역할, 사업계획 등을 고려하여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얼마나 달성하였는지(성과)에 따라 그 수준을 매기게 됩니다. 각 회사마다 기준이라는 것이 다를 것입니다.만약 한 회사에서 '우리는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만 본다'라고 하면 기준은 성과달성율이 되겠죠. 하루에 1시간만 일해도, 다른 구성원과 마찰이 있어도, 내 성과를 위해 다른 이의 성과가 희생되어도, 약간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였어도 결과가 훌륭하다면 해당 인원은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하려 할 것이고(그래야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보상을 받게 되니까요),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되겠지요. 결과를 잘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일하고, 그러기 위한 성향을 더 갖추어 가는 것, 이것이 그 회사의 조직문화인 것입니다.무척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조직문화라는 것은 이렇게 조직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예를 든 회사는 나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일까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응원해주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가진 곳은 좋은 조직문화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방향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이 있을 뿐이죠. 즉, '좋은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라고 표현하기 보다 '조직문화가 명확하고, 회사의 미션 및 제도와 잘 정렬되어 있다'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지요.조직문화가 명확하고, 회사의 미션 및 제도와 잘 정렬되어 있다면 구성원이 한 방향을 향해 일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힘은 한 방향으로 모아질 때 극대화되겠죠.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적인 리더를 중심으로 rank-driven 문화를 통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냈으며, 구글은 구성원 각자의 역할에 따라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role-driven 문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여기서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방식이 다를 뿐이죠.
.Rank vs Role Driven.
이렇듯 조직문화라는 것은 딱 하나로 쪼개어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조직문화는 명확하되 모든 것을 아울러야 하며, 일정하고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구성원들의 몰입을 위해 다양한 제도들을 기획하는 HR 기획자들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제도, 구성원들이 우와!하는 제도 아니라, 우리의 조직문화와 궤(軌)를 같이하는 제도여야 할 것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2.02 지하주차장에서 만나 안방에서 헤어지다 - 단 일주일 간의 만남이 남긴 것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마음이 다급했다. 떨리기도 했다. 지하 주자창을 향하는 길이었다. 방금 아파트 소통공간 앱에서 눈길을 끄는 제목을 본 직후였다. “지하 4층 주차장에 고양이 한 마리” 라는 제목을 클릭했더니 화면을 채운 사진 한 장! 자동차 아래에 겁먹은 표정의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찍힌 사진이었다. 이어진 네댓 줄의 글. “냥이가 어디로 들어왔을까요? 아직은 어린 거 같아요. 자꾸 울어요. 차도 많고 밖으로 나갈 수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읽자마자 뒷주머니에 쥐포를 쑤셔 넣고 생수 한 병을 들었다. 후다닥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바쁜 내 마음을 몰랐다. 느긋하게 하강하면서 몇 차례나 마음을 활짝 열고 주민들을 맞았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쩌다 거기까지 내려갔을까? 무사해야 할 텐데…’ 지하 4층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야옹, 야옹 소리를 내었다. 주차장을 살피면서도 의구심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이 아이를 부르는 데 효과가 있기나 한 걸까?’ 굉장히 넓은 주차장이다. 아파트 건물과 오피스텔 건물을 합치면 8개 동이나 된다. 만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빨리 아이를 찾았다. 애앵거리는 소리 덕분이었다. 구슬프게 들리는 소리를 찾아갔더니,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여주고 있었다. 아이는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은 채로 먹기와 울기를 반복했다. 나는 옆으로 가만히 다가섰다. 앉아서 잠시 아이를 지켜보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급하셨을 텐데) 먹거리를 고루 챙겨오셨네요?”“반려묘 한 마리와 같이 살거든요.” 나보다 고양이를 많이 알 거라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과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녀가 입양한다면, 걱정도 끝이었다. 나는 곧 스승과 함께 미사를 드리러 갈 참이었다. 그 날은 소천하신 사모님의 10주기 추모 예배가 있는 날이었다. 그녀의 생각을 넌지시 물었다. “어떡해야 할까요? 주차장에서는 나가야 할 텐데. 혹시 데려가실 건가요?”“제가 그럴 사정은 안 되어서요.”“그럼 망월천까지 제가 바래다줄까요? 아니면 저희 집이 양평인데 그곳에 옆집과 앞집에서 길냥이들을 돌보거든요. 그곳에 두면 더 나을까요?”나의 아이디어에 그녀는 보호자를 자처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래주시면 너무 좋죠.”“어떻게든 이곳에서는 데리고 나가야겠군요. 같이 잡아 주실래요?” 둘이서 마음을 합쳐 아이를 잡았다. 생각보다 쉽게 잡혔는데, 가방에 넣다가 아이가 순식간에 달아났다. 다른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서 잔뜩 경계했다. 그녀의 노련한 유혹 덕분에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힘이 셌다. “아파트 앱에 소식 올려주세요. 저도 알아볼게요.” 아마도 입양자를 알아봐 준다는 얘기였으리라. 그녀는 인사하면서 들고 내려온 습식 간식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열었더니 순식간에 녀석이 나를 피해 구석으로 달아났다. 화장실 선반 위로 도망간 녀석에게 습식 간식을 내밀었더니 순순히 받아먹는다. 오랫동안 굶었나 보다. 주차장에서도 이미 100g은 될 법한 사료를 먹었지만, 집에서도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면서도 간식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미사에 늦진 않겟지만, 얼른 출발해야 했다. 아이를 어떡해야 할까? 집에 둘 수도 없어서 일단 데리고 나왔다. 아이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며칠 동안 보호해 줄 사람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지인 한 명이 승낙했다. 미사를 마치자마자 데리고 가기로 했다. “동네 수퍼나 편의점에서 깨끗한 박스 하나만 구해다 주면 고맙겠어요.” 염치없는 당부를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도 추모 예배는 길지 않았다. 미사를 마치고 차에 타서야 잠깐의 짬이 생겼다. 아파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지하주차장에 홀로 있게 할 순 없어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함께 계셨던 분의 조언과 도움이 컸네요. 지인이 임시 보호해 주겠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중입니다. 입양하실 분이 계시면 말씀해 주세요. 잘 보살피고 있다가 고이 데려다 드릴게요.” 아이는 그날부터 지인의 집에서 일주일을 지냈다. 날마다 전화하여 소식을 물었고, 지인이 보내준 동영상을 보면서 안부를 확인했다. 정성껏 돌봐 주어 고마웠다. 하루가 다르게 경계를 풀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사흘이 지난 후에는 거실에서 혼자 뒹구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면서 ‘얼른 입양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균열이 생기면 언젠가는 무너지는 법이다. 내 마음의 흔들림은 오래 가지도 않았다. 어느새 나는 보호자가 안 나타나길 은근히 바라기 시작했다. 아이와 살아 보자는 마음이 조금씩 커졌다. 머릿속으로 온갖 계획과 구상을 세우고 수정하고 교정했다. 안방을 내어주기로 했다. 입양을 위한 준비물을 구입했다. 숨숨집(고양이집), 스크레쳐, 캣타워, 화장실과 모래, 고양이 삼푸, 이동장을 갖췄다. 고양이의 관점에서 안방 가구를 재배치했다. 다행스럽게도(!) 원래의 보호자도 새롭게 입양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는 안방을 싸악 정리했다. 가구를 덜어내고 녀석이 숨을 만한 공간의 먼지를 훔쳐냈다. 아이의 배변 공간이 될 안방 화장실도 깨끗이 청소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아이를 잘 돌봐 준 지인의 집에 들러서 아이와 서너 시간 동안 얼굴을 익혔다. 지인의 집을 떠날 무렵에는 아이의 경계심이 많이 풀려서 내가 건네는 간식을 받아먹고 머리를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는 친해졌다. 물론 나는 한 번만, 그거도 잠깐 쓰다듬는 것으로 그쳤다. 사실은 친해진 게 아니라 나의 손길을 가까스로 참아주었던 것일 테니까. 무서움이 사라질 정도가 된 관계가 됐든, 마지못해 내게 머리 만지기를 허락했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의 목적은 애정의 교감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동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지하주차장에서 구조된 지 8일째가 되는 오늘, 우리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해서는 이동장 안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가만히 두었다. 이동할 때 덮어두었던 담요만 치웠다. 이동을 위해 떠나기 전에는 사료를 주지 않았었다. 배가 고플까 싶기도 하고, 먹으면 긴장이 달래지려나 하는 마음에 간식을 입에 갖다 대었다. 이것은 실수였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는 새로운 장소에 가면 간식보다 마음의 안정이 먼저였을 것이다. 온종일 시간을 주라는 조언이 떠올라 안방을 나왔다. 그 조언은 곧 고양이를 홀로 내버려 두라는 말이었으니. 잠시 후에 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이는 이동장에서 나와 제습기 뒤에 숨어 있었다. 벌써 집에서 나왔네? 몇 시간이 지나면 숨숨집에도 들어가고 캣타워에도 오르겠지? 이런 기대감이 들었다. 겨울치고는 포근한 날씨였고 몸을 움직인 터라 창문을 열었다. 방충망이 있는 창문이라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앞으로 고양이가 받을 햇살을 생각해 늘 열던 오른쪽 대신 왼쪽 창문을 이용하자며 방충망을 반대편으로 밀어두었음을 순간적으로 잊었다. 사실 방충망을 열어 둔 것만으로는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캣타워든 숨숨집으로 들어가서 어둡게 있기를 바랐다. 가만히 잘 숨어 있던 그 장소야말로 녀석의 선택인데,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고 말았다. 바퀴가 달린 제습기를 슬쩍 당겼더니 놀란 아이가 달아나면서 창문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충방에 손상이 가면 어쩌나 걱정했지, 유유히 달아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이는 마당에 무사히 안착했으리라. 걷는 데에 지장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낯선 공간에서 탈출해서 안심한 것인지 녀석은 유유히 멀어졌다.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나의 동선으로는 자신을 쫓아올 수 없음을 안다는 듯이 전력으로 도망가지도 않았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안방, 거실, 현관, 계단을 거쳐 마당으로 내려갔을 때는 벌써 40~50m는 멀어져 있었다. 나는 재빨리 쫓아갔지만, 녀석은 골목을 돌아나갔다. 찾을 길이 없었다. 이 집을 자기 영역으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니 다시 돌아올 확률도 낮아 보였다. 녀석을 찾으며 간간이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까미야! 이름 지은지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 자기 이름을 알 리가 없었다. 까미야, 까미야! 내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을 곳까지 이르렀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밖에는 부를 이름이 없었다. 한 시간 넘게 마음이 헤매었다. 집에 빈손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밤이 됐다.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에라도, 아니 내일 아침에라도 녀석이 현관문 앞에서 울어주길 바라지만,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염원이다. 집 안을 이곳저곳 서성였다. 안방에 덩그러니 놓인 캣 타워와 숨숨집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로 덩그러니 놓인 물건들이 쓸쓸해 보였다. 한 수의사가 추천하여 구입해 둔 책들도 아직 책장에 꽂히지 않은 채로 주방 한구석에 놓여 있다. 두어 시간이 지났다. 무엇에라도 집중하고 싶었다. 눈앞의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묘한 철학』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 “고양이의 그루밍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닦고 정갈히 합니다.” 이런 모습을 기대했었다. 꾹꾹이와 골골송도 듣고 싶었다. 마음 한편에는 더 커다란 욕심도 있었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먹이를 챙겨주어야 하는 부담감을 체험하고 싶었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을,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통해 절절히 배웠다. 어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문제는 분명했다. 내가 미숙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첫날에는 이름을 부르며 먹이를 주는 것이 초보 입양자의 대표적 실수라는 동영상을 보았으면서도 마음이 앞서고 말았다. 밤이 깊어져 간다. 어느새 창밖에는 눈이 내렸다. 벌써 테라스에 눈이 쌓였다. 나의 기대와 욕심 그리고 후회를 달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지하주차장보다는 이곳 길 위에서의 묘생이 낫기를! 마음을 편케 하려는 기만은 원치 않는다. 나의 바람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다. 창밖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까미야, 미안해. 눈이 많이 내린다는데 잠자리를 구했는지 모르겠네. 사람 보호자가 필요하다면 최고의 집사를 조우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 길 위의 삶이 더 익숙해졌던 너라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런 사고도 당하지 말거라. 그리하여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보다 다섯 배는 더 살아서 좋은 집의 집냥이처럼 오래오래 건강히 살렴. 새식구를 위한 정돈을 하다가 멈추어서 안방을 제외한 집안이 엉망인데,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시나브로 유기묘 분양 사이트를 찾아 회원가입을 마치고 입양 정보를 얻는 월간 회원권을 결재했다. 아픈 아이도 많았고 간간이 미묘도 보였다. 파양해야 하는 사연도 다양했다. 나는 오직 까미와 비슷한 색깔의 코리안 쇼트 고양이를 찾았다. 교감을 나누기엔 짧디짧은 일주일이었지만, 걱정과 서운함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오늘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고양이 입양을 두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2년 전, 나랑 친해진 길고양이 한 마리가 테라스를 통해 거실에 들어와서 버젓이 드러누웠을 때도, 딱 거기까지였지 집안에 고양이를 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리 됐을까? 고양이도 없는 집에 캣 타워가 있고, 나는 분양 정보를 위해 결재까지 했을까? 지하주차장! 그것이 문제였다. 고양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지하주차장도 잘못이 없다. 고양이와 지하주차장, 이 두 단어가 합쳐지니 비로소 사건이 되고 문제가 되었다. 지나칠 수가 없었다. 수년 전, 생애 첫 반려견을 맞아들일 때도 그랬다. 이웃집 주민이기도 한 보호자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하는 녀석이 안쓰러워 챙겨주기 시작했더니 어느 날 보호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데려다 키우세요. 저도 너무 커서 부담스럽거든요.” 그렇게 정이 들어 몇 달을 고민하다가 우리 집 식구가 됐다. . 어젯밤, 글을 맺지 못했다. 위 문단까지 쓰고서 실내를 서성이고 잠자리를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눈이 소복이 쌓였다. 창밖을 보고 있자니 까미 같은 모습의 고양이가 지나갔다. 까미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현실을 깨달았다. 색깔은 까미랑 매우 비슷했지만, 덩치가 컸다. 이젠 까미도 길냥이고, 이놈들도 길냥이다. 무엇이 다를까? 크게 다를 건 없다. 개체마다의 또렷한 개성이 있긴 하나, 모두 높은 곳을 지향하고 배변 후에는 흙을 덮는 본성을 지난 고양이들이다. 까미와 저 아이들의 차이라면, 어떤 사람과 우연한 기회가 닿아 서로에게 길들여지며 인연이 되는 것뿐이리라. 그 인연은 함께 하는 시간과 서로에게 기울인 애정만큼 깊어질 테고. ‘까미가 다시 오긴 힘들지!’ 푸념하면서 창문을 열었다. 문 여는 소리에 놀란 두 녀석은 저만치 달아났고 한 녀석은 달아나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곁에 있던 먹이를 얼른 던졌다. 마당에 떨어진 물체를 냄새로 확인한 녀석은 잠시 그곳에서 간식을 즐겼다. 나는 녀석과 친해지고자 인기척을 내어 녀석이 나를 볼 때, 간식을 한 움큼 더 던졌다. 녀석의 눈동자가 포물선을 그리는 먹이를 따라갔다. 까미가 보이지 않는 마당엔 이렇게 길냥이들이 숨어서 살고 있다. 까미가 찰나를 머물다 떠났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양평의 풍광이다. 함께 살자는 마음을 안겼던 생명체가 사라져 허전하고, 멍청이 같은 행동으로 다소 무거워진 내 마음이 조금 다를 뿐.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1.31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담당자가 가진 고민들
아웃소싱 컨설턴트에서 엔라이튼(구 솔라커넥트)으로 이직해 조직문화/HRD 담당자로 근무한지 벌써 1년의 시간이 지났다. 4명에서 시작했다는
회사의 구성원 수는 내가 입사했을 당시 70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130명 이상이 되었다. 사업과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었고 구성원들의 역할이나 특성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조직문화에서도 새로운 과제들이 발생했다.
대표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우리는 그동안 시장에 없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선례도 없고 정해진 답도 없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매번 새로운 상황과 과제들에 노출되고 이전의 지식이나 경험은 현재에 적용되지 않거나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분석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판단하고 새롭게 도전하며 가설을 검증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조직문화 업무를 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 HR의 다른 업무들에 비해 그 범위와 내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해진다. 포인트는 이 모호함을 기회삼아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다시 구체적인 실행 과제들로 옮기는 것이다. 이 때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위해 조직문화가 단발성 이벤트의 연속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회식이 단합 그자체를 의미할 수 없듯이 (그것이 설령 소고기를 먹는 일지라도!) 그저 즐거운 이벤트가 정말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지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문화란 가장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가장 분석적이고 무거운 업무일 수 있다.타 기업의 좋은 사례를 참고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우리 회사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회사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과 가치들 그리고 구성원의 특성 등 다양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조직문화를 소개한 책들을 읽을 때면 처음에는 경이와 아이디어로 가득 차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복잡하고 두려워진다. (이것 참 멋진 이야기로구나! 그런데 이걸 우리 회사에 어떻게 적용하지?) 좋은 사례가 제시하는 이념과 가치들은 마음에 동기부여와 자극으로 삼되, 최대한 실질적 행동 과제들로 연결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잡아내야 한다.
어제 좋았던 접근이 오늘이나 내일 유효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입퇴사가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 상 어제 구성원들의 특징은 오늘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다. 70명에게 좋았던 조직문화와 과제, 그리고 접근방법은 130명에게 적용되었을 때 전혀 다를 수 있다. 조직문화에 고려할 사항들은 더 많아지는데 이것을 전파하기 위한 시간은 더 길어진다. 그래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회사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이념은 유지하되,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조직문화는 HR의 모든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HR의 다른 문화 그리고 회사의 업무 과정에서의 일관성을 가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전체와 부분을 늘 함께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업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정말 이상하고 어렵다.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중간 중간 "그래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 하고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 이해와 도전의 연속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특성들이 바로 조직문화라는 업무의 매력이 아닐까?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2.03 [데이터로 들여다본 HR 16화] ESG와 HR (1편)
ESG에 대한 높은 관심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사용하는 것을 ESG라고 합니다. 왜 갑자기 ESG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높아진 것일까요?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조 바이든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블랙록 래리핑크 회장의 ESG transformation 강조가 있습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경제를 다시 부양하기 위해서 그린 뉴딜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친환경 산업(예.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 엄청난 세제 혜택을 주는 동시에 기존 석탄, 석유 산업 등에는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기반으로 공장, 건물, 자동차 등이 바뀌면서 산업 전반의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우리 이동수단까지 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산업 전환은 엄청나며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가 필수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더불어, 블랙락은 전세계적으로 1조경원 이상을 운용하는 투자사로 우리나라 주요 금융사 3대 주주로 올라서있으며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2대 혹은 3대 주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블랙락은 S&P 500 기업에 평균 7%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주장에 기업들이 귀기울여야 함은 당연합니다. 블랙락 래리핑크는 2021년 연례서한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라고 직접적으로 기업들에 요구했고, 2022년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조하며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 ESG 활동이 필수적임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조바이든 정부와 블랙락 래리핑크라는 상징적 두 기관을 시작으로 전세계적 ESG 열풍이 가속되었습니다.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ESG에 대한 대응에 신속하게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주자가 바로 SK그룹입니다. SK그룹은 Double bottom line이란 개념 하에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경영상 표방해야 할 목표로 강조했습니다. 즉,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할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등에 기여함을 주요한 목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SK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Re100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경영활동 전반을 운용한다고 천명했습니다. Re100이란 개념은 기업 운용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쓴다는 말그대로 ‘엄청난’ 도전입니다.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다양한 조직에서 ESG를 표방해야할 목표에 그치지 않고 경영활동 기반으로 두고 현재 전략 수립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ESG가 그렇다면 HR에 어떤 변화 필요를 요구할까요?.그림 1. HMG RE100 주요 내용.-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2107071719463631이번 화에서는 사회 측면에서 강조되는 다양성(diversity) 이슈를 데이터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성별, 인종, 문화, 장애여부 등 다양성 요인에 따라 차별되지 않고 채용을 해야 함은 법적으로 우리나라 역시 규제되어 경영활동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을 필두로 다양성 및 포용(diveristy & inclusion)을 주요 경영활동 전략으로 설정하고 채용, 보상, 승진 등에 적용하는 회사도 한국에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EY(언스트앤영)과 같은 세계적 기업은 지역별(예. Asia-pacific, Europe 등)로 DE&I (Diversity, Equity, & Inclusion) 조직을 설립하고 매년 전세계적으로 DE&I를 측정하고 경영 성과에 기여도를 살펴보고, 동시에 다양성 지표의 개발정도(progress)를 체크하고 리더 성과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합니다. 이처럼 ESG내에서 다양성 이슈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한국 조직에서 다양성 관리는 잘되고 있을까요? BBC(2018)에 따르면 우리가 다양성 요인 포용 지수(inclusion index)가 조사대상 28개국 중 26위에 이르고 있는데, 중국보다 낮은 수치며, 우리나라보다 낮은 점수는 헝가리와 일본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조직 및 사회내에서 다양성 포용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다양성에 익숙하지 않을까요? 여러 이론과 사례로 설명할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슈나이더(Schneider, 1987)가 주장한 ASA(attraction-selection-attrition) 모델로 설명 가능합니다. 사람 및 조직은 본인과 비슷한(similar)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며(attraction) 그들을 선발하고(selection),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은 퇴출(attrition)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조직이 비슷한 특성을 갖췄다고 표현하는데(예. 삼성은 스마트한 직장인, 현대차는 제조업 기반의 중년 등) 이는 조직이 생겨나고 발전하면서 기존 인력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채용하고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은 퇴출하려는 사이클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그림 2. ASA model by Schneider(1987).-출처: https://twitter.com/brentnreed/status/1123587024823443457?lang=fa구체적으로 데이터를 통해서 그 원리를 설명해보겠습니다. 필자들은 한 조직의 성격진단 데이터 결과를 살펴본적 있습니다. A사는 채용시 성격 및 인지능력 진단을 활용합니다. 성격과 인지능력 진단이 채용의 2번째 단계(1단계는 서류심사)이며, 합격한 사람이 면접에 올라갑니다. 저희는 최종 합격한 사람들의 성격진단 데이터를 역으로 패턴으로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40개 이상 계열사에서 다양한 직무와 배경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고 최종 합격을 했을텐데, 그들이 보이는 성격 패턴은 유사했습니다. 특히,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과 성실성(consciousness) 요인은 합격자간 일치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말은 성격적 측면에서 20xx년 입사자들은 상당히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성격 진단 결과에서 하위 5% 이하 맞은 인력을 걸렀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성이 매우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가장 대표적으로 3단계 면접에서 면접위원들이 본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채용했던 것(ASA model)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었을 것입니다. 동일한 성격 및 가치를 가진 구성원을 가진 조직은 상대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조직내 소통이 가능하고 다양성 조직보다 갈등이 적을 것입니다. 반면, 다양성 조직이 누릴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얻을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 사고, 상호간의 학습 등에 한계를 가질 것입니다. 더불어, 아직 성격진단과 같이 드러나지 않은 요인이 차별(discrimination) 이슈로 부상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채용 도구 (예. 인지능력, 성격요인, 면접 등)에서 간접차별(adverse impact)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차별 정도를 중요한 이슈로 다루는 연구도 등장하고 있으므로, HR에서 관심갖고 살펴봐야할 이슈일 수 있습니다.ESG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Social (조직내 다양성 증진 및 차별 이슈 여부 등) 및 Governance (이사회 멤버 및 CEO 다양성 등) 측면의 다양성이 HR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야 할 이슈일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D&I 조직을 별도로 두고있지만 아직 한국기업에서는 HR부서에서 관련된 이슈를 챙기고 있는 추세이므로, 조직내 다양성 관리를 위한 다양한 index를 관리하고 측정하고 진단해서 차별이슈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다양성 이슈는 사회/조직 내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이므로 논리적/감정적 대응보다는 향후에는 데이터를 통한 규명이 해결책으로 대두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데이터를 통한 인사 측면에서 다양성 역시 중요하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문제의식으로 본 화를 마무리합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