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보이고싶은 모습이 아니라 자기 욕망에 솔직해질때 진짜 조직문화는 시작된다.]
여러 대표님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느꼈습니다. 실제 그들이 타운홀이나 원오원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하는 반복되는 메세지와 인사제도, 정책을 통해 전해지는 암묵적인 메세지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요.
직원들을 대면하여 메세지를 전하실 때는 많은 경우 자신이 보이고 싶은 가면을 씁니다. 좋은 대표, 인간적인 대표, 요즘 트렌드에 맞는 대표, 꼰대가 아닌 대표, 다양성을 포용하는 대표, 민주적인 대표,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한 대표, 응당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대표의 모습 등 보이고 싶은 상은 다양합니다.
반면 제도나 정책, 사소한 대화나 행동에는 대표님의 숨겨진 본심이 담겨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그것이 더 날것의 본심에 가깝다는건 많은 질문과 오랜 관찰을 통해 알게됨)
예컨데 안맞는 직원과 빨리 헤어지고 싶다던지, 독단적으로 뭔가를 빨리 결정하고 싶다던지, 특정 복지나 제도가 목표달성을 방해한다고 느낀다던지, 이미 시행한 제도가 직원들은 좋아하지만 본인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던지, 편파적이어 보일 지라도 원하는 인재상이 명확히 있다던지요. 그런 속마음과 그렇지 않은 제도 사이에서 일관성을 해치는 결정들과 메세지, 번복되는 결정 등은 빈번하게 발생됩니다. 그것은 부정적인 메세지로 조직에 전파됩니다.
보여지기 위한 모습과 마음깊이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크면 클수록 엇박은 심해집니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정책은 왜이럴까? 대표는 왜 앞뒤가 다른걸까? 핵심가치는 왜 컬처덱에만 존재할까?’ 이런 의문들이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면 결국 원하는 조직을 만들기도, 경영자가 지지를 받기도 어려워집니다.
최근 저희 회사에서는 대표님이 전보다 본인이 원하는 것에 많이 솔직해지셨습니다. 이전보다 직원들의 눈치를 덜보고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본인이 선호하는 인재상, 원하는 퍼포먼스의 수준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반복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하셨어요.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 1번은 솔직하게 충돌하고, 결정되면 따른다 입니다. 이 핵심가치는 지난 몇년간 컬처덱에 존재했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이 변화를 제도나 정책으로 담아내려면 많은 보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지금 수준에서 대표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것에 맞게 채용페이지, 타운홀 메세지, 핵심가치, 채용 기준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됩니다.
1. 경영진의 생각을 모호하게 느끼는 구성원이 감소함
2. 메세지의 의뭉스러움을 반복적으로 느끼며 로열티가 저하되었던 구성원의 긍정적 반응
3. 채용과정에서 후보자들이 더 명확하게 회사를 이해하고 지원함(지원수나 퀄리티도 반등)
4. HR제도나 정책 추진이 빨라짐
ㄴ 높은수준의 목표달성에는 꼭 필요하나, 구성원 복지 측면에서 손해가 있을 수 있는 정책을 과감히 실행가능해짐(추진할 수 있는 명확한 명분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반면 현재까지 발견된 단점은 구성원들이 일방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과, 일시적으로 퇴사가 증가할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사실 이런 변화에 따른 퇴사 자체도 길게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겠죠.)
저는 장점이 더 많다고 현재까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표의 날것의 욕망이 때로는 멋지지 않을수도, 구성원 상당수가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솔직하고 명료하게 정리되고 반복적으로 소통될때 그 조직의 문화는 선명해지고 컬처핏에 맞는 사람들이 그 조직에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