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이 맞는 첫 추석이다.
사실 올해 설에도 아빠는 계시지 않았지만, 이번 추석은 유난히 그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작년 추석이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이 계신 본가는 서울과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진 곳에 있어 방문이 쉽지 않다. 분가 후 더욱 멀어진 거리만큼 부모님을 찾아뵙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가는 길이 힘들다.'는 핑계로 자주 가지 못했던 내가, 아빠가 계셨을 때와 지금의 차이를 크게 느끼는 것은 그저 거실에서 들려오던 엄마와 아빠의 대화와 웃음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빠와의 이별을 겪은 후 '부재', '떠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이 이제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고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예전엔 아빠의 취향에 맞춘 엄마표 상차림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간단한 요리를 해드리며 그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추석 당일이다.
그리움 속에서도 남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새로운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맞이하는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