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의 HR전략은?]
오늘은 당장 내 발에 떨어진 시급한 주제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HR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커다란 주제에 대해 논의해볼까 합니다.
저출산이다 고령화다 요즘 대한민국이 이 문제로 시름에 빠져있습니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이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모두에게 익숙한 주제일 것입니다. 아이는 없고 나이는 들어가는 이 나라에서 우리는 어떻게 HR을 해야 할까요?
저출산보다는 조금은 더 우리 눈앞에 당면한 과제인 [고령화]문제로 좁혀보겠습니다. 국내 임금 근로자 평균연령은 2022년 기준으로 43.8세입니다. 2011년 대비 10여년 사이에 4.3세가 늘어났다고 하네요. 주변의 40대 중반쯤의 직장 동료(선/후배)가 이제 평균에 도달했다는 의미라, 앞으로 60대~70대에도 어떤 형태로든 근로가 계속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년은 아직까지 만 60세이고, 이 숫자도 공기업이나 소수의 기업만 현실적인 숫자입니다. 50대 초반~중반만 되어도, 임원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다수의 부장님들은 실질적인 퇴직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를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기업이 처한 냉정한 현실입니다. 인간답게 살기위한 경제활동은 지속해야 하는 데, 왜 우리는 내가 열심히 젊은 날을 바친 '회사'라는 공간에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일까요?
‘홀로 외롭게 눈치보며 버텨내는 부장님’ 이 아닌, ‘배울 점이 있는 존경스러운 선배, 전문성을 가진 회사의 귀중한 자산'으로 회사 ‘안’에서, 고연령 직원이 워킹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 HR은 답변해야 합니다.
1. 임금피크제 도입 - 많은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이미 도입하였고,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임금피크제는 더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닙니다. 임금피크가 없는 상태가 이상적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직원과 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직무급제가 아닌 (호봉제에 가까운)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어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완벽한 직무급제를 운영한다면 고민이 덜 한 주제일 수 있으나, 경력이 올라가면 오를 수록 연봉은 매년 올라가는 구조인 우리나라의 정서상 연령(특정 경력년수)으로 임금의 퇴보를 조정하는 것도 아주 틀린 말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임금을 매년 높이 올리지 않더라도, 역할이 동일한 것이 수년간 반복된다면 회사의 울타리 안에 존재하며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생활인으로서 기능하고 싶은 것이 많은 직장인들의 희망입니다.
2. 3 Track제도 도입 - 3 Track제란, 커리어 경로를 3가지로 나누어 시니어 연차에 도입할 무렵에는 각자에게 맞는 트랙을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2 Track제는 흔하게 들어보셨을 텐데 하나 더 늘어난 3 Track은 무엇일까요.
1) Track 1 : 관리자 트랙 - 아주 일반적으로 팀원 -> 팀장 -> 임원의 '리더십' 트랙입니다. 이 트랙은 현재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익숙한 커리어 경로입니다. 다만, 이 포지션 자리 자체가 소수이므로 누군가는 팀장이 안될 수도, 임원은 더더욱 되지 않을 수 있는 '아주 경쟁이 치열하면서도 쉽게 잘 해내기도 어려운' 커리어입니다. 팀장까지는 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어도 임원은 더더욱 한정된 포지션이라 대부분의 직장인은 50대 초반의 만년 팀장님으로 직장을 졸업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또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고 ‘사람을 통해 함께 일하는 것’에 재주가 전혀 없는 사람이 리더를 맡게 되면 온 주변이 고통에 빠지게 되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제도입니다.
2) Track 2 : 전문가 트랙 - 이 또한 대기업 특히 제조업이나 연구개발이 있는 기업에서는 꽤 일반화된 커리어 경로입니다. 사람을 관리하는 리더 관리직으로서의 성장이 아닌, 전문 기술과 노하우를 토대로 전문가로 역할하며 커리어를 지속 유지하는 경로입니다. 리더 트랙의 대안으로 나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전문가(장인)로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제도이지만, 특정한 기술기업이나 연구쪽에서만 유용하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저는 한계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이 전문가 트랙을 조금 더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걸 어필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국가공인 기술 장인만이 전문가 트랙의 대상자는 아니고 충분히 이 제도를 융통성있게 비틀어 일반 회사에도 적용해보자는 말입니다. 일반 기업에도 경력 20년차의 ‘기획 장인’, ‘영업 장인’, ‘개발 장인’을 인정하는 것이 흔한 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경력 10년에 도달하면, 관리자 트랙으로 갈 지 전문가 트랙으로 갈 지 미리 회사와 충분히 고민하고 협의하여 확정합니다. 트랙을 정한 후에는 주변에도 오픈하고, 관리자 트랙이 아닌 전문가 트랙을 선택한 사람도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줍니다.
3) Track 3 : 전환자 트랙 - 이 개념은 기존에 있던 개념은 아니고, 제가 이번 주제를 고민하면서 추가로 생각해 본 트랙입니다. 이 트랙은 직무를 4~5년정도에 한번씩 계속 변화하면서 이동하는 커리어 경로를 선택한 사람들의 트랙입니다. HR을 5년했다 -> 영업을 5년하고 -> 기획으로 이동해 다시 5년을 하고 -> 마케팅으로 다시 전환합니다. 장단점이 있겠습니다. 직무 이동을 통해 조직의 순환 측면에서 기회와 활력이 생성될 수 있으나, 새로운 직무는 다시 신입을 고용한 것과 같이 제로베이스로 시작해야 되어 일정 기간 적응하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직무가 변경된다고 해도 완전히 신입사원과 동일한 적응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타직무를 경험한 사람은 다른 직무로 전환이 되어도 기존 경험들을 바탕으로 적응 시간은 훨씬 단축되는 것을 실제 주변 동료들의 사례를 통해 많이 봤습니다. ‘사회생활 자체에 적응해야 하는 사회초년생인 신입’과의 차등은 분명할 것입니다. 직무 이동의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해야 빠르게 해당 직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지의 노하우도 쌓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직무 이동 (전환자) 트랙또한 경력 10년차 정도에 트랙 1~3중 어떤 트랙을 탈 지 정한 후, 공개적으로 운용하여 이 트랙이 직장인의 커리어 경로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3. 역멘토링 운영 - 시스템 교육에 대한 지원과 역멘토링 운영을 통해 고연령 직원들이 회사에서 계속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IT시스템의 복잡성과 빠른 변화로, 고연령층의 IT변화 적응력이 젊은 층 대비하여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새로운 IT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역멘토링 (젊은 저연차 사원이 고연차 사원의 멘토가 되는 것) 을 적극 활용하고 당연한 문화가 되도록 합니다.
4. 활력 시니어 포상제도 - 고연령 사원이 회사에 오래 존재하면서 조직문화의 부정적 요소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어 고연령 사원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는 기업도 있습니다. 고연령층이 소위 말하는 ‘꼰대’처럼, 후배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어른 대접을 받으려는 분위기가 크다면, 그 회사에서는 고연령층이 ‘해결해야 될 짐’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조직문화 차원에서 활력과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은 아주 중요한데, 이를 잘 실천하는 ‘활력넘치는 긍정의 아이콘같은 고연령 직원’을 후배 동료들이 직접 투표로 선발하게 합니다. 함께 대화하고 싶고 배울 점이 있어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은 롤모델을 직접 눈으로 보며, 그렇지 못한 고연령층 근로자들의 개선을 넛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고령화는 이제 이 사회와 기업이 자연스럽게 마주한 현실이니 이를 걱정거리로 둘 것이 아니고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논의를 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과 내적 협의들을 이미 시작한 기업도 많습니다. 조직 시스템과 조직문화 측면에서의 다양한 제도와 문화의 변화들을 시도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을 만듭시다.
아직 스타트업이어서, 아직 우리 기업은 평균 연령이 어려서 등의 이유로 고민의 답을 한 해 두 해 미루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선제적인 제도와 문화 정비를 통해 미리 준비하는 HR이 되길 바랍니다.
(본 아티클은 제가 참여하고 있는 Y대 경영대학원 '조직행동론' 수업 조별과제 발표 자료에서도 일부 착안/발제하였음을 밝힙니다.)
- 멋진 노인으로, 좋은 영향력을 주며 나이들고 싶은 Wo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