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잠못이루는 HR담당자에게 (5) HR담당자의 비전
"다시 태어나도 HR을 하실건가요?"
작년에 대형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면서, 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그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고뇌와, 좌절감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얼마전 HR담당자들과 밋업을 진행하면서 같은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HR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이 일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비전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HR담당자의 비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모든 회사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HR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도 채용하고, 급여도 주어야하고, 퇴직관리도 해야하니까요.
그 이야기는 거꾸로 말하면, 가장 회사를 '다닐 기회'가 많은 직무도 HR인것 같습니다.
회사 내에서의 HR에 대한 비전을 고민해 볼까요?
예전에는 'HR'에 대한 권위가 있었다면, 지금은 사실상 '사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 내에서는 더 권위있고, 존중받습니다.
그래서 HR담당자들이 회사 내의 사람들에게 '치인다'라는 표현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R담당자들이 해야하는 일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노무 이슈들도 너무 다양하고, 마법의 '케바케(case by case)' 현상이 매일같이 이루어지는게 HR 현장이라 '자동화'도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저는, 생성형 AI 기반으로 '자동화'되는 HR 업무들이 HR담당자들에게는 비전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동화 될 정도라면 어느정도 루틴한 패턴이 생긴 내용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의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고 더 다양한 영역,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해 나간다면 회사와 개인의 비전에도 더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기적으로 HR이 'help desk'가 아닌 'business partner'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앞으로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른 관점에서의 HR에 대한 비전도 고민해보았습니다.
당장 회사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내가 '회사 밖'에서의 자영업을 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했던 HR은 어떠한 도움이 될까요?
사람을 채용하고, 평가/보상하고, 때로는 교육도 시키고, 퇴직도 하게하는 일련의 과정과,
회사가 잘 돌아가기 위한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것의 필요성을 아는 창업자라면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일은 어떻게든 된다'라는 마음으로 사람이 배제된 '일'과 '숫자'에만 집착하는것 보다,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전체 사업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춘 창업자라면 좀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HR에서 현재 쌓고있는 경력은 '회사 밖에서의 나'를 만드는데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영업으로 굳이 가지 않더라도, 만약 내가 회사를 퇴직하고 제 2의 인생에서 다른 직업을 꿈꾼다면? 이라고 생각했을 때,
HR담당자들이 향할 수 있는 분야는 더 넓습니다.
경험을 살려 컨설턴트나 강사, 코치, 헤드헌터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신 분들을 보면,
'퇴직 후 뭐 해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의 범위를 좁힐 수 있고 이미 그렇게 성공한 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HR은 또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일하면서 비전을 갖는게 쉬운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미래 가치도 부여해보고, 또 비전을 고민해보면서 우리가 하는 일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 분야에 대한 확신으로 내가 더 단단한 바닥을 딛고 서서 일을 할 수 있게되는 계기가 되는것 같습니다.
일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무른 바닥을 지나는 것처럼 한없이 조심스럽고, 걱정되기 때문에 일에 몰입하거나 스스로 동기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HR과 여러분들의 일이 가진 비전이 무엇일지, 꼭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