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방식 이젠 ‘꼭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잘하지 않습니다. 지켜지기 힘든 그 말로 마음속 공허함을 억지로 채우려는 것 같아서요. 채워야 한다면 아쉬움 그 자체로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어차피 우리가 자주 쓰는 페어웰(farewell)이란 단어는 그저 ‘잘(well)’, ‘가세요(fare = go)’의 의미이므로, 그런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 시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동료를 만나고 그들과 헤어져왔는지 모릅니다. 그들은 나를 맞이하는 입장이거나 떠나보내는 입장이었고, 나는 그들과 설레는 첫 만남을 하거나 그들을 떠나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제는 횟수도 잘 모를 만남과 이별을 겪으면서도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맞이하고 또 보내는 방식이란 것을. 요즘엔 조용한 퇴사라는 말이 더는 새로운 표현이 아니어서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최근에도 떠나는 동료, 떠남을 각오한 동료, 떠나려는 동료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큰 동료들과 이야기를 합니다. 그중 이미 떠나려 하는 동료를 보면 남아 있으라는 설득보다는 앞으로의 무운을 빌어줍니다.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요. 이별에는 떠나는 입장과 보내는 입장이 있습니다. 대체로 전자 보다 후자가 더 잦습니다. 그러니 떠나는 입장에서의 경험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입니다. 떠나는 경험의 잔상이 더 진하니, 떠나는 이가 혼자 출입문을 나서지 않기를, 혼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닫히는 문을 혼자 바라보지 않기를, 그의 이곳에서의 마지막 시선은 바닥이 아닌 함께였던 모두의 눈에 한 번은 더 머물렀기를, 그렇게 응원 가득 담아 좀 더 힘차게 앞날로 걸어가기를... 그런 마음으로 되도록 함께 문을 나서려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동료들에게도 전해져 그들에게 더는 회사가 이별에 익숙해 무감각해지는 그런 공간이 아니게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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