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컨설턴트에서 엔라이튼(구 솔라커넥트)으로 이직해 조직문화/HRD 담당자로 근무한지 벌써 1년의 시간이 지났다. 4명에서 시작했다는 회사의 구성원 수는 내가 입사했을 당시 70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130명 이상이 되었다. 사업과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었고 구성원들의 역할이나 특성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조직문화에서도 새로운 과제들이 발생했다. 대표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우리는 그동안 시장에 없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선례도 없고 정해진 답도 없습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매번 새로운 상황과 과제들에 노출되고 이전의 지식이나 경험은 현재에 적용되지 않거나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분석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판단하고 새롭게 도전하며 가설을 검증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조직문화 업무를 하면서 내가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 HR의 다른 업무들에 비해 그 범위와 내용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해진다. 포인트는 이 모호함을 기회삼아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다시 구체적인 실행 과제들로 옮기는 것이다. 이 때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위해 조직문화가 단발성 이벤트의 연속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회식이 단합 그자체를 의미할 수 없듯이 (그것이 설령 소고기를 먹는 일지라도!) 그저 즐거운 이벤트가 정말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지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문화란 가장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가장 분석적이고 무거운 업무일 수 있다.타 기업의 좋은 사례를 참고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우리 회사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회사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과 가치들 그리고 구성원의 특성 등 다양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조직문화를 소개한 책들을 읽을 때면 처음에는 경이와 아이디어로 가득 차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복잡하고 두려워진다. (이것 참 멋진 이야기로구나! 그런데 이걸 우리 회사에 어떻게 적용하지?) 좋은 사례가 제시하는 이념과 가치들은 마음에 동기부여와 자극으로 삼되, 최대한 실질적 행동 과제들로 연결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잡아내야 한다. 어제 좋았던 접근이 오늘이나 내일 유효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입퇴사가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 상 어제 구성원들의 특징은 오늘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다. 70명에게 좋았던 조직문화와 과제, 그리고 접근방법은 130명에게 적용되었을 때 전혀 다를 수 있다. 조직문화에 고려할 사항들은 더 많아지는데 이것을 전파하기 위한 시간은 더 길어진다. 그래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회사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이념은 유지하되,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조직문화는 HR의 모든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HR의 다른 문화 그리고 회사의 업무 과정에서의 일관성을 가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전체와 부분을 늘 함께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업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정말 이상하고 어렵다.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중간 중간 "그래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 하고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 이해와 도전의 연속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특성들이 바로 조직문화라는 업무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