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회사의 규모나 대표의 생각에 따라 인사에서 담당하는 업무에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1인 HR로 일하는 기업에서,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저는 하루에 40~60명의 메신저를 받았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연차, 근태, 복지 규정 등 개개인의 현 상황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매일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공통된 질문들을 정리하고 반복되는 질문을 소거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고 공지를 하자, 점차 이런 질문들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공지를 보지 않고 질문을 하는 건 어느 부서나 매한가지인 거 같습니다.
'인사 업무는 이거에요' 를 보여줄 수 있는 회사 내 그룹웨어나 메신저 내 프로필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직원들에게 질문이 왔을 때 빠르고 신뢰감있게 답변을 줄 수 있습니다.
1. 인사는 어쩔 수 없이 CS이다.
제가 인사를 하며 저의 개인적인 친절한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직원들이 인사에 기대하는 바가 친절한 설명인지 고민인 순간들이 있습니다. 인사담당자에게 물어보면 금방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을, 내부 공지나 시스템을 통해 찾아보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든다고 느끼는 거 같습니다. 가끔 질문에 답하다가 '규정을 읽어봤고 안되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라는 답변을 들으면 그 사람의 질문에 NO라고 말하기 위해 고민한 저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게 느껴집니다. 인사는 직원들에게 CS 이미지이고, 앞으로도 이 부분은 변하기 어려울까요? 저에게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으로 남아있습니다.
2. 인사는 직원들과 면담해주는 부서이다.
'저희 팀원이 퇴사한다고 하는데, 면담 좀 해주세요'
가끔 팀장이나 부서장으로부터 퇴사의사를 밝힌 직원을 회유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저는 이런 부탁을 받으면, 현업에서 먼저 직원과 소통하여 직원의 퇴사사유를 파악하고 그 직원이 기대하는 바를 반영해줄 수 있는지 같이 논의해보자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사는 현업에서 할 수 없는 직원을 설득할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부서처럼 보이기는 한 거 같습니다. 답은 결국 팀 내부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습니다.
3. 인사는 직원을 정리하는 부서이다.
'이 직원은 저희 팀과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진행중이던 프로젝트나 사업을 종료할 때 직원들을 부서이동시키거나 권고사직해야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그 일이 인사의 업무이기에 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입사한지 1-2개월된 직원을 수습종료할 때는 다른 고민이 생깁니다. 현업에서 면접을 볼 때는 이 직원에게 호의적이었고, 왜 지금은 1-2개월만에 정리를 요청할까, 면접에서 적정한 인재인지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직원이 현재 직무에 맞지 않다는 이유가 느낌이 아닌 객관적 사실일까 등 입니다.
누군가를 회사에서 더이상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어려운 이야기를 인사가 대신 해주기를 원하지만, 사실 가장 그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도 그 직원과 밀접하게 일하는 현업에 있기도 합니다.
4. 인사(人事): 사람과 관련된 업무 전반
이렇게 적고 보니, 제가 요즘 부쩍 '나는 인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찌보면 인사가 응당해야할 일인데도 가끔은 이게 내가 해야하는 일인가 싶은 순간들이 오는 걸 보면 아직도 제가 인사에 있어서 쌓아야 할 내공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안에서 인사의 이미지가 단순히 소모적인 업무에 그치지 않고, 회사가 정한 방향성과 직원이 기대하는 성장을 도모하는 부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