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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흔적과 그 결과 정승제 생선님의 인강 클립을 보다가 "아하~"라면서 탄식, 이해, 공감, 또는 이마를 탁치거나... 이런 경험 한 번 씩 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꺼내놓고 싶은 얘기는 "고민의 경험" 입니다. 10여 년 전 까지 이른바 "보따리 장수"와 비슷하게 각 대학 취업 유관 부처의 초대로 취업준비생을 위한 특강을 했습니다. 특히, 모교에서는 큰 규모로 학기 초에 열리는 졸업생 멘토링 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답변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들의 초청도 간혹 있어서 저만의 강의 자료도 준비하고 학생들의 고민에 최대한 접근하려 노력했습니다. 당시 누구나 지향하던 "대기업 입사"라는 목표를 품고 각자의 환경에서 나름의 노력을 경주하던 그들의 고민은 여러모로 유사한 맥락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공통된 내용은 아마도 이런 것 이었을 겁니다. "핵심/우수대가 아니라서 전형과정의 통과가 어렵지 않나" 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주변의 동료, 심지어 학교생활을 함께 했던 선후배를 떠올려도 이 질문의 대답은 명백히 "아니다."였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해준 이야기는 이런 것 이었습니다. 나 : 회사에서 왜 높은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지원자, 소위 말하는 명문대 학생을 우선 뽑는 것처럼 보이는가? 학생 : 기 재직 중인 선배들의 내 식구 감싸기가 아닌가? 나 : 과거에는 그럴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학생 : 주변을 보면 지금도 대기업은 다 소위 명문대만 가더라, 이것이 증명하는 것 아닌가? 나 : 실제 0000년도 삼성그룹 공채 합격자 현황 및 통계를 보면 그러하지 않다. 현대차그룹 모 관계사, SK그룹 모 관계사 등 예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문서로 보여줄 순 없다. 학생 : 그것은 다 이공계열 위주라 그런 것 아닌가? 나 : 아니다. 인문계도 마찬가지지만, 소위 명문대 학생의 비율이 이공계열 대비 낮은 것은 분명하다. 학생 : 그렇다면 인문계 한정 내 추측이 맞는 것이 아닌가? 나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학생 : 무슨 말인가??? 여기서 학업성취도와 고 선호 직장의 상관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은 전공지식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서 "문제해결역량" 입니다. 주어진 과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장애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지시자, 또는 관리자가 의도하는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가...가 곧 문제해결역량의 요지라고 생각합니다. 상기 문장에서 수행하는 자를 학생, 관리자를 출제자로 바꾸면 학생이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과연 몇 번의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식, 정의, 명제를 사용함에 있어서의 오류를 극복하여 문제를 해결했느냐와 같습니다. 정승제 생선님이 일갈하시는 말처럼, 고민의 횟수와 깊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수학적 역량을 향상시키고 이것을 체득한 개인은 다양한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한 문제를 풀고자 몇 번을 시도해 보았는가?" 고등학교 후배 중 유별난 인물을 예로 들자면, 금요일 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하숙집으로 귀가한 이 친구의 종적이 일요일 밤까지 묘연하여 행방을 수소문한 결과 꼬박 48시간을 한 문제에 매달려 문제를 풀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했었습니다. 물론 답안지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 명석한 친구가 몇 번을 시도하고 좌절하고 고민했는지 당시는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속적으로 축적한 사람은 직장에서 역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도 대부분 버릇처럼 같은 맥락으로 풀이를 시도합니다. 해당 영상에서 소개하는 모집단은 심지어 "S대 졸업생들"이라는 관점이 바로 당시 위 대화의 학생에게 답변한 요지와 같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버릇을 잊었거나, 그 맥락을 자신의 업무수행에 연결짓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 것 이거나."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버릇이 없었지만 스스로 깨달아 공부와 다르게 업무수행 과정에서 고민의 시도와 깊이를 경험하였거나 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는가?" 사원, 대리라는 옛스러운 직위명칭을 쓰던 과거의 단면에서 주로 듣던 말, "왜 이렇게 고민이 빈곤한가?"를 떠올려 보면 회사에 입사하려고 발버둥치던 시절에 깨달았던 "문제해결역량과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를 나조차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영상은 모 명문 국립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성공, 또는 실패 요인이 궁금했던 스승의 추적조사에 대한 "썰" 입니다. 결국 동적요인은 "학생 시절 문제풀이 과정에서의 고민과 시도의 횟수"였다는 결과가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되기도 하지만 10년 전 내가 떠들고 다니던 "썰"이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는 묘한 안심마저 들게 합니다. 역량과 성과, 평가라는 단어가 쉽게 들리는 요즘, 나는 역량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자문해보고 당장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어떤 고민이 더 필요한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이 고통스럽고 무거운 고민의 과정과 경험을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초기부터 해왔다면 나는 지금과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나 자문합니다. ※ 참고 : 상기 사례의 후배는 현재 "자영업자"로 일반적인 기업에서 일 한 경험은 전무합니다. 이게 대한민국 교육과 대학의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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