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은 왜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울까 나는 원래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고, 기준을 세우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편하다. “된다”, “안 된다”, “A가 맞다”, “B가 맞다”처럼 방향이 분명한 상황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애매하게 남겨두기보다 결정하고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HR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에는 규정이 있고, 제도가 있고, 의사결정 체계도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주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HR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문제는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조직 개편은 아직 논의 중일 수 있고, 인력 운영 계획은 사업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사내공모나 이동 계획 역시 여러 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향이 있더라도 내일이 되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HR에게 묻는 질문들은 대부분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동이 가능할까요?” “충원이 될까요?” “조직은 어떻게 바뀌나요?” “이번에는 승진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구성원들은 답을 원한다. 하지만 HR은 아직 답이 만들어지는 과정 한가운데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HR이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HR은 회사의 제도와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조직처럼 보인다. 그래서 HR의 한마디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회사의 공식 입장처럼 받아들여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HR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현재 검토 중인 방향을 설명한다고 생각해보자. HR 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이렇게 검토되고 있습니다”라는 의미로 이야기했지만, 구성원은 “그렇게 결정되었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후 상황이 바뀌면 HR은 말을 바꾼 사람이 된다. 반대로 변경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설명하면 어떨까.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검토 중입니다.” “추후 안내드리겠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어떤 경우에는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결국 HR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조금 더 명확하게 말하면 미래에 발목이 잡히고, 조금 더 신중하게 말하면 현재 신뢰를 얻기 어렵다. 나는 이 부분이 HR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명확함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답이 있으면 말하고, 답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HR은 답이 없는 상태 자체를 관리해야 한다. 검토 중인 사안을 설명해야 하고,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전달해야 하며, 때로는 결정권자도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문제를 구성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방식은 흑백에 가깝지만, HR의 현실은 대부분 회색에 가깝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HR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명확하게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확정된 것은 확정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것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결정되었고, 무엇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될 예정인지까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생각보다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왜 답을 줄 수 없는지, 언제쯤 답을 알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HR의 역할은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주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HR 일을 하면서 한 가지는 분명히 배우게 되었다. 명확한 답을 주는 것과 신뢰를 주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아직 답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직한 답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HR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어려운 점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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