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a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된 HRDer의 첫 수업 일기] 2년 남짓 미국에 거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거주지 주변 대학의 ‘HR Specialist’ 과정을 알게 됐고, 그렇게 저는 다시금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HR 전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요즘 조직의 관심사인 DEI 관련 전문 지식을 쌓고자 야심 차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만, 시작부터 참 쉽지 않더군요. 미국 학기 중 가장 짧은 '여름학기'의 수업이었던 지라 굉장히 짧은 기간 내에 첫 과목을 이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격 수료를 위해 이수가 필요한 과목 중 첫 시작은 ‘Principals of Management’.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경영 전반을 비롯해 동기부여, 리더십, DEI, 기업 윤리에 이르기까지 매 수업 시간마다 다양한 주제로 학습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미국 대학은 들어가긴 쉽지만 졸업은 어렵다 했던가요? 그 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정규 수업 내용만 따라가기도 벅찬 와중에 보충학습과 퀴즈, 테스트에 이어 총 3개의 Essay 과제가 부여됐습니다.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터라 비록 과정은 매우 험난(?) 했으나, 한편으로는 뼈와 살이 될만한 내용들을 배우며 인사이트를 얻었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는데요. 그 시간 동안 겪은 다양한 일들 중에서도 Essay 과제에 대한 교수님의 피드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의례하셔야 하는 업무(?)이다 보니 상투적인 피드백을 주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본인 경험에 빗대어 매번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셨거든요. 이에 교수님의 피드백 중 귀감이 될만한 내용 일부를 공유해 보려 합니다. Essay Topic – “Organizational Culture Culture" 해당 주제에서는 몸담았던 조직에 어떤 문화와 규범이 있었는지, 그것들을 실천하는데 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 안에서 저는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 등에 대한 서술이 필요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빗대어 저만의 생각을 적어서 제출한 과제에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주셨죠. “당신은 ‘자율성’, ‘다름에 대한 이해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이것들은 겉으로는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잘 조율된 춤과 같죠. 또한, ‘진정한 리더십은 모든 팀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팀’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한데, 당신이 ‘자율성’이라는 말로 강조한 개인의 특성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자율성은 신뢰와 관용으로부터 나올 수 있습니다. 조직에 있을 때, 나는 항상 팀원들에게 우리 사이에는 특별한 화학적 반응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팀원들은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죠. 이 모든 것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갖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ssay Topic – “The best bosses are Humble Bosses” 또 다른 에세이의 주제는 ‘겸손한 리더십’이었습니다. 주제와 관련된 아티클을 읽고 겸손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및 왜 중요한지,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에 대해 정리한 뒤 제출해야 했죠. 위 내용에 덧붙여 감명 깊게 읽었던 도서 ‘리더의 질문법’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던 과제에는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뒤따랐습니다. “나는 리더들에게 ‘경영, 리더십, 동기부여’ 세 가지를 항상 강조합니다. 조금 더 실질적으로 표현하면 경영은 ‘손’, 동기부여는 ‘마음’, 리더십은 ‘머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경영은 물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 즉 ‘손’에서 비롯됩니다. 리더십은 계획하고 전략을 세우며 조각들을 맞추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머리'에서 일어나죠. 마지막으로 동기부여는 때로는 감정이지만, 때로는 ‘직관과 경험’이라는 잠재의식 속의 데이터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좋은지 나쁜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요. 그러나, 결론에 도달하기 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먼저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리더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입니다” 이렇게 때로는 교수님의 피드백에 감명받기도, 때로는 쏟아지는 학업량에 울다시피 하며 최종 시험까지 치르고 나니 마침내 첫 과목 이수가 끝났습니다. 돌이켜 보면 다양한 지식의 습득과 함께 과제를 통해 과거의 발자취까지 돌아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네요. 비록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 또한 험난하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 배운 내용들을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HRDer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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