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을 꿰뚫는 조직문화
요즘은 '회사'가 대화의 주제에 끼어있는 자리에는 '조직문화'라는 워딩이 빠지지 않고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 사이에서도 이직을 생각하는 많은 경력자들 사이에서도 "조직문화가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어요. 좋은 인재들은 우리와 함께 일해요"라며 회사를 홍보하기 바쁩니다. 지금보다 조금 이전(음 대충.... 그러니까.... 2010년 이전, 네 아재입니다 ㅠ)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그리고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기도 했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나름 회사의 전면에 나와 있었습니다.(인화, 혁신, 도전 뭐 이런 회장님이 직접 쓰신 사훈, 네. 그런 것들이 전부 조직문화입니다) 그렇다면 왜 최근에서야 조직문화가 이렇게 각광받게 된 것일까요? 저는 이 답이 실리콘밸리의 엄청난 성공에 있다고 봅니다.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그들의 성공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조직문화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궁금해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구글, 넷플릭스 등은 조직문화와 관련된 책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저도 관련된 서적을 대부분 읽었고 지금 이 글을 쓰게 되는 바탕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네. 그들은 그들의 성공이유로 "우리의 조직문화"를 설명했죠.
.많은 HRer들이 읽었을 그 책.
그렇다면 도대체 조직문화가 무엇이고, 이 조직문화라는 것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왜 조직문화는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각광받는 것일까요?그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조직문화는 무엇일까요?조직문화라는 말을 참 많이 들어봤지만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 참 어렵습니다. 정의된 말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구요. 저는 어떤 개념에 대해서 이해할 때 사전적 의미에 주목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조직문화'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둘로 나눠서 봐야겠죠.조직이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룸. 또는 그 집단.'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문화는요?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되어 있네요. 이를 하나로 묶으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인 집단 내에서의 행동 양식'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인 집단이니, 좀 더 편하게 설명한다면 일하는 곳에서 돈 벌기 위한 행동 양식, 즉 일하는 방식과 그들이 원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우리가 뭔가 멋스럽게 이야기하지 않고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시되지 않았죠. 사훈(일하는 방식), 인재상(원하는 사람들의 성향) 등은 그냥 간판에 걸려있는 것이지, 내가 일하는 것과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조직문화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내가 일하고, 평가 받고, 보상 받는 것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조직문화가 조직 내에서 작동하는 로직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조직문화라는 것은 내가 속해서 일하는 곳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걸까요?우리는 회사라는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하게 됩니다. '일을 한다'라는 것을 법적으로 표현한다면 '근로를 제공한다'가 되겠지요. 근로자가 근로라는 급부를 제공하게 되면 근로자는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임금'을 받게 됩니다. 즉, 근로 제공의 가치 = 임금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을 하나요? 네. 평가라는 방식을 통해서 측정하게 됩니다. 그럼 또 평가는 어떻게 하죠?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직무, 연차, 직책, 역할, 사업계획 등을 고려하여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얼마나 달성하였는지(성과)에 따라 그 수준을 매기게 됩니다. 각 회사마다 기준이라는 것이 다를 것입니다.만약 한 회사에서 '우리는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만 본다'라고 하면 기준은 성과달성율이 되겠죠. 하루에 1시간만 일해도, 다른 구성원과 마찰이 있어도, 내 성과를 위해 다른 이의 성과가 희생되어도, 약간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였어도 결과가 훌륭하다면 해당 인원은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하려 할 것이고(그래야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보상을 받게 되니까요),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되겠지요. 결과를 잘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일하고, 그러기 위한 성향을 더 갖추어 가는 것, 이것이 그 회사의 조직문화인 것입니다.무척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조직문화라는 것은 이렇게 조직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예를 든 회사는 나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일까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응원해주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가진 곳은 좋은 조직문화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방향에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이 있을 뿐이죠. 즉, '좋은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라고 표현하기 보다 '조직문화가 명확하고, 회사의 미션 및 제도와 잘 정렬되어 있다'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지요.조직문화가 명확하고, 회사의 미션 및 제도와 잘 정렬되어 있다면 구성원이 한 방향을 향해 일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힘은 한 방향으로 모아질 때 극대화되겠죠.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적인 리더를 중심으로 rank-driven 문화를 통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냈으며, 구글은 구성원 각자의 역할에 따라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role-driven 문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여기서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방식이 다를 뿐이죠.
.Rank vs Role Driven.
이렇듯 조직문화라는 것은 딱 하나로 쪼개어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조직문화는 명확하되 모든 것을 아울러야 하며, 일정하고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구성원들의 몰입을 위해 다양한 제도들을 기획하는 HR 기획자들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제도, 구성원들이 우와!하는 제도 아니라, 우리의 조직문화와 궤(軌)를 같이하는 제도여야 할 것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2.02 지하주차장에서 만나 안방에서 헤어지다 - 단 일주일 간의 만남이 남긴 것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마음이 다급했다. 떨리기도 했다. 지하 주자창을 향하는 길이었다. 방금 아파트 소통공간 앱에서 눈길을 끄는 제목을 본 직후였다. “지하 4층 주차장에 고양이 한 마리” 라는 제목을 클릭했더니 화면을 채운 사진 한 장! 자동차 아래에 겁먹은 표정의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찍힌 사진이었다. 이어진 네댓 줄의 글. “냥이가 어디로 들어왔을까요? 아직은 어린 거 같아요. 자꾸 울어요. 차도 많고 밖으로 나갈 수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읽자마자 뒷주머니에 쥐포를 쑤셔 넣고 생수 한 병을 들었다. 후다닥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바쁜 내 마음을 몰랐다. 느긋하게 하강하면서 몇 차례나 마음을 활짝 열고 주민들을 맞았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쩌다 거기까지 내려갔을까? 무사해야 할 텐데…’ 지하 4층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야옹, 야옹 소리를 내었다. 주차장을 살피면서도 의구심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이 아이를 부르는 데 효과가 있기나 한 걸까?’ 굉장히 넓은 주차장이다. 아파트 건물과 오피스텔 건물을 합치면 8개 동이나 된다. 만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빨리 아이를 찾았다. 애앵거리는 소리 덕분이었다. 구슬프게 들리는 소리를 찾아갔더니,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여주고 있었다. 아이는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은 채로 먹기와 울기를 반복했다. 나는 옆으로 가만히 다가섰다. 앉아서 잠시 아이를 지켜보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급하셨을 텐데) 먹거리를 고루 챙겨오셨네요?”“반려묘 한 마리와 같이 살거든요.” 나보다 고양이를 많이 알 거라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과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녀가 입양한다면, 걱정도 끝이었다. 나는 곧 스승과 함께 미사를 드리러 갈 참이었다. 그 날은 소천하신 사모님의 10주기 추모 예배가 있는 날이었다. 그녀의 생각을 넌지시 물었다. “어떡해야 할까요? 주차장에서는 나가야 할 텐데. 혹시 데려가실 건가요?”“제가 그럴 사정은 안 되어서요.”“그럼 망월천까지 제가 바래다줄까요? 아니면 저희 집이 양평인데 그곳에 옆집과 앞집에서 길냥이들을 돌보거든요. 그곳에 두면 더 나을까요?”나의 아이디어에 그녀는 보호자를 자처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래주시면 너무 좋죠.”“어떻게든 이곳에서는 데리고 나가야겠군요. 같이 잡아 주실래요?” 둘이서 마음을 합쳐 아이를 잡았다. 생각보다 쉽게 잡혔는데, 가방에 넣다가 아이가 순식간에 달아났다. 다른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서 잔뜩 경계했다. 그녀의 노련한 유혹 덕분에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힘이 셌다. “아파트 앱에 소식 올려주세요. 저도 알아볼게요.” 아마도 입양자를 알아봐 준다는 얘기였으리라. 그녀는 인사하면서 들고 내려온 습식 간식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열었더니 순식간에 녀석이 나를 피해 구석으로 달아났다. 화장실 선반 위로 도망간 녀석에게 습식 간식을 내밀었더니 순순히 받아먹는다. 오랫동안 굶었나 보다. 주차장에서도 이미 100g은 될 법한 사료를 먹었지만, 집에서도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면서도 간식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미사에 늦진 않겟지만, 얼른 출발해야 했다. 아이를 어떡해야 할까? 집에 둘 수도 없어서 일단 데리고 나왔다. 아이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며칠 동안 보호해 줄 사람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지인 한 명이 승낙했다. 미사를 마치자마자 데리고 가기로 했다. “동네 수퍼나 편의점에서 깨끗한 박스 하나만 구해다 주면 고맙겠어요.” 염치없는 당부를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도 추모 예배는 길지 않았다. 미사를 마치고 차에 타서야 잠깐의 짬이 생겼다. 아파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지하주차장에 홀로 있게 할 순 없어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함께 계셨던 분의 조언과 도움이 컸네요. 지인이 임시 보호해 주겠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중입니다. 입양하실 분이 계시면 말씀해 주세요. 잘 보살피고 있다가 고이 데려다 드릴게요.” 아이는 그날부터 지인의 집에서 일주일을 지냈다. 날마다 전화하여 소식을 물었고, 지인이 보내준 동영상을 보면서 안부를 확인했다. 정성껏 돌봐 주어 고마웠다. 하루가 다르게 경계를 풀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사흘이 지난 후에는 거실에서 혼자 뒹구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면서 ‘얼른 입양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균열이 생기면 언젠가는 무너지는 법이다. 내 마음의 흔들림은 오래 가지도 않았다. 어느새 나는 보호자가 안 나타나길 은근히 바라기 시작했다. 아이와 살아 보자는 마음이 조금씩 커졌다. 머릿속으로 온갖 계획과 구상을 세우고 수정하고 교정했다. 안방을 내어주기로 했다. 입양을 위한 준비물을 구입했다. 숨숨집(고양이집), 스크레쳐, 캣타워, 화장실과 모래, 고양이 삼푸, 이동장을 갖췄다. 고양이의 관점에서 안방 가구를 재배치했다. 다행스럽게도(!) 원래의 보호자도 새롭게 입양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는 안방을 싸악 정리했다. 가구를 덜어내고 녀석이 숨을 만한 공간의 먼지를 훔쳐냈다. 아이의 배변 공간이 될 안방 화장실도 깨끗이 청소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아이를 잘 돌봐 준 지인의 집에 들러서 아이와 서너 시간 동안 얼굴을 익혔다. 지인의 집을 떠날 무렵에는 아이의 경계심이 많이 풀려서 내가 건네는 간식을 받아먹고 머리를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는 친해졌다. 물론 나는 한 번만, 그거도 잠깐 쓰다듬는 것으로 그쳤다. 사실은 친해진 게 아니라 나의 손길을 가까스로 참아주었던 것일 테니까. 무서움이 사라질 정도가 된 관계가 됐든, 마지못해 내게 머리 만지기를 허락했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의 목적은 애정의 교감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동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지하주차장에서 구조된 지 8일째가 되는 오늘, 우리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해서는 이동장 안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가만히 두었다. 이동할 때 덮어두었던 담요만 치웠다. 이동을 위해 떠나기 전에는 사료를 주지 않았었다. 배가 고플까 싶기도 하고, 먹으면 긴장이 달래지려나 하는 마음에 간식을 입에 갖다 대었다. 이것은 실수였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는 새로운 장소에 가면 간식보다 마음의 안정이 먼저였을 것이다. 온종일 시간을 주라는 조언이 떠올라 안방을 나왔다. 그 조언은 곧 고양이를 홀로 내버려 두라는 말이었으니. 잠시 후에 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이는 이동장에서 나와 제습기 뒤에 숨어 있었다. 벌써 집에서 나왔네? 몇 시간이 지나면 숨숨집에도 들어가고 캣타워에도 오르겠지? 이런 기대감이 들었다. 겨울치고는 포근한 날씨였고 몸을 움직인 터라 창문을 열었다. 방충망이 있는 창문이라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앞으로 고양이가 받을 햇살을 생각해 늘 열던 오른쪽 대신 왼쪽 창문을 이용하자며 방충망을 반대편으로 밀어두었음을 순간적으로 잊었다. 사실 방충망을 열어 둔 것만으로는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캣타워든 숨숨집으로 들어가서 어둡게 있기를 바랐다. 가만히 잘 숨어 있던 그 장소야말로 녀석의 선택인데,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고 말았다. 바퀴가 달린 제습기를 슬쩍 당겼더니 놀란 아이가 달아나면서 창문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충방에 손상이 가면 어쩌나 걱정했지, 유유히 달아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이는 마당에 무사히 안착했으리라. 걷는 데에 지장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낯선 공간에서 탈출해서 안심한 것인지 녀석은 유유히 멀어졌다.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나의 동선으로는 자신을 쫓아올 수 없음을 안다는 듯이 전력으로 도망가지도 않았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안방, 거실, 현관, 계단을 거쳐 마당으로 내려갔을 때는 벌써 40~50m는 멀어져 있었다. 나는 재빨리 쫓아갔지만, 녀석은 골목을 돌아나갔다. 찾을 길이 없었다. 이 집을 자기 영역으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니 다시 돌아올 확률도 낮아 보였다. 녀석을 찾으며 간간이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까미야! 이름 지은지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 자기 이름을 알 리가 없었다. 까미야, 까미야! 내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을 곳까지 이르렀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밖에는 부를 이름이 없었다. 한 시간 넘게 마음이 헤매었다. 집에 빈손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밤이 됐다.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에라도, 아니 내일 아침에라도 녀석이 현관문 앞에서 울어주길 바라지만,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염원이다. 집 안을 이곳저곳 서성였다. 안방에 덩그러니 놓인 캣 타워와 숨숨집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로 덩그러니 놓인 물건들이 쓸쓸해 보였다. 한 수의사가 추천하여 구입해 둔 책들도 아직 책장에 꽂히지 않은 채로 주방 한구석에 놓여 있다. 두어 시간이 지났다. 무엇에라도 집중하고 싶었다. 눈앞의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묘한 철학』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 “고양이의 그루밍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닦고 정갈히 합니다.” 이런 모습을 기대했었다. 꾹꾹이와 골골송도 듣고 싶었다. 마음 한편에는 더 커다란 욕심도 있었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먹이를 챙겨주어야 하는 부담감을 체험하고 싶었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을,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통해 절절히 배웠다. 어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문제는 분명했다. 내가 미숙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첫날에는 이름을 부르며 먹이를 주는 것이 초보 입양자의 대표적 실수라는 동영상을 보았으면서도 마음이 앞서고 말았다. 밤이 깊어져 간다. 어느새 창밖에는 눈이 내렸다. 벌써 테라스에 눈이 쌓였다. 나의 기대와 욕심 그리고 후회를 달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지하주차장보다는 이곳 길 위에서의 묘생이 낫기를! 마음을 편케 하려는 기만은 원치 않는다. 나의 바람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다. 창밖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까미야, 미안해. 눈이 많이 내린다는데 잠자리를 구했는지 모르겠네. 사람 보호자가 필요하다면 최고의 집사를 조우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 길 위의 삶이 더 익숙해졌던 너라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런 사고도 당하지 말거라. 그리하여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보다 다섯 배는 더 살아서 좋은 집의 집냥이처럼 오래오래 건강히 살렴. 새식구를 위한 정돈을 하다가 멈추어서 안방을 제외한 집안이 엉망인데,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시나브로 유기묘 분양 사이트를 찾아 회원가입을 마치고 입양 정보를 얻는 월간 회원권을 결재했다. 아픈 아이도 많았고 간간이 미묘도 보였다. 파양해야 하는 사연도 다양했다. 나는 오직 까미와 비슷한 색깔의 코리안 쇼트 고양이를 찾았다. 교감을 나누기엔 짧디짧은 일주일이었지만, 걱정과 서운함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오늘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고양이 입양을 두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2년 전, 나랑 친해진 길고양이 한 마리가 테라스를 통해 거실에 들어와서 버젓이 드러누웠을 때도, 딱 거기까지였지 집안에 고양이를 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리 됐을까? 고양이도 없는 집에 캣 타워가 있고, 나는 분양 정보를 위해 결재까지 했을까? 지하주차장! 그것이 문제였다. 고양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지하주차장도 잘못이 없다. 고양이와 지하주차장, 이 두 단어가 합쳐지니 비로소 사건이 되고 문제가 되었다. 지나칠 수가 없었다. 수년 전, 생애 첫 반려견을 맞아들일 때도 그랬다. 이웃집 주민이기도 한 보호자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하는 녀석이 안쓰러워 챙겨주기 시작했더니 어느 날 보호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데려다 키우세요. 저도 너무 커서 부담스럽거든요.” 그렇게 정이 들어 몇 달을 고민하다가 우리 집 식구가 됐다. . 어젯밤, 글을 맺지 못했다. 위 문단까지 쓰고서 실내를 서성이고 잠자리를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눈이 소복이 쌓였다. 창밖을 보고 있자니 까미 같은 모습의 고양이가 지나갔다. 까미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현실을 깨달았다. 색깔은 까미랑 매우 비슷했지만, 덩치가 컸다. 이젠 까미도 길냥이고, 이놈들도 길냥이다. 무엇이 다를까? 크게 다를 건 없다. 개체마다의 또렷한 개성이 있긴 하나, 모두 높은 곳을 지향하고 배변 후에는 흙을 덮는 본성을 지난 고양이들이다. 까미와 저 아이들의 차이라면, 어떤 사람과 우연한 기회가 닿아 서로에게 길들여지며 인연이 되는 것뿐이리라. 그 인연은 함께 하는 시간과 서로에게 기울인 애정만큼 깊어질 테고. ‘까미가 다시 오긴 힘들지!’ 푸념하면서 창문을 열었다. 문 여는 소리에 놀란 두 녀석은 저만치 달아났고 한 녀석은 달아나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곁에 있던 먹이를 얼른 던졌다. 마당에 떨어진 물체를 냄새로 확인한 녀석은 잠시 그곳에서 간식을 즐겼다. 나는 녀석과 친해지고자 인기척을 내어 녀석이 나를 볼 때, 간식을 한 움큼 더 던졌다. 녀석의 눈동자가 포물선을 그리는 먹이를 따라갔다. 까미가 보이지 않는 마당엔 이렇게 길냥이들이 숨어서 살고 있다. 까미가 찰나를 머물다 떠났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양평의 풍광이다. 함께 살자는 마음을 안겼던 생명체가 사라져 허전하고, 멍청이 같은 행동으로 다소 무거워진 내 마음이 조금 다를 뿐.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1.31 HRer - 다양성포용성의 길을 걷다
HRer 다양성과 포용성의 길을 걷다. HR 을 하면 할수록 내가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느끼게 될 즈음, 좀더 내가 하는 일이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회사는 사회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투영하고 있는 집단이다. 그렇다면 회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더 큰 문제를 해결할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다 다양성 포용성 업무를 맡게 되며 새로운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적용하고, 깨달음을 얻는 중이다.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 (소비자)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을 닮지 않으면, 엄청나게 멍청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 Tom Peters내가 속해 있는 EY APAC 금융 리젼은 11개의 나라에 약 만명의 전문가가 일하고 있는 수퍼 다문화 리젼이다. 다양성과 포용성 업무를 맡고 나서, 보스에게 왜 나를 뽑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작은 나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은연중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크고 작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부족했던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였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동양문화와 서양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인데 그 동안 리전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서양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많이 차지하였고 특히 한국 사람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사람'에 관련된 의사결정의 주최가 되는 우리팀이야 말로, 다양한 인구학적인 특성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내가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산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왜 다양성인가? 조직에서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는 있으면 좋을 것이 아니라 (nice to have)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 혁신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다양성이 부족할 경우 경쟁 우위가 아닌 열위에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은 45% 더 같은 산업군에서 경쟁 우위에 있고, 70% 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경향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다양성 부족의 이유.caption id="attachment.13783" align="aligncenter" width="376". "I don't care if she is a tape dispenser. I love her" 달팽이의 대화 - "나랑 비슷한 저 테이프 모양이 그냥 사랑스러워"./caption.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이끌린다. 처음 어떤 모임에 나가게 되었을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때 어떤 사람에게 말을 거는가? 어렴풋 아주 오래전 영국으로 유학을 갔을때가 생각이 난다. 첫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날, 마치 한중일 모여라 라도 한 듯 한국, 일본, 중국의 학생들은 같이 모여 숙제에 대해 의논하고 ‘무리’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기억이 난다. 이는 사회정체성이론 (social identity theory)를 만들어낸 핸리 타이제펠 (henry Tajfel) 과 존 터너 (John Thurner) 의 실험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몇십명의 학생들이 실험실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제비뽑기를 시켰는데, 시킨 것도 아닌데 같은 색깔의 스티커를 가진 아이들끼리 모여 앉았던 것이다. 더 나아가 보상이 주어지는 과제가 부여되었는데 자기 집단에는 유리하게 상대집단에게는 불리하게 보상을 배분하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색깔의 스티커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차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다. (Taifel,H 1974)오늘날 기업이 당면한 문제는 너무도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그러한 문제해결 방식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것은 지금껏 누려왔던 방식으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변화에 대한 다수의 공감대와 진심어린 행동이 동반되어 있을때 가능하다.토종 한국 기업, 작은 스타트업… 우리도 ‘다양’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다양함을 정의하는 기준은 사실 생물학적인 성이나 젠더, 인종, 종교 등의 ‘범주’로 규정되어 왔으나 사실 이 범주를 벗어나 있거나 혹은 범주끼리 교차성 (intersectionality) 이 발생할 때 다양함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도 복잡해 진다. 예를들어, 흑인 고용율 30% 라는 지표를 봤을 때 인종의 다양함을 충족된 것처럼 보이나, 속을 들여다 보면 흑인 남성이 대부분이라 흑인 여성은 소외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양함은 입체적으로 보아야만 설명이 가능해 질 수 있는데, 이를 최대한 입체적으로 보면 결국은 ‘개인’의 고유성이다. 가장 작은 단위의 다양성은 바로 개인(individual) 인 것이다. 우리 조직이 인종이나 성별 등 다양함 스펙트럼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면 결국 개개인의 다양함을 발견해 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다양함의 발견은 다른 다양함을 이끄는 원동력, 즉 포용적 문화의 토대가 된다. 같은 한국인끼리 모인 집단이라도 이들의 경험과 배경은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 이전 직장 동료, 같은 성별, 같은 학교 대신, 가능한한 범위에서 최대한 다른 배경을 가진 구성원으로 팀을 꾸릴 수는 있는 것이다.HRer 로서 우리조직의 다양성,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이 과정의 시작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누구이고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 왔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수 집단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직내30% 인구가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로 규정되는 구성원들이 너무 적어 존재감 조차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이들을 지지하는 기존 지배그룹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배그룹에 속한 리더는 소수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의견을 펼칠수 있도록 이들을 무대로 초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모든 것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한 것이다.그렇다면 HRer 로서 변화의 시작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첫째, 숨겨진 데이터를 통해 다양함을 이끌어 내라 –어떤 데이터를 측정할지에 대해 먼저 정의내리고 규칙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주의해야할 것은 데이터는 진실을 드러낼수도 감출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임원 30% 를 자랑하는 회사라면 여성임원의 포지션이 내부 관리직으로만 치중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최대한 다양한 롤에 여성임원이 포지셔닝될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둘째, 회의 습관을 바꾸어라 – 우선 내가 속한 팀 회의 문화부터 들여다 봐야 한다. 우리팀 회의시, 늘 발언하는 사람 중심으로 의사결정의 방향이 흘러가지는 않는지, 조용하게 있지만 다른 뷰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발언권을 먼저 줘 보자. 회의를 마치기 전에 누구한명이라도 발언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기회를 주고 자신이 가진 생각을 자유롭게 발언할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보자.셋째, HR 프로세스에서 다양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찾아내라 – 온라인 입사 지원에서부터 퇴사까지 직원 라이프사이클을 중심으로 우리회사의 다양성을 방해하는 요소 – 차별이나 편견이 내재되어 있지 않는지 리뷰하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긴 여정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3개년 로드맵으로 변화관리 계획 및 실행이 중요하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2.02 [데이터로 들여다본 HR 16화] ESG와 HR (1편)
ESG에 대한 높은 관심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사용하는 것을 ESG라고 합니다. 왜 갑자기 ESG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높아진 것일까요?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조 바이든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블랙록 래리핑크 회장의 ESG transformation 강조가 있습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경제를 다시 부양하기 위해서 그린 뉴딜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친환경 산업(예.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 엄청난 세제 혜택을 주는 동시에 기존 석탄, 석유 산업 등에는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기반으로 공장, 건물, 자동차 등이 바뀌면서 산업 전반의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우리 이동수단까지 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산업 전환은 엄청나며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가 필수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더불어, 블랙락은 전세계적으로 1조경원 이상을 운용하는 투자사로 우리나라 주요 금융사 3대 주주로 올라서있으며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2대 혹은 3대 주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블랙락은 S&P 500 기업에 평균 7%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주장에 기업들이 귀기울여야 함은 당연합니다. 블랙락 래리핑크는 2021년 연례서한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라고 직접적으로 기업들에 요구했고, 2022년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조하며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 ESG 활동이 필수적임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조바이든 정부와 블랙락 래리핑크라는 상징적 두 기관을 시작으로 전세계적 ESG 열풍이 가속되었습니다.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ESG에 대한 대응에 신속하게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주자가 바로 SK그룹입니다. SK그룹은 Double bottom line이란 개념 하에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경영상 표방해야 할 목표로 강조했습니다. 즉,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할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등에 기여함을 주요한 목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SK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Re100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경영활동 전반을 운용한다고 천명했습니다. Re100이란 개념은 기업 운용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쓴다는 말그대로 ‘엄청난’ 도전입니다.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다양한 조직에서 ESG를 표방해야할 목표에 그치지 않고 경영활동 기반으로 두고 현재 전략 수립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ESG가 그렇다면 HR에 어떤 변화 필요를 요구할까요?.그림 1. HMG RE100 주요 내용.-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2107071719463631이번 화에서는 사회 측면에서 강조되는 다양성(diversity) 이슈를 데이터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성별, 인종, 문화, 장애여부 등 다양성 요인에 따라 차별되지 않고 채용을 해야 함은 법적으로 우리나라 역시 규제되어 경영활동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을 필두로 다양성 및 포용(diveristy & inclusion)을 주요 경영활동 전략으로 설정하고 채용, 보상, 승진 등에 적용하는 회사도 한국에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EY(언스트앤영)과 같은 세계적 기업은 지역별(예. Asia-pacific, Europe 등)로 DE&I (Diversity, Equity, & Inclusion) 조직을 설립하고 매년 전세계적으로 DE&I를 측정하고 경영 성과에 기여도를 살펴보고, 동시에 다양성 지표의 개발정도(progress)를 체크하고 리더 성과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합니다. 이처럼 ESG내에서 다양성 이슈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한국 조직에서 다양성 관리는 잘되고 있을까요? BBC(2018)에 따르면 우리가 다양성 요인 포용 지수(inclusion index)가 조사대상 28개국 중 26위에 이르고 있는데, 중국보다 낮은 수치며, 우리나라보다 낮은 점수는 헝가리와 일본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조직 및 사회내에서 다양성 포용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다양성에 익숙하지 않을까요? 여러 이론과 사례로 설명할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슈나이더(Schneider, 1987)가 주장한 ASA(attraction-selection-attrition) 모델로 설명 가능합니다. 사람 및 조직은 본인과 비슷한(similar)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며(attraction) 그들을 선발하고(selection),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은 퇴출(attrition)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조직이 비슷한 특성을 갖췄다고 표현하는데(예. 삼성은 스마트한 직장인, 현대차는 제조업 기반의 중년 등) 이는 조직이 생겨나고 발전하면서 기존 인력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채용하고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은 퇴출하려는 사이클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그림 2. ASA model by Schneider(1987).-출처: https://twitter.com/brentnreed/status/1123587024823443457?lang=fa구체적으로 데이터를 통해서 그 원리를 설명해보겠습니다. 필자들은 한 조직의 성격진단 데이터 결과를 살펴본적 있습니다. A사는 채용시 성격 및 인지능력 진단을 활용합니다. 성격과 인지능력 진단이 채용의 2번째 단계(1단계는 서류심사)이며, 합격한 사람이 면접에 올라갑니다. 저희는 최종 합격한 사람들의 성격진단 데이터를 역으로 패턴으로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40개 이상 계열사에서 다양한 직무와 배경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고 최종 합격을 했을텐데, 그들이 보이는 성격 패턴은 유사했습니다. 특히,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과 성실성(consciousness) 요인은 합격자간 일치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말은 성격적 측면에서 20xx년 입사자들은 상당히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성격 진단 결과에서 하위 5% 이하 맞은 인력을 걸렀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성이 매우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가장 대표적으로 3단계 면접에서 면접위원들이 본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채용했던 것(ASA model)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었을 것입니다. 동일한 성격 및 가치를 가진 구성원을 가진 조직은 상대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조직내 소통이 가능하고 다양성 조직보다 갈등이 적을 것입니다. 반면, 다양성 조직이 누릴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얻을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 사고, 상호간의 학습 등에 한계를 가질 것입니다. 더불어, 아직 성격진단과 같이 드러나지 않은 요인이 차별(discrimination) 이슈로 부상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채용 도구 (예. 인지능력, 성격요인, 면접 등)에서 간접차별(adverse impact)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차별 정도를 중요한 이슈로 다루는 연구도 등장하고 있으므로, HR에서 관심갖고 살펴봐야할 이슈일 수 있습니다.ESG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Social (조직내 다양성 증진 및 차별 이슈 여부 등) 및 Governance (이사회 멤버 및 CEO 다양성 등) 측면의 다양성이 HR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야 할 이슈일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D&I 조직을 별도로 두고있지만 아직 한국기업에서는 HR부서에서 관련된 이슈를 챙기고 있는 추세이므로, 조직내 다양성 관리를 위한 다양한 index를 관리하고 측정하고 진단해서 차별이슈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다양성 이슈는 사회/조직 내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이므로 논리적/감정적 대응보다는 향후에는 데이터를 통한 규명이 해결책으로 대두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데이터를 통한 인사 측면에서 다양성 역시 중요하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문제의식으로 본 화를 마무리합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2.03 MZ 세대 교육 담당자가 말한다 Ep 2 – MZ 세대가 바라본 기성 세대(2)
(출처 및 편집 : 미리캔버스)
기존의 무수한 ‘MZ 세대 이해하기’의 스핀 오프 버전, ‘MZ 세대가 바라본 기성 세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저번 달에는 베이비부머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X세대에 대해 얘기해드릴까 합니다. 세대 구분은 연구 주체마다 조금씩 달라,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제가 참고한 세대 구분 자료를 참고하시고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출처 및 편집 : 중앙일보)
11명이 근무하는 저희 사무실에서 MZ 세대는 제가 유일한데요. 세대 분포를 살펴보면, 베이비 부머는 5명(45%), X세대는 5명(45%), 밀레니얼세대는 1명(10%)입니다. (이렇게 숫자를 세 볼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숫자를 세 놓고 보니.. 저는 정말 외로운 존재였군요ㅠㅠ)이 사무실에서 근무한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 동안 X세대 선배들과 일하면서 느낀 X세대의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출처 및 편집 : 미리캔버스)
1. 대화의 주요 Keword는 육아!
제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 계신 X세대 선배님들의 나이는 30대 중반 ~ 40대 초반이신데요. 사바사(사람 by 사람, case by case에서 유래)겠지만, 저희 사무실에 계신 분들은 저를 제외하고 다 결혼을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꼭 나오는 주제가 육아입니다. (베이비 부머 선배들과 얘기할 때는 육아가 나올 수가 없거든요. 자녀가 있으신 베이비 부머 선배들의 자녀들은 저와 같은 또래인지라..)자녀 돌봄 교실이라고 아시나요? 맞벌이 학부모를 위해서 방과후에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유치원 종일반만 알았지..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선배들의 요즘 육아 방식과 라떼의 육아 방식(=나의 유년 시절)이 달라 세대 차이를 느끼곤 해요. 지금은 막내라고 이쁨 받지만, 가까운 미래에 후배들과 세대 차이를 느낄 생각에 걱정이 앞섭니다.
2. 꼰대인 듯 꼰대 아닌 꼰대 같은 너
꼰대의 정의는 뭘까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는 쉬운데,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꼰대라고 불리는지, 그 기준이 모호한 것 같습니다. X세대 선배님들이 딱 그런 모호한 위치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낀 세대라고 하나봐요.)친구들과 제가 어떤 사람을 꼰대라고 느끼는 경우 생각해봤는데요. ‘나와는 생각이 다른데, 그 생각의 근거가 합리적인 기준이 아닌 사람’이 꼰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취존(취향 존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취존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다시 말해, 제가 정의하는 꼰대란, 취존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꼰대는 존재하지만(젊은 꼰대, 젊꼰이 있는 것처럼요), X세대 선배님들은 꼰대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계층이 분명합니다. 가끔씩 얘기를 나눌 때 ‘내가 네 나이 땐 안 그랬는데~’라고 화두를 던지는 선배님이 계시는데요. 연차가 쌓이면서, 업무에 노하우가 생기면서 많은 생각의 변화를 겪으신 것 같았는데요. 진취적이라 불리던 X세대 선배님들도 요즘에는 꼰대인지 아닌지에 대한 자아 혼란을 겪으시는 것 같습니다.
3. Me Time의 존재 유무가 극과 극!
me time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나만을 위한 온전한 휴식 시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정말 이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커피챗을 하면서 저의 휴식 시간을 공유하면 선배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에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런 것도 해?'라고 하면서 정말 신기해하는 부류와 '혼자여서 그래'라며 체념하고 한탄하는(?) 부류. 전자의 경우 어느 정도 개인적인 일상에 여유가 있으신 분들 같습니다. 육아나 부모 부양, 뭐 이런 개인적인 책임에서요. 이런 경우 혼자서 낚시 등 취미 생활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았고, 소소하게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취미들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반면에 후자의 경우 개인적인 일상에 여유가 없어서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없는 경우가 많으셨습니다.선배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나이대별로, 세대별로 고민거리가 다 다르더라구요. MZ 세대에게는 취준이나 경제적인 독립 등이 고민이겠고, X세대에게는 대표적인 게 육아가 있는 것 같구요. 더 올라가 베이비 부머에게는 부모 부양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윗 세대의 고민은 아랫 세대에게로 전수(?)되는 것 같고, 그러면서 생각의 변화도 생기면서 흔히 말하는 꼰대화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선배들과 얘기를 하면서 선배들의 고민, 상황들을 접하게 되면 선배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더라구요.시간 되시면, 가장 치열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X세대 선배들과 커피 챗 해보시는 거 어떠신가요?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