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공지는 무엇일까? HR팀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정말 많은 공지를 쓰게 됩니다. 새로운 제도를 안내할 때도, 기존 운영 방식이 바뀔 때도, 구성원에게 무언가를 요청할 때도 결국 마지막에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돼요. 저 역시 HR팀에서 꾸준히 일을 하면서 수많은 공지를 작성하고 수정해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요즘은 좋은 제도나 정책을 만드는 것만큼,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것도 HR의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 정책을 만드는 것이 1단계라면, 전달하는 것은 2단계 하나의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왜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운영할지, 예외 상황은 어떻게 볼지 하나씩 정리해야 해요. 하지만 여기까지 잘 준비했다고 해서 구성원에게도 같은 모습으로 전달되는 건 아니에요. 만든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배경도 처음 공지를 읽는 사람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한 문장만 빠져도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는 질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지를 작성할 때 점점 ‘우리가 무엇을 정했는지’보다 ‘읽는 사람은 무엇을 궁금해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 무엇이 달라지는지, 왜 이렇게 운영하는지, 나는 무엇을 하면 되는지. 이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읽히는지만 확인해도 공지가 꽤 많이 달라집니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 1단계라면, 그 정책의 의도와 기준이 구성원에게 오해 없이 닿도록 만드는 것이 2단계인 셈이에요. • 회사마다 ‘공지의 말투’도 다르다 HR팀에 계속 있다 보니 재미있게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공지라도 회사와 산업에 따라 말하는 방식이 꽤 다르다는 점이에요. 어떤 조직은 필요한 내용만 짧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잘 맞고, 어떤 조직은 조금 더 친근하고 위트 있는 말투가 자연스럽습니다. 구성원을 부르는 방식이나 이모지를 사용하는 정도, 문장의 길이까지도 조직마다 조금씩 달라요. 결국 공지의 톤도 조직문화의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의 공지를 볼 때면 내용만큼이나 “이 회사는 구성원에게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하는구나”를 보는 재미도 있어요. 저 역시 공지를 쓸 때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내용은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어 여러 번 문장을 고치곤 합니다. 친절하게 설명하려다가 핵심이 흐려지기도 하고, 반대로 간결하게 쓰려다가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이에요. 아직도 그 사이의 적당한 지점을 찾는 중입니다. • 두 가지 언어로 같은 톤을 전달한다는 것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어 공지나 가이드 페이지를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어 내용을 영어로 잘 번역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문장의 뜻이 같다고 해서 받는 느낌까지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에서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표현이 영어로 그대로 옮겨지면 지나치게 격식 있게 들릴 때도 있고, 반대로 영어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조금 가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번역을 마친 뒤에도 자주 다시 읽어봅니다. ‘두 공지가 같은 회사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지는지’, ‘외국인 구성원도 이 문장의 의도를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하게 받아들일지’. 특히 문화적 맥락을 공유하지 않는 구성원일수록 행간에 기대기보다 필요한 정보를 명확하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지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같은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 그래서, 좋은 공지는 무엇일까? 아직 저도 정답을 찾고 있는 중이지만, 지금까지 공지를 쓰며 느낀 좋은 공지의 기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읽는 사람이 다시 물어보지 않아도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사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 문장을 예쁘게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결국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인 것 같습니다. HR에서는 앞으로도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계속 만들게 될 텐데요. 저는 그만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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