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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갈등이 탄생시킨 괴물 리모컨 : 고장 난 회사들> 원티드 지하의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숨은 진주같은 책을 소개 하려한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마틴 린드스트롬'의 '고장 난 회사들'이라는 책이다. 제목에 손을 뻗을 수 밖에 없고 내용을 훑어보는 순간 계산대로 들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상식이 부재한 회사들이 하는 행동들에 대해 소개하는데 필자는 긴 책의 아주 일부분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몇 년 전 나는(마틴) 콘퍼런스 참석차 마이애미의 한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뉴스를 보려고 TV리모컨을 집어 들었는데 그 생김새가 대단히 복잡했다. 우주선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안에는 무지하게 작은 숫자와 수많은 버튼이 박혀 있었고, 숫자 키패드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전원 버튼은 어디 있지? ON이라고 적힌 붉은색 버튼인가? 잠깐, 왜 ON 버튼이 두 개지? 두 개를 동시에 누르면 ON 버튼이 하나밖에 없는 리모컨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놀라운 채널이 펼쳐지는 것일까? 그리고 '공급' 버튼은 뭐지? 'a-b-c-d'는 뭘 의미하는 걸까? 화살표 버튼은 무슨 기능일까? 그렇게 몇 분 동안 마구잡이로 버튼을 눌러대고 나서야 마침내 TV가 켜졌다. 나는 몇 분 동안 뉴스를 보고는 TV를 껏다. 아니, 끄려고 노력했다. 리모컨에는 OFF 버튼이 두 개 있었다. 첫 번째 버튼을 누르자 방 안 조명이 분위기 있게 어두워졌다. 두 번째 OFF 버튼을 누르자 에어컨이 꺼졌다. TV는 그대로 였다. 결국 나는 탁자 위로 올라가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는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뽑았다. 그러자 TV와 함께 냉장고와 램프가 꺼졌다. 몇 달 후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는데 옆자리 승객이 자신을 소개했다. 놀랍게도 그는 바로 그 TV 리모컨을 만든 회사의 엔지니어였다. 그는 말했다. "우리 회사 이름은 들어보지 못하셨을 겁니다." 나는 대답했다. "내기할까요?" 나는 노트북을 켜고는 리모컨을 주제로 작성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회사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그러자 그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조직 내부에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사업부가 리모컨의 형태를 놓고 경쟁을 벌였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 기업은 리모컨을 각각의 사업부를 기준으로 여러 구역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구역은 TV 사업부의 영역이었다. 두 번째는 케이블 사업부, 그리고 세 번째 구역은 TiVo 사업부에 할당되었다. 다음으로 네 번째는 위성방송 사업부에,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빅밴드 시대나 힙합 뮤직 프로그램, 혹은 겨울에 장작이 타는 영상을 내보내는 것을 담당하는 사업부에 주어졌다. 그 엔지니어는 그들이 한 일에 대해, 그리고 얼마나 공정하게 상황을 해결했는지에 대해 떳떳한 표정이었다. 덕분에 내부의 알력 다툼은 해소되었다. 모든 사업부는 리모컨 영토에서 공정한 지분을 확보했다. 나는 말했다. "덕분에 나는 TV를 켜는 데 애를 먹었다고요!" 그래도 그는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 일화는 고객 경험(CX)보다 조직 내 다툼과 권력 싸움을 우선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잘 소개해주고 있다. 조직의 목표와 일하는 방식,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정립이 되어 있었다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객 경험과 조직의 목표를 일치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 핵심 가치 등을 제대로 내재화하고 정립하는 것이 '경영진과 경영진을 보좌하는 HR의 의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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