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이라는 게 있다는 데... 그거 우리 조직도 도입 한 번 해보세요" "아... C" 저렇게 훅훅 던져 놓는 대표만 보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뭐라도 좋아 보이는 건 죄다 우리도 해보자며 덤벼드는 대표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물론 대표님의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만 대표님은 실무자의 마음은 1도 몰라주는 것 같아 야속하죠. 억울하면 내가 대표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OKR이라는 영어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습니다. Google Again...? 세르게이 브린, 레리 페이지 그들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구글입니다. 얘들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구글 정체는 커녕 OKR 정체도 요원합니다. 책을 하나 샀지요. 존 도어라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약력이 어마어마합니다. 무려 벤처투자업계의 '워렌 버핏'으로 통하는 사람이며, 실리콘벨리에 OKR을 전파한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 몇 명도 책을 썼습니다만 일단 오리지널(?)을 봐야 할 것 같아 존 도어 책을 주문했습니다. 책을 한 권 다 읽고 보니 어느 정도 개념은 잡힙니다. "아~ 그래~ 그런 말이구나..." 근데 뭔가 빠진 것 같아요. "근데 얘를 어떻게 우리 회사에 입히지?"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 그것을 우리 조직에 적용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 대표와 직원, 엄마와 아빠의 차이만큼 간극이 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님이 잠깐 스치듯이 가볍게 던진 질문을 '가장'하며, 다시 묻습니다. "OKR 준비는 잘 돼가고 있나요?" 뇌 정지가 왔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습니다. 대충 얼버무리고 바보인 척 연기를 해야 하는데, 바보인 척 연기를 하기엔 배포가 없는 쫄보입니다. "네,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 중으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유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말았지요.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어떻게든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대표님 머릿속에 그려줘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를 포함하여 여러 명에게 경험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서칭은 물론이고 타사 사례도 뒤지도 또 뒤졌지요. 그러나 인터넷은 주로 글쟁이들이 적어 놓은 '말말말'이 90% 이상입니다. 'OKR의 개념, OKR vs BSC, OKR vs KPI' 등등 지식 자랑만 늘어놓는 전문가들이 열에 아홉... 막막합니다. 그래서 그냥 내 마음대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입도 그 성패에 대한 책임도 결국은 저의 몫,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 지기로 결정했습니다. 레퍼런스를 모으고 모아 실행을 위한 작전과 계획을 세웠습니다. OKR 도입은 고려해야 할 게 많았습니다. OKR은 다름 아닌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이다 보니 팀의 성과, 개인의 성과 등과 연관이 됩니다. 성과와 연관되면 자연스럽게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평가를 하게 되면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으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이후의 작업들과 연계되지 않은 OKR 도입은 조직에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니 있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하였지요. 모든 제도 도입이 비슷하겠지만 도입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사항을 두 개 설정하였습니다. '명확성' & '정확성' 그리고 이 핵심 원칙 두 개를 기반으로, 구성원과 얼마나 세밀하게 소통하느냐 가 관건이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OKR은 우리가 해야 할 것(WHAT), '명확성'과 '정확성'은 OKR(무엇)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핵심 전략(HOW), 구성원과 이를 어떻게 세밀하게 소통하느냐는 성공적 도입을 위한 핵심 전술(세부 지침이나 방법; Principle.원칙) 이번 글에서는 OKR 도입을 위한 최초 작업 즉, 명확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맥락 세팅 방법(전략 실행 노하우)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려보려고 하는데요. 저는 현재 약 30여 명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대충 도입해도 되지 않냐?라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ㅎㅎ 작은 규모이니 대기업보다 제도를 도입할 때 유연성 등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러한 제도 도입에 있어서는 유연성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OKR은 우리의 목표 달성을 돕는 도구이자 성과, 평가, 보상 등의 조직에서 구성원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제도와 연관성이 높습니다. 이에 더욱 섬세하고 꼼꼼한 접근 그리고 일관성 있으며 예측 가능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가 첫 번째로 한 것은, 구성원에게 현재 OKR 도입을 준비 중이며, 도입을 위해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미리 메신저 채널에 공개하였습니다. 내용 작성 시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왜 도입하는가? (우리 회사에서 OKR이 필요한 이유) 2) 앞으로 3개월 간 도입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얼 하려는가? 3) 그래서 구성원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4) 3개월 이후에는 어떤 일들을 계획 중인가? 등의 내용입니다. 맥락을 세팅하는 과정으로 내부 고객인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와닿는 내용에 집중하여 선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구성원의 호기심과 관심을 유발하고, 추후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인데요. 이러한 사전 공개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래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비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모델을 참고하시면, 매우 효과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험 상 준비를 철저히 하고 사소한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하여 실패한 사례가 몇 번 있어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세밀하고 꼼꼼하고 사려 깊고 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전 공개를 한다면 매우 효과적이죠. 소셜 미디어 참여의 사다리 (Social Technographics Ladder) 구성원에게 사전 공개를 하고 난 뒤, 두 번째로 한 것은 OKR의 개념 설명 자료 배포였습니다. 이미 대략적인 맥락 세팅 작업을 하였기에 OKR 개념 설명 자료가 배포되어도 구성원들은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아~ 이게 OKR 이야? 이런 뜻이었어?" 정도로 받은 자료를 읽어 보시죠. 이 두 번째 단계에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연결'인데요. 무슨 말이냐 하면 OKR 관련하여 문의 사항이 있는 경우, 바로 확인 가능한 창구를 열어 놓는 것입니다. 이런 창구가 없다면 구성원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묻지 못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두 번째 단계에서 반드시 OKR 관련하여 여러분들께 구성원이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도록 채널과 소통 방법을 명기하여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배포하셨다면 다음 단계는 구성원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설명회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는 회사 인원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다를 텐데요. 원칙은 대면하여 구성원에게 구두로 설명을 하는 것 그리고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첫 번째는 구성원의 이해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구성원의 수용 정도를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그들의 질문 수준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그들이 질문하는 태도 등을 보면 제도의 수용도 정도를 가늠할 수 있죠. 물론 정확히는 아니지만 이러한 자리를 통하지 않으면 그나마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없게 됩니다. 다른 방법보다 가장 확실한 것은 구성원의 표정을 보는 것이에요. 만약 설명회를 가지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설문을 실시하는 등으로 구성원의 피드백을 공식적으로 받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리고 받은 피드백에 대한 코멘트 등을 첨언하여 구성원 전원과 공유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야 명확하고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고, 이러한 지난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제도 도입 이후에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회 등을 통해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으셨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도입 단계, 즉, OKR을 일상에서 구성원분들이 실제 일하는 방식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단계입니다.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을 위해 다음 글에서 계속 말씀드려도 될까요? ㅎㅎ 눈이 침침하니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