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할 때 그 흐름을 좇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 그럴 때일수록 조금 더 기본에 가까운 , 변하지 않는 가치에 관심과 시선이 머무는 것이 좋겠다 . 이를테면 , 구성원의 배려나 매너와 같은 . 전체의 좋은 문화를 해치는 일부 몰지각은 더는 부서에 , 개개인의 소양에 , 그저 지나는 말로 하는 질책과 험담에 잔류시킬 문제가 아니다 . 의외의 기회에 회사의 이미지에 긍정 혹은 부정의 영향을 미치는 ‘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 에 대한 이야기다 . ✽ 회사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CSR) 활동은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이르렀을 때, 사회에 그 가치를 환원한다는 취지에서 사회 공헌과 브랜드 홍보의 의의를 갖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사정상 일부 회사에서만 적극적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회사 구성원 일상의 책임’ 은 당장 실행 가능하고, 회사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통해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만만치 않게 크다고 볼 수 있다. ✽ ‘ 맞이한다 ’ 는 말은 그 자체로 이미 선한 분위기다 . 두 팔 벌려 환대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 맞이한다는 의미의 영어 표현은 ‘hospitality’ 다 . 라틴어 ‘hospitale’ 이 어원이며 , 심신을 회복한다는 본의에서 hostel, hotel, inn, hospital 등의 파생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 즉 , 맞이하는 이 (host) 가 손님 (guest) 을 맞는 일은 심신이 회복될 정도로 편안한 배려여야 한다는 것이다 . 또 ‘ 맞이한다 ’ 는 단어의 속성은 양방향성이라고 한다 . 좋은 분위기의 만남은 , host 와 guest 의 상호 환대의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어서면 , 분위기나 맛보단 대체로 점원의 배려 깊은 태도가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기분 좋은 여운이었던 것 같다 . 배려는 친절함과 같기도 또 다르기도 하다 . 나는 익숙하고 상대는 어색한 무언가를 나의 노력으로 채우고 , 상대도 익숙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배려의 실체가 아닐까 ? 예를 들어 , 모르던 프로모션 혜택을 챙겨서 결제를 도와준다거나 , 짐이 많은 방문객을 위해 출입문을 잠시 붙잡아 먼저 지나가게 해 주는 , 그런 일 . .caption id="attachment.20337" align="alignnone" width="500". 해외 Airbnb 의 한 숙소에 들어서자, host가 정성껏 적은 환영의 메시지가 낯선 공간의 공기를 익숙하게 바꿔준다./caption. ✽ 지나는 손님 ( 客 ) 을 부르는 ( 呼 ) 것을 호객이라 한다 . 호객은 인지도가 약한 식당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손님을 유치하는 행위이다 . 회사 가까운 곳 식당에 유독 눈에 띄는 호객 아주머니가 있다 . 녹음기를 틀어놓았나 싶게 능란하게 반복되는 멘트가 인상 깊지만 ,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진심으로 맛있어 지인에게 권하듯 하는 메쏘드 (method) 급 호소력 짙은 멘트이다 . 화룡점정은 바로 이 인사말이다 . “ 좋은 하루 되세요 , 감사합니다 ” 그 아주머니는 그곳에서 식사를 하건 안하건 건물을 나오거나 길을 지나는 누구나 눈을 마주치면 ‘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감사합니다 ’ 라고 인사한다 . 많은 동료가 이야기했다 . 아주머니께서 하는 인사 때문에라도 한번 들러봐야겠다고 . 반대로 어느 편의점에서는 찾는 제품이 없어 점원에게 묻자 ‘ 거기 없으면 없는 것 ’ 이라며 쳐다보지도 않고 응대했다 . 2+1 프로모션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기 부담되어 그 편의점 브랜드가 홍보하는 냉장고 보관 서비스에 대해 묻자 ‘ 일한 지 오래 안되어 잘 모르겠다 ’ 는 답이 돌아온다 . 문을 열고 나오며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례에서 강남역 점심 뷔페식당 호객 아주머니는 관심 없던 손님의 발걸음을 돌렸고 ,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찾아온 손님이 발걸음을 돌려 나가게 했다 . 둘 다 맡은 책임은 비슷했다 .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였다 . 오너십이나 팔로워십 같은 잘 정리되고 포장된 어떤 개념이 아니라 , 그들이 책임과 책무를 대하는 기본적인 관념의 차이로부터 생긴 결과인 것이다 . 말 몇 마디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 객이 머물지 떠날지를 결정하게 한 차이였다 . .caption id="attachment.20330" align="alignnone" width="500". 글로벌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는 '기분 좋은 직원들의 배려 넘치는 서비스'다 (photo by Shake Shack Official)./caption. ✽ 마케팅 채널로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과 초대자의 배려로 서비스에 대해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던 어느 글로벌 SNS 회사의 호스팅이 떠오른다 . 글로벌 SNS 플랫폼 페이스북 (Facebook) 의 서울 본사 이벤트에 몇 차례 참여하며 매 번 인상 깊었던 것은 , 화려한 장식이나 보기에만 좋은 케이터링 (catering) 없이 참 실용적이고 편안하게 참석자의 낯섦을 보살핀다는 점이었다 . 아마도 원래 있었을 편안한 색감의 간접 조명과 거슬리지 않게 적당한 볼륨으로 틀어놓은 캐주얼하고 편안한 음악은 'F' 라는 브랜드의 내재된 가치를 이렇게 잘 보여주는구나 싶은 좋은 호스팅의 경험이었다 . 방문이 편안했던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다 . 방문자를 입구부터 맞이하며 시종일관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직원들의 매너는, 그냥 그래야 해서 그런 친절이 아니라 , 여유가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배려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 이름 마따나 그 회사의 ' 얼굴 ’ 은 그런 표정이었다 . 다른 날 방문했던 한 공유 오피스에 위치한 회사의 직원이, 이리 저리 살피며 입구에서 로비로 들어설 때 앞을 막아서며, '방문객은 출입할 수 없으니 담당자를 기다리라'며 용무도 묻지 않고 들어가버렸던 것과 너무도 상반된 경험이었다. 나중에 들어가보니 안에는 게스트 대기 장소가 따로 구비되어 있었다. ✽ 다른 업체를 방문하며 겪은 일이다 . 미팅을 위해 찾아간 그 회사의 건물은 깔끔했지만 연식은 좀 오래된 구조로 보였고 , 엘리베이터마다 서는 층이 달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서성이던 그때 , 찾는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출입증을 목에 건 어느 직원이 먼저 다가와 묻는다 . " 혹시 어디 찾아오셨어요 ?" 어디라고 답하자 그는 자신도 그 회사 직원이라며 , 타야 할 엘리베이터와 리셉션 호출 방법 등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 그리고 먼저 내리는 그는 ' 수고하십시오 ' 라며 공손한 인사도 잊지 않는다 . 그의 가볍지 않은 친절함으로부터 어떤 여유도 보였달까 ? 그 회사가 , 또 회사의 문화가 무척 좋게 느껴졌다 . 로고가 새겨진 출입증이 모처럼 제 역할을 한 셈이다 . 고교시절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 " 여러분이 가슴에 달고 있는 배지와 교표에 누가 되지 않도록 어디서든 행동거지에 조심을 …” 그땐 ,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 .caption id="attachment.20346" align="alignnone" width="400". "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하라, 그들은 지금 가장 힘겨운 싸움 중이다", 플라톤./caption. ✽ 마케팅에서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방문하도록 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일련의 여정을 퍼널 (funnel), 즉 ' 깔때기 ' 라고 표현한다 . 브랜드 노출 대비 실제 방문자가 적고 , 그 방문자가 다시 우리의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하는 수는 더 적어지기 때문이다 . 핵심은 퍼널의 면을 고르게 해 비용 대비 최대한의 성과(performance)를 내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그러한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과 이전에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더 많은 비용을 들인다 . 노력해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를 위해 , 기업은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 평판 관리도 한다 . 그렇다면 브랜드 디자인 , 커뮤니케이션 , 그리고 전반적인 퍼널을 잘 설계하고 갖추면 회사의 마케팅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 영업 현장과 고객이 아닌 , 의외의 접점에서 유쾌하지 않은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있지는 않을까 ? .caption id="attachment.20327" align="alignnone" width="600". 마케팅 퍼널 - 수 많은 대면/비대면 접점이 존재./caption. ✽ 회사 입장에선 면접자도 손님이다 . 능숙한 채용 담당자는 면접의 전 과정에서 면접자를 배려하며 회사의 좋은 이미지 형성에 일조한다 . 하지만 의외의 누수는 실무 면접자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면접에 초대된 입장에서도 , 면접 자체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스스한 얼굴로 면접에 참여한 면접관을 겪으며 다소 고압적이긴 해도 보수적 대기업의 면접 모습이 차라리 낫다고 여겨진 경험이 있었다 . 실무자로서 해당 직무의 동료를 채용하는 면접 자리에 동석해 시니어의 무례한 질문과 태도를 목격한 적도 있다 . 배려는 각자 자신의 위치나 입장에 따라 모습을 조금 바꿀 뿐이지 , 없어지거나 없어도 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망각한 듯한 행동이었고 결과는 회사의 이름에 한 먹칠이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HR 이나 조직문화에서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은 있을 것이다 . 채용 브랜딩을 위해 채용담당자들을 교육하고 , 면접 실무자들을 위한 면접 가이드를 만드는 등의 일이다 .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타사와의 영업이나 협업 현장에도 많이 발생한다 . .caption id="attachment.20332" align="alignnone" width="500". 지나치게 권위적이지 않게 상대를 배려한 잘 준비한 면접은 결과를 떠나 상호 '유익함'을 남긴다./caption. ✽ 이벤트 기획 미팅에서 철저히 갑과 을의 입장을 나누고 무례하게 굴어 좋은 협업을 방해한 부서장의 경우도 있었고 , 타사 방문 미팅에서 담당자에게 친밀함을 가장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불쾌감을 준 책임자도 있었다. 그건 개인의 허물로 그칠 일은 아닐 것이다. 당장은 미미하나마 회사의 문화 브랜딩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사례가 반복되면 그것은 ‘ 평판 ’ 이 될 것이므로 부서의 책임으로만 남기기에도 부족함이 많다. 안에서 깨진 종은 밖에서도 불쾌한 소음만 낼뿐이다 . 그러니 그 원인을 고쳐 개선하기 위해 , 전체 직원들의 의식과 관념을 이끌 중앙의 계도가 필요하다 . 중앙의 노력에는 주기적인 캠페인과 교육 , 워크숍 등이 있을 것이다 .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가까운 곳에서부터의 실천이다. 여러 목적으로 방문하는 게스트 외에도 택배 아저씨 , 청소 아주머니 , 심지어 잘 못 찾아온 타 층의 방문객까지 좀 더 여유 있는 표정과 태도로 대하는 등의 행동이 나와 내 주위 동료들에게 좋은 변화의 출발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그들의 신분 여부에 관계없는 잠재적 인플루언서라면 , 그런 문화에 신경 쓰고 솔선하는 회사의 오너 또는 문화 담당자는 데이터로 측정 불가능할 , 정말 큰 마케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 ✽ 손님은 손 ( 孫 ) 에 ‘- 님 ’ 자를 붙여 높이는 형태로 많이 쓴다 . ‘ 찾아와 맞이하는 이 ’ 란 의미의 한자는 ‘ 객 ( 客 )’, 영어는 ‘ 게스트 (guest)’ 라 표현한다 . 우리말에서 유독 ‘ 님 ’ 을 붙여 높이는 이유는 , 아마도 우리의 문화가 우리를 찾아오는 이를 존중의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을 더 중요하고 기분 좋게 여겨서가 아닐까 ? 다 , ‘ 님 ’ 이라 불렀던 이유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