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본업은 안녕한지 물으신다면
오늘은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저는 직장생활에 항상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공을 따라 재무 담당자라는 직업을 갖게 됐지만 아무래도 제 적성은 아닌 것 같았거든요. 보통 이런 고민은 몇 년 하다가 타협하고 마는 것 같은데 저는 그게 잘 안 됐어요. 어딘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회사를 다니는 내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렇다고 직업을 바꿔볼 용기는 없었고, 그저 진로 고민에 게을렀던 과거를 탓할 뿐이었습니다. 회사 일은 맡겨지면 나름 열심히 하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굳이 더 배우려, 성장하려 욕심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재무 담당자라는 직업 안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찾지 못했고, 제 눈에 멋져 보이는 다른 직업들을 어설프게 동경했습니다. 나도 저런 일을 선택했다면 잘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성장은 여기 없는 것 같아, 속으로 이런 푸념들을 하면서요.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어찌 보면 그런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종종 제 글을 잘 읽고 있다는 댓글이나 인사를 받을 때면, 그동안 회사 일로는 하지 못했던 자아실현을 하게 된 것 같아 뿌듯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맞추다 포기한 퍼즐처럼 남겨져 있는 제 본업이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SNS에 글 많이 올리는 분이 실제 일에 얼마나 집중하시는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맨날 일에 대한 생각, 리더십, 조직, 스타트업에 대한 상념들을 길게 적어서 올리시는데, 솔직히 대단한 것도 아닌 인사이트 쓸 시간에 그냥 일이나 하지 싶을 때가 많아서요. 그런 분들 중에 알고 보면 실제 업무 레퍼런스 되게 안 좋은 경우도 많았던 것 같고요."
며칠 전 어느 익명 단톡방에 올라온 이야기가 제 마음을 쿡, 하고 찔렀습니다. 맡은 업무에 특별히 소홀했던 적도 없고 회사에서 평판이 나쁜 것도 아니었지만(아마도...?), 글을 쓸 때마다 솟는 '더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열정이 회사 일을 할 때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는 게 저를 떳떳하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더구나 직장인으로서의 좋은 태도에 대한 글을 고민하면서, 정작 제 본업에서는 열심의 상한선을 그어놓았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김민철 작가님의 책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라는 제목만 보고 사이드잡을 어떻게 성공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한 회사에서 18년을 넘게 일한 '찐 직장인' 김민철 님은 회사 일을 자기 인생의 훌륭한 수단으로 삼는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오직 자아실현을 위해 직업을 골랐다고 생각했다. 나의 관심사와 능력과 꿈에 꼭 맞는 직업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직업이 주는 단단한 보상이 나를 일어서게 했다. 부인할 수 없었다. 직업은 나의 현실적인 기반이자 매일의 환경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반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이 환경을 나에게 더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작업을 해야만 했다. (43p)
저는 그동안 제 일상과 자아를 지키는 방법으로 직장인이라는 제 정체성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를 택해왔습니다. 직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했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직장이라는 작은 사회에 매몰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 일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한 발은 밖으로 슬쩍 빼놓고 완전하지 않은 직장생활을 이어왔던 거죠.
김민철 작가님 역시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입니다. 퇴근 후의 여가와 작가로서의 삶을 위해서 6시 퇴근이 회사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이야기할 정도로요. 하지만 일에 대한 태도는 저와 정반대였습니다. 자기의 사생활이 회사 일에게 침범당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일이라는 녀석을 더 꽉 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시퇴근이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퇴근이 되지 않도록 매 순간 날을 세워 치열하고 밀도 있게 일하는 것. 엉성한 야근이 주는 가짜 성취감에 도취되지 않고, 야근을 한다면 오직 내 일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 그것을 결정하는 것. 그렇게 회사에서의 일을 온전히 나를 성장시키는 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을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 일에게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김민철 작가님이 고집하는 태도들입니다.
이 책은 대단한 성공을 이루는 법에 대해서 말하는 책은 아니다. 회사에서의 내 일로 매일을 건너가고, 혼자만의 일을 하며 내일로 건너가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의 분투기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회사에서의 나'와 '작가로서의 나'를 동시에 키우기 위해 내가 알아낸 노하우들이 누군가의 매일에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키우며 내일로 건너가고 있다. (10p)
김민철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회사 일을 좀 더 멋지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8년이 넘도록 제 일상을 단단하게 받쳐준 나의 직업에게 한 번쯤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 책이 몇 년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참 좋았겠다 싶다가도, 어쩌면 지금 만났기 때문에 더 깊이 곱씹어 볼 수 있는 메시지 같기도 합니다.
글 쓰는 회사원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균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런 책,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 것 같아 든든합니다. 당장 대단한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제 본업에서 더 자라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 하나로 힘이 납니다. 앞으로 회사에서도 매 순간 진심을 담아 경험하고 성장한다면, 제가 퇴근 후에 쓰는 글도 더 반짝반짝 빛나게 되지 않을까요.
박광현 in 인살롱 ・ 2023.03.14 팀원이 보는, 유능한 리더가 소통하는 법 (Feat. 심리적 안전감)
보상 수준, 회사의 비전, 직무 만족도 등 직원이 조직을 떠나는 사유는 다양하지만,퇴사를 고민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리더’
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직장인이 1년 365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바로 직장 동료입니다.그 중 가장 밀도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는 상대는 직속 상사일 경우가 많습니다.그 상사와의 소통이 불편하고 어렵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하다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이 스트레스로 가득 찰 가능성이 아주 높죠.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감히, 팀원의 입장에서 이런 주제로 글을 쓴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제가 경험한 가장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대표님의 말을 빌려 나머지 글을 이어가고자 합니다.(구체적인 내용은 Youtube 영상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질문의 힘! 겸손하게 질문해야 성공한다구요?! | EBS비즈니스리뷰 김호 (1/4)편.)
조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소통이 있다고 합니다.
위로하는 소통
수평적 소통
아래로 하는 소통
세 가지 소통 중에서, 그 조직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아래서 위로하는 소통’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면 그 조직의 문화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직원이 상사에게 질문하거나 / 제안하거나 /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두려워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 조직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조직의 문화를 개선하고 싶다면 아래서 위로 하는 소통이 바뀌어야 합니다.제가 요기요로 이직 후 가장 놀랐던 부분 중 하나도 아래서 위로하는 직원들의 소통 방식이었습니다.리더가 무언가 요청하거나 질문할 때, 어려운 건 어렵다고 얘기하고 불가능한 것은 안된다고 거절하는 직원들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라고 말하면… 제가 너무 라떼를 살았던 티가 나겠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단, 아래서 위로하는 소통을 바꾸기 위해서는 위에서 아래로 하는 소통이 먼저 개선되어야 합니다.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하는 소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Telling (ex. “너 이렇게 해” 하는 단언)
Ask (겸손한 질문)
Telling(텔링)
은 정해진 답을 요구하거나 지시하는 소통입니다. 이 방식은 새로운 정보나 통찰을 얻기 어려운 방식의 소통입니다.리더십 도서로 유명한 <원온원 일 잘하는 팀장의 대화력> 에서도 정답이 리더에게만 있을 때 원온원은 실패한다고 말합니다. 정답이 리더에게 있다는 말은 “리더의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는 의미이죠.이때 팀원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리더의 말을 메모하기에 바쁘며, 성장은 멈추게 됩니다. (p.99)
기업들이 신년사에서 “상사에게도 No라고 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라고 수백번을 말한들 경직된 문화가 없어질 수 있을까요? 혹은 정해진 답을 요구하던 리더에게 No라고 말하는 것이 직원들 입장에서는 가능한 일일까요?
그보다는 리더가 먼저 겸손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겸손한 질문
이란 내가 답을 전부 알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리더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태도일 것입니다.)
문제 발생 시, 해결책이 필요하거나 여러 대안 사이에서 정답이 고민이 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게 또 뭐가 있을까요?”, “어떻게 해서 이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요?” 라고
질문을 던지게 되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해져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때 직원들이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신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전감
이 지켜져야 합니다.심리적 안전감이란 조직 내에서 서로 상대방을 믿고, 도움을 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신뢰. 관계를 말합니다. 즉, 리더와는 다른 의견을 내어도 적극 수용되며, 상반된 의견이라도 무시 받거나, 그 의견이 흘려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입니다.
.신뢰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예측 가능성으로서의 신뢰 : 예를 들어 동료가 몇 년 간 같이 일했기 때문에 서로의 의중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2) 취약성 기반의 신뢰 : 팀 내 회의에서 “저 이거 잘 모르겠어요.”, “저 질문이 있어요.”, “저는 의견이 달라요” 라고 취약성을 드러내도 상대방이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조직 경영 전문가 패트릭 렌시오니는 취약성 기반의 신뢰가 진짜 신뢰라고 말합니다.
특히, 사람들은 상대방이 얼마나 자신을 케어하고 위하는지 느끼는 순간부터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그리고 리더가 직원들을 케어한다고 보여주는 것이 바로 겸손한 질문인 것이죠.겸손한 질문을 통해 조직의 문화를 개선해 나갈 수 있으며, 일상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직 리더가 아니지만 겸손한 질문을 던지는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심리적 안전감이 느껴지는 조직에서 소통할 때 업무의 효율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두려움 없이 의견을 전달해 건전한 피드백을 받고, 이런 과정을 통해 업무의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리더라면, 본인은 직원들에게 겸손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자문해 보시면 좋겠고,아직 리더가 아니라면, 나는 심리적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동료인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3.03.15 스타트업 초급리더 육성하기 : 3. 신임리더가 리더임이 당연한 세계관 만들기
안녕하세요! 스탠바이랩 최고제품책임자와 인재채용을 맡고 있는 김민종입니다.벌써 세 번째 글을 쓰게 되었네요. 이번 글을 올리게 되면 총 6회로 기획된 시리즈의 절반이 되는데요, 저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지난 글 말미에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를 했었죠? 오늘은 리더 후보자가 조직 내에 있다는 전제하에 조직 내에서 이 사람은 차기 리더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주는 여러 방법 중 한 가지를 공유드리려 합니다. .부여받은 권력도 약할 수 있습니다..'부여받은 권력이 가장 정통성 있다' 라는 말이 있어요. 조직에서 합법적 절차를 통해 리더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인데요. 조직 내에서 인망이 두텁고,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던 사람이라면 큰 통증없이 리더가 될 수 있겠지만, 기존 구성원 모두가 신임리더를 바로 리더로 인정하지 않아요. 특히 팀원이 리더와 비슷한 경력을 갖고 있거나, 한끗 정도 낮은 경우 조직의 2인자가 되면서 비협조적으로 나오게 되면 조직 내 불화가 생기게 되죠.기존에 동등한 팀원이면서 비슷한 지위에 있던 사람들은 보통 그 사람들이 협조적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조직내에 있다면 협조와 동의를 얻어 함께 조직을 운영해나야가 하는 사람들이지 지위를 갖고 리더의 마음대로 조직을 운영하기는 어려워요. 정말 조직을 다 휘어잡고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현재 리더가 자신의 리더인 것이 당연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야 해요. 현재 리더가 리더가 아니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조직에 없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려면 최소 1년에서 몇 년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죠. 리더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팀원의 세계관에 리더가 리더인 것이 당연해야 한다는 것이에요.이를 설명하기 위한 좋은 예가 있어요. 아마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실제로 겪어보았을 일이에요. 군대에 가면 소위, 신임 하사같은 초급 간부가 병사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거에요. 이건 단순하게 그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실력의 문제이기도 해요. 실제로 그들이 실수한 부분을 병사들이 수습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실무에 대한 부분을 교육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은 초급 간부의 실무 역량향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리더십 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되죠.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직급은 위에 있지만,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에게 역량이 조금 나아졌다고 리더로서 인정받고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리더로서 인정받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점은, 초급 간부가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던 병사들이 모두 전역한 이후가 될 것입니다.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화의 흔한 클리셰인 믿음직한 베테랑 중사와 어리숙한 신임 소대장이 떠오르셨을텐데요, 이 상상 자체도 훌륭한 이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베테랑 중사조차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겠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베테랑 중사를 신뢰하고 따르는 병사는 사실 그의 능력있는 시절만 보았을테니까요. **.위대한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초기 리더십 구축.**예전 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하셨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종교적 선지자들조차 처음부터 자신의 고향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어렸을 때 기저귀차고 오줌싸고 똥싸는 것을 다 본 어른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머리 좀 컸다고 입 바른 소리하고 다니면 누가 그것을 인정하겠는가. 그래서 다들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종교적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종교적 선지자들이 낯선 이방인이며, 정말 하늘이 내린 신의 대리인으로 보였을테니까요.사람은 누구나 미숙하고 서투른 시절이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런 시기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역사와 종교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서두가 장황하죠? 이렇게 서두가 장황한 이유는 딱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입니다. 리더 한 명 새로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 읽으시면서 리더 하나 만드는데 세월이 참 오래 걸리네 라는 생각을 하셨을텐데요, 그 생각이 맞습니다.한 명의 리더가 능숙하게도 아니고 많이 부족하지만 최소한의 인정을 받으면서 리더 역할을 하게 하는 데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를 신임리더로 발표한 뒤 준비를 하면 이미 늦는 다는 것이고요, 사전에 리더육성체계를 마련하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준비를 해도 여전히 시간이 모자라고 오래 걸립니다!)그래서 몇 가지 노하우를 전달드리려 합니다. 리더 후보자가 있다면 리더가 되기 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이 사람은 차기 리더가 되겠구나, 인식을 주고 그에 맞는 영향력을 주어야 합니다. 마치 이성에게 하는 고백과도 같아요. 사귀자는 고백 또한 당사자가 모르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누가 봐도 고백만 제외하고 사귀는 상황임을 다 만들어놓고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하죠. 이과 같이 리더도 다 만들어놓고 임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생애주기 취약점을 이용하세요.**인생에는 특별한 날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매 년 세시풍속처럼 돌아오는 날입니다. 명절, 발렌타인데이,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해당 날짜 자체는 나와 아무 관계없는 날이지만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으면 아쉬운 그런 날입니다.또 하나는 나와 관련있는 날입니다. 생일, 학교졸업식, 결혼기념일, 입사 1주년 등등 세상 사람들에게는 의미없는 날이지만, 나에게는 의미있는 특별한 날이 있습니다. 따로 있는 용어는 아니지만, 저는 이 날을 '생애주기 기념일' 이라고 합니다. 직원기준에선 현 직장과 어떤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요?처음 채용공고를 본 순간, 이력서를 넣고 처음 연락이 닿은 순간, 면접 시간, 입사 첫 날, 입사 1개월 차, 6개월 차, 1년 차 정도가 크게 의미있는 기억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후 연차도 의미가 있지만, 본 글에선 의미가 없으므로 짧게 넘어갑니다.) 저는 리더이며 채용담당으로서 처음 회사에 입사한 팀원들에게 생애주기 기념일에 맞게 의미있는 기억을 만들어주려 노력을 합니다. (첫 회사일수록 그 기억은 더 강렬합니다. 마치 첫 연애와 같이 말이죠.)근데 리더십 이야기하다 왜 뜬금없이 기념일로 주제가 넘어갔을까요? 바로 이 생애주기 기념일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의미있는 지점이 두 군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 포인트는 바로 면접과 입사 첫날부터 1~3개월까지인 수습기간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생애주기 취약점'이라고 부릅니다.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제가 지은 말이에요. 검색해도 안나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가장 심리적으로 유약하고 작은 호의나 능력도 크게 느끼는 기간이 있습니다. 직장인 기준에선 바로 면접 시기와 입사를 처음 하고 적응하는 기간인데요, 이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많은 회사가 면접관은 이미 리더인 사람이, 입사 후 온보딩 과정은 일반 팀원 중 일이 적거나 경력이 적은 사람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이 기간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이기에 그냥 보내기엔 아까운 기간입니다. **.리더 후보자를 면접관으로 참여시키세요..**면접관의 예를 먼저 들어볼까요? 직장을 대충 지원하고 대충 다니지 않는 이상, 면접이란 구직자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잊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100% 완벽한 면접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제대로 대답을 못하기도 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이전 직장에서 엘리트였던 구직자도 면접에선 긴장하고 서투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어쩌면 흑역사가 될 수도 있는 자리에서 나를 평가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은 입사 이후에도 절대 가볍게 여길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그 사람이 그 면접에서 나를 평가하고 내 목숨줄을 쥐고 있었다는 것을 잊기 쉽지 않습니다. 결국에 좋은 점수를 주었기에 입사를 했을것이고요.입사 전 면접에서 한 번은 만나보았다는 내적친밀과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입사를 했을 때 같은 팀에 나의 면접관이었던 직원이 있다는 것은 다른 직원과는 차원이 다른 관계를 맺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면접관이었던 사람은 구직자의 입장에서 경력이 더 많은 경력직으로 입사했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지요. 둘이 면접을 보았던 한 시간은 둘만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이기도 합니다. **.리더 후보자를 온보딩에 참여시키세요..**입사 첫 날부터 수습기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입사 첫 날을 떠올려보세요. 얼마나 많은 긴장을 하고 입사를 했는지. 정수기나 화장실이 어디있는지도 몰라 물도 혼자 마실 수 없었던 정신없는 첫 날, 그리고 한 명 한 명 소개받던 직장 동료들의 얼굴 등등. 이 시기도 심리적으로 단단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호의가 크게 다가오는 시기입니다.조직 내에 리더 후보자가 있다면 온보딩을 리더 후보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에 좋은 케어를 한다면 리더 후보자가 행한 선행의 양보다 더 많은 심리적 빚을 온보딩 대상자에게 줄 수 있습니다. 딱히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빚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안 좋은 의미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주는 사람은 1을 주었는데 받는 사람은 2를 받았다고 느끼는 것 뿐입니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쌓아올린 관계는 추후 리더 후보자가 리더가 되었을 때 관계를 잘 쌓은 팀원의 지지로 인해 3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더십과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한 조직의 성과를 낼 것이고 기업은 4로 돌려받겠죠. .리더십 육성에 성공한 조직만 살아남는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야해요..'리더 후보자면 안그래도 조직에서 유능하고 할 일도 많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낼 수 있나요?' 라고 반문할 수 있어요. 일이란 1. 오늘 당장 해야할 중요한 일, 2. 오늘 당장 해야할 덜 중요한 일, 3. 덜 급하지만 중요한 일, 4. 덜 급하고 덜 중요한 일로 나뉘어집니다. 저는 기업과 조직의 장기적 흥망은 덜 급하지만 중요한 일을 얼마나 잘 하느냐로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리더를 육성하는 것은 몇 명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가 달라붙어 노력해야 하며 대상 조직 또한 일부 팀이 아닌 전사적이어야합니다.가끔은 제가 제시한 방법 이상 가성비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을 합니다. 많은 기업이 이런 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혹은 빠르게 해결하고 싶어 외부리더영입을 위해 노력을 하고있고, 반대 급부로 외부에서 영입한 리더가 기업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성과를 내야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제서야 리더를 내부에서 육성해야한다 말은 하지만, 그게 쉬웠다면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았을거에요. 한 명의 초급리더를 만들기 위해 리더 후보로 선정하여 리더로 임명하고 제대로 조직을 장악하여 성과를 내기까지 걸리는 최소 기간이 2년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간을 드라마틱하게 줄이려면, 리더 육성의 일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리더를 쉽게 뚝딱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사람은 노벨경제학상이나 그에 버금가는 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의 출산예정일이 이틀 남았네요. 곧 아들이 태어납니다. 다음 글은 정말 정신없는 와중에 쓸 것 같아요. 날이 많이 따뜻해졌네요. 다들 행복한 봄을 즐기시기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
인살롱 in 인살롱 ・ 2023.03.18 인사노무담당자가 꿈꾸는 노동조합 Identity
**인사노무담당자는 어떤 노동조합을 꿈꿀까?**회사 말 잘듣고 인사노무담당자를 피곤하지 않게 하는 노동조합?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몇 가지 없을테지만 이건 단언할 수 있다. 저얼대 그런 노동조합을 인사노무담당자가 원하지 않을 거란걸. 인사노무담당자도 직원이고 근로자이자 노동자이다. 노동자를 위한 합리적인 근로조건 향상을 응원하지 않을 인사노무담당자란 없을 것이다. 굳이 합리적이란 형용사를 붙인 이유는 협상이라는 특성상 원하는 목표 이상을 제기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정책과 이에 대응하는 노동조합의 모습을 바라보면 지난 십여년간 노동계 안팎에서 이야기 되던 노동조합의 위기가 이제는 피부로 와닿고 있다. 어쩌면 입장이 노동조합의 반대편 사이드에 있기 때문에 더 크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인사노무담당자와 노동조합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 관계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린 이야기만은 아니다. 노무를 전담으로 담당하는 담당자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이고 노동조합이 '강성'일수록 노무담당자에 대한 인정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악어와 악어새 관계에 다시 빗대보면 악어는 악어새를 본인의 치과의사선생님으로서 예우해주지 않는다. '악어와 악어새 관계'의 본질은 악어새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악어의 이빨에 끼인 먹이를 먹는 것에 불과하다. 그 시점이 악어가 배가 부른 채 일광욕을 하는 시기를 택한 것은 악어새의 지혜일 뿐이다. 한 머리의 악어가 몇 마리의 악어새를 잡아먹었을지 추측하게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기에 악어새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한다. 또한 인사노무담당자와 노동조합 가운데 어느 쪽이 악어새인지에 대해서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강자와 약자가 누구인지는 그 양상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고싶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인 누구에게라도 묻는다면 노동조합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노동조합이 변화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지금은 좀 그렇지 않아?” 이런 느낌이랄까?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지성인을 꿈꿨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어떤 모습이어야할까? 라는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해준 것은 공부할 적에 잠시 접했던 Richard Hyman이 제기한 ‘불변의 삼각구도’다. 삼각형의 각 꼭지점은 계급, 사회, 시장을 의미하며 각 꼭지점별로 노동조합의 정체성이 있다.
계급으로서 정체성은 노동자조직으로서 집단이해와 정체성이 있고 계급의 입장을 대변한다.
사회의 정체성은 노동조합 역시 사회적 틀 내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이해집단과의 공존을 모색한다.
시장의 정체성은 노동조합이 피고용자집단으로서 일과 그 일에 따른 임금을 받는 것을 받아들이며 시장논리에 따른 균형을 요구한다.
Hyman은 현실에서 노동조합이 이 세 꼭지점 가운데 하나만을 추구하는 경우 안정적으로 지속하지 못하고, 두 꼭지점을 연결하는 면으로서 기능해야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하였다.지금 대한민국의 노동조합은 이 세 가지 꼭지점 가운데 어느 점과 어느 점을 연결하고 있을까?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지금 느껴지기에는 **계급에 대한 정의(definition)**도! **사회적 프레임에 대한 정의(definition)**도! **시장에 대한 정의(definition)**도 조금은 치우치게 정의된 상태로 두 꼭지점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다. Hyman의 삼각형의 꼭지점과 관련하여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노동조합은 어느 계급을 대변해야할까?
지속가능한 사회로 기능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시장은 교환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양팔 저울의 양쪽 추에 어떤 가치를 올려 두고 있을까?
이러한 주제를 쉽게 올리기도 어렵고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낭만과 희생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활동할 수 없는 집단이자 이데올로기가 노동조합이기에 **한아름 '존경'과 약간의 '아쉬움'**이 가득하여 조금 끄적여본다.저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은 노동계 친우와 함께 소주 한잔을 겻들여 한껏 떠들어 재껴 볼 수 있었지만, 각자의 답은 모두 다르긴 하다. 노무담당자라면 한번 즈음은 자신만의 노동조합 상을 그려보면 어떨까? 라는 핑계로 아쉬움을 글로 남겨본다.
상쿤 in 인살롱 ・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