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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서사를 만들어가는 리크루터 : 송길영 '시대예보를 읽고] 과거와는 달리 개인이 스스로 자립하며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AI와 다양한 디지털 도구로 개인이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공서열에 따른 권위는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집단/기성세대의 경험에서 나오는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생애주기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레 사람들은 개인의 역량과 생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새로운 권위가 생겨났는데, 저자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개인을 '핵개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철저하게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든 개인의 서사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취업의 개념 역시 단순히 졸업장이 아닌 다양한 스펙 등 증명된 인재를 영입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사회의 현상을 이 책을 통해 정리한 느낌이다. 다만 '이게 기성세대/요즘세대 특징이야'라고 단정짓는 것이 아닌 어떻게 다르고, 이러한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마무리하고 머릿 속에 떠오른 키워드는 '존중'이다. 과거의 소수가 권력을 휘두르고 다수가 떠받드는 시대는 지나간 것은 분명하다. 그 대신 순간마다 개인이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또 다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기 위해 헤어진다. 즉 같은 목표를 가진 개인이 모여 다른 목소리를 내고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모습은 이전 관습에서 매우 벗어나 있고 어쩌면 머리 아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시대 예보에 맞춰 살아갈 준비를 하는/ 변화를 마주할 준비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핵 개인의 몫인 것이다. 사실, 대학생 때를 떠올려보면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는 인서울 중상위권 학교, 나쁘지 않은 영어 성적, 서류 필터링 되지 않을 정도의 몇 가지 자격증, 열개 남짓의 대외활동 정도로 나는 평균 이상에서 출발하는 거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남들이 하는 건 정말 뭐라도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스펙이면 나의 성실함을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쓸만한 무기들이라 생각했다. 하고 싶은 직무는 명료했다. 0명보다는 00명을 뽑는 문과 포지션이 항상 목표였고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직무가 아니라는 생각에 허망했지만 빠르게 탈출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여러 업계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생각해보자는 마음으로 입사한 스타트업 입주사 운영 인턴을 시작으로 이 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스타트업에 가기 위해서(그것도 신입으로) 갖고 있는 뾰족한 무기는 없었다. 뭐라도 했던 나의 모든 스펙은 무용지물이었다. 나의 스펙과 성실한 자세 보다는 신입치고도 어느정도 완성되어있는, 한 가지라도 뾰족한 인재를 영입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해내야하고 내가 1인분의 몫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번번이 스타트업에서 더 많은 불합격이라는 쓴 맛을 봤기에, 나는 내가 갖고 있던 그동안의 스펙은 모두 버리고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에서 듣는 힘과 말하는 힘의 밸런스를 꽤 잘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크루터라는 직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소규모 회사의 리크루팅팀 계약직으로 다시 시작했다. 좋은 기회가 닿아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의 인턴으로 다시 이직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석달이나 빠르게 정규직이 되어 리크루터로서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기회가 내게 와준 것이기도 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준비하며 진정으로 필요할 때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증거와 자산이 되어준다는 것을 이때 진심으로 깨달았다. 앞으로도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만족하기 위해선, 단순한 수치가 아닌 한 프로젝트에 얼마나 치열했고 진심을 다했는지 보여주면서 나의 진정성있는 서사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HR 특히 채용의 영역에서 변화는 굉장히 중요하다. 어쩌면 중요한 것을 넘어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고, 흐름을 예측하여 미리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원자들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결국 리크루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리크루터로서 후보자를 바라볼 때, 내가 했던 준비들을 살펴보면 '영입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느꼈다. FIT한 후보자를 보면, 이 분을 '뽑는다' 라는 생각보다는 이 분을 어떻게 '모셔오지?'라는 생각을 하며 항상 후보자를 대한 점, 최대한 후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섬세한 Job Description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는 점, 이 외에도 후보자 경험을 중요시 여기며 더 알맞은 후보자를 만나고 모셔올 수 있도록 하는 사소한 사례들이 해당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채용 시장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었다면 바로 ‘커피챗/소싱’이다. 이전에는 공고를 올려 구직자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면, 오늘날의 채용담당자들은 구직자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오늘날의 ‘채용’이 ‘단순히 한 명의 직원/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닌 함께할 동료를 찾는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채용’의 문화를 벗어던지고, 도대체 누가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구성원이 될 수 있을지 찾아 나서고 제안하는 ‘인재 영입’이 필요해진 것이다. 결국 리크루터는 ‘이 사람을 우리 회사로 어떻게 영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이 고민 해결의 시작이 ‘핵개인의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핵개인의 시대를 이해하기 전에는 기업의 안정성/비전/성장가능성 등 지원자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 일방적인 소통이 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이 사람의 커리어/서사를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어떻게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양방향 소통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장기 근속은 사리지고 전문가 영입과 자유로운 이직이 더욱 확대될 것이고 개인의 잦은 이직에 대한 판단은 업종과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지만, 이는 결국 개인의 유동성은 조직의 역동성을 수반하게 된다는 것에 동의하는 마음이다. 가끔은 한 명의 핵 개인이자 한 명의 리크루터로서 양가감정이 들기도 한다. 나또한 나만의 경쟁력있는 서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하는 한 명의 핵개인으로서 시대를 받아들이고 단순하게 포텐셜을 말하는 사람 보다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서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모셔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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